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천동지-83화 (83/346)

제83화 수라안

기분 탓일까.

지강백은 왼쪽 눈이 점점 더 뜨거워진다고 생각했다.

부러진 검 조각이 눈에 박혔을 때도 이렇진 않았다.

“…….”

저절로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부가 한 줌의 혈무가 되어 흩어지던 날.

제 등을 떠밀던 아우가 붉은 먼지처럼 비산하던 날.

“……흡,”

지강백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뱃속에 짐승이 하나 들어 있는 기분이었다. 그 날 태어난 짐승은 그의 안에 단단히 자리를 잡아 기억이 되살아날 때마다 뱃속을 할퀴어 댔다.

이 짐승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월의 껍데기를 뒤집어썼다는 마교를, 아니 마교 전체를 갈아 없애도 짐승은 잠들지 않을 것이다.

죽은 사부는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그는 평생 창자를 찢어 대는 짐승과 더불어 살아야 했다.

“많이 불편한가?”

용천휘가 물었다.

“아니.”

무엇도 불편하지 않았다. 불편할 수 없었다.

짐승이 뱃속을 긁어 대는 한.

“팔다리를 고쳐 놓는다면서 왜 눈을 주무르고 있는지 이상하군.”

“필요한 일이야. 장담하는데, 수족을 쓸 수 없을 때 해치우는 편이 나아.”

“그렇다면.”

지강백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 단절과 다름없는 침묵이 이어졌다.

“뭔가 좀 이상한데.”

용천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눈은 여전히 뜨거웠고, 얼굴 전체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제 뱃속보다 고통스러울 일은 없을 것이다.

“사형이 이렇게나 고분고분하다니. 심지어 무슨 수작이냐 묻지도 않고.”

대답은 없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아니.”

“사형 몸이잖아.”

“움직일 수 없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마찬가지다.”

“그래?”

용천휘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그럼 사형이 궁금해할 만한 얘기를 해 볼까. 숭산에서 사형을 데리고 도망쳤던 게 내 약사라는 건 기억해?”

단단하던 표정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그것은 동요였다. 그러나 지강백은 상처와 다름없는 그것을 무시했다.

“……자세히는 모르겠다.”

“온갖 영약을 먹여서 사형을 살려 놨을 거야.”

“……그랬군.”

“궁금하지 않아? 사형을 거절한 여자가 왜 제 목숨을 걸고 그런 짓을 했는지.”

“아니.”

“저런, 너무하는데. 그럼 걔가 왜 사형의 팔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 놨는지는 궁금해?”

이번에도 대답은 같았다.

“아니.”

“궁금해해야 되는 거 아닌가? 살려 놓고 기껏 망가트린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사지뿐 아니라 망각독도 먹였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도록.”

이상했다. 하지만 궁금하진 않았다.

그래야 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지강백은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자격이 없었다. 여유가 없었다.

그는 단 한 가지만 생각해야 했다.

“…….”

지강백의 침묵이 답답했던지 용천휘는 먼저 답을 꺼냈다.

“걔가 지월을 죽였어.”

“……?”

용천휘가 하는 짓을 반신반의하며 지켜보고 있던 독귀와 적하조가 또다시 화들짝 놀랐다.

“뭐라고!”

“약사라며! 약사가 어떻게 지월을 죽여! 지월은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와도 못 죽일 텐데!”

그들이 무슨 말을 떠들어도 용천휘와 지강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걔가 지월을 죽인 것은, 지월의 껍데기를 차지한 이매를 돕기 위해서였지. 내 약사가 나를 배신한 거야. 나는 결코 모르는 사이에.”

“…….”

“사형을 구해서 그렇게 만든 건, 아마 이번 일에 휩쓸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겠지.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것을 이해할 생각은 없지만 딴에는 사형을 위한답시고 했던 일일 거야. 사형에게는 진심이었던 거겠지.”

“……그렇군.”

“지월을 없애려면 그 여자를 상대해야 할지도 몰라. 어쨌거나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그래도 괜찮겠어?”

괜찮지 않을 것이다.

뱃속의 짐승이 또다시 창자를 한 토막 끊어 놓을 것이다.

“상관없다.”

하지만 무엇도 상관없었다.

“……그래? 사형이 할 법한 말은 아닌 것 같군.”

“…….”

용천휘는 마침내 지강백의 왼쪽 눈을 덮었던 손을 떼었다.

“이제 됐어. 눈떠, 사형.”

지강백이 한쪽 눈으로 묻기 전에 독귀가 냉큼 끼어들었다.

“내 아까아까부터 잠자코 두고 보자 했지만 말이다, 대체 지금 뭐하는 게냐? 저 눈은 완전히 상하지 않았냐! 저런 것을 두고 주물주물대다 도로 뜨라 그러면 그 눈이 돌아오기라도 한단 말이냐?”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궁금증이 일어 어쩔 줄 모르는 눈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칼이 한번 쑤셔 버린 눈을 되살릴 방법은 없었다.

그것은 팔이나 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과 똑같았다. 그 어떤 좋은 약을 먹어도 인간이 도마뱀이 아닌 이상 잘려 나간 팔은 다시 자라지 않는 것이다.

분명 그게 상식일 텐데.

그런데 마교의 소교주라는 저놈이 좀 전부터 시체를 빼앗아 부린다느니, 무공만 냉큼 훔쳐 쓴다느니 하는 허무맹랑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으니 환장하는 것이다.

설마 마교에서는 멀어 버린 눈도 다시 보이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는 걸까.

“……그럼 사람이 아니지, 암.”

남들은 알아듣지 못할 혼잣말을 중얼댄 독귀가 용천휘를 채근했다.

“아 어서 말하지 못하겠느냐, 까악! 궁금해 죽겠단 말이다!”

의심스럽기는 지강백도 마찬가지였다.

달포가 넘도록 들러붙어 있던 눈은 그대로 하나의 살덩이가 된 듯 떠진다는 동작을 어색해했다.

“눈을 뜨라고?”

“떠. 아, 그 전에.”

용천휘가 지강백의 소맷자락을 부욱 뜯어냈다.

“이러는 게 좋을 거야.”

그가 천 뭉치를 둘둘 뭉쳐 지강백의 입에 물렸다.

“……?”

“이제 눈 떠.”

마주한 용천휘의 오른쪽 눈이 붉어지고 있었다.

그 이질감에 속이 울렁이는 것을 느끼며, 지강백이 감겨 있던 왼쪽 눈을 떴다.

* * *

“읍…… 으아악!”

입에 물린 천 뭉치는 별 소용이 없었다.

눈을 뜨는 순간 지강백은 비명을 내뱉었다.

왼쪽 눈을 통해 머릿속을 파고드는 감각을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것은 머리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엄청난 혼란이었다.

오른쪽 눈으로 본 광경과는 전혀 달랐다. 붉은 점과 선의 기괴한 나열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용천휘의 얼굴이 수만 개의 선과 점으로 해체되었다. 그것은 제 몸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통해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이 세계 전체가 아주 작아지는 것도 같았고 반대로 너무 커지는 것도 같았다. 눈으로 본 게 무엇인지 머리가 받아들이질 못했다.

어지러움이 일었다.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 세상 앞에서 지강백이 느낄 수 있는 것은 거대한 두려움이었다.

안구가 부풀어 올랐다. 머리가 강제로 확장되는 듯했다. 실제로도 내부에서 치밀어 오르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눈과 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젠장. 이 정도인가.”

용천휘가 몸부림치는 지강백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지강백은 이 혼란과 맞서는 데 급급해서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사형! 집중해.”

용천휘가 지강백을 불렀다. 지강백은 듣지 않았다. 말을 듣지 않는 오른팔이 꿈틀꿈틀 경련을 일으켰다. 할 수만 있다면 왼쪽 눈을 뽑아 버렸을 것이다.

악다문 턱이 사시나무처럼 떨려 왔다.

“사형!”

지강백이 헐떡이며 외쳤다.

“이, 이걸…… 이걸 멈……춰. 이걸…… 그만……”

“그건 안 돼.”

용천휘가 지강백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제 팔뚝을 물렸다.

살갗으로 이가 파고들었다. 용천휘는 지강백의 목덜미를 단단히 붙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생각하지 마. 사형이 보고 있는 것은 이 세상의 가장 밑바닥이야. 세상을 이루는 시작이자 끝이지. 이걸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은 없어. 그저 잠깐씩 엿보는 것뿐이야.”

“머리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이게 대체……!”

“곧 익숙해질 거야. 더 익숙해지면 수라안을 감고 뜨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하지만,”

용천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쓴 표정을 지었다.

“그건 태어날 때부터 수라안의 권능을 이어받은 내 경우고. 사형은 얘기가 다를 수도 있어. 평생 평범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해진 인간이라면 감당하기 벅찰 거야.”

지강백에게 수라안을 준 것은 반쯤은 도박이었다.

대천혈성의 피는 한 방울도 이어받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 그의 권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수라안은 그의 권능 중 가장 크고 위대한 것으로, 그만큼 위험한 것이었다.

용천휘는 지금 수라안을 받아들이지 못해 괴로워하는 지강백을 보며 자신이 성급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지강백이 잃어버린 것을,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그에게 진 빚을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너무 앞섰던 모양이었다.

“지금은 닫아 둘게.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매번 수라안을 뜨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나가는 식으로 하지.”

용천휘의 손이 지강백의 눈을 덮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러지 마라.”

지강백이 그를 향해 눈을 똑바로 치켜떴다. 숨은 여전히 가빴고 눈과 귀에서 흐르는 피도 멈추지 않았지만 지강백은 확실히 눈을 뜨고 있었다.

“이대로 둬. 부탁이다.”

“……괜찮지 않을 텐데.”

“할 수 있어.”

“…….”

“할 수 있다.”

“……정 그렇다면.”

용천휘가 손을 치웠다.

용천휘는 오른 눈이, 지강백은 왼 눈이 붉었다.

각각 한쪽 눈이 붉은 사형제가 반대편에 서서 서로를 마주 보는 모습은 다른 세상의 것처럼 이질적이었다.

그들은 각자 기괴하게 비틀린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주 다른 모습이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반대편에 선 또 다른 자아처럼 비슷하기도 했다.

제 것이라 믿었던 모든 게 산산이 박살이 나 버린 그들은 이제 와 의지할 곳이 서로밖에 없다는 점도 닮아 있었다.

용천휘가 남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지그시 이를 물었다.

“사형이 괜찮다니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 * *

지강백이 수라안을 뜨고도 일각 이상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 하루 동안 지강백은 적어도 세 번은 혼절을 하고 그 몇 배나 각혈을 했다.

나중에는 적하조가 제발 그만하라면서 엉엉 울 정도였다. 독귀는 이 시끄러운 놈 좀 그만 울리라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지강백이나 그걸 지켜보는 용천휘나 조금도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일각이라는 한계치를 넘었을 때.

용천휘는 마비된 팔다리를 살펴보자는 말을 했다.

“오래도 기다리게 했다, 이놈들아.”

독귀가 삐죽삐죽 눈을 흘기며 나섰다.

그는 아직도 수라안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중이었다.

백 발 양보해서 세상의 바닥을 보네 어쩌네 하는 그 말도 안 되는 눈이 진짜라고 해도, 애초에 눈이 먼 사람한테 그걸 무슨 재주로 옮겨 놓았는지가 도통 이해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눈이 멀었던 놈까지 뭐 이상한 게 보인다며 저 고생을 하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아무리 이해가 안 간다며, 속 시원히 말 좀 해 보라고 떼를 써도 시건방진 마교 놈은 별로 입을 열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오룡독을 갖다 준다 했지만 그래도 주살첩에 걸린 놈들을 숨겨 주기까지 했는데, 그렇게 한배를 타 놓고도 나 몰라라 내외하니 괘씸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쫓아내자니 마교에서 쓴다는 술법들이 너무 궁금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 오룡독에 미련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팔다리 고치자고 한 지가 언젠데 이제야 한다고 설치는 게냐. 기다리던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이런 괘씸한 놈들 같으니, 까악.”

독귀가 투덜대자 적하조도 그 옆에서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불평에 불만 일색이어도 두 사람의 시선은 용천휘와 지강백에게서 떠나질 않았다. 독귀는 일단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것들은 독이거나 약이거나 모두 싹싹 긁어모아 오기까지 했다.

용천휘가 침상에 기대앉아 있는 지강백에게 물었다.

“준비가 됐어?”

“그래.”

“말해 두는데, 평소와는 다를 거야.”

“운기조식이다. 사지를 못 써도 할 수 있어.”

독귀가 뒤에서 거들었다.

“아, 그렇지. 달포 전 어떤 꼴이었는지 내 짐작만 한다만, 그 꼴로 단전이 무사한 것은 천만다행이 아니냐. 운기조식이야 좀 쉬였다고 까먹는 것도 아닌데 무에 그리 겁을 주고 난리냐, 까악.”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독귀는 어딘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훑었다.

적하조가 고개를 끄덕이며 좀 전부터 쥐고 있던 나뭇가지를 말린 것을 내밀었다.

“입에 물 거 줄까? 혹시 필요할까 봐 내가 미리 준비해 뒀어.”

독귀가 적하조를 흘겼다.

“그거 내가 말려 놓은 산청목 아니냐?”

“맞아요. 이게 씹을 때 향이 개운하고 좋다고 해서. 상기생이나 구지뽕 같은 건 쓰잖아요.”

요컨대 남의 약방에서 며칠을 먹고 자고 하는 주제에 파는 물건까지 훔쳤다는 소리다.

“왜 내 집 물건으로 살수 놈이 생색을 내고 지랄인 게야, 까악!”

적하조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탁 토해 냈다.

“영감은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거 따질 생각이 들어요? 또 어떤 꼴을 겪을 줄 알고. 난 벌써부터 걱정돼 죽겠는데.”

“이 새파란 놈이 어디서 훈계질인 게야. 아, 오늘은 그냥 운기조식이라잖느냐. 설마하니 또 무슨 일이 있으려고, 까악.”

“아니, 뭐 그럼 어제는 눈 한 번 뜨는 데 그렇게 난리가 날 줄 알았나.”

그리 말하니 또 할 말이 없었다.

“……쩝. 그건 그렇다만.”

적하조가 걱정과 근심이 잔뜩 어린 표정으로 지강백에게 물었다.

“이거 정말 필요 없어? 사람 팔뚝보단 이쪽이 더 나을 텐데.”

지강백이나 용천휘나 그가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적하조가 시무룩한 얼굴이 되어 산청목 가지를 제 입에 물렸다.

독귀가 아니면 말지 왜 멀쩡한 상품을 그렇게 낭비하냐며 한바탕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적하조는 들은 체도 않고 말린 나무를 질겅질겅 씹어 댔다.

“내 대신 사형이 만년설삼을 먹었던 그 날 기억나? 한사코 안 먹겠다는 걸 사부님까지 나서서 먹이셨지.”

“……그게 만년설삼이었나?”

“그때와 비슷할 거야. 운이 좋다면.”

용천휘가 지강백의 단전을 짚었다.

“지금 여기에, 흡수되지 않은 삼십 년 어치의 공력이 있는 셈이거든. 운기조식을 하게 되면 사형이 원래 가지고 있던 태을신공에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가 없어.”

“뭐라고? 공력이 삼십 년 치?”

용천휘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지강백이 아니라 독귀였다.

“공청석유를 삼십 방울 마셔도, 그게 가능할 리가 없겠다만, 어쨌거나 그런 공짜 내공은 없는데! 무려 삼십 년 치라니! 대체 이번엔 또 무슨 수작을 벌인 게냐?”

이번에는 용천휘도 대답을 했다.

독귀의 말에 대답을 해 준 게 아니라 그저 지강백이 물을 것을 미리 알아 스스로 얘기를 꺼낸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우리 집에…… 아니, 더는 이렇게 말할 필요가 없겠군. 교에 남아 있던 세 알의 대환단을 사형에게 모두 썼어.”

독귀가 뒤로 자빠질 것처럼 날개와 꼬리를 퍼덕이며 외쳤다.

“뭐시라, 대환단 세 알!”

“세 알이라고!”

적하조가 산청목 가지를 뱉어 내고 독귀를 따라 소리를 질렀다.

용천휘가 지강백을 똑바로 응시하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가 드러내는 것은 약간의 우려와 걱정이었다.

“이번에도 사형은 공짜로 얻는 것은 무공이 아니라며 거절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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