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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무림-24화 (24/200)

기갑무림 24화

자휘가 삼재심법을 배운다고 하자 추 교관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지?”

오히려 왜냐고 묻는 추 교관.

그의 물음에 자휘가 담담하게 답했다.

“아시다시피 전 작은 장원 출신입니다. 저희 집안은 무공도 변변치 않지만 내세울 심법도 없습니다.”

“……그렇군.”

그는 자휘의 답을 듣고는 입술을 한일자로 다물었다.

깊어진 그의 눈이 이번에는 하후홍을 향했다.

“너는 어떻게 할 거지?”

“저, 저는…….”

하후홍은 망설였다.

사실 그는 천금단에서 천금 심법을 배우고 이제 이 성이 된 차였다.

그런데 삼재심법이라니.

자휘야 워낙 가문이 한미해 삼재심법을 배운다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던 하후홍이 뭔가 결심한 얼굴로 답했다.

“저도 삼, 삼재심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하후홍조차 심법을 배운다고 하자, 추 교관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단 한 명도 배우지 않았던 현무 심법을 두 명이나 배우게 되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는 자신의 심정을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너희가 배우게 될 심법은 단기간에 너를 고수로 만들어 주거나, 눈이 돌아갈 만한 효능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심법 귀신이라 불리는 그였다. 기초부터 탄탄히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삼재심법을 가르칠 것이다.

까다로운 현무학관에서 심법 교관을 맡길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가 말이다.

“이 심법은 정종 무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데다, 다른 기운과도 잘 어울리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가전 심법을 배운 생도들이 다른 심법을 배우게 되었을 때의 문제였다.

생도가 질문했던 심법끼리의 충돌.

추 교관은 이것을 방지하고자 삼재심법을 택했다.

그리고 단순한 삼재심법을 보완하고자 그만의 심법을 덧붙였다.

그 결과 상위의 심법이 나오게 되었다.

이른바, 조화심법(調和心法).

생도들은 삼재심법을 배운다고 생각하겠지만, 경지가 깊어진다면 자연히 조화심법으로 넘어갈 것이다.

“너희는 처음엔 삼재심법을 배울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의 수련도를 보고 새로운 심법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래도 배우겠느냐?”

“네.”

둘은 지체 없이 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

추 교관은 생도 고개 숙인 둘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이제야 생긴 진짜 제자들이었다.

현무학관이야 심법 교관이 있어야 하니 그를 교관으로 임명한 것일지 모르나…….

평생을 남의 심법만 연구하고 가르쳤던 그에게 자신이 만든 조화심법은 그의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그래, 이 아이들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지.’

그는 자휘와 하후홍의 마음속에서 작은 열망의 싹을 보았다.

이들은 현무학관에 나름의 절실함을 가지고 왔고 자신이 할 일은 그 절실함에 물을 주고 키우는 일.

‘이 아이들의 재능이 뭐가 중요할까. 나는 그저 가르치면 될 일이다.’

저들이 가진 절실함이 조화심법을 더 크게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가라앉은 그의 눈이 자휘와 하후홍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보자꾸나. 둘 다 가부좌를 틀거라.”

추 교관의 목소리가 약간 떨려왔다. 그러자 이쪽을 향해 흘끗거리는 생도들.

추 교관은 목소리를 가다듬고선 다시 말을 이었다.

“하단전으로 서서히 호흡하고, 중단전에서 멈춘다.”

삼재심법은 기본을 따랐다.

그러면서도 안정감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심법.

“모아놓은 기운을 상단전에서 백회혈로 향하게 하며 받아 올려라. 기운을 회전시키되 벗어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의 목소리가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자휘와 하후홍 역시 심법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 * *

역시 심법 귀신이라 불리는 추 교관이었다.

기본 중의 기본인 삼재심법을 가르쳤을 뿐인데, 벌써 단전 부근이 뻐근했다.

‘역시 가르치는 사람이 좋아야 하는구나.’

삼재심법을 전부 익히는 데 시간 자체는 얼마 들지 않을 것이다.

심법자체를 배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공을 쌓는 데 오래 걸릴 뿐이니까.

다 익힌 후에 그가 말한 조화심법은 어떨지 궁금했다.

나는 만족스러웠던 추 교관의 수련장을 나와 서고를 찾았다.

서고를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마석 때문이었다.

어젯밤 이무기의 내단이 마석으로 변한 걸 보았다.

그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혹시라도 작은 것이라도 발견하지 않을까 하여 서고를 찾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서고가 어디에 있지? 분명 이쪽으로 가다 보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찾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큰 전각이 보였다.

[현무학관 서고]

과연, 소문대로 서고의 외양은 크고 웅장했다.

이 큰 전각 안이 전부 다 책이라면, 정말 대단한 양의 서책을 현무학관은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앞의 사서가 날 막았다.

“서고에 들어가려면 생도증을 주셔야 합니다.”

내가 생도증을 사서에게 내밀자 그가 무언가를 쓴 작은 흰 패를 내밀었다.

[인반, 진자휘. 10급.]

“이 흰 패로는 서고에서 두 시진을 머물 수 있으며, 일 층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 층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다른 층으로 가기엔 생도님께서 자격이 부족하십니다.”

꽤 정중하게 말하는 사서였으나, 내용은 단호했다.

“알겠습니다. 두 시진 안에 나오도록 하지요.”

총 오 층으로 이루어진 현무학관 서고에서 고작 일 층만 사용할 수 있다니.

입맛이 썼다.

그러나 나 같은 하급 생도에게 누가 고급 무공 서책을 보여주겠나 싶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고로 들어섰다.

들어서자 확 끼쳐오는 서책 냄새.

‘책 냄새를 맡으니 왠지 그리운걸.’

진가장에 살 때는 책을 끼고 살았다. 워낙 몸이 약한 데다가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았기에 책만이 친구였었다.

‘어서 필요한 걸 둘러보고 나가자.’

웅장한 서고의 외관의 서고답게, 안의 규모도 꽤 컸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책꽂이의 서책들.

나는 그중에서 약학이나 이무기 관련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약학이 여기 있군.’

다행히 내가 찾는 책들은 일 층에도 있었다.

하긴, 영약이 무슨 비밀이라고 위층에 있을까.

약학 분류에 있는 서책 중, 영약에 관련한 책을 집어 들었다.

집은 책은 영약 총람(靈藥總覽).

영약에 대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는 책이었다.

‘우선 청독각망부터 찾자.’

서책의 목차를 죽 훑어보자, 중간 부분 정도에 청독각망이 있었다.

나는 재빨리 책장을 넘겼다.

[청독각망 : 청색의 큰 뱀으로서 영수에 속한다. 100년을 살면 작은 뿔이 돋아나는데, 이때 천적인 천년화조의 알을 먹게 되면 이무기로 변한다.]

내가 죽였던 청독각망이 100년을 살았던 영수라니.

생각보다 흥미로운 내용에 나는 뒷장을 연이어 보았다.

[청독각망이 완전한 이무기가 되어 탈피하게 되면, 날개가 달린 이무기가 된다. 이무기가 된 청독각망의 이름은 청독룡이다.]

청독각망이 이무기로 완전한 탈피를 하게 된다면 기갑이 말하는 마수가 되는 걸까.

‘아니면 좀 더 상급의 마석이 되거나.’

뒷장을 넘겨보자 청독각망의 내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청독각망의 내단 : 연푸른 빛이 도는 흰색의 작은 구슬로서, 바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섭취 시, 약 이십 년의 공력이 늘어나게 된다.]

[청독룡의 내단 : 노란색을 띠며 단단하다. 청독룡의 내단은 그냥 섭취할 수 없고, 가공해서 사용이 가능하다.

섭취 시, 약 삼십 년의 공력이 늘어난다.]

역시 바로 섭취를 해야 했던 내단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먹나.

영약에 대해 잘 아는 고수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마석이 되는 건 알았으니까.’

이번에는 천년화조에 대해서 찾아보려는데, 아랫부분에 있는 주의점이 눈에 띄었다.

[주의점 : 청독각망의 천적인 천년화조의 알은 청독각망의 내단을 변형시킨다. 희고 딱딱한 돌로 변하게 하는데, 이 돌은 십만대산에 있는 마구석과 성질이 비슷하다.]

‘마구석이라면 혹시……?’ 나는 마구석이란 것이 마석과 연관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미친 듯이 책을 뒤져 보아도 마구석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른 서가 쪽도 볼까 했으나, 돌에 관해 나온 책이 있을 리 없었다.

‘십만대산에 있다고 했지?’

십만대산이라면 멀리 떨어진 새외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먼 것은 부차원적인 문제.

십만대산은 마교의 주둔지였다.

하필이면 천갑무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마교에 마구석이 있다니.

‘정말 마석과 관련이 있다면 기갑의 동화율을 최고로 올릴 수 있을 텐데.’

찾아가 볼 수만 있다면 좋을 테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한 이야기였다.

나는 마구석에 관한 생각을 털어냈다.

‘천년화조에 대해 찾아볼까.’

천년화조에 대한 내용은 워낙 유명해서 그다지 볼 것은 없었다.

내가 볼 것은 천년화조의 알을 어떻게 섭취하느냐였다.

[천년화조의 알 : 인공적인 영단과 달리 자연에서 태어난 영단이라 말해도 과하지 않다. 천년화조의 알을 입에 물고 내공을 운용하면 알이 입안에서 녹아 몸속으로 스며든다.

섭취 시, 십 년의 공력이 늘어난다.]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다.

그냥 입에서 물고 있기만 하면 되니.

[주의점 : 천년화조의 알을 섭취 시, 천년화조가 섭취자에게 반응할 수 있다. 그 반응은 상황에 따라서 극과 극으로 달라지므로 조심할 것.]

……뭐?

천년화조의 알은 조만간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천년화조가 알을 먹은 이에게 반응하다니.

‘설마, 날 적으로 인식하는 건 아니겠지?’

지난번 두고 온 천년화조의 알 하나가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돌아오며 천년화조의 둥지에 가 보았는데 알은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가져갔거나, 수컷이 자신의 알을 옮겼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영약총람을 덮었다.

그리고 바로 서고를 나와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하후홍이 심법 수련시간에 배운 조화심법을 수련 중이었다.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내 자리로 가는데 하후홍이 입을 열었다.

“왔구나.”

“서고에 들렀다가 오는 길이야.”

“나는 시, 심법 수련이 지금 끝난 참이야. 그런데 무슨 책을 보러 서고에 간 거야?”

“그게…….”

나는 말끝을 흐렸다.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었지만 도움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받은 현천단 관련해서 영약 관련 서책을 보고 왔어.”

“……하긴. 도와줄 내가 고수가 없으니 혼자서라도 알아보고 온 거구나.”

“맞아.”

난 잠깐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제 현천단을 섭취하려고.”

“뭐?”

하후홍은 가부좌를 틀고 있는 날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되물었다.

“설마…… 지금?”

“응.”

곧바로 튀어나온 내 대답에 하후홍이 놀란 나머지 허둥댔다.

“그, 영약을 흡수하려면 누가 보호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네가 해주면 되지.”

“내가……?”

하후홍이 허연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도와줄 사람이 너밖에 없잖아.”

“아, 알았어.”

알았다고 대답한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만약…… 네가 현천단을 흡수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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