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천동지-104화 (104/346)

제104화 침투 (1)

사천성, 성도.

서북쪽의 거대한 부지를 전부 차지한 장원은 이제 무림맹이라는 현판이 걸렸다.

한때는 사천당가로 불렸던 곳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얼마 전부터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더니 마침내 오늘, 숭산에서 출발한 무림맹의 인사들이 도착해 빈집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봉문 중이었던 사천당문이 왜 이렇게나 텅 비게 되었는지, 그 자그마한 의문은 소란함에 스리슬쩍 사라졌다.

사천당문의 장원을 무림맹 본관으로 쓰겠다는 맹의 요청에 의해 알아서 자리를 비웠겠거니 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내원의 한편에 보승실이 마련되었다.

무림맹의 보승실은 마교 척살을 행하며 아마도 당금 강호에서 가장 바쁜 곳이었을 것이다.

구파일방의 인사들이 시시때때로 드나들며 늘 정신이 없던 그곳이 오늘만큼은 한적했다.

보승실을 맡은 감원이 아직 정리가 필요하다며 사람들을 모두 물린 탓이었다.

그렇게 텅 빈 보승실에는 범광이 홀로 앉아 있었다.

“이제 말씀하셔도 됩니다.”

아니,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와 함께였다. 또 다른 이가 주의 깊게 몸을 감추고 있기에 보이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럼.”

잔뜩 소리를 죽인 대답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감원은 탁자 앞에 앉아 무림맹의 직인이 찍힌 서찰들을 훑어보는 자세 그대로였다.

감원의 등 뒤로 그림자가 길게 이어졌다.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어둠 속에 주저앉아 있는 백사준이 있었다.

“그럼 이제 감원께서도 마음을 먹은 거라 봐도 되겠소?”

“……그렇습니다.”

“다행이오. 정말로.”

“…….”

범광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그는 지금 방장의 시해를 의논하고 있는 것이다.

지월이 더 이상 지월이 아니라는 것에는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그 방법이었다.

“놈은 짐작대로 몽혼진 안에 틀어박혔소. 끌어낼 건지, 아니면 침투할 건지 그것부터 정해야 하오.”

감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침투하려면 인원이 적을수록 좋겠고 끌어내려면 반대로 인원이 많아야 할 것입니다.”

“인원을 늘리려면 놈의 정체를 밝혀야 하지. 그게 가능하겠소? 놈은 결코 남들 앞에서 제 모습을 보이려 들지 않을게요. 섣불리 덤비다간 외려 이쪽이 마교로 몰릴 가능성이 크오. 이제껏 다른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무아미타불…….”

탄식처럼 조용히 염불을 외운 범광이 물었다.

“사천당문이나 남궁세가를 두고 하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않겠소?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했잖소. 특히나 종남파는.”

“…….”

범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껏 지월이 아닌 자의 옆에서 애써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살아온 대가가 무고한 이들의 죽음이었다.

그것은 모두 제 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습이 낫겠습니까?”

“그럴 거라 보오. 하지만 나는 자신 없소.”

백사준이 습관처럼 뺨을 더듬었다. 뺨에 새겨진 상처는 지금도 간혹 욱신대는 통증을 호소했다.

“부러진 뼈는 붙었지만 아직 움직임이 시원찮소. 삼 초나 버텨 낼 수 있을지 모르겠소. 감원은 어떠시오?”

감원이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역시 방장을 상대할 재주는 없습니다. 방장께서는 십 년 전에 이미 화경에 이르셨습니다.”

백사준이 입을 벙긋거렸다.

꼭 뭍으로 떨어진 물고기가 놀라 헐떡이는 것 같았다.

“……십 년 전에 화경이라니. 그렇다면 지금은 짐작도 할 수 없겠군.”

“그렇습니다. 암습은 그저 헛된 죽음만 남기게 될 것입니다.”

백사준이 잇새로 뭔가 욕설을 토했다.

“……아니야, 그럴 순 없어. 내가 죽으면 놈의 정체를 아는 인간이 하나 더 줄어드는 꼴밖에 안 되오. 그것은 감원도 마찬가지요.”

잠시 얘기가 끊겼다.

범광이 주저하며 입을 떼었다.

“혹…… 방장을 되돌릴 방법은 없겠습니까?”

백사준이 휙 고개를 치켜들었다.

“진심이시오?”

그 말은 마교와 손을 잡자는 뜻이었다.

지월의 몸을 가로챈 것이 마교의 수법이라면, 그것을 되돌릴 방법도 오로지 마교만이 알 것이기 때문이다.

“방장을 향한 제 미련이 너무 과하다고 하실 참입니까?”

“아니…… 아니. 그렇지 않소. 확실히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다면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

마교와 손을 잡는 방법.

백사준의 입매가 씰룩였다.

“어처구니가 없군…… 서역 정벌 하나를 위해 그간 이 지랄을 벌여 왔는데 이제 와 마교에 기댈 방법을 궁리하는 처지라니. 하, 하……!”

백사준의 웃음은 자괴이자 자책이었다.

천하무도회가 있기 하루 전날.

지월은 그렇게 말했다. 용천휘는 마교의 소교주이며 그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마교 내부의 적이 천하무도회에 숨어들었다고. 중원의 도움을 얻으면 그는 그대로 서쪽으로 돌아가 이번 대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겠다고.

“그때…… 그 말을 믿었어야 했던 것을.”

백사준이 탄식했다.

그랬다면 아무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백사준은 자신이 왜 지월의 말을 그토록 불신했는지 알고 있었다.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말을 믿어 버리면 서역 정벌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모두가 내 탓이오, 감원. 내 탓이오.”

진작 아문 거죽의 상처가 밤새도록 울어 대는 것은 모두 그 탓이었다.

“제 탓도 됩니다, 백 소방주. 저 역시 방장께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진작부터 하고 있었으면서 이제껏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탓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바로잡아야 했다.

마교와 손을 잡아서라도.

백사준이 그림자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교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소.”

“예.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백사준이 사라졌다.

보승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 * *

“아니 됩니다, 소방주님.”

“뭐라고?”

백사준은 제 귀를 의심했다.

“앞으로 소방주님 개인의 일로 연통을 쓰는 것은 절대 불가라 이미 말을 들었습니다.”

백사준은 저도 모르게 이 말을 한 제자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쾅!

“윽!”

“너 미쳤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냐!”

머리통을 감싼 제자가 그에게 눈을 흘겼다.

“아니, 그럼 어쩝니까. 저라고 뭐 좋아서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신개(神丐)께서 직접 보내오신 명이 그런 것을 어쩝니까?”

팔중신개 풍덕포로부터의 직언이라 하자 백사준의 표정이 달라졌다.

“뭐? 사부님께서? 아니, 서쪽에서 땀 뻘뻘 흘리고 있을 양반이 왜 내게 그런 소리를 해? 뭐 어디 쉰밥이라도 잘못 받아 드셨다냐?”

“웬걸요. 소방주님이 접때 그래 다쳐 오신 걸 일장로께서 크게 문제 삼아 결국 신개께서도 알지 않으셨습니까.”

“일장로? 그 노망난 영감탱이가……!”

“신개께서 타구봉을 소방주님께 맡길 때 애초에 제일 반대하셨던 게 일장로와 그 무리들이었고, 신개께서는 늙은이들 고집으로 괜히 젊은 놈 잡지 말라며 싸우지 않으셨습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냐고 큰소리까지 치셨지요. 그런데 소방주님이 타구봉마저 부러트리고 오셨으니…….”

“끄응. 일장로가 아주 이때다 싶어 달려들었겠군.”

“어휴, 참. 말도 마십시오. 요새 방이 얼마나 흉흉히 돌아가는지 아십니까? 소방주님께서는 한동안 정신 못 차리고 술이나 퍼 드시고, 술 좀 끊나 싶더니 이제는 팔다리 부러진 병…… 아니, 큼. 저…… 환부가 되셨고요! 밑에 저희들만 아주 죽어났습니다요.”

“으아…… 니미럴. 여기나 저기나 아주 사방팔방 쌍으로 개판이 났구나.”

“암만요.”

덥수룩한 머리털을 이래저래 꼬며 일대제자 양학이 쐐기를 박았다.

“어쨌거나 저는 연통 못 해 드립니다요. 걸리면 일장로가 아니라 신개께 죽습니다.”

“그 전에 나한테 죽는 건 모르겠냐?”

“차라리 죽이십시오.”

정색을 하는 양학을 보며 백사준도 그간 손을 놓았던 개방 내의 분위기를 짐작했다.

“장난이 아닌 모양이지.”

“그간 소방주님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무리가 제법 있지 않았습니까? 그간은 원체 혼자 잘하시니 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신개께서 손쓸 도리도 없이 저 멀리 계시고, 소방주님은 마침 적당히 사고를 쳐 주시니…… 뭐, 저는 여기까지만 말씀 올리겠습니다.”

요컨대 지금 백사준은 개방 내에서도 끈 떨어진 연 신세라는 것이었다.

그건 지금 무림맹이 돌아가는 분위기와도 연관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일장로 정도 되는 여우라면 맹이 삐걱대며 간신히 굴러간다는 것을 눈치챘을 테고…… 뭔가 대가리를 달리 굴리고 있다는 소린데. 그러니 내가 설치는 것을 막겠다는 건가.”

양학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 소방주님. 말씀 가리십시오. 이 넓은 장원에 말 옮길 쥐가 어디 한두 마리겠습니까?”

“일장로가 이렇게 나오는 게 갈 데까지 가자는 소리야.”

양학이 표정을 바꿔 목소리를 낮췄다.

“예, 맞습니다. 신개께서 돌아오실 날이 기약이 없는 한 소방주님도 항시 몸가짐 신경 쓰셔야 합니다.”

그냥 흘려듣기에는 너무 엄청난 소리였다.

“너, 설마…….”

정색을 하는 백사준을 향해 양학이 손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지금은 오히려 연통 띄워 준다는 놈들이 더 수상합니다. 행여나 다른 놈들 더 찾아보실 생각은 마십시오. 일장로께서 아무래도 소방주님 뒤를 캐는 것 같기도 하단 말입니다.”

“그……”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제가 드린 말씀 명심하십쇼.”

“저기, 잠……!”

그러나 양학은 허리춤에 늘어진 노끈을 부여잡고는 재빨리 달아나 버렸다.

백사준이 쫓아오지 못할 것을 알기에 한 행동이었다.

“……깐만, 젠장.”

백사준이 내원의 한 꽃나무 아래 털썩 주저앉으며 머리를 북북 긁어 댔다.

“저놈들이 저렇게 나오면 나는 그야말로 손발 묶여 꼼짝도 못 하는 신세가 되는 건데…….”

머릿속이 복잡했다.

“방법을 찾아야 해, 방법을.”

백사준의 눈이 한때 사천당문이었던 거대한 장원을 훑었다.

분명히 이 어딘가에 틈이 있을 것이다.

백사준이 틈을 발견한 것은 육 일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 * *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천에 자리를 잡게 된 이후로 연달아 생기는 자리였다.

알게 모르게 다들 불만과 피로가 중첩된 표정들로 제 자리를 지키고 섰다.

무림맹이 발족한 지도 벌써 넉 달.

이제 슬슬 재화의 압박이 몰려올 시기였다.

맹에 복속된 인근의 방파가 상납해 온 재물도 상당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쓰는 돈은 훨씬 더 많았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라는 거대한 세력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데 드는 돈은 늘 생각 이상이었다.

상납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다가는 각 문파의 곳간 문까지 열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

가장 큰 걱정은 정작 아직 서역 정벌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간의 성과를 따지면 지칠 만도 했다.

그들은 고작 두 명의 마교를 상대하며 그 많은 돈과 사람을 허무하게 잃고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외까?”

누군가가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수뇌부를 한자리에 모은 범광이 그 말을 받았다.

“하오문주로부터 서신이 왔습니다.”

“뭐라고? 하오문주?”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그가 살아 있었냐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대체 뭣들 했기에 하오문주가 멀쩡히 살아 도망치도록 했냐는 둥, 제갈세가와 무당에 대한 비난이 한차례 쏟아졌다.

그것들 중에서는 하오문주에 대한 분노가 가장 컸다.

“하? 마교의 주구가 대체 무슨 염치로!”

백룡호를 향했던 이백칠십의 무인이 그 절반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 분노가 하오문주에게로 쏠렸다.

“허나 무시하기엔 어렵습니다.”

범광이 하오문주가 보낸 서찰을 꺼내 들고 좌중에게 돌렸다.

서찰은 이게 다 뭔가 싶을 정도로 길었다.

“보시면 알겠지만 마교에 대한 정보가 상세합니다. 하오문주는 그 이상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합니다. 마교가 부리는 사술과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허……!”

잠시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청성의 장로가 물었다.

“다들 하오문을 믿으시오? 그런 비렁뱅이들을? 하오문은 제 발로 마교의 주구가 되지 않았소?”

그렇다는 의견과 아니라는 의견으로 다들 팽팽히 긴장감을 세웠다.

“저 역시 지금으로써는 하오문을 십 할 신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범광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따라서 하오문을 일단 한번 시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감원께서는 무슨 생각이 있소? 아니면 혹 맹주께서 이르신 일이오?”

범광의 얼굴에 미묘한 망설임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 작은 변화라 대부분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하오문주를 무림맹 안으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그의 신원을 감시 하에 둔 다음 가져온 정보가 맞는지 확인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미파의 의정신니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미타불…… 무림맹에서 어찌 잡배의 방도를 따르려 드시오.”

즉각 비난이 쏟아졌다.

“잡배의 방도라니? 아미는 마교를 상대하며 언제까지 그리 고상을 떨 생각인 게요?”

“고상이라니. 그럼 이 빈니가 틀린 말을 했소이까? 구파일방이 모여 세운 무림맹이외다. 우리가 정도를 지키지 않는다면 강호가 어찌 되겠소?”

“아미는 이제껏 마교에 잃은 것이 없으니 그리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오!”

“태호 진인!”

연이어 터지는 긴장은 범광이 나서야 말릴 수 있었다.

“맹주께서 직언하신 일입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다행히도 범광이 속으로 연신 아미타불을 중얼거리고 있음을 알아채는 이는 없었다.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따라 주시길 바랍니다. 아홉 문파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게다가 서역까지 갈 길이 구만리는 남은 지금, 중원 땅에 숨어든 마교의 잔당을 몰아내는 일보다 더 시급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정도는 마교를 상대하며 논할 일이 아닐 줄 압니다.”

범광이 그렇게 나오자 의정신니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몹시 못마땅한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긴 했지만 의정신니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하오문주를 이곳으로 들이겠습니다.”

범광의 지시에 따라 나한승들이 문익상을 무림맹 내부로 안내했다.

* * *

“길이 막힌 것 같군요.”

지강백의 말에 호곽이 말고삐를 당겼다.

“……막혔다니? 어디서?”

호곽이 안력을 높여 전방을 살폈다.

산과 산이 겹치는 사이에 이어진 좁은 소도(小道)는 좌우가 칼로 자른 듯한 절벽으로 막힌 곳이었다.

좁은 대신 긴 길은 저 멀리까지 비어 있었다.

지강백은 아무것도 없는 길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리가 들립니다. 백은 넘을 것 같군요.”

“엄청난 청력이로군. 아니, 물론 백이라는 숫자는 만만하지 않겠고. 하지만 이쪽과 얼추 비슷한 숫자니 크게 문제는 안 될 걸세.”

지강백은 힐긋 고개를 돌려 호영장의 무인들과, 그들이 호위하는 마차에 타고 있는 남궁진현 쪽을 바라보았다.

“무림맹의 정예 고수들은 아닐 겁니다. 사천에서 출발했다면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분명 합천관이겠군. 이 근방에 있는 데다 관주가 무당의 속가제자 출신이지.”

남궁진현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지강백과 호곽이 주고받는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허나 쉬이 볼 수는 없을 걸세. 합천관주 곽원호는 재미있는 물건들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군.”

지강백이 물었다.

“재미있는 물건들이란 뭡니까?”

“이를테면,”

남궁진현의 말은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퍼엉!

거대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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