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천동지-96화 (96/346)

제96화 해후

“으읏!”

피하기엔 너무 빨랐다.

츳!

아차 하는 사이 검이 내뿜는 살기에 살갗이 갈렸다.

용천무가 쌍장을 내밀었으나 지강백은 피할 생각도 없이 검을 밀어 넣었다.

그러나.

“……!”

용천무의 목이 갈리기 직전, 검기가 씻은 듯 사라졌다.

진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끌어 올린 진기가 모조리 고갈된 것이다.

검을 쥔 손이 푸르르 떨렸다.

“놈! 죽어라!”

용천무가 대력금강장을 뿜어냈다.

퍼억!

정면으로 두 번째 장을 얻어맞은 지강백이 밑동 썩은 고목처럼 쓰러졌다.

검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려 했으나 그보다 울컥대며 쏟아져 나오는 핏덩이를 뱉어 내는 게 먼저였다.

“하앗!”

용천무가 왼손으로 수도(手刀)를 세웠다.

그는 마치 빚을 되갚으려는 것처럼 지강백의 목덜미를 노렸다.

그러나 그때.

우우우웅!

지면이 요동을 쳤다.

용천무가 잠시 균형을 잃었고, 그사이 수라안이 발현되었다. 지강백이 남은 힘을 쥐어짜 반 토막짜리 칼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용천무는 마치 그렇게 정해지기라도 한 듯, 지강백의 목 대신 칼을 후려쳤다.

슷!

손가락이 베였다.

그 또한 아주 작은 상처일 뿐이었다. 상처에서 검은 피가 한 방울 툭, 떨어졌다.

“……놈!”

그러나 용천무는 대경해 뒤로 물러섰다.

그 틈을 타 백연이 지강백을 잡아끌었다. 지강백이 놀랄 틈도 없었다. 사실 이런 짓을 하고 있는 백연 본인이 가장 놀랐을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센 진동이 모두를 후려쳤다.

우르릉, 쾅!

요란한 폭음이 뒤를 이었다. 이어서 느껴지는 것은 강렬한 물비린내였다.

세 번째 사문이 무너진 것이다.

“자리를 떠라. 이곳은 곧 물에 잠길 것이다.”

자박대는 걸음 소리와 함께 검은 천으로 전신을 감싼 누군가가 다가와 용천무에게 말했다.

두 눈을 빼면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두꺼운 천을 뚫고 번지는 음성은 사내인지, 여인인지도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채희유였다.

그녀의 몸에서는 희미한 물비린내가 났다.

세 번째 사문을 무너트린 것은 그녀였다.

용천무를 말리기 위한 최선의 수라고 판단한 결과였다. 자신이 나서서 지강백을 보호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용천휘가 그러했던 것처럼, 용천무가 행여나 저를 움직이기 위해 지강백을 이용하는 일은 없기를 바랐다.

그런 것은 아예 싹조차 만들지 않을 것이다.

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용천휘를 없애고, 파루나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면.

용천무로부터 새 몸을 얻는 방법을 알아내서 평범한 여인이 되면.

그러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바람이 되어 그에게 달려갈 것이다.

“뭐? 아직 놈을 못 찾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용천무가 채희유를 향해 왈칵 소리를 질렀다.

채희유는 지강백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등을 돌렸다.

곁눈질도 주어서는 안 되었다.

이 망가진 모습을 그가 알아채서도 안 되었다.

사지를 구속해 놓은 금제를 그가 결국 풀었음이 안타까웠다. 망각독에서 헤어 나온 것도 안타까웠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니 저를 대신해 죽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동안 몹시도 아팠을 것이다.

계속 몰랐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강백은 이 자리에 있었고, 채희유는 오로지 한 가지만을 바랐다.

제발.

내가 누군지 모르기를.

제발.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기를.

제발.

“그 몸은 물에 젖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 전에 피해야 할 것이다.”

채희유의 경고대로 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이 세상 끝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거칠고 위협적인 소리였다.

수천 년을 제자리에서 고여 만들어진 역한 물비린내가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놈을 놓…… 망할!”

용천무가 돌연 욕설을 내뱉었다.

쏴아아아아!

소리보다 빨리, 물이 들이닥쳤다.

거대한 괴물처럼 달려온 물이 삽시간에 전부를 뒤덮었다. 사성진이 만들어 낸 미로는 이제 굽이굽이 휘몰아치는 사나운 강이 되었다.

“이런 더러운 물이라니! 제기랄!”

물에 휩쓸린 용천무가 질색을 하며 몸을 솟구쳤다.

“어디야! 어디 있나!”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채희유를 찾았다.

물에 젖는 순간 독기가 번져 나올 것이다. 물속에 잠긴 인간들이야 몇이나 죽든 상관이 없었지만 그로 인해 채희유의 정체가 드러나면 곤란했다.

“어디 있냐고!”

채희유는 금제로 인해 몸의 균형을 잃은 뒤부터 검은 천으로 온몸을 꽁꽁 감추고 다녔다.

이렇게 거센 물살에 휩쓸리면 팔다리를 저을 수도 없을 것이다.

“빌어먹을! 설마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

용천무가 신경질적으로 안력을 돋우었다.

그때 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수면 위로 불쑥 떠오르는 묵직한 검은 천 조각이 보였다.

“저기 있군.”

타다닷!

불영선하보가 발휘되었다.

용천무를 물 위를 걷듯이 달려 채희유의 몸을 감싼 천 조각을 건져 들었다.

“으음…….”

채희유가 물기 젖은 신음 소리를 흘렸다.

“멍청하긴. 독인이 물에 빠지면 어쩌자는 겐지. 알아서 피할 일이지.”

용천무가 채희유를 붙들어 세웠다.

“갑시다.”

“아……”

그러나 채희유는 용천무에게 매달려 허우적대면서도 한사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물속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시선을 고정시킨 채 넋을 놓고 있었다.

“왜 그러는 거야?”

용천무가 물었다.

채희유는 대답 없이 거센 물살을 향해 손을 뻗을 뿐이었다.

무언가가 있었다.

방금 전 물살에 휩쓸려 가라앉던 그녀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던 무언가가.

“나 참. 환장하겠군.”

용천무가 채희유를 짐짝처럼 들어 올렸다. 채희유가 버둥거렸다. 용천무는 그녀의 반응을 무시했다.

“쯧. 이 몸이 이런 짓까지 해야 한다니…… 얌전히 붙들고 있어.”

휘익!

그리고 용천무는 나머지 무림맹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쏴아아…….

물은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 나갔고 그 뒤로 하나둘씩 시체가 떠올랐다.

* * *

“정신 차리시오!”

철썩!

백연이 지강백의 뺨을 후려쳤다. 다행히 지강백은 곧 눈을 떴다.

“……!”

발아래로는 세찬 물줄기가 흘렀고 전신이 흠뻑 젖었다. 축 늘어진 몸이 아직 덜 무너진 담 어딘가에 걸쳐진 상태였다.

백연이 그를 건져 올린 듯했다.

잠깐이긴 해도 완전히 의식을 잃은 것이다.

지강백은 곧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기억해 냈다.

세 개의 사문이 모두 부서졌고, 그 여파로 진이 최악의 수를 발휘했다.

하오문의 본진을 전부 수몰시키는 것이 그 마지막 수였을 것이다.

“길을 아시오? 여기를 어서 빠져나가야 하오!”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볼 수는 있었다. 저절로 왼쪽 눈이 붉어졌다.

“제가 앞장 서겠…… 윽,”

그러나 몸을 일으키려던 지강백은 곧 발을 헛디뎠다. 몸이 의지를 벗어나 주르륵 미끄러졌다.

“엇!”

백연이 재빨리 지강백의 팔을 붙들었다.

지강백을 보는 노승의 눈에는 측은함이 깃들어 있었다.

지월의 대력금강장을 맨몸으로 두 번이나 받아 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 즉시 혈무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나이와는 달리 내력이 심후한 탓에 버티고야 있겠지만 백연의 눈에 지강백은 이미 죽은 자로 보였다.

“소승이 업겠소. 길 안내를 해 주시오.”

살아남은 자는 백연과 지강백을 포함, 일곱이 전부였다.

물은 지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었다.

하오문의 본진이 있던 자리를 전부 수몰시키도록 설계된 듯했다.

살아남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는 방도밖에 없었다.

백연은 지강백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를 어깨에 걸쳤다.

“어디로 가야 하오?”

사방이 물 천지라 길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지강백은 수라안을 통해 길을 찾았다.

“동북북…… 청룡의 수(首)를 향하십시오.”

“지금 내 눈으로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소이다.”

지강백이 힘겹게 손을 들어 올렸다.

“저쪽입니다.”

백연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살아남은 항마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도 할 말이 있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을 생각하자. 길을 따라오너라.”

“알겠습니다, 대사.”

살아남은 일곱의 인원이 물살을 거스르며 길을 찾기 시작했다.

* * *

“빌어먹을, 빌어먹을.”

하오문주 문익상이 연신 욕설을 토해 냈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 물을 잔뜩 먹어 질척해진 장포가 한 번 걸을 때마다 묵직하게 휘감겼다.

“내가 진짜, 이런 생쥐 꼴을 제일 싫어하는데.”

그가 결국 장포를 벗어 던졌다.

그러면서도 문주나 돼야 입어 보는 비싼 옷이라며 한참은 더 투덜거렸다.

“작작 좀 해라. 돈도 많은 놈이.”

더는 못 보겠던지 독귀가 한마디 던졌다.

그는 어디서 구했는지 허리에 밧줄을 감고 있었다. 그 밧줄의 끄트머리에는 적하조가 매달려 있었다.

적하조는 웃옷을 벗어 용천휘의 손목을 제 팔에 단단히 묶은 채였다.

다들 흠뻑 젖어 있었다.

수로를 벗어나는 길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그나마 세 번째 사문이 무너지기까지 시차가 있었고, 그사이에 길을 서둘렀던 게 적절했던 탓에 사상자는 적었다.

문익상이 독귀를 흘겨보았다.

“그게 다 악착같이 아껴서 모은 게요. 버는 대로 족족 쓰면 어찌 부를 쌓겠소.”

“쯧쯧……. 네놈은 하는 말도 어찌 그리 다 금충에서 벗어나질 않느냐.”

어떻게든 살아서 수로를 벗어난 이들이 하나둘씩 호수 가장자리로 모여들었다.

백룡호는 이름만 그럴싸할 뿐, 사실상 물은 더러웠고 이끼와 수초도 많았다.

문익상은 몸에 들러붙은 죽은 물고기 비늘을 손톱으로 긁어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몸을 피한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작정이었는데. 이제는 꼼짝없이 새집도 사야 하는 게로군. 그 돈은 또 어디서 마련할지. 이거 손해가 너무 막심하오.”

독귀는 하오문주의 수작에 속지 않았다.

“금충이 돈타령하는 게야 말버릇이지. 그래서 뭐 더 얻어 낼 수작이라면 어림없다.”

“원 참. 이거 왜 독공이 더 난리시오? 내 어디 독공한테 배상하라 했소?”

그러면서 하오문주가 은근슬쩍 용천휘를 곁눈질했다.

비록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됐지만 그래도 대명천교의 소교주였다.

대명천교의 숨겨진 재화에 관한 뒷소문이야 무성하다는 말이 우스웠다. 그들이 가진 금력은 자금성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금력이 아니고서야 그토록 오래, 은밀히 유지될 수 있는 집단은 없었다.

이러저러해서 하오문이 새집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그 돈이 나올 구석은 마땅히 용천휘가 돼야 하는 것이다.

용천휘가 내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사람은 보냈나?”

“음……? 아니, 그거야 거래가 확실히 마무리되어야 할 게 아니겠소. 그러니 일단 무너진 집 얘기부터 좀 합시다.”

“기루를 원한다면 천진루라도 사 주겠다. 단, 그쪽의 말대로 거래가 확실히 마무리된다면.”

“뭐라고? 천진루!”

문익상의 눈이 튀어나올 듯 벌어졌다.

천진루는 항주에서 제일로 꼽는 기루였다. 중원 땅에서 환락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가 항주였으니, 항주 제일이라면 중원 제일이라 해도 무방했다.

천진루라는 얘기에 문익상은 마음속에 손톱만큼 남아 있던 고민을 깨끗이 접었다.

무림맹주가 마교인 무림맹 따위, 비빌 언덕은커녕 남의 집 뒷간보다 못한 곳이었다.

조만간 거하게 난장판이 될 강호에서, 지금 가장 확실한 돈줄은 눈앞에 있는 용천휘였다.

비록 명줄이 석 달밖에 남지 않은 몸이긴 하지만.

“가장 날랜 내인(來人:심부름꾼)을 보내겠소이다. 가는 데 한 달이면 오는 데는 그 반절이면 족하지. 그마저도 줄이고 줄여 한 달하고도 하루에 마무리 짓겠소. 마음에 드시오?”

용천휘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물에 젖어 일순 감춰졌지만 입술이 온통 말라 거스러미투성이였다.

눈 밑이 검었다. 창백한 얼굴에 핏기라고는 남아 있지 않았다.

물에 닿은 것으로 그의 몸은 한층 더 엉망이 되었다. 물은 그가 가장 피해야 할 것 중 하나였다.

“너무 느려.”

“으음? 그것도 중원 어디보다 빠르다 자부하오만. 그럼 대체 얼마를 원하시오?”

“칠 주야.”

“음?”

문익상이 난처한 표정으로 이마를 쓸었다.

“아니…… 허허, 그 무슨…… 서역을 무슨 재주로 칠 주야 만에 다녀오라는 것이외까. 그것은 용신님도 차마 못 할 짓으로…….”

“서역이 아니다. 함양이다.”

“음? 함양?”

함양에는 용천휘가 집이라 부르는 곳이 있었다.

대명천교가 중원 땅을 밟을 때 거점으로 삼는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였다.

그곳을 밝혔다는 것은 용천휘도 시간이 없음을 절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길면 석 달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오늘 일을 통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그조차 정확히 가늠할 수 없었다.

“내가 교를 떠나온 지 오래되었으니 나를 염려한 자라면 함양에 기별을 보내왔을 것이다.”

그자를 통하면 좀 더 기민하게 호법위에게 닿을 수 있을 터였다.

“함양에 나의 말을 대신하는 신물이 있다. 그것을 이용해 호법위에게 내 위치를 알리면 된다.”

교가 아닌 중원의 사람에게 신물을 내주는 것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용천휘에게는 그런 점을 일일이 감출 여유가 없었다.

“처음에 하시던 말씀보다 훨씬 쉽게 들리는군. 함양이라면 사흘 안에 갈 수 있소.”

“좋군.”

말을 마친 용천휘가 다시 눈을 감았다.

하오문주가 갑자기 화색이 도는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세부 내용을 좀 물어도 되겠소? 천진루를 사 주신다 하면 집채만 말씀하시는 게요, 아니면 사업체 전체를 양도하게 만들어 주신다는 게요? 아, 자랑은 아니오만 기루업은 이쪽도 해 오던 가닥이 있어 말이오. 맡겨만 주신다면 잘해 낼 자신이 있소만.”

“…….”

그 말에는 대답이 없었다.

“아니, 저. 그쪽 말씀만 마쳤다고 이제 그리 외면하시면…….”

하오문주가 조심스러운 손으로 용천휘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러다 화들짝 놀랐다.

“……음? 아니, 사람이 뭐 이리 차가워?”

“뭐? 차가워요? 저리 좀 비켜 봐요!”

적하조가 하오문주를 밀치고 용천휘를 살폈다.

“으…… 정말이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적하조가 고개를 바싹 낮춰 용천휘의 가슴에 귀를 들이댔다.

독귀가 적하조의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비켜라. 네놈이 본다고 뭐 알겠냐. 이 어르신이 봐야지.”

“숨을 안 쉬는 것 같아요! 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히 얘기하다가 왜?”

“뭐? 숨을 안 쉬어? 어서 저리 비켜 봐라!”

독귀가 적하조를 밀치고 용천휘의 코 밑에 손을 대었다. 맥문을 쥐고 심장 소리도 들었다.

“으아…… 어떡해. 어때요, 영감? 죽었어요?”

“아, 시끄러워! 멀쩡한 맥도 안 들릴 판이니 너부터 입 다물어라!”

용천휘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그리고 곧 소란은 씻은 듯 자취를 감추었다.

물이 거의 빠져나간 호수 건너편에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무리가 있었다.

“무림맹이다!”

“뭐라고?”

문익상이 벌떡 일어나 앞을 살폈다.

멀리서도 뚜렷이 보이는 소림의 황색 가사를 확인한 문익상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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