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천동지-59화 (59/346)

제59화 백로 무리 속의 까마귀

“으으…….”

연심환은 팔꿈치를 파고드는 길쭉한 침을 보며 인상을 썼다.

소림에 도착해서 지객당에 거처를 받은 지 하루.

이튿날 화산의 일행이 소림에 도착했다. 화산을 기점으로 다른 문파들도 하나둘씩 모여들며 소림은 점차 천하무도회의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연심환은 사문의 사람들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네놈은 어찌 된 게 이리 중요한 시점에 몸을 상하게 한단 말이냐.”

그를 아끼는 팔장로가 사람을 시켜 다친 팔에 침을 놔주는 중이었다.

침이야 아플 것은 없었지만 사부의 꾸짖음은 따끔대고도 남았다.

연심환이 저도 모르게 이를 뿌득 갈았다.

“그게 사부님. 참으로 괘씸한 놈들이었습니다. 감히 구대문파를 사칭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화산의 무공이 그 종남파보다 못하다며 깎아내리다니요.”

“그건 둘째 치고 네가 방심했다는 게 문제다.”

“허나 그건……”

“내 늘 말하지 않더냐. 네놈은 마음이 옹졸한 것이 탈이라고. 마음이 비좁다는 것은 생각이 얕다는 뜻이요, 생각이 얕으면 깊이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예, 사부님.”

연심환이 입술을 얕게 물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쯧쯧.”

시간이 흐르자 침술사가 침을 뽑았다.

“팔은 이제 괜찮으냐?”

“예. 한결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두어 시진 후라면 팔을 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래. 차라리 잘 되었다. 이번 일을 기회 삼아 앞으로는 어떤 상대라도 방심하지 말거라.”

“예, 사부님.”

꾸지람을 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철이 덜 든 제자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성격만 진중하면 그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재능이 출중한 제자였다.

화산의 팔장로 현달 도인은 제자를 타이르는 말을 마친 뒤 손가락으로 수염을 꼬았다.

제자를 팼다는 웬 잡놈이 괘씸한 것은 사실이었다.

“흠. 감히 화산의 무공을 경시했다니. 혹시라도 마주칠 일이 있다면 다시는 입을 그리 경망스레 놀리지 못하게 해 주어야겠다.”

연심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부님. 저도 꼭 그리할 작정입니다.”

“그래. 적어도 부러진 칼값은 치르게 해야지.”

현달 도인이 그 괘씸한 잡놈들과 마주하게 되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 * *

정식으로 천하무도회가 시작되는 날은 사흘이 남았다.

아직 채 도착하지 못한 문파도 있었고, 그들이 도착해서 여독을 풀 시간도 주어야 했다.

미리 도착한 이들은 그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특히나 후기지수의 자격으로 참여한 이들은 계율원 앞의 넓은 공터를 공용 연무장 삼아 이른 아침부터 수련에 매진 중이었다.

수련도 수련이었지만, 천하무도회에서 맞붙게 될 상대가 어떤 실력을 지녔는지 미리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여어, 이정혈수도 오셨군. 왜 이리 늦었나?”

팔을 치료하느라 연심환은 연무장에 합류가 늦었다.

그의 얼굴을 아는 몇몇이 아는 체를 해 왔다.

“말도 말게.”

이게 정상이었다.

구대문파의 후기지수란 사실 든든한 울타리를 의미했다.

그들은 무가 출신이거나, 혹은 무에 뜻을 둔 유복한 집안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근골이 굳기 이전인 어린 나이에 입문해 배분이 높은 일류고수를 사부로 맞아 수련을 시작했다.

자질이 있다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일류고수인 사부는 절정고수가 되며 사문의 특별한 관심과 비호 하에 놓이게 된다. 후기지수로의 삶은 이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당연히 출발부터 달랐다.

후기지수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들은 천하무도회의 경쟁자이기도 했지만 다음 대의 강호를 이끌 든든한 아군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서로를 인식하고 친분을 쌓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각 문파의 후기지수들을 대하는 이정혈수 연심환은 이제야 저가 태어난 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제 감히 청간도 없이 천하무도회에 발을 붙이려는 무뢰배들 때문에 시비가 있었네.”

“저런?”

무당파의 이대제자인 천호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받았다.

“허, 천하무도회의 위신이 그리 떨어졌을 줄은 몰랐군. 강호에 발을 담근 자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내 말이 그 말일세. 천하무도회가 어떤 곳인가? 그야말로 천하를 논할 수 있는 자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던가. 오 년에 한 번 강호에서 가장 위태로운 험지가 되는 곳에 그런 잡인들이 고개를 들이밀다니. 쯧쯧. 천하무도회를 주관하는 소림의 체면이 말이 아닐세.”

연심환은 그 웬 잡놈들 중 하나에게 얻어맞고 검마저 부러진 게 자신이라는 것은 그새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 것이다.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후기지수들뿐이었다. 연심환은 자신이 당한 것은 순간 방심한, 그것도 너무 과하게 방심한 탓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자네 검이 바뀌었군?”

천호가 눈치 빠르게 연심환의 검을 알아보았다.

어제 부러진 탓에 급하게 장만한 것이었다. 듣기로는 사부인 팔장로가 아쉬운 소리를 해 가며 소림에서 빌렸다 했다.

수치심으로 연심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물론 천호는 어제 시비가 있었다는 말에 그가 왜 그러는지 짐작은 했지만 짐짓 모른 체 해 주었다.

“사흘 안에 손에 익도록 하려면 힘들겠어.”

“그러게 말일세.”

웬 잡놈들에게 원한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연심환이 또 뿌드득 이를 갈았다. 어제부터 하도 갈아 댔더니 이젠 어금니가 좀 시릴 지경이었다.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재밌게 합니까?”

연심환의 목소리가 커지자 다른 이들도 흥미를 드러냈다.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완과 그의 친우인 황보세가의 황보곽이었다.

둘은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나이가 어린 축에 속했다.

연심환은 오대세가는 구대문파와 같은 급은 아니라 여기고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표정으로 감췄다.

“여, 왔는가. 혹시 어제 소식 들었나? 감히 이름도 없는 잡인들이 구대문파를 사칭해 가며 소림의 정문을 더럽혔다더군.”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같은 얘기가 또 시작되었다.

반복되는 얘기는 지루해지기 마련이었다. 따라서 반복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약간의 살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무리가 늘어나자 하나둘씩 수련을 잠시 미루고 이야기에 합류했다.

얘기가 끝날 무렵, 지강백과 용천휘는 천하에서 가장 경우 없고 예의 모르며 싹수 노란 파락호가 되어 있었다.

“원, 미친놈들. 이게 다 종남이라는 이름을 정리하지 못한 탓이다. 아직도 무식한 세인들 중에는 종남이 구대문파의 일원이라 아는 자들이 많으니까 그런 간 큰 사기도 쳐 볼 생각을 하는 것이지.”

“그 말이 맞아.”

“또 누가 그런 사기를 치고 다닐지 두렵군. 이참에 확실히 강호의 서열을 명확히 해야 해.”

“때마침 이번 천하무도회는 구대문파의 공석을 채우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니 잘된 일이야.”

연심환의 사형이자 또 다른 화산의 후기지수인 장이휘가 입을 열었다.

그도 도착이 늦은 터라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다만 사제가 그런 일을 겪었다니 화가 나면서도 약간은 한심하다 여겼다.

“연 사제, 그놈들은 어떻게 되었나?”

“예, 사형. 지객승이 말하길, 소림에서 알아서 다룬다 하였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소림의 나한승들이 어디론가 끌고 갔다 하더군요.”

“그래? 그럼 진작 쫓겨났을 테니 꼴을 한번 보기도 어렵겠군. 그자들은 화산에서 처리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사형.”

그 뒤로 몇 가지 시시한 얘기들이 더 오갔다.

그러나 그리 길진 않았다. 다들 이 자리에 잡담이나 하러 온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자, 그럼 이제 수련을 마저 하지. 연무장을 쓸 인원은 우리 마흔다섯…… 아니, 개방의 소방주와 사천당문의 소가주, 그리고 소림의 감원이 이곳에 없으니 마흔여덟이 되겠군. 이게 전부인가?”

구대문파의 후기지수는 스물둘이었지만, 천하무도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보다 더 많았다.

기회를 고루 주자는 취지에서 같은 항렬의 제자들이 함께 왔다. 거기에 오대세가의 소가주들까지 합세하면 인원이 늘 수밖에 없었다.

인원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했다.

이 공간을 사흘간 모두가 함께 써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럴 경우 자리 배분이 필요했다.

겉으로는 다들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곳은 강호였다. 드러내지 않는 사소한 원한이야 얼마든지 있었다.

수련 중의 실수를 가장해 미리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려 드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아니. 듣기로는 쉰이라고 합니다.”

제갈세가의 제갈단우가 말했다.

천호의 사형인 천일장이 말했다.

그는 후기지수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소림의 감원과 개방의 백사준과 더불어 후기지수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이르는 자였다.

“둘이나 더 있다고? 누구지? 이 자리에 낄 만한 자들이 더 있었나?”

“저도 그걸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객당의 첫 번째 방을 차지한 이가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그들이 아닐까 합니다.”

“음? 첫 번째 방을 차지한 이가 있어?”

여러 문파의 여러 이들이 모였으니만큼, 그리고 특히 서열에 목숨을 거는 성향을 지닌 만큼 후기지수들은 이런 사소한 숫자에도 민감했다.

그리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천하무도회가 어디서 있든 처소는 항상 배분과 나이, 그리고 사문의 인지도를 다방면으로 고려해 결정이 되었다.

예를 들어 구대문파긴 하지만 단 한 번도 천하제일기를 얻은 적이 없던 공동파는 늘 가장 끝 방을 배정받는 식이었다.

게다가 유감스럽게도 소림의 지객당은 첫 번째 방이 가장 좋기도 했다. 크고, 정돈이 잘 되어 있었으며 다른 방들과는 떨어져 있어 좀 더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천일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첫 번째 방은 개방의 소방주가 쓸 줄 알았는데. 아니던가?”

무당이나 개방이나 위세는 엇비슷했지만 현 소림 방장과 개방 방주가 서로 워낙 친밀한 사이다 보니 첫 번째 방을 개방에서 가져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생각하던 천일장이었다.

그런데 개방이 아니라면 입장이 애매해지는 것이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개방에서는 현재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합니다.”

“그런데 첫 번째 방은 이미 쓰는 자가 있고?”

“예. 게다가 하나가 아닌 둘이었습니다.”

“둘? 그렇다면 확실히 개방의 소방주는 아닐 테고…… 누구지? 혹 본 사람이 있나?”

“내가 본 것 같아.”

온통 사내들만 득실대는 가운데서 산뜻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미파 속가제자인 지전영이었다. 외모만큼이나 도도한 성정의 그녀는 어지간해서는 남들과 말을 섞지 않았다. 후기지수들과는 표면적인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중에 친우는 없었다.

“새벽에 사미승을 따라 나한당을 지나가는 사람을 봤어. 젊고, 머리털이 있는 걸 봐서 확실히 소림의 제자는 아니지. 우리 중에도 없고. 그렇다면 첫 번째 방의 손님이라 봐도 좋지 않을까?”

“일리 있는 말이군. 그런데 왜 사미승을 따라가고 있었다는 거지?”

“글쎄. 그것까진 알 수 없지.”

그 답을 아는 자가 있었다.

“나한당을 지나면 팔대호원이고, 팔대호원 너머에는 방장실이 있기 때문이지.”

낯선 목소리였다.

마흔일곱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뭐, 그 시간에 불렀으면 둘이서 차라도 마시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말하며 어딘지 모르게 매우 비싸 보이는 부채를 흔들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때깔 좋은 비단옷에 보는 사람을 기죽이는 화려한 미모를 지닌, 어쩐지 이 자리에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내는 물론 용천휘였다.

“너는 누구냐?”

천일장이 모두를 대신해 물었다.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였다. 이 자리에 있을 정도라면 마땅히 무당파의 천일장이 얼굴을 알고 있어야 했다.

뚜렷하지만 이질적인 존재감은 용천휘를 불청객처럼 보이게 했다.

“종남파 둘째 제자.”

“뭐라고?”

용천휘의 얼굴을 알아본 연심환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용천휘가 그를 향해 설렁설렁 손을 흔들었다.

“여, 또 보네. 오늘도 옷차림은 참…… 할 말이 없군. 그 영웅건 좀 벗지 그래?”

“네…… 네놈이 어째서! 이 자리에 있는 거지?”

용천휘가 참 딱하다는 표정으로 연심환을 보았다.

“왜긴 왜야. 종남파가 천하무도회에 참가하니까 그런 거지.”

“아, 아냐! 네놈은 분명히 청간도 없지 않았나! 분명 종남파를 사칭해서,”

“아, 그거.”

용천휘가 길쭉하고 우아한 손가락을 장난치듯 퉁기며 말했다. 그 모습을 매일 봐 온 지강백도 볼 때마다 짜증이 나는 동작이었는데, 처음 보는 이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다들 욕설이라도 들은 것처럼 표정이 나빠졌다.

“없어도 되던데?”

“뭐라고?”

“지월이라는 노승이 불러서 왔다고 하니까 알았다고 하던데.”

“지, 지월?”

다들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세 번을 연달아 천하제일기의 주인이 된 지월과 진작 망해 버린 종남파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조합이었다.

“믿을 수 없다. 종남파가 아직 존재한단 말이냐? 게다가 청간이 아닌, 지월 대사가 직접 초빙을 했다고?”

용천휘가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했다.

“못 믿겠으면 어쩔 건데. 궁금해하기에 이 몸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답을 해 줬더니. 안 믿기면 믿지 말든가.”

용천휘가 부채를 펴서 설렁설렁 흔들어 댔다.

“여기는 앉을 데라고는 없나? 밥을 먹었으면 여기로 나가 봐야 한다고 해서 오긴 왔는데 여긴 딱히 이 몸이 있을 곳이 못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용천휘는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계율원을 오르는 반 장 계단의 난간에 기대앉았다.

“나는 낮잠이나 자야겠군. 그럼 다들 볼일 마저 보라고.”

그의 모습을 마흔다섯 쌍의 눈이 지켜보았다.

종남파 둘째 제자라는, 흡사 거대 탄구 같은 말을 집어 던진 그는 정작 무공이라고는 한 줄도 익히지 않은 동작으로 병든 닭처럼 햇볕 아래 엉덩이를 깔고 앉기나 했다.

마흔다섯의 후기지수들은 그 어디서도 이런 모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백번 양보해서 종남파가 아직 망하지 않았으며, 자애롭기로 이름 높은 지월 대사가 그들을 딱히 여겨 마지막으로 한 번 천하무도회에 올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주었다고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오게 되었으면 마땅히 쟁쟁한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먼저 인사도 하고 이름도 밝히고 잘 좀 부탁한다 허리도 좀 굽혀 주고 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었다.

낮잠 자다 파리 쫓듯 손짓이나 까닥거릴 게 아니라는 소리다.

“나는 못 믿겠다.”

무당의 천일장이 나섰다.

그는 비단옷에 잘 감싸인 용천휘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일어나라. 과연 천하무도회에 발을 붙일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

정말로 잠을 청하듯 눈을 감고 있던 용천휘는 한 박자 느리게 그게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음?”

“그래.”

천일장의 눈이 싸늘해졌다.

“일어나라. 아니라면 네 말을 증명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여기겠다. 그럴 경우 천하무도회를 어지럽히는 파락호나 진배없으니 네 무례를 벌하겠다.”

스릉!

천일장이 허리춤에서 날이 시퍼렇게 선 검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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