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천동지-24화 (24/346)

제24화 파루나(婆樓那)- 은밀하고 치명적인

앓아누운 지 이틀째였다.

열에 들뜬 나머지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쪽이 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전이 쭈욱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을신기가 일어나 혈맥을 타고 돌았다. 평소보다 격렬하고 뜨거운 반응이었다. 그리고 이질적이었다.

지강백은 낯선 기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정신을 칼끝에 집중했다.

검을 들었다. 태을분광검의 초식을 머릿속에 그렸다.

눈을 감았다. 손이 움직였다. 검 끝을 따라 수십 갈래의 검로가 피어났다.

몸을 온통 잠식한 낯선 기운은 그를 그 수십 개의 길로 걷게 만들었다. 이 길이 동시에 저 길이 되었다. 칼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지강백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꼈다.

수십 개의 길이 각자 수십 개의 잔영을 만들었다. 그래서 수백 개가 된 길이 서로 뒤엉켰다. 그 속에서 길을 잃었다.

지강백이 당황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길을 물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강백은 검을 마구 휘둘러 뒤엉킨 길을 잘라내고자 했다.

그러나 잘라낼수록 길은 계속 늘어났다.

낯설고 당혹스러운 마음에 소리를 지르려 했다.

“……!”

그런데 누군가가 입을 막았다.

지강백은 귓가를 울리는 아주 작은 음성을 들었다.

-열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뿐입니다. 마음을 빼앗기지 마십시오.

꼭 눈이 속삭이는 것처럼 차고 맑은 음성이었다.

지강백은 그 음성 어딘가에 물기가 어려 있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 음성이 조금 슬프게 들려서 그럴지도 몰랐다.

-제가 열을 가져가 드리겠습니다.

이마에 차가운 손이 내려앉았다. 몸속을 휘몰아치던 태을신기가 한 겹 성질을 가라앉혔다.

지강백은 이마를 누르는 손을 쥐어 힘껏 눌렀다.

“하아…… 시원해.”

제 손에 맞춘 듯 쥐이는 가는 손이 움츠러들었다.

그 손이 혹시라도 저를 벗어날 것 같아 지강백은 더욱 힘을 주었다.

“가, 가지 마.”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손은 대답처럼 그 자리에 머물렀다.

지강백은 안도하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열이 내리면 머리가 맑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운기조식을 하세요. 낯선 기운이 느껴질 텐데, 그것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하셔야 합니다.

지강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잘하고 계십니다. 그렇게요.

지강백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운기조식을 하려고 했지만 자신은 어쩐지 칼을 들고 있었다.

팔을 곧게 들어 칼을 세웠다.

칼끝을 응시했다. 칼끝에서 또다시 수십 개의 검로가 피어났다. 지강백은 이전처럼 섣불리 베어내려 하는 대신 길을 끝까지 응시했다.

“아……!”

길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아니었다. 이전처럼 엉키는 게 아니라 겹쳐지는 것이었다.

그 복잡하고 난해하던 제각각의 길들이 차곡차곡 겹쳐지더니,

“아!”

결국 하나가 되었다.

지강백은 길고 곧게 쭉 뻗은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이 넘쳤다. 이제는 정말로 길을 베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강백은 칼을 세워 횡으로 그었다.

스윽, 쩌적!

길을 대신해 하늘이 갈렸다.

지강백은 반으로 나눠진 하늘을 길로 삼아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칼을 종으로 그었다.

하늘이 아니라 땅이 갈렸다. 지강백은 하늘을 벗어나 땅을 걸었다.

입술이 벌어졌다.

미소가 짙었다.

칼을 휘두를 수 있으면 그 어디든 길이 만들어졌다.

“하…… 하하!”

지강백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이마를 식혀주던 손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것도 모른 채.

* * *

“…….”

채희유는 숨을 죽여 걸었다.

지금도 걸음이 허락되지 않은 곳이었다.

수면독과 환각제를 뿌리며 정문을 넘었다. 두 번은 쓰지 못할 방법이었고,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었다.

고작 종남파 경내로 들어오기 위해 너무 큰 위험을 무릅쓴 셈이었다.

혹시라도 종남파의 장문인에게 족적을 들킨다면 뒷감당이 불가능했다. 그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망각독도 듣지 않을 게 뻔했다.

“하아…….”

다행히도 들키지 않았다.

채희유는 종남파 경내를 벗어나자마자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채희유는 쉼 없이 오르락대는 가슴을 손으로 눌렀다.

그러다 그 손이 누군가에게 힘껏 쥐였었다는 것을 깨닫고 혼자 화들짝 놀랐다.

오른손만 홀로 뜨거웠다. 잠시 제 손을 바라보던 채희유는 다시 그 손으로 천천히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소리가 크게 울리는 가슴 위로 가만히 오른손을 올렸다.

열기가 번졌다. 한 겹의 살갗을 지나 열기는 곧장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오는 듯했다.

“하아…….”

또 한 번 한숨이 흘렀다.

마음을 데운 열기는 이어서 두 볼도 달구었다.

채희유는 발갛게 상기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

저를 보고 있는 필목현을 발견했다.

열기가 삽시간에 사라졌다. 채희유는 언제나와 같은 한기로 자신을 무장했다.

“……삼좌위를 뵙습니다.”

“파루나(婆樓那: 파삽파루나. 천수관음의 이십팔부중 호법신 중 하나)에게 대천의 광명을.”

필목현이 고개를 까닥여 인사를 건넸다. 채희유도 같은 동작으로 인사를 받았다.

“그럼 이만.”

채희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발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열은 내렸더냐?”

필목현의 질문이 발목을 붙들었다.

채희유가 지금 왜 이곳에 있는지, 그가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섣부른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인물이었다.

채희유의 표정에 하얀 금이 갔다. 채희유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표정을 감추었다.

그녀가 다시 필목현을 바라보았을 때 순간의 균열은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네. 그런 물건을 쓰시려거든 미리 언질을 주시든지요. 혹 일을 그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어찌 못 하셨습니까. 삼좌위마저 소야의 무모함을 닮아 가시는 겁니까. 말려야 하실 분께서요.”

필목현은 방향을 바꿔 날아오는 화살을 보듯 채희유를 마주했다.

“지레 앞서 걱정할 것은 없었다. 만년설삼이 어떤 것인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혹여 문제가 생겼다면 내가 미리 너를 불렀을 것이다.”

“종남의 장문을 너무 허투루 보시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눈썰미는 있는 자라 하지 않았습니까. 소야와 삼좌위의 행보를 보면 안일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입니다.”

슷.

필목현이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그것으로 걸음이 막혔다. 채희유가 짐짓 이마를 찌푸렸다.

“비키십시오. 소야의 사람들이 따로 마주하고 있는 것을 들켜 좋을 게 없습니다.”

그러나 필목현은 비키지 않았다.

“파루나의 행보는, 안일하지 않은가?”

“……무슨 뜻으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곳까지 저를 부른 건 소야이십니다.”

“파루나의 존재 이유는 본교의 주인을 섬기기 위한 것. 파루나는 소야의 그림자 중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은밀한 무기가 되어야 하지. 파루나의 삶은 소야를 위한 죽음으로 완성된다.”

채희유가 하얀 선 같은 조소를 그었다.

“저는 태중에서부터 파루나가 되도록 만들어진 몸입니다. 제 숙명이 어떤 건인지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으니 새삼 알려주실 필요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필목현의 시선이 칼날처럼 매섭게 채희유를 찔렀다.

“항시 기억하라. 그 몸이 누구의 것인지.”

슷.

필목현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채희유는 그 자리에 흐릿하게 남은 잔상을 향해 말했다.

“예, 잘 압니다. 그러니 잊을 수도 없습니다.”

다짐은 칼이 되었다. 저를 향하던 필목현의 시선이 그랬던 것처럼.

“어찌 있겠습니까. 잊을 수도 없는 몸으로 만들어진 것을.”

채희유의 눈이 일순 짙은 녹빛을 뿌리는 듯하더니,

스르륵.

그녀의 손끝에서 검은 그림자가 피어올랐다. 채희유는 그 손으로 근처의 나뭇가지를 쥐었다.

툭.

그저 쥐기만 했던 나뭇가지가 부러져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나뭇가지가 닿은 땅이 파삭하게 말라버렸다. 개미들의 시체가 땅을 물들였다. 곧이어 나뭇가지는 다 타버린 쭉정이처럼 새카맣게 바스러졌다.

그곳은 생명의 기운이 전혀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채희유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이 만들어낸 이승의 작은 명부(冥府)를 바라보았다.

죽음의 땅 한가운데 서 있는 채희유의 존재는 이질적이었다. 그곳은 아예 다른 차원의 공간처럼 다가왔다.

살짝만 고개를 돌리면 다른 곳은 여전히 우거진 초목 사이로 청량한 바람이 불었지만, 채희유가 머물러 있는 곳은 마치 결계라도 두른 듯 이쪽과 나뉘었다.

죽음과 무(無)와 고독의 세계.

그것만이 전부인 세계였다. 채희유는 그 안에서 태어났다. 그 안에서 머무르다 그 안에서 생을 다할 것이다.

그 결계 안으로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용천휘뿐이었다.

그 사실은 어떻게 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저는 걱정 마십시오.”

채희유가 등을 돌려 산을 내려갔다.

그녀의 가녀린 걸음 뒤로 그림자가 짙게 매달렸다. 오늘따라 그림자는 더욱 크고 무겁게 보였다.

* * *

그리고 하루가 더 흘렀다.

지강백이 눈을 떴다. 평소처럼 이른 새벽이었다.

지강백은 시린 마지막 별빛에 의지해 침상을 정리하고 무복을 갈아입었다.

찬물로 몸을 닦고 목검을 챙겨 든 그는 곧장 연무장으로 향했다.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의식을 잃을 정도로 앓아누웠던 삼 일은 아예 없었던 것 같았다.

“세상에…… 큰형님! 이제 몸은 괜찮으시오?”

연무장을 쓸던 왕대환이 지강백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지강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멀쩡하다. 걱정해주어 고맙다.”

“아이고, 걱정은 잔뜩 했지만 그게 또 그런 게 아니라 해서 나중에는 다들 한시름 덜…… 아차차. 이 말은 진인께서 굳이 안 해도 좋다 하셨는데. 여하간 다시 강녕하신 걸 보니 주책없게 눈물이 다 나오려 하오.”

왕대환이 빗자루를 팽개치고 지강백을 안으려 들었다.

지강백은 슬쩍 걸음을 옮겨 왕대환의 팔을 피했다.

“의제들을 불러다 주겠어?”

“으잉? 뭐 하시려오?”

“하던 것은 마저 하게.”

왕대환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니, 자리 털자마자 쌈박질부터 하오? 좀 기다리시지 않고서. 다들 지금은 아침 준비 하느라 바쁠 터인데. 물론 작은형님은 아직 기침하지도 않으셨을 테고.”

“아, 그럴 시간인가. 그럼 기다리겠다.”

“이슬 맞지 않겠소?”

“괜찮아.”

지강백이 천천히 목검을 쥐었다.

“마음이 급하거든. 빨리 확인해 보고 싶어서.”

목검이 땅과 수평이 되었다.

나무처럼 연무장 한복판에 우뚝 선 지강백이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연무장에는 용천휘와 제자 후보들이 도착해 있었다. 오늘은 양영천과 필목현도 왔다.

필목현은 그 게으르던 도련님이 이렇게나 부지런해지셨다며 연신 웃다 울다 했다. 흉을 보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꼭 저래야 하나 싶기는 했다.

“뭐야. 잠시 앓더니 진짜 미쳤나. 이 몸을 꼭 이런 시간에 깨워야 했어?”

용천휘가 투덜거렸다.

“그래. 그간 열심히 져줬으니 이번은 봐줘라.”

“져주긴 누가. 사형 실력이 모자라 그런 거지.”

“그래. 네 말이 맞다.”

“뭐야, 재미없게. 모자란 실력이 앓고 나면 갑자기 생겨나기라도 해?”

“글쎄.”

지강백이 목검을 들어 올렸다. 덕분에 입가가 살짝 가려졌지만 어쩐지 웃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지도 모르고. 오늘은 도무지 질 것 같은 생각이 안 들어서 말이야.”

차르륵.

용천휘가 부채를 펼쳐 교묘히 얼굴을 가렸다. 부채 아래 얼굴은 지금 지강백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었다.

“좋아. 그렇다니 나도 궁금해지네. 어디 한번 해보자고.”

“그래.”

용천휘가 걸음을 물리며 제자 후보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시작!”

* * *

“저저……!”

양영천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벌떡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주름으로 덮여 있던 작은 눈이 휘둥그레 벌어졌다.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필목현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겼다.”

지강백이 마지막 상대의 수혈을 목검으로 가리키는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상대는 용천휘였고, 그의 부채는 손을 벗어나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젠장. 아직은 몰라. 내 부채가 눈곱만큼이라도 상했다면 사형이 진 거라고.”

“확인해 봐라. 그럼.”

지강백이 목검으로 바닥을 툭, 치자 그 반동으로 용천휘의 부채가 튀어 올랐다. 용천휘가 손을 내밀자 부채는 마치 작정을 한 것처럼 그의 손바닥 위로 가볍게 떨어졌다.

수혈이 집혀 강제로 잠든 것이 아니라면 제자 후보들이 역시 우리 큰형님이 어쩌고 하며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젠장.”

부채를 씹어 먹을 것처럼 살펴댄 용천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비로소 지강백이 활짝 웃었다.

“내가 이긴 거지?”

“잘난 척은. 내내 져놓고 겨우 한 번 이긴 주제에.”

“그래. 오래 걸렸지.”

아니, 조금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태을분광검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벌써 완성을 이루었다.

태을분광검의 그 복잡다단한 변초들과 검로는 외워 익히는 것이 아니었다. 칼을 들어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원리를 깨달은 지강백은 또 한 단계를 밟고 올라섰다.

“마, 맙소……,”

양영천도 그것을 알았다. 방금 전 제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석 달도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고작 한 달이라니.

“사부님.”

지강백이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양영천에게로 다가왔다.

그가 목검을 내려놓고 정중히 무릎을 꿇어앉았다.

“제자, 사부님과의 약조를 지켰습니다.”

양영천은 기특하다 못해 기적 같은 제자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물론 그 기적에는 용천휘의 역할이 아주 컸을 테지만, 그것은 지금 양영천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계속 사부님의 제자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게 몹시 기쁩니다. 앞으로도 이 모자란 제자를 위하실 사부님의 노고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오, 오……,”

오냐, 그래. 이 기특한 제자야. 나 역시 앞으로도 계속 정진할 너의 노력에 미리 감사한다. 너는 나와 종남의…… 아니, 나아가 이 무림의 홍복이다.

그리 말해주고 싶었다.

이제는 그런 말을 한 번 정도 해줘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간 거짓만 말해 왔던 혀는 도무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냐, 그래. 이번에는 어찌 용케도 남들 하는 만큼 해냈구나. 그렇다고 해이해지지는 말거라. 네놈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말을 습관처럼 내뱉어 버린 양영천은 제 못된 혀를 깨물었다.

필목현이 거 참 아프겠구려, 하는 딱한 표정으로 양영천을 바라보았다.

“예, 사부님.”

“오냐. 그만 일어나라. 저것들 좀 깨우고.”

“알겠습니다.”

지강백이 몸을 일으키다가 말했다.

“아, 그런데.”

그의 눈이 향하는 곳은 용천휘였다.

“네가 지면 뭔가를 하기로 했을 텐데?”

“흥.”

용천휘가 신경질적으로 부채를 퍼덕였다.

“나도 알고 있다고.”

“그럼 말 나온 김에 바로 시작하자.”

지강백이 씨익 웃었다.

“내가 지도해 주겠다. 종남의 유운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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