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초대받지 못한 자
“저게 다 뭐야.”
용천휘가 인상을 썼다.
지월의 말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다닐 일이 없다는, 뒷길의 뒷길쯤 되는 비좁은 길을 벗어나니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말이나 노새 등에 짐을 잔뜩 얹은 행렬이 소림의 정문에서부터 저 산 아래까지 길게 길게 이어지는 중이었다.
천하무도회를 앞두고 거기에 참가할 자격이 되는 이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 어디서 튀어나왔다지? 올 때는 못 봤는데.”
지강백은 숭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네가 엉뚱한 길로 접어들지 않았냐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꼭 네가 처음 종남산에 오르던 날을 보는 것 같군.”
용천휘가 입술 끝을 피식거렸다.
“무슨 소리야. 내 짐이 저것보단 많았지. 필 총관한테 기왕 짐을 가지러 간 김에 그때처럼 챙겨 오라고 해 두는 건데.”
“……그런 걸로 남들보다 앞서서 뭐가 좋은데?”
“안 좋을 건 또 뭐야? 남들보다 가진 게 많다는 건데.”
지강백은 늘 그렇듯 용천휘의 생각 없는 말은 상대하지 않았다.
“우리도 들어가자.”
그러나 소림의 정문을 통과하자니 간발의 차이로 그들보다 먼저 온 사람들의 행렬이 너무 길었다.
어느 문파인지는 몰라도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모양이었다. 필목현이 지강백은 모를 이유로 자리를 비운 지금, 고작 두 명이 전부인 종남파와는 여러모로 사정이 달랐다.
“원 참. 한참 걸리겠군.”
용천휘가 지루한 듯 하품을 했다.
“새치기 좀 하자, 사형. 우리는 고작 둘인데 그래도 되지 않아?”
지강백이 말리기 전에 용천휘가 재빨리 어느 문파인지 모를 사람들의 행렬 틈에 끼어들었다. 지강백은 이마께에 울컥 핏대가 솟는 것을 느끼며 용천휘의 팔을 움켜쥐었다.
“이봐, 그런 건……”
그가 화를 내기도 전이었다.
“뭐하는 놈들이냐!”
귓등으로 누군가의 노기가 날아들었다.
지강백과 용천휘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말 위에 앉아 한 손에는 채찍을 든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
“네놈들 탓에 걸음이 늦춰지지 않았나! 제대로 걷지 못하겠느냐!”
그의 이름은 연심환으로, 화산의 속가제자였다. 출신만으로 따지면 천하무도회에 발을 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심환은 예외적으로 자질을 인정받아 속가이면서도 팔장로의 직전제자가 될 수 있었다.
언젠가 백사준이 말한 스물둘의 후기지수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자였다.
마침 집이 낙양인 터라 소림에는 사문 중에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싣고 오는 대부분의 짐들은 저 혼자만 쓸 게 아니라 천하무도회에 참석하는 사문 전체를 위한 것이었다.
말이 나왔으니 얘기였지만 화산의 팔장로가 그를 각별히 여기는 이유는 유복한 집안 탓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굴곡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인생을 보내 왔고, 그 탓에 성정이 강퍅하다는 유일한 단점을 지닌 인물이었다.
용천휘가 몸이 멀쩡해 제대로 무공을 익혔다면 둘이 퍽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은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용천휘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연심환을 쳐다보았다.
“뭐, 제대로 걸어? 지금 그건 이 몸에게 한 소린가?”
“이 몸?”
연심환의 눈초리가 쭉 찢어진다 싶자,
휘리릭!
다짜고짜 채찍이 날아왔다.
“젠장.”
지강백이 한 팔로 용천휘를 감싸며 다른 팔로 채찍을 퉁겨 냈다.
“뭐야, 일꾼이 아니었어?”
느닷없이 채찍에 맞을 뻔한 용천휘보다 연심환이 더 어이없는 얼굴이었다.
지강백이 인상을 쓰며 연심환을 향해 말했다.
“손속이 과한 듯합니다. 길을 지체하게 만든 것은 사과드리겠으나 아주 긴 시간이 아니었음을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꾼이 아니라면 네놈들은 대체 뭐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연심환은 무공마저 잘하는 용천휘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지강백은 저도 모르게 용천휘를 한 번 힐긋 보고는 답했다.
“천하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걸음한 종남의 제자입니다.”
“뭐라고? 종남? 설마 그 종남파?”
지강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강백은 제 신분을 밝히고 오해를 풀면 이쯤에서 적당히 서로의 무례를 사과하고 인사라도 나누게 될 줄 알았다.
“하!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솔직히 말해라. 네놈들은 누구냐?”
지강백의 눈초리가 한층 험하게 일그러졌다.
“……이미 말하지 않았나.”
그리고 공대도 사라졌다. 연심환의 표정도 덩달아 험악해졌다.
“종남이 사라진 지가 언젠데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아니, 이미 멸문한 문파를 사칭해서 천하무도회에 잠입하려는 저의가 무엇이냐!”
“멸문?”
“이제 보니 그런 허름한 옷으로 부러 일꾼인 듯 보이게 가장한 이유가 있으렷다!”
연심환은 자신이 멋대로 지강백 일행을 일꾼으로 착각한 사실을 그새 모르는 척 덮으려 했다.
옷차림을 지적한 것은 연심환의 실수였다.
일단 용천휘는 가진 것은 돈밖에 없는 부잣집 아들로 위장한 상태였고, 사실 그게 본성인가 싶을 정도로 제 역할을 잘 해내는 중이었으니까.
“뭐? 살다 살다 정교산 비단을 가져다 양관에서 바느질한 옷을 두고 허름하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 보네. 그 눈은 뭐 장식이냐? 아, 하긴. 제대로 된 눈을 달고 있었다면 옷차림이 그따위일 리가 없지. 옥 장식을 박아 넣은 영웅건이라니. 촌스러워도 정도가 있어야지.”
연심환을 위해 변명을 좀 하자면, 그 정교산 비단옷은 방금 전 장대비에 홀딱 젖어 더 이상 원산지를 알아보기 어려운 지경이긴 했다.
“게다가 옥 중에서는 제일 하품인 구탄산 백옥을 가지고. 쯧쯧. 난 차마 부끄러워서 그딴 건 신발 장식으로도 안 쓰는데.”
어쨌거나 연심환은 분노했다.
“닥쳐라!”
그는 채찍을 던지고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검집에서 뽑히는 순간부터 맑은 울음을 토하는 것이, 돈 많은 부친이 아들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쓴 아주 비싼 놈일 듯싶었다.
“심지어 검면에 제 이름도 새겼군. 대체 어디까지 촌스러울 작정이야.”
“그 혀를 잘라 주마!”
용천휘는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맞섰다.
“한번 해 보든가.”
“오냐, 이 음험한 것들! 천하무도회가 그리 만만해 보이더냐!”
연심환이 말에서 뛰어내려 곧장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달려오는 동시에 출수가 이루어졌다.
화려하고 정교한 칼 그림자가 언뜻 매화꽃을 연상하게 하는 검은 화산의 절기 중 하나인 이십사수매화검법이었다.
“이크. 사형, 어서 한 대 때려 줘.”
용천휘가 재빨리 지강백의 등 뒤로 숨었다.
“아깐 그리 당당히 해 볼 테면 해 보라더니…….”
사제의 못된 입버릇까지 수습해 줘야 하는지 의문이 일기는 했지만, 지금은 따지고 들 틈이 없었다.
게다가 본심을 말하자면 멸문이 어쩌고 하는 망발을 지껄인 연심환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
휙, 탁!
지강백의 목검이 연심환의 검을 막아섰다.
연심환의 서슬 퍼런 검은 한눈에도 명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승산이 없었다.
지강백은 힘으로 받아치는 게 아니라 검면을 맞대어 몸의 중심축을 옮겼다. 갑자기 힘을 쏟아부을 대상이 사라진 연심환은 제 공세를 다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몸을 비틀었다.
“읏,”
그리고 지강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좌측으로 살짝 기울인 몸을 급격히 반대편으로 차올리면서 그 반동을 속도로 만들었다.
탓!
목검 끝이 연심환의 도반을 정확히 때렸다.
일부러 내력을 실어 발휘한 한 수는 칼뿐만이 아니라 칼을 쥔 손에도 영향을 주었다.
“윽!”
탱그랑!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연심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겁을 먹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한심해서였다.
방심한 탓이었다.
설마하니 허름한 옷에 목검이나 차고 있는, 눈초리만 좀 사나울 뿐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어 보이는 촌놈이 자신의 이십사수매화검을 이토록 유연하게 받아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자신은 무림 후기지수 중 하나였다.
또래 중에서는 저를 당할 자가 고작 스무 명 안팎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후기지수들은 다들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쟁쟁한 인물들이었다.
이런 패배는 용납할 수 없었다.
“인정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제대로 하겠다.”
연심환이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우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지강백이 연심환의 칼을 밟아 버렸다.
“그럴 것 없다. 그 실력이면 더 할 것도 없으니 목숨을 아껴.”
무인으로서 병기를 상대에게 밟히는 것은 차마 말로 다 못 할 치욕이었다.
이제껏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 화산의 속가제자가 된 뒤, 팔장로의 눈에 들어 수월히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 연심환이 이런 치욕을 겪어 봤을 리 없었다.
“무슨 짓이냐! 당장 그 더러운 발을 치워!”
“충고 하나 하지.”
지강백이 칼을 밟고 선 자세로 말했다. 눈초리가 여전히 사나웠다.
“네 검을 밟은 이 발이 종남의 북두천강보라는 것을 알아 둬라.”
그리고 발밑으로 내력을 집중했다.
우득, 뚝!
칼날이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왔다. 이제 연심환의 얼굴은 파랗다 못해 허옇게 탈색이 되어 버렸다.
“그럼 줄은 양보하는 것으로 알지. 그쪽의 일꾼들은 뒤로 물려 주면 고맙겠군.”
지강백이 발을 떼고 가볍게 몸을 돌렸다.
“네 이놈!”
연심환이 오른손을 세워 지강백의 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등을 돌린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자존심 강한 명문정파의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지양하는 금기였다.
연심환의 분노는 그런 자존심마저 버릴 정도였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느냐! 나는 이정혈수 연심환이다!”
“분명 그 실력으로는 안 될 거라고 했는데.”
지강백이 힐긋 어깨를 틀며 난화불혈수를 전개해 오는 연심환의 오른팔을 목검으로 막음 다음, 팔꿈치를 후려쳤다.
퍽!
천하에서 가장 빠른 검도 가두었던 오뢰정인이었다. 이제 고작 육 성 정도에 달하는 난화불혈수를 상대하는 것쯤이야 어려울 게 없었다.
“으윽!”
연심환이 팔꿈치를 감싸 쥐었다. 뼈가 박살 난 것은 아니지만 족히 반나절 동안은 팔을 마음대로 쓸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이 컸다.
그러나 지금이 천하무도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분명 커다란 손해였다.
“두 번째 충고를 하지. 강호에서 시비를 걸 때는 주의해라.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시비를 걸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겠지만.”
정식 강호 출도 경력 이제 석 달이 되어 가는 지강백의 충고였다.
용천휘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지강백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웃냐?”
“아니. 사형이 그간 강호물을 먹긴 먹었구나 싶어서. 이제 제법 든든한데.”
“웃지 마라. 너한테도 해당되는 말이니까. 실력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여기저기 시비 걸고 다니지 마.”
“나는 괜찮잖아. 실력 있는 사형이 있으니까.”
그 말에 지강백이 돌연 한숨을 쉬었다.
“그게 문제라는 거야. 그 어리석은 안목이. 나 같은 건 조족지혈에 불과해.”
“으음…… 그게 정말이야? 그럼 한 방에 나가떨어진 저건 뭔데?”
여기서 저것이라 칭해진 연심환의 분노에 잠깐 혼란이 왔다.
한 방에 나가떨어진 사실이 분한 걸까.
아니면 저를 한 방에 처리한 실력을 가지고도 새 발의 피라 말하는 그 태도에 울화통이 터지는 걸까.
그럼 자신은 무슨 강호의 새똥이라는 소리일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연심환이 부러진 칼을 주워 들었다. 내력을 있는 힘껏 끌어올리자 두 눈에서 살광이 피어났다.
“방심을 틈타 이런 모욕을 주다니! 내 반드시 이 자리에서 네 목을 자르겠다!”
연심환이 정말로 살초를 꺼내 들고, 지강백은 저게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군, 하는 표정으로 목검을 들어 올리는 그때.
“이 무슨 소란입니까!”
쩌렁쩌렁한 고함 소리가 둘을 말렸다.
소림의 정문을 넘어 황색 가사를 입은 승려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소림의 병법(秉法: 법주를 담당하는 승려)인 범산입니다. 천하무도회를 맞아 지금은 지객을 맡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오신 객들이십니까?”
주인 앞에서 객이 추태를 부릴 수는 없는 법이었다.
지강백은 즉시 목검을 거두어들이며 포권으로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종남의 일대제자 지강백입니다. 이쪽은 사제 용천휘입니다.”
연심환은 칼을 놓지 않는 채 말했다.
“화산의 이정혈수 연심환이다.”
신원을 확인한 범산이 엄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소림에 오신 객들이라면 천하무도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이실 텐데 어찌 벌써부터 규칙을 어기려 드십니까?”
장대한 기골에 두툼한 어깨를 한 병법승 범산은 십계십승(十戒十僧: 열 가지 계율을 담당하는 승려)의 일원이기도 했다.
그러나 십계십승은 역할상 그 위치를 비밀에 붙이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연심환은 그를 그저 지객승이라 생각했다.
“이자들이 감히 구대문파를 사칭해 천하무도회에 잠입하려는 것을 내가 알아 막아선 것이다. 소림은 대체 무얼 하기에 정문을 이토록 허술히 내버려두었나?”
“소란이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달려온 것입니다. 소승의 걸음이 늦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허나 사칭이라니요?”
사실 범산의 대처가 그렇게 늦은 것도 아니었다. 연심환은 그저 남 탓을 하는 게 몸에 배어 있을 뿐이었다.
“스스로 종남파라 하고 있지 않나! 종남이 멸문한 지 어언 삼십 년이 다 되어 가는 것을 모르는 바보도 있나?”
범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분명히 종남파도 이번 천하무도회에 정식 초청을 받았다 들었습니다.”
연심환의 얼굴이 또다시 파래지는 순간이었다.
“뭐…… 뭐라고? 종남파가 아직 있어?”
범산이 딱 잘라 말했다.
“그렇습니다.”
지강백은 저도 모르게 굳게 다물려 있던 입꼬리를 풀었다.
멀쩡한 사문을 두고, 그것도 당당한 구대문파의 일원인 사문이 없어졌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어쩌면 지난 십칠 년간 사부가 저 하나를 키워 내느라 바깥출입을 삼갔던 게 강호에 그런 헛소문을 낳게 하는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멸문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그런 헛소문을 믿고 다니는 연심환이 모자란 인간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소림에서 확인을 해 줬으니 더는 그런 헛소문을 지껄이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
“그럼 정식으로 천하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신 분들이라 여기고 맞이하겠습니다. 천하제일기의 직인이 찍힌 청간(請簡: 초대장)을 보여주십시오.”
“……예?”
“청간이 없으십니까?”
지강백의 얼굴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그런 건…… 없습니다만.”
연심환이 새파랗던 안색을 되돌리며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그럼 사칭이 맞잖아!”
“…….”
소림 방장이 오라고 했다. 개방의 소방주도 오라고 했다. 그리고 사부님이 친히 장문령부까지 딸려 보내셨다.
그런데 청간은 없었다.
이 난감한 상황에 지강백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청간이 없으시면 소림에는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범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심환이 품 안을 뒤져 제 앞으로 온 청간을 꺼내 들었다.
“받아라.”
그런 뒤 무례하게 훌쩍 날아오는 청간을 범산이 받았다.
짙은 눈썹이 꿈틀대긴 했지만, 그는 정중한 자세로 연심환을 맞이했다.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구대문파를 사칭한 저것들도 합당한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건 소림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범산이 연심환을 안내해 정문을 넘어섰다.
그러자 그와 함께 왔던 다른 소림의 제자들이 지강백과 용천휘의 앞을 막아섰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오.”
하나같이 탄탄하게 다져진 몸과 다부진 눈빛을 지닌 그들은 소림 최고의 무승들이라는 백팔나한에 속한 자들이었다.
“하…… 이걸 어쩌지?”
“글쎄.”
용천휘와 지강백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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