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사부의 길
탁!
날이 넙적한 도끼가 허공을 날았다.
지강백이 가볍게 몸을 솟구쳐 도끼를 받아들었다. 도끼는 큼지막하게 이가 나가 있었다.
다시 땅을 밟고 선 지강백이 왕대환에게 도끼를 건넸다.
도끼를 받아서 이리저리 살펴본 왕대환이 미안함을 실어 말했다.
“면목 없소, 큰형님.”
“그럴 것 없다. 진 건 진 거니까.”
오늘이 다섯 번째였다.
그간 용천휘는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그 아무도에 병장기까지 포함시켰다.
침착하게 대꾸한 지강백이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부채를 설렁대고 있는 용천휘가 있었다.
“오늘은 뭘 시킬 거냐?”
“글쎄?”
용천휘는 요즘 들어 얼굴이 더욱 훤해졌다.
지강백이 내내 지는 바람에 기분이 몹시 좋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일이었다.
“이젠 더 먹일 것도 없잖아.”
“그걸 왜 사형이 걱정하고 그래? 내가 설마 사형에게 먹일 게 그것밖에 없겠어?”
용천휘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였다.
“도련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수십 명이 뒤엉켜 싸우느라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연무장으로 필목현이 걸어왔다.
“도련님의 사형분도 잘 지내셨습니까. 어이쿠, 그간 제가 없는 사이에 사람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분들도 다 저희 도련님처럼 입문금을 내시고…… 음, 행색을 보니 그럴 리는 없겠군요. 여하간 반갑습니다.”
대충 인사가 오갔다.
제자 후보들은 우리 작은형님이 부자긴 한 모양이네, 하며 저마다 숙덕거렸다.
가신이라는 필목현도 용천휘처럼 윤기가 좔좔 흐르는 비단 장포에 먼지 한 톨 묻지 않을 것처럼 반들반들한 가죽신을 신고 있었다.
십 년 산적 경력을 걸고 맹세컨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저 정도면 그 속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쩐 일이야?”
“제가 꼭 일이 있어야 옵니까. 도련님 얼굴도 뵙고 사문의 어르신께 안부도 여쭐 겸 오는 게지요.”
겉으로 보기에 필목현은 철없는 도련님을 위하는 충직한 가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나저나 도련님께서 이 이른 시간에 벌써부터 침상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쐬고 계신다니요. 이 늙은 몸이 너무 오래 살아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몸서리쳐질 만큼 감개가 무량합니다.”
필목현이 소맷자락을 들어 짐짓 눈가를 가렸다.
이어서 퍼덕이는 용천휘의 부채질 소리가 묘하게 신경질적으로 들려왔다.
“쓸데없는 소리는 말고. 왜 온 거야?”
필목현이 소매를 내렸다. 눈물 자국은 좁쌀만큼도 없는 말짱한 얼굴이었다.
“어언 계절이 계절인지라…… 도련님의 약을 가져 왔지요. 뻔한 것을 그리 꼭 물으셔서 사람 난처하게 하셔야겠습니까.”
“아, 이런.”
약이라는 말에 용천휘가 얼굴을 구겼다.
“무슨 약? 설마 크고 둥근 그것 말인가?”
“그건 아닙니다. 원 참. 거리가 얼만데 그게 벌써 도착하겠습니까. 제가 준비한 건 다른 약입니다.”
“뭔데?”
“희고 쓴 것이랄까요.”
필목현이 소매자락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비단 보로 꽁꽁 싸매든 것을 펼치자 그 안에는 도라지 비슷하게 생긴 풀뿌리가 들어 있었다.
생긴 것은 똬리를 튼 뱀 같았는데, 거기에 하얗고 미끈대기까지 해서 보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모양새였다.
“망할. 그거잖아.”
용천휘가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지었다.
“이걸 먹었을 때 내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은 해? 내가 기억하기로는, 삼 일 내내 열에 들떠 헛소리를 하다가 온몸에 부스럼이 퍼졌던 걸로 아는데. 나는 그때 내가 독을 먹은 줄 알았어.”
필목현이 그렇다마다요, 하며 맞장구를 쳤다.
“도련님 약은 독과 별로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래도 효과는 좋다지 않습니까.”
“효과는 무슨. 이걸 먹고 그 고생을 또 하느니 차라리 안 먹는 게 나아.”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 바람이 변할 때마다 꼬박꼬박 약을 챙겨 드셔야 하는 건 저희 용 씨 가문에 계절맞이 같은 일이 아닙니까. 왜 새삼 어릴 때처럼 구십니까.”
“네가 이걸 한 번이라도 먹어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 맛은 또 얼마나 지독한 줄 알아? 차라리 썩은 계란을 날로 먹는 게 더 낫더라니까.”
용천휘가 썩은 계란이라는 얘길 꺼내자 정말로 그런 냄새가 나는 듯도 했다.
필목현은 용천휘가 당장 제 입을 벌리고 그 고약한 냄새가 나는 풀뿌리를 처넣기라도 할 것처럼 정색을 했다.
“어이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땅히 도련님께서 드셔야 약을요. 이 몸까지 생각해 주시는 마음은 천 번 만 번 감읍할 일이지만 저는 아시다시피 건강 체질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것 참.”
필목현이 손등으로 이마를 한차례 쓸었다.
“어쨌거나 누가 대신 먹어줄 약도 아니니, 이 자리에서 아예 그냥 콱콱 씹어 드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말이 결정타였다.
“아, 그렇지.”
지강백은 필목현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발을 돌려 떠나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굴 근육이 딱딱하게 굳은 채 서 있는 그를 향해 용천휘가 풀뿌리를 내밀었다.
“사형.”
“…….”
지강백은 말하고 싶었다.
나도 차라리 썩은 계란을 먹겠다고. 냄새가 계속 독해지는 걸 봐서 정말로 썩은 계란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사형?”
“…….”
“왜 그래. 설마 사형, 본인 입으로 한 약속을 잊은 거야?”
지강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눈매가 어찌나 험악했던지, 공연히 애꿎은 제자 후보들이 겁을 먹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네 약이니, 네가 먹어야지.”
용천휘가 해맑게 웃었다.
“산 공기가 맑아서 요새 좀 건강해진 기분이 들더라고. 이제 이 약은 필요 없을 것 같아.”
“함부로 네 몸을 과신하지 마라. 그런 건 약사에게 물어야지.”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지. 약사라고 해도 대신 아파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지강백이 슥, 발을 뒤로 물렸다.
“일부러 가져다주신 분께 너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별로. 매번 있는 일이라서.”
슥. 다시 스슥.
“매번 그래서 네 몸이 나아지지 않는 건지도 몰라.”
“몇 번을 말해.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니까. 이 약은 정말로 필요 없어. 버리느니 남이라도 주는 게 낫지.”
스스슥.
“내 몸에도 필요 없다. 너도 알다시피 나야말로 건강해서.”
“하하. 왜 오늘따라 계속 그렇게 멍청한 소리를 하지? 사형의 몸을 걱정해서 내 약을 양보해 주고 있는 게 아니잖아. 사형은 오늘도 졌고, 그러니까 내가 먹으라고 하면 뭐든 먹어야 해.”
지강백은 묻고 싶었다.
너라면 그걸 먹겠냐고. 그것도 썩은 계란이 더 낫느니 마느니 하는 얘기를 듣고 난 다음에.
그러다 보니 깨달았다. 분명히 썩은 계란 얘기는 일부러 했을 것이다.
지강백이 눈에 힘을 주었다.
“독을 네 번씩이나 받아먹었으면 됐잖아.”
“그래서 안 먹겠다는 거야? 사형이 그렇게 약속을 어기면 다음부터 내가 마음을 바꿔서 이깟 놀이는 안 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아?”
지강백의 동공이 잠깐 흔들렸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그래도 안 먹겠다.”
진심이었다.
저런 것을 맨 정신으로 받아먹을 수는 없었다.
“절대로.”
그러기 위해서 다소 치사한 방법도 쓸 수 있었다.
인법을 응용해 필목현의 손에 들린 저 괴상망측한 약을 빼앗은 다음, 그걸 용천휘의 입에 억지로 넣어 버리는 것이다. 일단 입에 물린 뒤 아혈을 짚으면 싫든 좋든 삼키게 되어 있었다.
너무 큰 것을 먹이면 목에 걸릴지도 모르므로 반으로 잘라주는 수고는 해줄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용천휘가 빨랐다.
“이번엔 구슬 두 개야.”
“……?”
구슬이라는 말에 다들 귀가 쫑긋해졌다.
“사형을 붙들어 앉히면. 약은 내가 먹일 테니 그건 걱정 말고.”
그러니까 구슬 두 개, 곧 이백 냥이라는 소리다.
용천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강백이 신형을 솟구쳐 올렸다.
“어어, 큰형님 도망가신다!”
“잡아라!”
이미 이백 냥에 넋이 나간 제자 후보들이 지강백을 뒤쫓았다.
문제는 그들의 숫자가 많았다는 것이었으며, 때마침 지강백의 도주로 앞에 서 있던 운 좋은 이들도 제법 있었다는 점이었다.
“큰형님! 어딜 가시오!”
지난 오 일 내내 지강백이 절대 자신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익숙해진 제자 후보들은 겁을 저만치 던져 버렸다. 두 팔을 한껏 벌려 적극적으로 지강백을 붙들려 했다.
“제기랄.”
지강백이 달리는 와중에 또 한 번 도약을 이어 제자 후보의 머리통을 뛰어넘었다.
한 박자 늦게 지금은 내기가 걸려 있는 게 아니니 그냥 때려 눕혔어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긴 했다.
어쨌거나 지강백은 달렸다.
앞뒤에서 제자 후보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연무장에는 놀이라는 이름으로 수련을 하던 때보다 훨씬 더 커다란 소란이 일었다.
결국 지강백은 겁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덤비던 제자 후보를 피하는 대신 번쩍 들어버렸다.
“으, 으악! 크, 큰형님!”
“작작 좀 하자. 저건 안 먹어.”
쿵!
지강백이 그를 다른 제자 후보들 쪽으로 훌쩍 던졌다. 엉겁결에 받으려 드는 이도 있었지만, 재빨리 몸을 피하는 이도 있었다.
“으익!”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그가 비명을 질렀다.
그 틈을 탄 지강백이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웬 소란이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게야.”
지강백이 신형을 멈췄다.
참으로 오랜만에 양영천이 연무장에 걸음했다.
“사부님.”
“오냐, 그래. 너는 왜 이리 쫓기고 있는 게냐. 무슨 짓을 했기에.”
“그게…….”
지강백이 방금 전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말을 하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상세해졌다.
용천휘와 제자 후보들이 한편이 되어 저를 괴롭히던 일이 조금쯤은 마음에 맺혔던 모양이었다.
* * *
“그래서 이게 그 약이라는 게냐?”
양영천은 필목현의 손에 들려 있는 도라지 같은 그것을 빤히 쳐다보았다.
설마설마 싶어서 눈을 비비고 또 보았다.
그런데 그게 맞았다.
“저, 저것은……,”
저 독특한 생김새와 괴이한 향까지.
틀림없었다. 저것은 만년설삼이었다.
그렇다고 만년에 한 번 피어날까 말까 하는 산삼이라는 소리는 아니고. 만년설이 두텁게 쌓여 있는 천산에서만 자라는 산삼이라 이름이 만년설삼이었다.
무림인들에게는 단연코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영약이었다.
천년 묵은 화리의 내단이니 이무기의 겨드랑이 비늘이니 하는 것은 늙은이들 잠꼬대 같은 소리니까 제외한다 치면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었다.
사람 체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소한 몇 년 치의 공력을 증진시켜 주는 효능은 틀림이 없었다.
아울러 오장육부가 튼튼해지고 추위에 강해진다. 눈이 맑게 트이고 피부가 질겨지는 경우도 있다 했다.
“이, 이런 것을 어찌……?”
양영천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필목현을 쳐다보았다.
필목현은 용천휘가 감탄할 만큼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이 이맘때 늘 드시는 약입니다. 그런데 좀 독한 약이라서 이리도 저어하시는군요. 까짓 며칠만 열 좀 오르고 말 일인데 말입니다.”
원래 효능이 뛰어난 약일수록 몸이 약효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만년설삼의 경우 워낙 양기가 강한 물건이다 보니 그 열을 한꺼번에 받아들이지 못해 며칠 동안 열이 난다 했다. 그 와중에 몸에 두드러기나 부스럼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만년설삼이 몸에 모두 흡수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말짱해진다.
“……강백이 너는,”
양영천은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뗐다.
영약 앞에서 눈이 뒤집히는 것은 종남파 장문인도 마찬가지였다.
내기에 진 벌이랍시고 먹으라는 걸 보니 만년설삼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사부로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할 것도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제자에게 영약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온 기회를 놓치는 인간은 사부가 될 자격이 없으리라.
“어찌 그리 생각이 가벼운 게냐.”
“……사부님?”
난데없이 질타를 듣게 된 지강백이 놀란 눈을 들어 올렸다.
양영천이 짐짓 고개를 돌리며 턱수염을 쓸었다. 어여쁜 제자에게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야 할 때의 버릇이었다.
“부르긴 뭘 부르느냐. 이 사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녕 모르는 게냐?”
지강백이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오나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 이 둔해 빠진 놈. 네 종남의 일대제자가 아니더냐. 곧 더 많은 사제가 생기면 대사형이라는 큰 짐을 지게 될 터인데, 어찌 그리 생각 없이 말을 뒤엎느냐. 종남의 제자가 마땅히 사문에 신의를 지켜야지. 네 스스로 한 말이니 어서 지키거라.”
그 말은 어서 빨리 저 만년설삼을, 누가 저것을 만년설삼이라 알아채기 전에 꽉꽉 씹어 삼키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제자는 사부의 깊은 뜻을 몰랐다.
“사부님. 제자가 비록,”
“아, 어서 먹으라니까?”
마음이 급해진 양영천은 필목현에게서 만년설삼을 빼앗아 지강백 앞으로 내밀었다.
“이 사부를 다른 제자들 앞에서 부끄럽게 할 참이냐?”
물론 지강백은 그럴 수 없었다.
대체 우리 사부님이 왜 이러실까 억울하고 서러워도 사부님의 명은 따라야 했다.
“……주십시오, 사부님.”
지강백이 손을 내밀었다.
양영천은 그 손에 만년설삼을 건네주려다가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다. 네놈이 말만 그리 하고 안 먹을 수도 있으니 내가 직접 먹이마.”
“…….”
그럴수록 제자의 서러움은 더욱 더 커졌다.
한숨을 꾹 씹어 삼킨 지강백이 체념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양영천은 그 입에 만년설삼을 콱 밀어 넣었다.
“오냐. 꼭꼭 씹어 삼키거라.”
“…….”
“어허. 어서.”
“…….”
아드득, 아득.
만년설삼이 어금니 사이에서 갈기갈기 찢겨 뱃속으로 꿀떡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양영천은 안도했다. 만년설삼은 무사히 제자의 몫이 되었다.
그 바람에 저도 모르게 표정이 풀어졌다.
봄바람에 눈이 녹듯, 그렇게 사르륵 풀어지는 사부의 표정은 또다시 제자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다 먹었으면 운기조식을 하거라. 혹 몸에 이상이 올지도 모르니 미리 해두는 게 낫겠지.”
“…….”
지강백은 가부좌를 틀었다.
그의 속내를 뻔히 읽고 있던 용천휘가 한마디 거들었다.
“맛은 어땠어, 사형?”
아드득.
이미 삼켰던 만년설삼이 또 한 번 어금니 사이에서 찢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강백은 지금 내가 씹고 싶은 것은 네놈의 잘난 면상이다, 라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대답했다.
“더럽게도 맛없다.”
“뭐야, 그 재미없는 대답은. 이제껏 있는 줄도 몰랐던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려줬잖아?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닥쳐라.”
그 말을 끝으로 지강백이 입을 다물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운기조식을 하는 도중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무아지경에 이를 수가 없었다. 평소라면 일식경 정도에 마쳤을 운기조식이 그 배로 걸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어서 빨리 내기에서 이겨 저놈에게 무공 수련을 시켜야겠어.’
하지만 세상일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제 마음대로 흐르지 않았다.
운기조식을 마친 지강백은 갑자기 열이 오르는 바람에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어엇!”
“아이고, 큰형님! 괜찮으시오?”
“사형이 넘어질 때가 다 있네.”
“강백아, 지금 몸이 어떻더냐. 뭔가 달라진 게 느껴지긴 하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 뒤로 지강백은 사흘을 꼼짝없이 앓아누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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