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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회귀백서-122화 (122/346)

무림회귀백서 122화

45장 호수 위의 격전(2)

이화란은 천장 위에 이러한 통로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기척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았다면 모르고 그냥 넘어갔을 터.

당장에라도 발견된 노예들을 쳐죽일 생각에 이화란이 잔뜩 흥분했다.

하지만 터널에서 튕겨 나온 누군가와 휩쓸리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이노오옴!”

반사적으로 몸통을 쳐냈지만 피륙을 쳐내는 느낌 따윈 없었다.

이청은 갑옷도 모자라 각종 보물을 몸 안에 쑤셔 넣었기 때문이었다.

“여, 여왕님.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저 저놈들이 시키는 대로……!”

“닥쳐라!”

이화란은 이청의 머리통을 붙잡아 거꾸로 들어 올렸다.

이청은 필사적으로 반항했지만 소용없었다.

화아아아악-

“끄아아아악!”

이청의 몸이 점차 말라가며 희생물들과 마찬가지로 목내이가 되어버렸다.

이화란은 미쳐 다 정기를 흡수하기 전에 이청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쿨럭. 주, 죽고 싶지…… 않아.”

이청은 그 말을 끝으로 숨을 멈췄다.

그동안 살기 위해 발버둥 친 것 치고는 허망한 최후였다.

“남은 놈들도 똑같이 씹어 삼켜주마!”

이화란은 통로 안으로 뛰어들어가며 진백천의 뒤를 쫓았다.

그 사이 진백천과 유석경은 제법 멀리까지 나아간 상태였다.

호수에 가까워졌는지 통로에 점점 습기가 차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백천은 무너진 통로와 맞닥뜨렸다.

“완전히 파묻히지는 않았어. 조금만 파내면 지나갈 수 있겠는데?”

진백천은 흑웅오성장을 쏘아대며 퇴적물을 뒤로 밀어냈다.

그러자 통로에 물이 차오르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백천! 흡정마녀가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

“가만 안 둔다아아아아!”

통로 뒤편에서 이화란의 목소리가 귀곡성처럼 울려 퍼졌다.

진백천은 내력을 끌어모으며 양손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었다.

이화란이 다가오는 통로는 무너뜨림과 동시에 막힌 곳은 뚫어버렸다.

“뚫렸다! 나를 꽉 잡아!”

진백천은 유석경을 움켜쥐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진한 흙탕물이지만 몸은 빠르게 물살에 휩쓸리며 위로 솟구쳤다.

그리고 다시 공기와 맞닿았을 때는 호수 밖으로 나온 상태였다.

“후우. 괜찮아?”

얼굴이 창백했지만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호수는 그가 처음 왔을 때와 달리 안개가 끼지 않은 상태였다.

온통 물가로만 보였던 호수에는 작은 섬이 존재했다.

‘이 작은 섬 아래로 그런 장소를 만들어냈나 보군.’

섬의 한 켠에는 이화란이 쓰는 것으로 보이는 작은 나무배가 보였다.

진백천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그곳에 유석경을 올리며 노를 앞으로 저었다.

“하아하아. 이제 산 건가?”

“아직. 통로를 무너뜨렸지만 이화란이 이용하던 또 다른 비밀 통로가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배가 이런 곳에 있을 리 없었다.

더구나 처음 그녀가 타고 나타났던 거대한 괴물과도 같던 배는 보이지조차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진백천의 예상은 정확했다.

촤아아아악-

물살이 강하게 흔들리더니 수어피(水魚皮)로 휩싸인 용의 머리가 떠올랐다.

그 아래쪽에서는 이화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망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이화란이 탄 배에서 진한 기름 냄새가 풍겨왔다.

곧 괴물의 머리 쪽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젠장. 왜 이렇게 쉬운 법이 없어!”

괴물 배는 사람이 아닌 기름을 태워 동력을 얻는지 그 속도도 훨씬 빨랐다.

이대로라면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배가 박살 나며 깔릴 위기였다.

그렇게 되면 진백천이라면 몰라도 유석경은 살아남기 힘들었다.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

“나, 나 혼자?”

진백천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배 밖으로 뛰어내렸다.

어떻게든 저 괴물 같은 배를 밀어내야 했다.

백면질주(百面疾走).

진백천은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괴물배에 도달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배의 옆부분을 후려쳤다.

카아앙!

단숨에 구멍을 내려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묵직한 통증이었다.

“젠장. 겉면을 죄다 쇠로 휘감은 건가?”

“네놈들은 나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

흡정마녀 이화란이 배에서 빠져나오며 진백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손바닥끼리 부딪쳤지만 역시나 밀려난 것은 진백천이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정기를 흡수했길래……!”

하지만 놀란 것은 이화란도 마찬가지였다.

어려 보이기만 하던 진백천이 의외로 대단한 내공을 가진 탓이었다.

“네놈 정도면 다른 노예들을 통해 수십, 아니, 수백의 정기를 흡수하는 것보다 낫겠구나!”

이화란은 흡사 군침을 흘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진백천은 자신을 음식으로 보는 듯한 모습에 소름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배를 발로 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배는 그 충격으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해볼 수 있으면 해보든지!”

“좋은 말로 먹혀주면 저 뒤의 놈은 그냥 보내주마!”

진백천의 손에는 어느샌가 독고구검이 뽑혀 있었다.

검은 허공을 가르며 이화란을 노렸다.

이에 이화란은 자신의 혁대를 풀며 검처럼 뻗었다.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구나!”

내공이 주입된 혁대는 기다란 연검이 되어 독고구검을 옆면을 쳐냈다.

그리고 마치 뱀처럼 진백천의 가슴팍을 노렸다.

사은출해(巳隱出海).

카앙!

연검은 옷을 뚫고 몸 안에 입은 호연보의(護燃保衣) 맞고 튕겨 나갔다.

진백천조차 순간 대응하지 못할 만큼 빠르고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괜히 십대악인에 이름을 올린 게 아니야. 검법이 이미 수위에 올랐어.’

겉모습만 보고 검을 잘 다룰 거라 생각한 그의 잘못이었다.

진백천은 한층 진중해진 모습으로 독고구검을 강하게 말아쥐었다.

“갑옷을 안에 껴입었다니. 그러고 보니 네놈은 어떻게 내 은신처에 들어온 거지?”

진백천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화란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노예라고 생각했는데 그 무공수위가 평범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차가워지자 흥분이 가라앉으며 두 눈이 요요히 빛났다.

“나? 너 같은 마녀 잡는 게 일이라서 말이지.”

“호호호. 혼자서 말이냐? 그깟 독이라면 제법 강했지만 나를 쓰러뜨릴 정도는 될 수 없다!”

“그래?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진백천은 기습적으로 검을 뻗는 듯하면서 반대편 손을 뻗었다.

천지만독수(天支萬毒手).

녹색의 독장이 정확히 이화란을 향해 뻗어갔다.

하지만 이미 늙은 요녀인 이화란은 매 순간 방심하지 않았다.

이미 기습적으로 독장이 뻗어오기 전부터 그의 움직임을 살피는 중이었다.

“독공을 익혔구나!”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여유롭게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검을 뻗으며 반격을 시도했다.

진백천은 검을 막아내려 했지만 연검은 뱀처럼 휘어지며 팔뚝을 베고 지나갔다.

“흐음.”

팔을 비틀지 않았다면 힘줄이 잘려나갔을 공격이었다.

‘확실히 전투에 익숙하다. 매 공격을 조심해야 돼.’

둘이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 배는 제법 나아가서 멀리 지암정(池巖亭)이 보이는 지근까지 다가갔다.

눈이 좋은 자들은 이미 괴물을 흉내 낸 이 배의 모습을 확인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저 작은 배에 타고 있는 자는 광동성의 성주인 유석경이다. 저곳에 금의위들이 즐비하게 대기하고 있을 건 불 보듯 뻔하지.”

“흥.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어차피 네놈들은 이곳에서 나한테 죽게 될 텐데!”

말은 표독스러웠지만 손속에서 급해 것이 느껴졌다.

연검이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진백천의 요혈을 노렸다.

카앙-

독고구검과 맞부딪치며 이리저리 불꽃이 튀었다.

그중 하나가 얼굴 근처로 날리며 뜨겁게 타들어 갔지만, 눈을 감을새 조차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든 손을 뻗어 정기를 빼앗을 순간만 노렸다.

진백천은 강하게 검을 휘두르며 이화란을 멀리 떼어놨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면 용서해 주지.”

“하하하하하! 누가 누구보고 용서해 준다는 거지? 저기 저자들 전부가 달려든다 해도 나는 도망칠 수 있다!”

“대신 지금까지 사람들을 납치하고 죽여온 게 너라는 사실이 온 천하에 알려지겠지. 제대로 도망칠 새도 없이 쫓기게 될걸?”

이화란의 여유롭던 얼굴에 금이 갔다.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하는 그녀의 성향은 지금의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실제로 지암정 근처에 있던 무인들은 평소처럼 도망치기보다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개 없이 나타난 배를 보고 괴물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흥! 어차피 흡정공의 대성을 위해 했던 일이다! 나는 네놈만 흡수하면 돼!”

이화란이 연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진백천은 뒤로 물러서며 괴물의 목을 밟고 머리까지 뛰어올랐다.

‘역시 조급해하는군.’

진백천이 반복적으로 이화란에게 말을 거는 것은 의도적이었다.

일부로 그녀를 조금씩 충돌질해서 급해지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이런 식으로 전투를 하다가는 나만 손해야.’

이화란이 먼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진백천으로써는 그녀를 붙잡기 어려웠다.

흡정공의 대성이라는 욕심을 이용해 직접 파고들게 만들어야 했다.

진백천은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당황한 척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것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이제 끝이다아아아!”

이화란은 어느새 진백천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득의만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만큼 진백천도 입술을 말아 올렸다.

“나야말로.”

진백천의 정수리를 향해 이화란의 손이 뻗어왔다.

그런 손을 맞이한 것은 독고구검이었다.

휘이이익-

날카로운 파공성에 손이 허공을 휘저으며 가슴팍으로 향했다.

머리 다음으로 가장 많이 진기가 모이는 곳이 있다면 단연코 심장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던 진백천은 호연보의에 내공을 주입했다.

투우웅-

호연보의에 닿은 이화란의 손은 강력한 반발력에 튕겨냈다.

이런 사태를 예상치 못한 이화란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진백천이 순순히 놓아줄 리 없었다.

“이제 내 차례지!”

‘후읍!”

진백천은 숨을 들이쉬며 빠르게 검을 내리그었다.

파강식(破彊式).

지금까지 묵묵히 모은 내력이 폭발하듯 검 끝으로 빠져나갔다.

거칠게 물결치는 강기의 파도가 공간을 가득 메우며 흡정마녀에게 쏟아졌다.

“허억!”

이화란이 재빠르게 도망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사방은 진백천의 강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이화란은 있는 대로 내력을 끌어올리며 앞으로 쏟아부었다.

콰아아앙!

내력끼리 부딪치며 이화란은 끈 떨어진 연처럼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녀의 전신은 강기에 의해 살갗들이 찢어지며 붉게 물들었다.

배의 갑판이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가만두지 않는다!”

이화란은 떨어져 내린 것보다 더 빠르게 재차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친 것은 재차 검을 휘두르는 진백천이었다.

“한 번에 끝내지 않아.”

처음 것보다 더한 위력의 파강식(破彊式)이 이화란의 전신으로 쏟아져 내렸다.

“아아아악!”

반사적으로 들어 올린 연검이 산산이 조각나며 그녀의 몸에 박혔다.

그런 순간에도 이화란은 몸을 뒤틀며 급소를 피해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는 순간에도 손을 뻗어왔다.

“어떻게드으은! 내 손에만 닿으며어어언!”

“한심하긴. 이것도 전부 예상했던 일이야. 이제 그만…….”

진백천은 담담하게 속삭이며 양손을 그녀의 심장을 향해 뻗었다.

전신에서 솟구친 붉은 기운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만들어진 강기는 피의 뿔처럼 공간을 가르며 나아갔다.

제2초.

혈각시 시즉산(血角矢 屍卽散).

피의 뿔이 쏘아지니 시체가 흩어진다!

“……떨어져!”

강기는 그대로 공간 자체를 찢어발기며 이화란을 집어삼켰다.

붉은 강기만큼이나 붉은 피가 사방에 피어올랐다.

이화란은 몸을 꿈틀거리며 바닥에 처박혔다.

놀랍게도 그녀는 다시금 일어서려 했다.

-……도망…… 쳐야 한다……. 도망……!

“이제야 속마음이 들리는군.”

이화란은 피를 흘리며 배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다.

그렇지만 아직 진백천의 공격은 끝이 나지 않았다.

괴물의 머리끝까지 올라선 진백천은 독고구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이게 마지막 공격이다.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

“아, 안 돼에에에!”

파강식(破彊式).

상공에서 쏟아진 강기의 파도가 괴물의 머리를 반으로 가르며 이화란을 쫓았다.

부상 당한 몸으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괴물의 배가 완전히 박살이 나며 침몰했다.

물보라가 사방으로 피어오르며 핏물을 집어삼켰다.

“하아하아. 피곤하네.”

진백천은 허공에서 몸을 비틀며 유석경이 있는 배 위로 올라섰다.

배의 파편 사이로 흡정마녀의 사체가 떠올랐다.

‘이제 끝인가?’

긴장이 풀리자 온몸 구석구석이 쑤셨다.

하지만 곧 뒤편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환호 소리에 진백천이 몸을 움찔했다.

“……뭐야 왜 이래?”

곧 마주한 것은 지암정(池巖亭) 근처에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당소예를 비롯한 진백천의 일행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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