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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32화 (132/346)

무림회귀백서 132화

48장 도박장을 다 털어버리다(4)

금자 20만 냥.

은자로 따지면 400만 냥.

황실의 1년 예산이 은자로 200만 냥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그들이 내놔야 할 금액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독객과 팽중군의 두 눈이 동시에 도박사에게로 향했다.

“그, 그게…… 그럴 리가 없는…… 데…….”

도박사는 잘못이 없었다.

패 뒤에 새겨진 것은 분명 쥐패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진백천에게 속였다고 말할 노릇도 아니었다.

그는 서서히 밀려오는 현실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죽일 듯이 노려보는 저 둘은 분명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터였다.

“크흠. 결과는 나왔는데 어떻게 할 거야? 빨리 줬으면 좋겠는데.”

“……그, 그것이.”

진백천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탁자에 있던 모든 돈을 쓸어담았다.

무려 금자로 2만 냥.

소금 밀수 조직을 소탕하면서 얻은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추가로 18만 냥을 받아야 하니 절로 입가가 씰룩였다.

“뭐해? 빨리 금고에서 다 꺼내와야지.”

-도박장을 통째로 갈아도 그 돈을 갚을 순 없다!

독객은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무인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들이 무기를 뽑아 들며 천천히 다가왔다.

“뭐야? 갚을 능력 없으니까 죽이려고?”

“……그러게 그냥 돈이라도 잃었으면 목숨이나마 부지했을 텐데 멍청하구나.”

“멍청한 건 내가 아니라 네놈들 같은데?”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팽중군과 독객은 한 편에 같이 섰다.

무인들은 살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만한 돈을 네놈에게 줄 바에 수십 토막을 내 처리하는 비용이 더 싸게 먹히지.”

“그래? 어차피 주게 될 거라니까?”

진백천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금자를 꾸러미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를 집어 손가락으로 튕겼다.

“뭐해! 저놈부터 처리해!”

“네! 형님!”

독객의 명령에 사방에서 검이 쏘아졌다.

진백천은 여전히 그들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계속해서 금자를 튕겼다.

푸욱-

어느 틈엔가 금자가 사라지고 묵직한 피륙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칼을 휘두른 무인들의 머리가 뒤로 꺾이며 뒤로 쓰러졌다.

그들의 이마에는 하나같이 금자가 반쯤 틀어박혀 있었다.

“그렇게 금자를 좋아하더니 노잣돈으로 좀 줬는데 부족하려나?”

“…….”

5명의 무인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5초도 걸리지 않았다.

팽중군은 그제서야 진백천이 보통인물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단순한 상가의 소가주 따위는 아니군. 네놈은 누구지?”

“알아서 뭐하게? 감당할 수는 있고?”

“광오하군! 그래 봤자 변하는 건 없다. 네놈은 여기서 죽게 될 테니까.”

스르르릉-

팽중군은 등 뒤에 메여 있던 도를 뽑아 들었다.

팽중혁에게 봤던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의 기수식이었다.

신분을 가릴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진백천은 그를 우습게 보지 않았다.

어느새 진백천의 손에는 독고구검이 들려 있었다.

-도홍경. 돈 전부 챙겨서 뒤로 물러나.

-네. 형님!

도홍경은 이때다 싶어서 남아 있던 돈을 전부 쓸어담았다.

“이놈이 어디서!”

독객이 손을 뻗었지만 언해원의 주먹에 맞으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

파고든 내력으로 인해 내부가 진탕이 되었다.

일그러진 얼굴이 얼마나 권력이 강했는지 알려주었다.

“흐음. 네놈. 진주언가와 관련이 있었나?”

팽중군은 언해원의 정체를 진즉에 꿰뚫어 봤다.

단지 놀이하는 마음으로 그녀와 놀아주고 있었지만 진백천과 연관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왜? 팽중혁이 나에 대해 말 안 했어?”

팽중군의 시선이 절로 언해원으로 향했다.

그는 이곳에서 독객과 이야기를 하느라 팽중혁이 진백천에게 두들겨 맞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내 동생과 만난 적이 있나 보군.”

“너랑 팽중혁 중에 누가 더 세냐?”

“누가 더 세냐고?”

팽중군이 한쪽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것은 비교 자체를 기분 나빠 하는 웃음이었다.

그의 장삼이 부풀며 거칠게 흔들렸다.

자연스레 풍기는 패도적인 그 내력이 어떤 것인지는 진백천도 잘 알았다.

‘혼원벽력신공(混元霹靂神功). 다음 대의 팽가 가주는 이자인가?’

직계 중 가문을 이을 자에게만 전수하는 심법이었다.

단순히 내력을 끌어올린 것만으로도 그의 도에 순백의 도기가 흘러넘쳤다.

“오늘 저승에 가도 자랑스러워해라. 팽가의 도에 죽는 것만으로도 영광일 테니.”

“스스로에 지나치게 자신 있는 거 아니냐?”

팽중군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

거칠게 도를 내리그으며 진백천을 단숨에 죽이려 했다.

‘사람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는 놈이야.’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을 죽여왔을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진백천은 도기를 피하며 옆으로 물러났다.

스걱!

3층에 설치되어 있던 철창이 단숨에 잘려나가며 밖이 드러났다.

도박을 하던 이들은 갑작스러운 난리에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허억! 뭐, 뭐야!”

“싸움이다! 3층에서 싸움이 붙었어!”

팽중군은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자신의 말 한마디면 진백천을 사기를 치다 걸려서 자신을 공격하려던 악인으로 만드는 것쯤 식은 죽 먹기였다.

반면에 진백천은 그의 그런 무모한 모습에 혀를 찼다.

‘이렇게 알아서 모습을 드러내 준다 이거지?’

하북팽가는 사파가 아니었다.

단순한 무인도 아니었고 팽가의 뒤를 이을 자가 도박장에서 싸움이나 한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벌써부터 팽중군의 모습을 알아본 이들이 수군덕거렸다.

“……팽가의 소가주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도박장과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그런 말소리를 들었는지 팽중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참지 않고 도를 휘둘러 탁자를 박살 냈다.

콰아아앙!

“헛소리를 하는 자는 전부 다 뭉개주마!”

그의 협박과 함께 때마침 팽가의 무인들이 도박장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소가주님!”

“내가 이놈을 처리하는 동안 이곳을 통제해라.”

“네. 알겠습니다!”

진백천은 그런 안하무인적 태도를 보고 절로 혀를 찼다.

광동성의 성주인 유석경도 이처럼 멋대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팽가가 얼마나 개차반으로 구는지 알 것 같군.’

이러한 오만함이 이인자인 진주언가를 박살 내고 집어삼키려는 이유 중의 하나일 터였다.

언해원은 이미 그런 모습을 알고 있는지 도홍경과 한 측으로 물러섰다.

-회주님.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저자는 팽중혁과 달라요.

“그래 봤자 똑같이 젖비린내나는 아기 호랑이지.”

진백천은 일부로 들리도록 말했다.

아기 호랑이가 누구를 뜻하는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간덩어리만큼은 천하제일이군! 감히 팽가 앞에서 그렇게 뻗대다니!”

“역시나 빡대가리구나. 설마 네놈, 우주가 팽가를 중심으로 흐른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

진백천의 이죽거림에 팽중군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도에 실린 거력은 스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박살 냈다.

왜 하북팽가가 돌대가리임에도 이렇게 세를 떨치는지 알 만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

팽중군의 도는 아슬아슬하게 진백천의 몸을 스치고 갔다.

닿지 못하는 공격은 얼마나 강하든 소용없었다.

팽중군은 답답한 듯 내력을 더더욱 끌어올렸다.

그의 도에서 3줄기의 도기가 진백천을 향해 집요하게 뻗어왔다.

금방이라도 그를 집어삼킬 듯 맹렬했다.

‘약해.’

팽중군의 도 또한 자신의 기준에 차지 못했다.

‘더는 볼 필요도 없겠어.’

파초식(破招式).

도기를 피하며 독고구검을 뻗었다.

팽중군의 내력이 재차 이어지기 전에 끓어지며 동작이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것은 불과 찰나였지만 팽중군을 당황케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놈! 무슨 사특한 짓이냐!”

“헛소리할 거면 그냥 스스로 대가리 박으면 안 될까?”

진백천은 독고구검에 내력을 끌어모았다.

아무래도 이놈은 빡대가리답게 완전히 박살 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달려들 기세였다.

“오체분시해 주마!”

팽중군은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의 초식을 펼치며 진백천의 사혈을 노렸다.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언해원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 조심하세요!”

그런 간발의 순간.

진백천은 묵묵히 느리지 않게 검을 내리그었다.

간단한 동작과 다르게 그의 전신에서 내력이 복잡하게 순환하며 검 끝으로 빠져나갔다.

거칠게 물결치는 강기의 파도가 공간을 가득 메우며 쏟아졌다.

파강식(破彊式).

강기의 물결은 오호단문도의 도기와 맞부딪쳤다.

콰아아앙!

거친 폭발음과 달리 진백천의 강기는 압도적인 힘으로 도기를 쓸어갔다.

“끄아아아악!”

팽중군은 물러날 새도 없이 도를 들어 강기를 막아섰다.

그의 전신은 갈기갈기 찢기며 바닥에 처박혔다.

도는 이미 산산조각 난 지 오래였고 그는 겨우 숨만 헐떡였다.

단 한 수의 교환이라고 하기에는 그 결과가 참담했다.

“쯧쯧.”

진백천은 혀를 차며 천천히 걸어갔다.

아무도 그의 앞을 막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몇몇 팽가의 무인들만이 팽중군을 에워쌌다.

“머, 멈춰라!”

진백천은 무인의 말대로 자리에 멈춰섰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바닥에 처박힌 팽중군을 향해 있었다.

놈은 아직까지 몸을 꿈틀거리며 일어서려 했다.

“네…… 놈은, 대체…… 누구?”

핏발선 두 눈동자는 어떻게든 진백천의 이름을 듣겠다는 집념이 들어 있었다.

“내 이름을 듣고 싶으면 팽가의 가주 정도는 와야 할 거야.”

팽가의 무인들이 울컥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진백천은 품속에서 지하의 금고에서 찾아낸 장부를 꺼냈다.

“네놈이라면 이게 뭔지 알겠지?”

“……장부……!”

“맞아. 여기에 하북팽가가 불법적으로 도박장을 비롯해 기루를 운영하며 돈을 번 증거가 다 적혀 있지. 그것뿐만 아니라 진주언가를 집어삼키려 한 것도 말이야.”

그의 말에 언해원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지만 그녀만큼이나 더 놀란 것은 주변에서 지켜보던 평범한 이들이었다.

얼핏 소문으로만 떠돌던 것에 진백천이 증거가 있다며 말한 것이다.

“……누가 네놈…… 말을 믿지?”

팽중군은 팽가 무인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네놈은…… 팽가의 추적을 받아 죽게 될 것이다. 차라리…… 이곳에서 죽게 되는 게 좋았다고 생각할 만큼 고통스럽게 해주지!”

팽중군이 입가를 말아 올리자 핏물로 가득한 이빨이 드러났다.

본인의 실력이 되지 않자 가문의 힘으로 상대하겠다는 말이 비루했다.

“쯧. 끝까지 상황 파악 못 하네.”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며 관군들이 들이닥쳤다.

무려 하북의 관리인 주목(州牧)이 직접 수하들을 대동했다.

주목은 팽중군의 상태를 보자마자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 아니 이게 무슨! 당장 저 흉수를 포박하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관군들은 창을 들이밀며 진백천을 포위했다.

그때까지도 진백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목은 관리인 주제에 팽중군의 옆에 서서 안절부절못했다.

하북팽가는 이곳의 성주와도 각별한 사이였다.

만약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자신과 같은 관리도 파리 목숨이었다.

그러니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다급해졌다.

“뭣들 하는 거냐! 당장 저놈을 포박, 아니, 죽여라!”

진백천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 새끼. 관리 맞아?”

“형님 슬슬 복잡해지기 전에 정체를 드러내시죠.”

“후우.”

그는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도 관군의 창을 밀어냈다.

그리고 팽가의 무인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 이노오옴! 감히! 감히!”

“감히 뭐?”

“나는 이 나라의 관리다! 나를 건들면 네놈은 오체분시되어 죽을 것이다!”

“그래?”

진백천은 품속에서 황제의 패를 꺼냈다.

“그럼 네놈 스스로를 오체분시해 봐.”

“……표, 표기장군!”

주목은 패를 확인하자마자 쓰러지듯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관군들 전부도 마찬가지였다.

진백천은 멍한 표정의 팽중군을 내려다봤다.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지? 앞으로 더 재밌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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