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조력
청부는 적하조를 불러내기 위한 미끼였다.
용천휘는 완전히 고립된 상태였다. 무림맹의 주살첩은 시시각각 목을 죄어 오고 있었고, 그가 부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력이 절실했다.
“사형을 옮겨야 해.”
“어디로?”
“섬서.”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그때의 어수룩한 살수였다.
지강백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적하조의 목숨을 구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적하조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강백을 한 번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용천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청부를 넣자 적하조가 왔다.
청부 대상이 아닌, 청부를 의뢰한 그를 찾아.
적하조는 지강백을 위한답시고 청부를 넣은 용천휘를 죽이려 들었다.
물론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인물로, 어쩌다 길에서 만난 용천휘가 비싼 옷을 입혀 주고 금도 넉넉히 쥐어 기루에 떠밀자 신이 났을 뿐인 뜨내기였다.
어쨌거나 도박은 성공했다.
적하조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심지어는 네놈들은 마교가 아니냐며 따지고 들지도 않았다.
적하조는 조력이 될 것이다. 지금,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섬서라니, 제정신이야? 섬서로 가 봤자 소용없어. 종남파는 이미 사라졌단 말이야.”
“그건 들었어. 그리고 나는 종남파로 가려는 게 아니야.”
“그럼 섬서는 왜?”
“독을 잘 아는 자가 필요해.”
“독?”
적하조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설마 내 친구가 독에 당한 거야, 응? 그렇다는 말이야?”
“그래.”
적하조가 발을 동동 굴렀다.
“망할, 독이라니. 해독제는 뭔지 알아? 어디서 구할 수 있는데? 그게 섬서에 있다는 거야?”
용천휘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파루나의 독에는 해독제가 없다는 것.
“해독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섬서에 있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하조가 갑자기 용천휘의 팔을 붙들었다. 용천휘는 그것을 굳이 뿌리치지 않았다.
적하조는 걱정이 그렁대는 커다란 눈으로 용천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 가야지.”
“…….”
용천휘는 이제야 지강백이 왜 이 어수룩한 살수를 살려 주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섬서에 무림맹의 천라지망이 아무리 지독하게 깔려 있다 해도, 이 적하조가 꼭 너를 데려다 주겠어.”
용천휘는 적하조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될 일이라 생각했다. 용천휘가 염두에 둔 것은 사고뭉치 막내아들을 가만두고 보지는 않을 살막이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살막이 전면에 나서 줄 리는 없다. 하지만 막내아들이 죽는 꼴을 지켜만 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 믿는다.”
“응.”
적하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묵직한 무게감을 실어.
그리고 약 반 시진 후.
덮개가 달린 짐마차 한 대가 적화루를 떠났다. 마차를 모는 것은 희한하게도 예쁘장하게 차려입은 기녀였다고 했다.
* * *
“그게…… 아무래도 놓친 것 같습니다.”
“이런, 니미!”
텅!
백사준이 욕을 내뱉느라 입에 물고 있던 죽통을 내려놓았다.
그 덕에 죽통에 담겨 있던 술이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죽엽청의 알싸한 싸구려 주향이 번져 죄 없는 코를 실룩거리게 만들었다.
“여기가 확실하다고 했잖아! 용모파기가 일치하는 놈이 있었다고!”
“예.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냥 행색이 비슷해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뭐? 행색이 비슷해?”
“옷차림이나 돈 쓰는 거나…… 그런 게 비슷했다 합니다. 부채질하는 모습도 그렇고요.”
“젠장. 잘하는 짓이다. 고작 그런 게 비슷하다고 주살첩이 걸린 놈을 착각해? 비단옷 차려입고 기루에서 돈 뿌리는 놈들이 어디 한둘이야?”
“그게…… 죄송합니다, 소방주님.”
개방의 제자가 송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백사준은 고작 그 정도로 화가 풀리지 않았다.
“게다가 기루잖아, 기루! 생각을 좀 해라! 너 같으면 주살첩을 목에 매달고 다니는 놈이 계집질할 생각이 나겠냐?”
개방의 제자가 억울하다는 투로 그 말을 받았다.
“아니, 누가 압니까. 그조차 노린 것인지도 모르지요. 도망치는 놈이 기루에 들를 거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생각의 맹점을 노려…… 윽,”
퍽!
결국 제자는 백사준의 타구봉에 머리통을 얻어맞았다.
“맹점 같은 소리 하네. 그러니까 쫓기는 놈이, 뒤에서 쫓는 무림맹이 있다는 걸 뻔히 아는 처지에, 그냥 아주 어서 뒤따라 잡으라고 기루에 며칠씩이나 처박혀 앉았겠냐! 놈이 무슨 거북이 기다려 주느라 낮잠이나 자빠져 자고 있는 토끼냐!”
그때 개방의 제자들이 용천휘로 착각했던 뜨내기를 질질 끌고 나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양어깨가 붙들린 놈은 나 죽는다 꽥꽥 고함을 질러 댔고 백사준이 넌더리가 난다는 듯 귀를 막았다.
“야야, 필요 없어! 놈도 아니라며 왜!”
뜨내기를 붙잡아 나오던 제자가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그래도 뭔가 아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럴 리가 있냐! 칠칠맞게 흔적을 뿌리고 다니는 놈이 달포씩이나 잘도 도망 다녔겠다!”
생각의 맹점 어쩌고 했던 제자가 썩 나섰다.
“아니, 그러니까 말입니다. 소방주님, 이게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간 그렇게 꼼꼼하고 조심스럽게 다니던 놈이 갑자기 흔적이 휙 드러났는데, 아 글쎄 달려가 보니 비슷하게 차려입고 있는 엉뚱한 놈이 떡하니 있는데! 일부러 그런 태가 안 납니까요, 예?”
“이…… 일부러?”
백사준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자신이 뭘 놓치고 있는 것인가 싶어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놓친 기세를 잽싸게 낚아챈 제자가 주춤하는 백사준을 몰아갔다.
“예! 소방주님, 진짜 요새 내내 입에 술을 달고 사시니 머릿속이 곤죽이 돼서 그런 게 아닙니까! 진짜, 그 영민하고 빠릿빠릿하시던 소방주님이 왜 이리되신 겝니까?”
“아, 그게…….”
“술을 드시려면 좀 좋은 술을 드시던가! 이런 싸구려를 드시니 내내 숙취를 달고 살…… 윽!”
퍽!
그러다 한 대 더 맞았다.
조짐도 없이 타구봉을 휘두른 백사준이 제자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거기까지만 해라, 응? 거지 놈이 비싼 술 처먹고 다니면 그건 또 말이 되겠냐?”
“하여간 술 좀 고만 드십시오. 대체 뭔 화병이 났다고 그렇게 내내 주정이십니까!”
“입 다물어! 내가 언제 주정을 부렸다고!”
“아니, 그럼 이게 주정이 아니고 대체 뭐……”
“흐야압!”
퍼억!
백사준이 이번에는 타구봉이 아닌, 죽엽청이 들어 있던 죽통으로 제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제자는 비명도 못 지르면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몸부림을 쳐 댔고, 백사준은 술이 뚝뚝 떨어지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래, 고만 마셔야겠다.”
제자의 말은 어디 한 군데 틀린 곳이 없었다.
문제는 자신이 왜 그토록 뻔한 것을 눈치채지 못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난 달포간 종남파 두 제자는 무림맹의 눈을 피해 잘도 행적을 감추었다.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라 느껴질 정도로 기가 막힌 도주였다.
백사준은 놈이 벌써 서역으로 넘어갔으리라 주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 중원 땅에서 뭉그적대고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종남파는 사라졌고, 중원 땅에서 분탕질을 치려던 속내는 다 드러났다. 얼굴도 팔릴 대로 팔려 도망이나 치는 신세였다. 마교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 잘난 얼굴은 어찌 눈에 띄지 않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가정에는 딱 하나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지강백이었다.
사제 행세를 하던 마교 놈은 그렇다 쳐도 지강백은 마교가 아니었으니 그와 함께할 까닭이 없었다. 숭산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상태를 보면 진작 시체가 되어 나타나야 했다.
생각은 여기서부터 꽉 막혔고, 천라지망이 갈수록 촘촘히 죄어드는 것과는 별개로 추적도 절벽에 닿은 듯 막혀 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백사준은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과가 없기에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아니었다.
지강백 때문이었다.
대의라는 명분 아래 마교라는 누명을 씌운 그 날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살아라! 살아서 네가 날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지강백이 사제를 감싸며 한 말이었다.
그 말로 인해 지강백이 혹 마교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완전히 사라진 셈이었다. 하지만 백사준은 굳이 그 점을 되짚지 않았고 지강백은 공식적으로 마교가 되었다.
백사준은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때, 자신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은 정말로 대의를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서역 정벌을 꼭 성사시키겠다는 스스로의 욕심 탓이었을까.
마교를 뿌리 뽑겠다며 그 전에 무고한 중원인의 희생을 밑 작업으로 삼는 것은 대의라 불려도 좋은 것일까.
그런저런 생각이 한번 시작되면 도무지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제자가 그 점을 꼬집자 백사준은 이제껏 술기운으로 덮어 두고 외면하던 사실을 깨달았다.
천라지망이 무색하던 이유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저놈 데려와. 네 말대로 수상한 게 있긴 하군.”
제자는 여전히 아픈지 눈물을 찔끔대며 저쪽을 향해 손짓을 했다.
곧 용천휘와 비슷한 옷차림새를 한 뜨내기가 백사준의 앞으로 끌려왔다. 그는 이 흉흉한 거지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 싶었던지 백사준이 묻기도 전에 술술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요! 저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 뭡니까!”
뜨내기의 얘기는 이랬다.
적화루 근처 어드메쯤에서 웬 잘생긴 놈을 만났다.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진 돈은 아주 많아 보이는 그가 저더러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며, 이제라도 못한 효도를 해 보고 싶다 했다.
그러더니 비단옷을 내주고 요래조래 꾸며 기루에 들여보내 주었다. 제일 비싼 방을 잡아 주고 기녀를 넷씩이나 붙여 주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횡재였다. 혹 저가 진짜 어딘가에서 실수로 애를 낳아 둔 거라면 좋겠다 싶었다.
그 뒤로는 아무 생각 없이 진탕 마시고 놀았는데, 웬걸.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 했던가. 웬 신입 기녀 하나가 미쳐서는 제 목에 이호의 현을 들이대고 죽이겠다 날뛰는 일이 있었다.
듣기로는, 그 미친 기녀가 자신을 다른 누구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착각?”
백사준의 눈매가 예리하게 변했다.
“아이고, 그러믄요.”
뜨내기가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슨, 사제를 죽이려고 했다던가 뭐 그래 말했습니다요. 저야 아니라 말하고 냅다 도망쳤지요. 다행히도 미친 기녀가 잠잠해졌기에 다시 돌아가 놀던 대로 놀았습니다만.”
더는 볼 것도 없었다.
웬 잘생긴 놈은 용천휘가 확실했다.
“아직도 호북에 있다고? 대체 왜?”
그가 벌써 중원을 벗어났을 거라는 짐작으로 인해 천라지망은 서역으로 향하는 길목에 더 집중되긴 했다.
“등 뒤에 개울을 놓고 우물 파던 꼴이로군. 젠장!”
백사준이 애꿎은 땅바닥을 걷어찼다. 흙먼지 뒤집어쓴 뜨내기가 켈록켈록 기침을 해 대며 물었다.
“저기, 저는 그럼 가 봐도 되는 겁니까요?”
백사준이 눈짓을 하자 개방의 제자들이 그를 놓아 주었다. 뜨내기는 날듯이 뛰어 저 멀리로 도망쳤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소방주님?”
백사준은 이렇게 답했다.
“술이나 좀 깨야겠다.”
“엇, 좋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며칠 되지 않았으니 많이는 못 갔을 텐데요? 이참에 고삐 당겨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미친 기녀가 누구겠냐?”
“예?”
백사준의 미간이 점점 좁아 들었다.
그간 주정이 끼어 탁해졌던 머리가 이제야 좀 돌아가는 듯했다.
“저를 착각해서 죽이려 들었다잖아. 맹에서 한 짓은 아니다. 놈을 쫓는 다른 자가 있다는 소리야. 그리고 우리보다 더 빨랐고.”
“허…… 그게 가능이나 합니까?”
“모른다. 허나 그런 놈이 있었단 소리지. 대체 누구지?”
백사준이 남은 술기운을 털어 내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몇 명 따로 추려 내. 그 기녀를 쫓는다. 아마 기녀로 분장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역용도 염두에 둬라. 기녀라 해도 여자일지 남자일지는 알 수 없다.”
“알겠습니다, 소방주님.”
“그리고 나머지는 기루를 샅샅이 뒤집어. 뭔가 본 게 있다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예.”
그리고 백사준은 그 미친 기녀를 안내한 일꾼이 있었으며, 그 뒤로 둘의 종적이 함께 묘연하다는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다.
적화루의 일꾼 중 갑자기 사라졌다는 자는 없는 관계로, 그 일꾼 또한 어떻게든 용천휘와 연관된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내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막혀 있던 추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 * *
“젠장!”
적하조가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호북에서 상남으로 들어서는 길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추적이 따라붙었다.
적하조와 용천휘는 약초상 부부로 위장한 상태였는데, 그 사이 여자로 분한 적하조의 용모파기가 꽤나 상세하게 무림맹에 전달이 되었던 것이었다.
상남 인근에는 초강성이라는 문파가 있었다.
무림맹에 일거 편입된 강호의 수많은 군소방파들이 어떻게든 요직을 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저들끼리 보이지 않는 견제를 하는 마당이니, 특히나 섬서 땅에 자리하고 있는 문파가 얼마나 날을 세우고 있을지는 뻔했다.
“멈춰라!”
때는 자시도 지난 새벽.
어둠을 가르며 도합 열이나 되는 무인들의 고함이 등을 찢을 것처럼 날아들었다.
“달려, 어서!”
적하조가 이제껏 내내 손수레를 끌고 온 용천휘를 향해 말했다.
땀에 흠뻑 젖은 용천휘는 아예 수레의 손잡이를 놓았다.
“뭐하는 짓이야?”
“달려 봤자야.”
용천휘의 말투는 적하조를 놀리려는 게 아니었다. 기분 나쁠 정도로 진지했다.
“내 몸은 무공을 쓸 줄 몰라.”
“뭐?”
적하조가 입을 딱 벌렸다.
“아니 무슨 그런…… 나는 이제껏 네가 누구도 모르는 엄청난 상승의 무학을 익혀서 겉으로는 태가 전혀 안 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 그럼 무공도 한 줄 모르면서 그렇게 거만하고 뻔뻔하게 살아왔던 거야?”
“미안하게 됐군.”
“나 참.”
그러나 놀라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았다.
지금 당장은 계속 거리를 좁혀 오는 추적대를 상대해야 했다.
“내가 맡을게. 너는 최대한 멀리 도망쳐.”
입술을 꾹 깨문 적하조가 품 안에서 탄구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용천휘가 말렸다.
“안 돼. 그건 살막의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거령문의 갓난쟁이까지 죽여 없애는 무림맹의 지금 행보를 본다면 살막은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건 피해야 했다. 용천휘는 당분간 살막의 조력이 계속되길 바랐다. 지금 그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 어쩌라고? 탄구가 없이는 나도 열 놈이나 상대하지 못한단 말이야!”
적하조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적하조의 실력은 용천휘도 익히 하는 바였다.
“내가 상대할게.”
“뭐? 무공을 쓸 줄 모른다며?”
“내 사형은 아니니까.”
용천휘는 수레 뒤로 돌아갔다. 각종 약초 꾸러미 사이에서 몸을 감추고 있는 지강백이 거기에 있었다.
용천휘의 한쪽 눈이 붉게 변했다.
“이번에도.”
나를 구해 줘, 사형.
그의 손이 지강백의 목덜미를 더듬었다.
그리고 용천휘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적하조가 또 한 번 입을 벌렸다. 이번에는 어찌나 크게 벌렸던지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
“저, 저…… 저게 뭐야?”
곧이어 적하조의 눈앞에서 적혈대법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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