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의심의 싹
“마누라……라고 하면, 제가 알고 있는 그 뜻이 맞는 겁니까.”
지강백이 물었다.
사실 누구라도 묻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오.”
백사준은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경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누라란 바로 저 새를 말하는 것이지. 독귀는 예전에독사에게 물린 적이 있었는데, 하늘에서 저 새가 날아와 뱀을 부리로 쪼아 죽였다 하더군. 바로 그때 독귀가 한 쌍의 아리따운 원앙새였던 본인의 전생을 깨닫게 된 것이지. 하늘이 무심하시어 한쪽은 사람으로, 한쪽은 까마귀로 다시 태어나게 하셨으니 이 어찌 안타까운 사연이 아니겠소. 아, 물론 미친 소리기도 하지만 말이오. 독공, 부인께서는 건강하시오?”
독귀가 왈칵 소리를 질렀다.
“안녕 못 하다니까, 까악! 방금 네놈들이 놀라게 했잖느냐!”
“그것참 죄송하게 되었소. 그런데 부인께서는 퍽 의젓하신 것이, 그 작은 소리에 크게 놀라실 만큼 담이 작으신 분 같지는 않아 보이오만.”
“그게 작은 소리긴, 까악.”
독귀는 꼬장꼬장한 표정을 쉬이 바꾸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새를 은근히 치켜세우는 말에는 조금쯤 마음이 풀린 듯 보였다.
“약조한 시간보다 일찍 온 점은 사과드리겠소. 그런데 사정이 영 급해 놔서 말이오.”
“거지 놈이 사정은 무슨 사정?”
“유감스럽게도 이 몸의 사정이 아니라 여기 동행한 소협의 사정이오. 일행인 소저에게 지병이 있는 모양인지 다급히 설련실이 필요하다 하더이다. 혹 하오문의 약방에 설련실이 있소이까?”
“뭐? 설련실?”
독귀가 고개를 홱홱 내저었다.
“그놈이 들어오려면 아직 멀었지. 석 달은 기다려야 제대로 큰 놈이 들어오지.”
석 달이라는 말은 지강백을 좌절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건 너무 늦습니다. 혹 이곳 말고 구할 데가 없겠습니까?”
독귀가 힐긋 지강백을 돌아보았다.
“이 어린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이기에 이 어르신께 늦느니 마느니 지랄인 게야? 네깟 놈이 너무 늦다, 하면 설련실이 어이구 잘못했습니다, 하고 대뜸 열매를 토해 놓는단 말이냐, 까악!”
대뜸 쏟아지는 험한 말이 지강백을 화나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의 무력감을 이기지 못해 울분이 치솟았다.
하얗게 질려 차가운 땀을 주르륵 흘리던 채희유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손바닥에 짤막한 통증이 일었다. 지강백은 비로소 자신이 주먹을 너무 세게 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련실이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여인이……”
독귀는 이번에도 그의 말을 잘랐다.
“아는 계집이, 뭐? 설련실을 가져오라고? 까악, 그 계집이 전생에 헤어진 마누라라도 되느냐!”
“아닙니다.”
“그런데 뭘 그리 몸이 달아서 지랄인 게야, 까악.”
지강백은 생각했다.
설련실을 구해야만 하는 이유를.
채희유를 위해서였다. 그녀는 사제의 약사였고, 엄밀히 말해 자신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 그녀가 제 발로 걸을 수 없을 때 업어 줄 수도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도 반드시 설련실을 구해야 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라도 찾아다 주고 싶었다.
“아무 사이가 아니어도, 설령 제가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라 해도 찾아야 합니다. 그게 설련실이 아니라 용의 내단이라도 찾아야 합니다. 알고 계시다면 부디 방법을 일러 주십시오.”
지강백의 말은 전혀 의외의 이유에서 독귀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니, 용의 내단이라니…….”
독귀가 눈물을 글썽이며 새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 손을 넣어 전생의 아내라 믿고 있는 까마귀를 쓰다듬으려 했다. 눈길이 한없이 애잔했다.
까아악!
그러나 독귀의 손이 들어오자 새장 안에서는 난리가 났다. 까마귀는 비좁은 새장 안에서 독귀의 손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퍼덕이다 급기야는 그 손을 부리로 콕콕 쪼기 시작했다.
“아이고, 임자. 그리 반갑소?”
독귀가 눈물 어린 눈으로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한 번이라도 쓰다듬으려는 독귀와, 필사적으로 쪼려고 덤비는 까마귀의 혈투가 잠시 이어졌다.
지켜보는 이들은 대체 왜 독귀가 저 까마귀와 전생에 부부였을 거라 믿고 있는지 이유가 궁금해졌다.
“우리가 부부였을 때 생각이 나나 보오. 그때 임자가 참 몹쓸 병을 앓았지. 천하를 떠돌며 임자의 병이 나을 방도를 찾아도 모두 글렀다고만 하고…… 그때 참 얼마나 서러웠소. 천신만고 끝에 찾아뵌 이륜산 산신령이 화타나 편작을 되살려 낼 게 아니면 여의주밖에 방법이 없다 했으니…… 내 그래서 임자를 그리 보냈지.”
까아악!
전생의 사무친 기억 탓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저를 만지려는 인간이 짜증 나서였는지 부리질이 매서워졌다. 결국 독귀는 손등을 콱 쥐어뜯기고야 말았다.
피가 주르륵 흐르는 손등을 보며 독귀가 기어코 눈물을 떨구었다.
“내 그게 그리 한이 되어서 다시 태어난 지금도 못 잊고 있는 것을…….”
독귀가 새장 문을 닫고 지강백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혼자만 느끼고 있는 동병상련의 아픔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래, 내 자네를 돕지. 설련실은 당장 구할 수 없네만 작년에 제조해 둔 공공화단이 한 알 남아 있네. 그걸 내주지.”
“공공화단이 무엇입니까?”
“설련실과 비슷한 효력을 주는 약일세. 공청석유를 무려 세 방울이나 넣어 만든 게야. 효과는 내 이름을 걸고 장담할 수 있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 했다.
지강백은 잇몸이라도 남아 있다는 게 반가웠다.
“정말 감사합니다.”
“처지가 처지이니 특별히 값도 싸게 쳐 주지. 은자 삼백 냥일세.”
예전 같으면 생각하기도 퍽 어려운 금액이었겠지만 지금 저 값을 치를 사람은 용천휘였으니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돈을 가진 사람은 제가 아닌 터라 사제에게 먼저 다녀와야 합니다.”
“뭐라? 내 공공화단을 외상으로 가져가겠다고?”
독귀가 목소리를 왈칵 높이는 그때,
까악!
까마귀가 한 번 울었다.
그러자 독귀의 표정이 훌쩍 변했다.
“아이고. 알았소, 임자. 피차 같은 처지, 임자와 나를 생각하면 이리 야박하게 굴어서는 안 될 노릇이지. 알았네, 알았어. 일단 외상으로 넘겨주지. 잠시 기다리시게.”
독귀가 새장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백사준이 지강백을 향해 진심으로 웃어 보였다.
“잘됐구려. 저자가 살짝 미치긴 했지만 하오문의 약방을 삼십 년이 넘도록 쥐고 있을 정도로 실력자라오. 그가 한 말은 믿어도 된다오.”
“그렇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음, 그렇지. 문제는 저 괴팍한 성질머리지만. 만금을 싸들고 와도 제 비위가 상하면 독을 약이라 속이는 짓도 서슴지 않고 한다 하니…… 그런 걸 보면 저 독귀가 오늘은 무척 기분이 좋은가 보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일이 술술 잘 풀리리라고는 기대 못 했다오. 아마도 소협에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모양이오.”
“백 소방주님 덕입니다.”
“에이, 무슨. 소협의 인덕이라 해야지.”
백사준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물었다.
“아, 그런데 나는 아직 소협의 명호도 듣지 못했군. 성함이 어찌 되시오? 사문은?”
또 난감한 얘기가 나왔다.
지강백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보잘것없는 초출이라 명호라 할 만한 것은 없고, 이름은 지강백이라 합니다. 사부님의 명이 있는 관계로 사문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음? 사문을 밝힐 수 없다니. 사문의 존장께서 무림공적이라도 되오?”
백사준의 말은 농담이기도 했고, 그런 게 아니라면 사문을 밝히라는 채근이기도 했다.
“아닙니다.”
“그럼 이유가 뭐요?”
“제가 아직 부족한 탓에 사문의 위명에 누가 될까 염려스럽기 때문입니다.”
“으음?”
백사준이 새삼스럽다는 듯 지강백의 위아래를 훑었다.
“아니, 대체 얼마나 잘나신 사문이기에…….”
지강백은 백사준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단지 그가 사문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호영장주 호곽처럼 불쾌해한다고 생각했다.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때 독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받게.”
독귀가 내민 것은 기름종이에 곱게 싼 단약이었다.
용천휘가 내기에서 진 대가라며 억지로 먹였던 작고 둥근 단약처럼 은은한 향이 번져 나왔다.
“딱히 복용법은 없고, 그냥 뱃속에만 들어가면 되는 게야. 공청석유를 세 방울 넣었다 하니까 우리 문주가 그리 탐내 했는데 안 주길 잘했지.”
독귀는 지강백의 손에 약을 쥐여 준 다음 스스로가 대견한 얼굴로 새장 문을 열었다.
까악, 까아악!
그리고 또 신나게 손등을 뜯겼지만 그는 그것을 기꺼이 애정 어린 의사소통이라 여겼다.
“그럼 어서 가 봐. 내 인심 한 번 더 써서 외상 기간도 넉넉히 주지. 약 먹이고 나아지거든 그때 와서 갚으라고. 참고로 말하지만 떼먹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라는 걸 알아 두고. 하오문의 외상값을 떼먹는 놈이 강호에 있다는 말은 내 평생 못 들어 봤지.”
그리고 피 흐르는 손등으로 배웅까지 하려 들었다.
백사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몸도 여기 있는 걸 까먹었소? 온 김에 내 볼일도 좀 봅시다, 독공. 알아봐 달란 것은 어찌 되었소?”
“으응? 아니, 한 시진이나 일찍 와 놓고 대뜸 그리 물으면 어쩌라는 게야? 까악!”
독귀의 얼굴에 조금 난처한 기운이 스쳐 가는 것을 백사준은 놓치지 않았다.
“그럼 정시에 왔으면 제대로 알아봐 줬을 거라는 말이오?”
“까악! 그게 그리 쉬울 것 같았으면 왜 나한테까지 왔냐! 너희 냄새나는 거지 놈들끼리 그냥 또드락댈 것이지!”
그러니까 결론은 모른다는 소리였다.
“나 참. 그렇게 나오면 어쩌오. 사부님이나 나나 독공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래 개방에서 섬서까지 이 먼 길을 달려온 것을.”
백사준의 힐난에 독귀가 깃털을 매단 소매를 푸드득거렸다. 새가 화를 내면 저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니미, 내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서 별놈의 약, 별놈의 독을 다 생각을 해 봐도 그건 모르겠다. 대체 멀쩡한 젊은 놈의 머리칼을 하루아침에 허옇게 말려 버리는 게 어디 있단 말이냐!”
독귀의 얘기는 지강백에게 무언가를 떠오르게 했다.
“머리칼을 희게 만든다 하셨습니까?”
백발마인이라 했던가.
섬서 인근에서 활개를 친다는 파락호 집단이 머리를 희게 하고 다니기에 그렇게 부른다 했다.
지강백은 실제로 그들과 마주한 경험도 있었다. 마주하자마자 머리를 얻어맞고 기절했다는, 불유쾌한 경험이었지만.
“그건 염색으로도 가능한 게 아닙니까?”
“뭬야?”
독귀가 콧방울을 벌름대며 지강백을 흘겨보았다.
“아, 그게 그냥 염색약이면 내가 이렇게 머리칼 쥐어뜯고 앉아 있겠냐, 까악!”
공연히 지강백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말리려 했는지 백사준이 끼어들었다.
“그래도 약은 약 아니오. 무인의 머리칼이 자연적으로 허옇게 바랠 리는 없으니 무언가 약이 쓰였다는 게지. 하늘 아래 있는 약은 독공께서 모를 리가 없지 않소. 그리 말씀하지 마시고 잘 좀 생각해 보시오. 시간을 더 드리면 알아내시겠소?”
독귀는 두 팔을 내리더니 한숨을 탁 뱉어 냈다.
“그래도 소용없다.”
“이보오, 독공.”
“내가 모르는 걸 보면 모르냐! 그저 약이 아니라는 소리야.”
“……?”
백사준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독귀는 그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칼을 희게 만드는 약이라 하니 그런 증세를 만드는 놈을 죄다 뒤졌지. 그런데 생각해 봐라. 머리칼을 희게 만드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저 눈에 번쩍 뜨이게 만드는 것밖에 더 있겠냐?”
“그렇다면…….”
“그래. 머리칼은 그저 드러나는 것일 뿐, 그 약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는 거다.”
“그야…… 그야 그렇겠구려. 허면 목적이 뭐겠소?”
“낸들.”
독귀가 심통이 난 새처럼 입술을 툭 내밀고 발끝으로 땅을 찼다.
“허나 한 가지는 확실하지. 그건 약이 아닐 게야. 아니, 단순히 약만이 아니라는 소리지. 뭔가 주술 같은 게 걸려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도무지 답이 없으니.”
“잠깐. 독공, 그 말은……!”
백사준의 안색이 돌변했다.
아무리 아는 게 없고 눈치가 둔한 자라 해도 무언가 심상찮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음을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원의 것이 아니라는 소리지.”
“하, 역시!”
백사준이 짧게 탄식을 토해 냈다.
“……그래,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았지. 이럴 게 아니라 이 사실을 어서 사부님께 알려야겠군. 여하간 고맙소, 독공.”
“니미, 고맙긴. 머리 깨지게 생각해도 결국 모른다는 거 하나만 알아냈는데.”
고맙다 하는 백사준도, 인사를 받는 독귀도 심상치 않은 얼굴들이었다.
지강백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말씀하시는 그 주술이라는 것은, 혹 백발마인이라는 집단과 연관이 있습니까?”
“응? 백발마인? 그건 또 뭐요?”
백사준은 그게 뭔지 통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지강백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용천휘의 말로는, 분명 그들의 악행이 크게 문제가 되어 무림공적으로 불릴 정도라 했다.
그런데 개방의 소방주가 그것을 모르고 있다니.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개방의 제자 수는 구파일방 중 으뜸이었고, 그 제자들이 방방곡곡의 거리에서 전해오는 소식은 강호의 그 어느 곳보다 빠르다고 했다.
“머리칼이 희게 변한 무리들과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본 적이 없는 수리검을 쓰는 무리였습니다.”
이어서 지강백은 그들을 만났던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자신은 일격에 기절했으며, 때마침 지나가던 무림인이 백발마인들을 처리했고, 그들이 무림공적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고.
“개방이 모르는 무림공적이라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무림공적을 만드는 게 그리 쉽지 않소. 구파일방의 수뇌가 전부 동의해야 하고, 동의를 구하는 직첩을 열 명의 수장이 모두 받아 보아야 하지. 개방이 모르는 무림공적이란 있을 수 없소. 그리고 백발마인이라는 집단이 있다는 얘기도 나는 처음 듣소.”
딱 잘라 말하는 백사준을 보며 지강백의 표정이 굳어 갔다.
둘 중 하나라는 소리다.
그 순간. 때를 맞춘 듯 나타나 자신을 구해 준 은인이 사정을 잘못 알고 있거나.
아니면 용천휘가 거짓말을 했거나.
만일 후자라고 하면, 대체 용천휘는 무슨 이유로 거짓말을 한 것일까.
―사형이 그대로 쓰러졌어.
태연하게 저를 걱정하던 용천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강호가 이렇게나 무서운 곳이었다니. 십년감수했네.
그러면서 용천휘는 제 손바닥을 보여 주었다. 뭔가에 날카롭게 찔린 무정형의 상처들이었다.
지강백은 비로소 그 상처의 문제점을 깨달았다.
어째서 사제는 손바닥을 다쳤던 것일까. 그것도, 정확히 손바닥만을.
백발마인들은 자신을 한 방에 때려눕힐 정도의 실력이 있었다. 그런 자들이라면 무공을 배운 적 없는 사제는 단칼에 목을 자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제의 손바닥만을 다치게 한 것일까.
다쳐도 생명에는 조금도 지장이 없는, 그런 곳만을.
“그 흰 머리칼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묻는 지강백의 눈은 무언가를 베어 낼 듯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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