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천동지-60화 (60/346)

제60화 제자의 도리

그윽한 차향은 벌써 그쳐 있었다.

그러나 차향이 조금도 아쉽지 않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중이었다.

“허면, 거기서 칼이 부러졌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호오.”

지월은 벌써 두 시진이 넘도록 지강백을 붙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종남과 소림의 무학에 대해 나누던 얘기가 어쩌다 보니 소림사까지 오는 과정의 경험담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천하제일쾌검, 남궁진현과 시비가 붙었던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지월은 습관대로 찻잔을 들었다가, 이미 한참 전에 비어 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객쩍은 표정으로 찻잔을 내렸다.

그만큼 얘기에 정신이 팔렸다는 뜻이었다.

“내 생각에는 남궁의 이가주라면, 그리 매달린 상태에서 몸을 가볍게 하는 방법쯤은 알고 있을 듯한데.”

“두 사람 분의 무게가 실렸을 것입니다. 남궁대협의 칼은 쾌검을 위한 것인지 무척 얇기도 했습니다.”

“허나 얇은 명주실은 질기지 않던가?”

지강백이 고개를 기우뚱거렸다.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사께서는 남궁대협의 칼이 부러졌던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생각하시는 겁니까?”

지월이 빙그레 웃었다.

“그야 칼에 두 사람이 매달려 본 경험이 있다면 알 수 있겠지.”

“……보통은 그런 경험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게 아닌가.”

지월은 두 번째로 빈 찻잔을 집었고, 비었다는 것을 깨닫자 아예 멀찍이 밀어 놓았다.

“남궁의 이가주께서는 본인이 그런 처지가 될지 어디 짐작이나 하셨겠나? 그러니 두 번째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씀도 하셨겠지.”

지강백이 조금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다.

“제가 절벽에 매단 게 아닙니다만.”

“아니, 나는 칼을 얘기하는 걸세.”

“칼이오?”

“그거라면 원한을 살 만도 하지.”

계속 뜻 모를 웃음을 짓고 있는 지월은 어찌 보면 용천휘와 비슷했다. 모를 소리를 해 놓고서는 제대로 말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제가 남궁대협을 이해하지 못했더니 제 사제는 그분을 오히려 매우 정상적인 무인이라 하더군요. 저는 사제를 나무랐습니다만, 오늘 대사께서도 제게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지월의 맑은 눈이 반짝였다.

“호오, 그 사제가?”

“예.”

지월이 고개를 한 번 젓더니 물었다.

“혹시 칼을 보고 난 뒤 그리 말했나?”

“그렇습니다만.”

“흐음.”

지월이 새벽부터 지강백을 따로 부른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그에게 천하무도회가 처음이라는 점을 들어 이것저것 일러 줄 것이 많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후기지수들의 우수함과 영특함도,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되는 젊은 이기심도 지월은 잘 알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을 향한 텃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월은 누구보다 반듯한 지강백이 무지로 인해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용천휘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함이었다.

개방의 말로는 종남의 둘째 제자를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우연히 비를 그으며 잠깐 대면한 적이 있는 용천휘는 확실히 설명이 어려운 구석이 많았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꼬리를 매우 잘 감추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지강백을 불렀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에도 그와 대면하는 일이 즐겁다는 게 가장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사제는 어떤 사람인가?”

그 말에 지강백의 눈매가 굳었다.

“……대사께서도 백 소방주와 같은 것을 물으려 하십니까.”

“으음…… 내 너무 속을 드러냈나보군. 나이가 들면 저절로 속에 때가 끼는 모양일세. 그러나 어쩌겠나. 때론 늙은이의 때가 젊은이의 깨끗함보다 나을 때도 있는 것을.”

지월은 지강백의 눈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때가 탔다던 말과는 달리 그 눈은 바닥 없는 물처럼 깊을 뿐이었다.

“개방의 소방주께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으시더군. 소협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전적으로 소협의 능력에 있으나 소협의 사제는 얘기가 다르지. 이 노구는 객들을 모신 주인의 입장에서 혹 그가 개방에서 우려하는 것과 같은지 묻고 싶다네.”

“…….”

지월의 말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는 도무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 사제가, 간혹 이치에 어긋나는 일을 곧잘 하는 성정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가 모든 것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여기지도 않습니다. 말 못 할 사정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허나 그가 짓궂긴 했어도 악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흐음. 그랬던가.”

“틀어진 부분이 있으나 근본적으로 악인은 아닙니다. 백 소방주님께서 우려하시는 그런 일은 없다고 믿습니다.”

“허나 사제가 아니던가. 남들보다는 정이 가기 마련일세. 그리고 이 노구의 눈에 소협은 몹시 다정한 사람으로 보이네.”

“…….”

지강백은 잠시 생각하던 끝에 말을 이었다.

“제가, 사제에게서 등을 돌리길 원하십니까?”

“이 노구가 무슨 힘이 있어 소협의 정리(情理)에 관여하겠나. 그런 뜻이 아닐세. 노구는 단지 소협을 염려하는 것이지.”

지강백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사제를 믿겠습니다. 허나 대사와 백 소방주님께서 염려하시는 바를 허투루 듣지도 않겠습니다. 사제가 진정 소림에 다른 목적이 있어 왔다고 하면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을 하겠지요. 사제의 행적은 제가 단속하겠습니다.”

지월은 좀 전보다 한층 더 자애로운 눈길로 지강백을 바라보았다.

지강백이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 그런 성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말해 주고 싶었다.

믿음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것이 아마 강호에 첫발을 내디딘 모든 이들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숙제 같은 일이라는 걸.

“그렇다면 노구는 소협을 믿겠네.”

“감사합니다.”

지월은 웃는 얼굴로 밀어 놓은 찻잔을 찾았다.

“찻물을 더 가져오라 이를까? 한 잔 더 함세.”

“……말씀은 감사하나 사제를 혼자 둔 지 오래되어 이만 가 봐야 할 듯싶습니다.”

“오래되긴. 아직 해가 안 뜬…… 음? 해가 떴나?”

지월이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한 없이 깊던 눈이 지금은 어린아이처럼 어수룩해 보였다.

“허허…… 어느새 시간이 그리 흘렀나. 내가 소협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던 모양이네.”

“아닙니다.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강백이 인사를 할 것처럼 자세를 고쳐 앉자 지월이 갑자기 덥석 그의 손을 붙들었다.

“귀한 시간이었다면 내일도 봄세. 괜찮으시겠나?”

“……예? 그게……”

“소협이 허락하면 내 초식을 하나 알려 주려 함일세. 안 되겠나?”

안 되는 게 아니라 너무 과분해서 탈이었다.

지강백도 바보는 아니었다. 소림 방장의 호의가 결코 가벼울 수 없다는 것은 알았다. 그가 단지 호의로만 이럴 수는 없다는 것도.

“왜 제게 이리 잘해 주십니까?”

“허허…… 산속에만 틀어박혀 사는 이 노구에게 다른 일이 뭐 있겠나. 멀리서 객이 오면 그저 고마워하는 게지.”

“하지만 저 말고도 객이 많을 줄 압니다.”

“하지만 소협은 소림에 처음 오신 객이 아닌가. 너무 어려워 마시게. 늙고 재미없는 노구를 진득하니 상대해 주는 객이 그리 많지 않다네.”

그리고 지월은 “소협과는 칠 년 뒤에 또다시 만나야 하기도 하고.” 라는 혼잣말을 웃음으로 감추었다.

“그럼 이제 정말 보내드리지. 대신 내일 같은 시간에 오시게.”

아직도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지강백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자신이 왜 이런 과분한 호의를 받는 입장에 있는가는 의문이었지만 지월과 보내는 시간은 그로서도 의미 깊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지강백은 포권으로 인사를 마치고 방장실을 나왔다.

“앗, 시주님.”

새벽녘에 그를 안내해 주었던 사미승이 때마침 지강백을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왔다.

“예, 스님.”

“빨리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밖에 일이 생긴 모양이에요.”

“일이라니요?”

“같이 오신 시주님이 곤란하신 것 같았어요. 지금 다른 시주님들이 막 언성을 높이고 그러셨대요. 저도 직접 본 건 아니고 들은 거라서 뭔지는 잘…….”

사미승은 모른다고 했지만 지강백은 어찌 된 일인지 알 것도 같았다.

잘도 사고를 몰고 다니는 사제가 분명 누군가의 비위를 건드렸을 것이다.

“말씀 감사합니다. 어서 가 봐야겠습니다.”

“엇, 예! 길은 저쪽입니다. 살펴 가세요.”

지강백이 꾸벅 인사를 건네자 그의 허리밖에 오지 않는 자그마한 사미승이 허둥대며 저도 고개를 숙였다.

사미승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지강백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 * *

“소림의 내원 아닌가? 명색이 절인데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건가?”

마흔다섯 중 쓸 만한 인간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용천휘는 곧장 흥미를 잃었다. 지강백만큼 시선이 가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제 딴에는 이들의 맏형 격이라 생각이 들었는지 나서서 칼을 뽑아 든 인간은 단순히 무공 수위로 놓고 보자면 비슷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저 빤한 성정은 두고 볼 게 없었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은 귀찮을 뿐이었다.

‘뭐라도 건질까 했는데. 오판이었어.’

겉으로는 하릴없이 낮잠이나 자려는 인간처럼 보여도, 용천휘의 머릿속은 제법 분주했다.

소림에 들어온 목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월과 접촉해 적혈대법을 시전하는 데 따르는 반소 효응을 겪어 봐야 했다.

문제는 지월이 그렇게 쉽게 틈을 내어 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확히 부채를 망가트렸다. 무언가 낌새를 눈치챘다는 말이었다.

그가 어디까지 감을 잡고 있는지, 용천휘는 쉽사리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대로 천하무도회가 시작된다면 지월과 단둘이 마주할 기회는 점점 더 사라질 텐데. 그 전에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각이 길어지고 있었으나 그를 둘러싼 귀찮음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천일장이 말했다.

“그거야 네 실력에 따른 것이겠지. 내 칼 아래 살아날 재주가 없는 인간이라면 애초에 걸음 해서도 안 되는 곳이다.”

용천휘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가 천일장을 보며 해맑게 웃었다. 해맑아서 오히려 더 의미를 알아채기 난해한 미소를.

“이해할 수 없군. 나는 가라는 데로 와서 낮잠을 자겠다고 한 것뿐이잖아. 그게 칼을 휘두를 이유가 되나?”

“그만 주절대고 일어서라. 선배의 아량으로 삼 초를 양보하겠다.”

용천휘의 미소가 한층 더 생각 없이 맑아졌다.

“삼 초가 뭔데 양보를 해?”

“뭐……라고?”

“내가 입문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이쪽 관습에는 서툴러. 삼 초가 뭐라고? 양보해 주면 좋은 건가?”

어처구니가 없던지 천일장이 잇새로 헛바람을 흘렸다.

“……이런 게 천하무도회에 왔다고?”

그는 칼을 뽑아 들기 이전보다 더 분노했다.

천하무도회는 구파일방의 자부심이었다. 구파일방이 아니고서야 접근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러했다.

그런 곳을, 종남의 둘째 제자라던 이가 세 치 혀로 더럽히고 있었다.

“용납할 수 없어. 종남은 천하무도회를 모욕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제자라고 보냈단 말인가?”

천일장이 용천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자칭 종남파 둘째 제자는 가까이서 살피니 무공을 익힌 흔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모욕감이 거세졌다.

용천휘는 구멍이 일직선으로 뚫린 부채를 펼쳐 들며 천일장의 시선을 받아넘겼다.

“아니. 내가 알기로 사양하는 사형에게 천하무도회에 꼭 오라고 한 건 성이 백 씨라던 거지였어. 그럼 그쪽에 가서 따져야 맞는 일 아닌가? 왜 엄한 사람을 잡고 그래?”

용천휘가 칼날을 코앞에 두고도 태연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살생을 엄격히 금하는 천하무도회의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살생을 한 자는 그 상황에 따라 경중을 따져 앞으로의 참여가 금지되었다.

지금처럼 저항도 하지 않는 자를 상대로 저지르는 살생은 더 볼 것도 없이 이십 년 금지였다.

이십 년이면 강호가 두 번은 물갈이 될 시간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초빙된 자는 네 사형으로, 너 같은 걸 끼워 넣은 건 종남이라는 뜻이로군.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종남이라는 소리냐?”

이번에는 천일장이 웃었다.

구대문파 중 제일 가는 약체인 데다가 그마저도 쫓겨난 종남파가 천하무도회를 우습게 본다는 게 어이가 없기에 터지는 실소였다.

“천하무도회가 어떤 곳인지 미리 알려 줘야겠군. 네 사형은 어디 있나?”

답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여기 있습니다.”

사미승에게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숨이 약간 차오른 지강백이었다.

지강백은 마흔다섯 명에게 둘러싸여 있는 사제를 발견했다.

용천휘가 눈매를 늘어트리며 애처로운 표정을 흉내 냈다.

“사형! 어디 갔었어? 나 혼자 무서웠다고.”

“넌 그새 또 사고를 치고 있었나. 좀 얌전히 있어.”

용천휘의 표정이 장난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화가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용천휘는 아마 이 중에서 무공을 익히지 않은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구대문파의 후기지수들이라면 그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칼을 겨누고 있었다.

지강백은 이 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제가 무례하게 굴었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그만 칼을 거두십시오.”

“그럴 수 없다.”

천일장이 용천휘로부터 몸을 돌려 지강백의 앞에 섰다. 다른 이들이 용천휘와 천일장, 그리고 지강백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들을 에워쌌다.

“나는 종남파가 이 자리에 나와 함께 있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

“청간은 없지만 확실히 초빙을 받았습니다.”

“그거야 네놈들이 하는 말이고.”

지강백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럼 제가 사문의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사문도 사문 나름이겠지. 구대문파에서 쫓겨난 것으로도 모자라 산적 무리와 쥐떼만 들끓는다던 빈집을 과연 사문이라 할 수 있나?”

지강백은 숨을 한 번 들이켜고 나서 답했다. 참기가 어려웠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연심환이 끼어들었다.

“무슨 소릴! 나는 화산의 사람이다! 설마 같은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느냐!”

화산파까지 거들자 동조하는 눈빛들은 더욱 강해졌다.

“종남은 진작 맥이 끊긴 곳이다. 지금은 구대문파의 수치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지강백은 생각했다.

이걸 참을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이걸 왜 참아야 하는 걸까.

“장문이라는 자가 고작 일대제자에게 패해 달아나던 삼십 년 전 그날과 같은 수치를 겪기 전에 미리 기회를 주지. 당장 짐을 싸서 그 쥐떼 소굴로 돌아가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이 정도면 참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니.”

지강백은 목검을 뽑아 들었다. 목검은 가장 먼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예의를 잘라 냈다.

“그럴 필요 없다. 사문에 대한 모욕이라면 그 자리에서 갚아야 하는 것이 제자 된 도리겠지. 덤벼라.”

“……하.”

천일장이 헛숨을 토해 냈다.

“쥐떼 소굴인 줄 알았더니 광인들 소굴이었군. 그 정도로 미쳤다면 저승으로 보내 주는 게 오히려 자비일 것이다.”

슷!

천일장이 검을 세웠다.

늘씬하고 예리한 장검과 여기저기 닳은 뭉툭한 목검이 서로를 마주했다.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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