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혼몽(混夢)
다가닥다가닥.
날이 저물자 대로는 한가해졌다.
평소라면 마차 서너 대가 너끈히 달릴 수 있는 넓은 길을 한 대의 마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신양에서 상장으로 이어진 이 대로는 하남에서 호북으로 넘어가는 가장 편하고 빠른 길이어서 언제나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자시를 넘어가니 대낮의 번잡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지금 달리는 마차도 하루 묵을 곳을 지나쳐 할 수 없이 길을 달리는 것이 분명했다.
“나 원 참. 대체 어쩌자고…….”
마부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제껏 달려도 객잔의 불빛은 보이지 않고 앞으로는 계속 시커먼 어둠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새벽이슬까지 맞겠구먼. 쯧쯧.”
마부가 진작 지친 말 등을 채찍으로 찰싹 내리쳤다.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거칠어진 콧김을 토해 낸 말들이 막 속도를 높이려는 찰나,
“……응?”
저 앞, 어둠 속에서 뭔가가 휙 튀어나왔다. 그리고 대로 한가운데 멈춰 섰다.
마부가 기겁을 한 채 외쳤다.
“이런 니미! 저게 대체 뭐야!”
전신이 검고 큰 무엇이었다. 곰보다 더 컸다.
바위라도 굴러 왔나 싶었지만 분명히 팔다리가 움직이는 데다 무엇보다 두 눈으로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은……
“으아악!”
녹색 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버……범이다!”
겁이 덜컥 난 마부는 정신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나 연이은 채찍질에도 말들은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이것들이 선 채로 졸고 있나! 범이라고, 이것들아! 누굴 죽이려고 이러는 게야! 달려, 어서 달려!”
아니,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속도는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
“다, 달려……!”
느려지던 마차가 아예 멎어 버렸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좀 전에 길 한복판으로 뛰쳐나온 것의 정체였다.
범이 아니었다. 검은 천 자락을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쓴 사람이었다.
언뜻 보이는 희고 갸름한 얼굴은 분명 여인이었다. 덩치가 커 보였던 이유는 여인이 양팔로 힘겹게 사람을 하나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 사람이…… 사람 눈이 왜……?”
마부가 제 눈을 비볐다. 그러다 녹색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으…… 커헉!”
마부가 갑자기 피를 한 바가지 토하더니 앉은 자리에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다.
“무슨 일이냐!”
덜컹!
마차 안에서 졸고 있던 주인이 화들짝 놀라 마차 문을 열었다.
“웬 놈이…… 으헉!”
그 역시 순식간에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녹색 눈의 여인은 마차에 올라 힘겹게 안고 있던 사람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성치 않은 곳보다 성한 곳을 찾는 게 더 빠를 것처럼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는 사람은 지강백이었다.
“으…… 누, 누가…… 죽,”
사람이 죽어 가는 기척을 인지했던지 지강백이 부어터져 진물이 흐르는 눈을 뜨려 했다.
“쉿.”
채희유의 하얀 손이 지강백의 눈을 감겼다.
“더 누워 계십시오. 몸이 성치 않으십니다.”
“누…… 누구……”
“지금은 그것도 생각지 마시고요. 어서 나으셔야 합니다.”
음성은 달콤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가리고 있자 지강백은 곧 다시 의식을 잃었다.
하얀 손이 조심스럽게 상처투성이 얼굴을 쓸었다.
“……제가 낫게 해 드리겠습니다.”
마차 안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달빛이 채희유의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
마치 미소처럼.
* * *
무림맹의 발족은 순탄했다.
지금 상황에서 맹이 조직되는 것을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정점에 지월이 서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길 이도 없었다.
문제는 지월을 제외한 이들의 위치였다.
백사준이 아무리 시간을 두고 무림맹이라는 조직의 밑그림을 그려 왔다고 해도 잡음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들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추적대를 제외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사람들이 모여든 반야당은 조금 시끄러웠다.
“그래서 어쩌자는 게요?”
“……하니 ……하자는 말이외다.”
“아니, ……만 하면 된다는 겁니까?”
“……에서 ……를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소이다.”
“……께서는 어찌하여 말을 그리하시는 게요! 우리가 지금 싸우자고 예 모여 있는 것이오?”
백사준은 일단 침묵을 지켰다.
이 정도는 예상해 두었다. 지금 그가 할 일은 섣불리 중재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어느 문파에서 무엇을, 얼마큼 원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가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서로 무슨 말을 떠드는지 냉정히 지켜봐야 할 때였다.
지월과 백사준이 침묵을 지키고 있자 자연히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와중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황보세가였다.
어찌 보면 그도 당연했다.
달아난 마교 중 하나를 시신으로 만들어 온 것이 황보세가였기 때문이다.
추적대를 꾸렸던 가주는 시체로 돌아왔지만, 남은 자들은 그렇기에 더욱 기를 쓰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주의 죽음을 무가치한 슬픔으로만 남겨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교가 이미 종남과 사천당문에 숨어들지 않았습니까? 그 외에 얼마나 더 많은 곳에 숨어 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니 일단 마교와 연관이 없다는 게 확실한 곳부터 중책을 맡고,”
황보세가의 이가주인 황보위정의 말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원하는 바를 다 말하지 못했다.
“아, 아버님…….”
얼굴이 허옇게 질린 황보곽이 반야당으로 걸어 들어왔다.
황보위정은 장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눈살을 찌푸렸다.
“예가 어떤 자리인 줄 몰랐더냐? 갑자기 이 무슨 일이냐.”
“그게…… 그게……”
황보곽이 더듬더듬 입술을 열었다.
“아, 아무래도 시체가 바뀐…… 그런 듯하여…….”
“뭐라고?”
“사, 삼숙(三叔)의 시신에 신발이 없었습니다. 헌데 마교의 시신이라 온 것이 삼숙의 신을 신고 있…….”
“…….”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황보위정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가주의 포함해 총 여섯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멀쩡한 시신은 한 개도 없었다. 그마나 황보엽 정도가 얼굴 반쪽이 남아 있는 정도였다.
종남파를 사칭했던 마교는 거죽이 아예 녹아 버렸다. 종남파의 투박한 무복과 부러진 목검이 아니었다면 마교라는 것도 몰라보았을 것이다.
혹 독이 남아 있을까 염려해 여섯 구의 시신은 내원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황보곽은 식솔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맡았다.
그런 그가 와서 하는 말이었다.
신발이 바뀌었다고.
신원을 바꿔치기할 때 가장 잊어버리기 쉬운 것이 신발이었다. 의복을 바꾸고 얼굴을 훼손하고 머리 모양을 매만지는 것에 비하면 신발 따위는 잘 눈에 띄지 않는 탓이었다.
신발이 바뀌었다는 것은, 사람도 바뀌었다는 뜻이었다.
“그, 그게…… 그렇다면 그게……”
황보위정이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리자 백사준이 빠르게 나섰다.
“확인이 필요하겠군요.”
* * *
지월이 분노했다.
“이런 망할!”
지강백의 시체가 바꿔치기당한 가짜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퍼엉!
지월이 노성을 터트리며 손을 휘두르자 지강백의 무복을 입고 있던 시체는 한 줌의 핏물이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아, 안 돼……! 아니 되오!”
한발 늦게 정신을 차린 황보위정이 달려들었으나 이미 시신은 사라졌다.
피 보라를 뒤집어쓴 황보위정이 분을 참지 못하고 지월에게 삿대질을 했다.
“대사!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오! 이 시신은 황보가의 가속이외다!”
황보곽이 삼숙이라 부르는 황보인은 황보위정이 가장 아끼던 아우였다.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게 하다니! 이것이 마교를 잡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를 대하는 태도란 말이오!”
지월은 노기로 얼굴을 달군 황보위정을 힐긋 흘겨보았다.
“목숨을 바쳐……?”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표정이나 말투는 보는 이들을 경직시켰다.
“애초에 죽은 자가 잘못 아니던가?”
“뭐…… 뭐라고?”
“그게 아니라면 추적이 중단된 일도 없었겠지. 결국은 황보 성을 단 자들이 마교를 도운 꼴. 그런 주제에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대사!”
황보위정이 차라리 제 귀를 도려내고 싶다는 표정으로 지월을 바라보았다.
“맹에 쭉정이들은 필요 없다. 실력도, 결의도 없는 자들은 아예 발을 붙이지 마라.”
“누가 쭉정이라는 게요! 누가!”
쿵!
황보위정이 분을 참지 못하고 발을 굴렀다.
“감히!”
지월의 소맷자락이 펄럭인다 싶더니 다음 순간 황보위정은 백해혈에서 피를 흘리며 무릎을 굽히고 있었다.
대부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몇몇 눈이 좋은 자들만이 보았다.
지월의 탄지신통이 황보위정의 넓적다리를 뚫었고, 그래서 황보위정이 지금 무릎을 꿇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그 한 수로 황보위정은 아무것도 아닌 쭉정이가 되어 버렸다.
“이제 대사가 아닌 맹주라 칭해야 할 터. 입을 조심하도록.”
“…….”
황보위정이 입술을 꽉 물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가 덜덜 떨리고 있다는 것을 들킬 것 같아서였다.
쭉정이 취급을 당하고 가만히 있을 무인은 없었다.
마음은 벌써 일어나 지월을 향해 권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제대로 보지도 못했던 지월의 한 수가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무인의 본능은 방금 전 자신이 얼마든지 죽을 수 있었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지월이 백해혈이 아닌 심장이나 미간을 노렸어도 자신은 그것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휘익.
지월이 소매를 갈무리했다.
그 소리가 태풍처럼 크게 들렸다. 아무도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던 탓이었다.
무어라 할 것인가.
“나는 맹을 힘으로 다스릴 것이다. 그리고 그리해야 한다 믿는다. 맹이 만들어진 이유는 마교를 상대하기 위한 것! 그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힘뿐이다. 내 말이 틀렸다 생각하는 자는 지금 이곳을 떠나라.”
저런 말을 하는 천하제일기의 주인 앞에서.
지월은 고개를 돌려 안색을 굳히고 있는 백사준을 바라보았다.
“마교를 뒤쫓아. 산을 전부 불태워서라도 죽여 없애도록.”
백사준이 내키지 않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종남파를 뿌리 뽑아라. 주춧돌 하나 남겨 두지 말고.”
그 말에는 끄덕이던 고갯짓이 멎었다.
“……? 무어라 하셨습니까?”
“마교와 연관이 있는 곳이다. 중원에서 사라짐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미 장문인이 운명했고 몇 안 되는 문하들도 태반이 죽었습니다.”
지월이 백사준의 말을 끊었다.
“갈! 그럼 마교가 발붙일 곳을 남겨 두자는 말이더냐?”
“……너무 과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종남파는,”
“마교에 과하다는 말이 어째서 필요하단 소리냐?”
“…….”
뭐라고 하려던 백사준은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
종남에 대한 진실은 그에게도 자충수였다. 용천휘를 잡기 위해 지강백까지 함께 사지로 밀어 넣은 것은 지월이 아닌 자신이었다.
“꼭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따르겠습니다.”
지월은 그런 말을 토해 내는 백사준의 표정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놈의 시신을 가져와라. 서역으로 가는 것은 그 연후가 될 것이다.”
할 말을 마친 지월이 홱 몸을 돌렸다.
범광이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한숨을 한 번 내뱉고는 지월의 뒤를 따랐다.
지월이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숨 막히는 긴장감이 남아 사람들을 죄였다.
그리고 그 날.
종남파를 무림공적으로 선언하는 무림맹의 첩지가 강호의 각 문파를 향해 출발했다.
그때 반야당에서 무림맹의 결의를 다졌던 강호의 인사들 중 지월의 소매 끝에 티끌만 한 검붉은 색 핏자국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
새파란 달빛이 이마 위에 주저앉았다.
닦아도 닦아도 배어 나오는 식은땀이 달빛에 닿아 한층 더 차게 식었다.
“……안, ……게, 네가…… 거짓, ……라!”
터지고 벗겨진 입술이 고통을 토해 냈다.
채희유가 안타까운 얼굴로 지강백의 뺨을 쓸었다.
“쉿…… 그만 잊으세요.”
그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내뱉는 고통은 육신의 것이 아닌 마음의 것임을 그녀는 알았다.
살갗이 아무는 시간과 마음이 아무는 시간은 결코 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았다. 몸이 다 낫더라도 지강백은 오래도록 더 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채희유는 그것 때문에 벌써부터 마음이 아팠다.
결코 사람의 것처럼 보이지 않는 녹색 눈에 짤막한 갈등이 피어올랐다.
그러나 순간에 사라졌다.
채희유는 손을 들어 지강백의 이마 위에 얹었다.
“잊으세요.”
“……아, 안…… 사, 사부……님이,”
“잊으셔야 합니다.”
“사, 사부……”
그녀의 하얀 손에 파르스름한 안개가 맺혔다.
살아 움직이는 눈물의 결정처럼 보이는 안개는 지강백의 이마로 스며들었다.
“…….”
고통으로 뒤틀리던 몸이 멈췄다.
달싹이던 입술도, 일그러지던 표정도 멎었다. 상처가 뒤덮인 얼굴에 비로소 휴식이 찾아들었다.
그것을 보는 채희유의 얼굴에 잔잔히 미소가 떠올랐다. 미소가 진해짐과 동시에 녹색 안광도, 푸른 안개도 짙어졌다.
“모두 잊으시고 제 말을 따르시는 겁니다.”
지강백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주 깊은 수면의 뒤편으로 들어가 버렸다.
“입을 벌리세요.”
의식과는 상관없이 지강백의 입술이 벌어졌다. 채희유는 곁에 놓아둔 목갑을 열어 그 안에 든 것을 지강백의 입에 넣었다.
맑고 선한 향기가 비좁은 마차 안을 채웠다.
목갑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세 알의 대환단이었다.
“운기조식을 하는 겁니다. 천천히.”
지강백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가 뭔가를 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인지 미간이 계속 찌푸려졌다.
채희유는 다급히 지강백의 이마를 눌렀다.
“안 되면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만두시고 쉬세요.”
“…….”
“예. 그렇게요. 잘하고 계십니다.”
“…….”
지강백의 표정이 다시 고요해졌다.
약효가 도는지 미미하게 혈색이 돌아온 지강백을 향해 채희유가 조심스럽게 몸을 굽혔다.
그녀의 손이 피가 얼룩진 머리칼을 다정히도 매만졌다.
“이제 상관없겠지요, 무공 같은 것은. 대환단은 그저 부상이 나을 때까지 몸을 돕도록만 하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강백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저 낫기만 하세요. 기억도, 생각도 필요 없습니다. 괴로운 일은 모두 잊으세요.”
자칫 눈물을 흘릴까 봐 채희유는 조심스럽게 몸을 떼어 냈다.
이제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강백의 상처만 나으면 잠시 미뤄 두었던 파루나의 일을 할 것이다. 그가 용천휘를 죽이고, 교에 남아 있는 용천휘의 세력들을 정리하도록 도울 것이다.
눈 깜박할 새에 모든 일을 마치고 자신은 아무런 금제가 없는 새 몸을 얻을 것이다.
그 날이 되면 품에 안겨 마음껏 우는 것도 할 수 있었다.
지강백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저 따듯한 팔로 자신의 전부를 감싸 안아 줄 것이다.
“그 날이 되면 저도 모두 잊을 수 있겠지요. 그래도 되는 것이겠지요.”
백지처럼 새하얗게 된 둘에게는 서로밖에 그려 넣을 게 없을 것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서로만으로 가득 찬 상태가 될 것이다.
그 날을 생각하는 채희유의 두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녹색 눈이 꿈처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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