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천동지-111화 (111/346)

제111화 이기어검

“아무래도 이상하오.”

왕위환의 말이었다.

지강백 일행이 나눠 탄 배는 모두 세 척이었다.

세 척 모두 보통 배가 아니라 수공(水攻)이 가능한 전선(戰船)이었다.

화포를 가득 싣고 활과 화살을 아낌없이 준비했다. 사람보다 작살을 더 많이 실었다.

그렇게 대비를 철저히 했는데, 이상했다.

“이제 코앞이 성도인데 이리 조용해서야…… 무림맹 놈들이 우리가 가는 걸 모르고 있나?”

왕위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그런데 그럴 리가 있나. 출발한 지 벌써 사흘이나 지났는걸. 전속력으로 성도만 가자기에 죽자고 달렸으니 모를 수가 없을 터인데?”

대비를 충분히 했기에 행적을 지우는 데 크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어차피 물 위에서 싸우는 일이라면 수적을 당해 낼 곳이 없었다. 그만한 자신감으로 내내 강을 달려왔다.

하지만 뭐라도 반응이 있어야 할 무림맹은 아예 귀를 막고 있는 것처럼 잠잠했다.

“어이, 거기 뭐 보이는 거 있냐?”

왕위환이 망루를 쳐다보며 물었다.

망루에 올라 외알 천리안(千里眼: 망원경)으로 눈알이 빠져라 전방을 살피던 수적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댔다.

“큰형님은 어떨 거 같소?”

왕위환이 지강백에게 물었다.

그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지강백을 큰형님이라고 불렀다.

같은 사문은 아니니 대사형이라 칭할 수는 없지만 제 형의 대사형을 허투루 대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생김새나 음성이 모두 생전의 왕대환과 비슷한 탓인지 별로 위화감이 없었다.

“이대로 성도에 배를 대도 괜찮겠소?”

“글쎄.”

섣불리 답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귀신눈 구악이 끼어들었다.

“말씀들 나누실 것 같으면 다른 분들도 불러올까요?”

지강백과 다시 만난 뒤로 구악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겼다.

지강백의 곁에서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며 그의 잔일을 모두 챙기려 든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구악과 적하조는 약간의 마찰을 겪기도 했다.

적하조는 갑자기 끼어들어 지강백과 세상에서 둘도 없이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하는 구악을 눈에 거슬려 했고, 구악 또한 그쪽은 대체 뭔데 하늘 아래 단둘이 남은 사형제지간을 방해하느냐는 식이었다.

적하조가 구악을 슬쩍 밀면서 말했다.

“내가 다녀올게. 다들 뱃머리로 나오라 하면 되나?”

구악이 적하조의 뒤꿈치를 노리고 발끝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웬걸요. 건너편 배에 타고 계신 분들도 부르려면 제가 낫지요.”

“어째서? 신법은 내가 더 빨라.”

“수채 생활해 보신 적 있습니까? 건너편 배와 어찌 말을 주고받는지는 압니까?”

“냅다 소리 지르면 알아서들 듣겠지. 다들 이목 창창한 고수들인데.”

“원 참. 가뜩이나 무림맹이 무슨 수작질인지 모르는 이 판국에 소리를 지르다니. 아주 이놈 저놈 다 잘들 듣겠습니다요.”

“이제껏 코빼기도 안 보인 놈들인데 새삼 내가 소리 한 번 질렀다고 무슨 큰일이……”

지강백이 두 사람의 말싸움을 끊었다.

“그럴 필요 없다.”

“음? 없어?”

지강백이 눈짓으로 선루를 가리켰다. 때마침 선루에서는 호곽과 남궁진현, 제갈단우를 비롯한 사람들이 나서고 있었다.

구악과 적하조가 실랑이하는 소리가 들린 모양이었다.

“곧 성도라고?”

호곽이 성큼성큼 걸어 먼저 뱃머리에 다가섰다.

그가 안력을 높여 전방을 살폈다.

“……과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함정일 것 같습니까?”

제갈단우가 물었다.

“무림맹에서 수상전(水上戰)을 준비할 여력이 안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예 뭍으로 내려섰을 때를 대비했을 수도요.”

“그런 것치곤 너무 조용한 것 같은데. 이런 식이라면 오히려 함정인 게 너무 표시가 나지 않겠나?”

남궁진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무림맹 내부의 상황을 알 필요가 있겠군.”

제갈단우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썬 무리입니다.”

제갈단우가 무턱대고 성도행에 합류한 것은 아니었다.

무림맹 내부에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사람 정도는 심어 두었다. 문제는 얼마 전부터 연락이 뚝 끊어졌다는 것이었다.

“무림맹으로부터 오는 모든 연락이 단절되었습니다. 아마도 정체를 들킨 듯한데…… 그렇다는 것은 무림맹에서도 이쪽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쪽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면 함정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왕위환이 그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애들 몇을 보내서 뭍이 어떤지 보고 오라 일러도 되오. 잠깐 살펴보고 빠지는 거야 무에 문제가 되나.”

지강백이 반대했다.

“아니. 정말로 함정이 있다면 정찰대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어. 그런 것은 원치 않는다.”

“이이고, 큰형님. 뭐 그리 미리 걱정을 하시오. 발 날랜 애들로 골라 후딱 다녀오라 하면 될 게요.”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가지.”

“으음?”

왕위환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고 적하조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나도 같이 가. 내가 발은 빠르잖아.”

구악이 손사래를 쳤다.

“어디 대사형이 움직이십니까. 그건 아랫것들에게 맡기시고……”

쿵! 퉁퉁!

그때 갑자기 돛대에 걸터앉아 있던 독귀가 갑판으로 훌쩍 뛰어내리는 바람에 다들 고개를 돌렸다.

후다닥 달려온 독귀가 지강백의 소맷자락을 쥐고 흔들어 댔다.

“저, 저거! 저거 살려야 한다!”

“예? 무얼 말입니까?”

“저거! 저거! 저거 말이다!”

독귀가 손짓하는 하늘 저편에는 까만 점 두 개가 보였다.

점들은 순식간에 커졌다. 그것은 하얗고 작은 비둘기 한 마리와, 그 비둘기를 맹렬한 속도로 뒤쫓아 오는 매 한 마리였다.

“난 또 뭐라고.”

적하조가 한숨을 탁 내쉬었다.

“아, 나 참. 영감 드디어 노망이 나셨나! 지금 무림맹이 함정을 팠느냐 안 팠느냐 이 중요한 얘기를 하는 와중에 꼭 그렇게 나와야겠어요?”

“아, 엄한 새가 죽게 생겼잖느냐!”

독귀가 발을 동동 굴렀다.

적하조가 콧김을 흥 내뿜었다.

“그래서요? 큰 놈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왜 작은 놈만 갖고 그런데.”

“그럼 저걸 죽도록 내버려 두고 있으라고?”

“아유, 영감 새도 아닌데 왜 그래요. 이번에는 저 새가 돌아가신 부인 환생이라고 우길 참인가?”

그 말에 지강백의 소매를 붙들고 늘어진 독귀의 두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러면 어쩔 테냐! 새들은 원래 빨리 죽고 빨리 태어나니 고새 환생했을 수도 있지! 아, 너는 할 수 있지? 어서 좀 살려다오!”

“어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새 타령이나 하고 앉았을 때가 아니라고요. 진짜 무림맹이 코앞인데 왜 그런 투정을…… 응?”

그때 적하조는 갑자기 앞섶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범인은 지강백이었다.

“이것 좀 빌리자.”

지강백이 적하조가 품속에 늘 넉넉히 챙겨 넣고 다니는 수십 개의 암기 중 손바닥 반만 한 크기의 수리검을 들고 있었다.

“그야…… 빌리는 거야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다지만 그걸 그렇게 네가 막 알아서 가져가고 그러면 명색이 살수인 내가 좀…….”

슷!

작달막한 칼이 날아갔다.

허공으로 솟구친 칼은 아주 빠르고 곧게 날아간다는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게 없었다.

“오호?”

그러나 지강백이 던져 낸 칼은 비둘기를 지나치면서부터 달라졌다.

갑자기 속도가 눈에 뜨일 정도로 늦춰진 것이다.

수리검을 던져 낸 힘이 다해서 그런 것은 또 아니었다. 속도를 확 늦춘 검은 여전히 곧게 매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

매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빠르되, 매가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어…… 우와!”

적하조가 탄성을 질렀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였다.

“저건 말로만 듣던 이기어검……이라 해야겠군.”

이기어검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려왔다.

검이 너무 작은 데다 아무것도 베질 못했으니 딱히 대단한 무공인 듯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런데도 외려 그 점이 더 인상 깊었다. 지강백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이기어검을 펼쳤다.

언제 어느 때고 원하는 것을 위해 그 어떤 무공이라도 펼칠 수 있는 경지.

지강백은 지금 그런 곳에 있을 터였다.

“저 새를 살펴야겠습니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비둘기를 좀 더 지켜보고 있던 지강백이 말했다.

비둘기는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힘이 다한 탓인지 날개를 젓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슷.

말을 마치는 순간 지강백의 신형이 사라졌다.

“으엉?”

지강백을 찾아 두리번대던 적하조가 이어서 눈을 부릅떴다.

“말도 안 돼!”

방금 전 아무것도 아닌 이기어검처럼 아무 일도 아닌 듯 배 아래로 몸을 던진 지강백이 물 위를 슥슥 달려갔다.

“허…… 등평도수까지?”

비둘기와 거리를 좁힌 지강백이 오른발을 들어 왼쪽 발등을 밟고 신형을 띄웠다.

몸을 약간 솟구치자 하늘을 날던 비둘기가 그의 소매 속으로 쑥 들어왔다.

그조차도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보였다.

지강백은 일상처럼 고저 없는 표정과 평연한 호흡을 한 채 돌아왔다.

그냥 잠깐 별일 아닌 일이 스쳐 지나간 듯싶었다.

하지만 다들 말을 잃었다. 누구도 지금 지강백이 한 일을 별일 아니라고 여기지 않았다. 지금에 비하면 오히려 지강백이 천하무도회에서 일으켰던 파란이 별것 아닐 것이다.

“그게…… 그때와 또 달라진 것…… 같습니다만.”

제갈단우가 더듬대며 입을 열었다.

백룡호에서 지강백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얼얼하게 남아 있는 그에게 방금 전 이기어검과 등평도수는 충격보다 더한 것이었다.

―예선에서 저자와 맞붙게 된다면 다들 어떡할 거야?

아미파 후기지수인 지전영의 낭랑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때 제갈단우는 지전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명의 종남파 제자 하나가 명문 정파의 이 쟁쟁한 후기지수들을 어떻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던 탓이었다.

제갈단우는 자신이 그저 작은 우물 안에서 살고 있던 아주 작은 개구리였음을 깨달았다.

우물 밖 세상은 그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우물 안에 있는 한 모두가 개구리였다.

그때, 우물 밖 세상에는 종남파가 있으며 지강백 같은 일대제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강호는 지금 이런 꼴을 겪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지강백은 개구리의 눈에 비친 세상이 별일 아니라는 듯 여상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습니까?”

“불가능하진 않았다.”

“아…… 그럴 수도 있군요.”

그 말을 끝으로 제갈단우가 입을 다물었다.

우물 안에서 맛보았던 자괴나 질시가 사라졌다. 그는 몹시 개운한 얼굴이 되어 지강백을 쳐다볼 수 있었다.

그럴 수도 있었다.

제 또래인 그가, 하필이면 그 종남파 출신인 그가 천하제일기의 주인인 지월과 맞설 수도 있었다.

어쩌면 지월을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저는 그것을 바라보며 우물 밖으로 나오길 잘했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 살았냐? 안 죽었냐?”

독귀가 제갈단우를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무사합니다.”

지강백이 소매 속에서 비둘기를 꺼내 주었다.

독귀가 헤벌쭉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 참. 정말로 이번에는 비둘기 부인을 맞을 셈이에요?”

적하조가 타박하는 소리는 독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는 새하얀 비둘기를 받아 들고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째 낯설지가 않냐. 저 멀리서 봤을 때부터 내 그냥 살려야겠다 싶…… 으음?”

그러다 독귀는 비둘기의 부리 끝에 빠져나온 가는 실을 발견했다.

“으음? 이건 금충이가 쓰는 수법인데?”

“엑? 뭐라고요?”

독귀가 서둘러 실을 잡아당겼다. 비둘기가 부리를 벌리고는 가슴을 몇 번 들썩이더니 뭔가를 칵 내뱉었다.

끄트머리가 실에 꿰인, 아주 작고 얇은 대나무 한 토막이었다.

독귀의 말대로 하오문주 문익상이 전서를 안전히 옮기고자 할 때 쓰는 방법이었다.

대나무를 살살 돌리자 반으로 쪼개지며 그 안쪽에 깨알만 한 크기로 적어 놓은 글자가 드러났다.

“허……!”

하오문의 은어(隱語)를 다 읽어 낸 독귀가 좋지 못한 표정으로 지강백을 돌아보았다.

“아, 영감! 뭐라고 쓰여 있는데요?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요, 어서.”

“시끄럽다. 너는 저리 비켜 있어.”

적하조의 머리통을 옆으로 쑥 밀어낸 독귀가 지강백을 향해 말했다.

“금충이가 왜 난데없이 무림맹 안에 들어갔다는 건지는 내 모르겠다만, 여하간 금충이가 하는 말이 올 거면 촌음이라도 빨리 오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올 생각도 말라는구나.”

“그건 무슨 뜻이겠습니까?”

“난들.”

독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무림맹도 뭔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소리가 아니겠냐?”

왕위환이 물었다.

“빠르다는 게 얼마나 빨라야 한다는 소리요? 어떡할까, 큰형님. 배 돌려야겠소?”

지강백은 자신과 함께 무림맹의 적이 된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팔을 잃은 남궁진현을, 부인을 잃은 독귀를, 영웅건을 잃어버린 호곽을, 사형제들을 잃은 구악을, 가주를 잃은 제갈단우를, 어느샌가 친우가 된 적하조를,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아니요. 얼마나 늦었을지 모르겠지만 가겠습니다.”

무림맹이 존속하는 한 이들이 무엇을 얼마나 더 잃을지 알 수 없었다.

지강백은 제 곁으로 와 준 사람들에게 더는 무엇도 잃게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생각이 다른 분은 배를 돌리셔도 됩니다. 무림맹에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지강백의 마지막 말은 예의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래서 다들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전속력으로 가자.”

호곽이 삼첨양인도로 갑판을 쿵쿵 찍으며 왕위환을 채근했다.

“이미 전속력이지만 까짓 더 빨리 해 봅시다. 어이, 다들 들었냐!”

“예이!”

수적들이 소리 높여 대답했다.

갑자기 뺨에 닿는 바람이 아파졌다. 이미 빠른 속도로 물 위를 달리던 배에 갑자기 날개가 돋은 듯했다.

“자네는 불을 지르는 재주가 있어.”

남궁진현이 지강백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지강백은 걱정을 숨기지 않은 채 대꾸했다.

“모두가 무사할 거라는 장담은 없습니다.”

“장담한다고 믿는 이들도 없을 걸세. 자네는 아직 강호를 몰라. 그래서 그렇게 불을 지를 수 있는 것이겠다만.”

남궁진현이 허리춤에 매고 있던 검집을 풀었다.

먼저 쓰던 칼이 지강백에게 부러지고 난 뒤 새로 마련한 칼이었다.

지금은 장식품도 되지 못하는 물건이었지만 남궁세가의 이름이 새겨진 그것은 충분히 날카롭고 예리한 명검(名劍)이었다.

“받게.”

“왜 이걸…….”

“빌려주는 걸세. 쓸모가 없어지긴 했지만 들고 다니지 않으면 아직 허전하긴 하네. 그자의 팔을 베고 나서 다시 돌려줘야 할 걸세.”

거절할 수 없는 제의였다.

지강백이 남궁세가의 칼을 받았다.

“반드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부디.”

그들의 등 뒤로 독귀가 다시 하오문주를 찾으라며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이어 정인과 생이별을 한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는 그를 적하조가 마지못해 달랬다.

제갈단우는 기억을 뒤져 스스로 그려 낸 사천당문의 지도를 다른 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황보세가의 사람들이 제갈가의 일을 거들었다. 진주언가의 사람들은 병기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호영장의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장강수로십팔채의 배 세 척이 성도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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