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166화 (166/175)

# 166

<166화>

기운도 잃고 피곤에 지쳐 맥도 빠져 축 늘어져 있던 현당은 며칠 만에 처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기지개라도 켜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의 몸에 새로운 기운이 충만해 있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진기가 순환하고 있었다. 현당은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진기가 고갈되었던 현당에게 염하기는 새로운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기운이 나자 굳어가던 머리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흐릿하던 기억들이 돌아왔다. 남궁적에게 끌려와서 곧바로 진기를 빨렸다.

‘처음에는 자하기였어.’

남궁적은 그까짓 일쯤은 여반장(如反掌)인 것처럼 현당의 자하기를 퍼갔다. 마치 맡겨놓았던 물건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바보짓을 했다는 것을 현당은 깨달았다. 남궁적은 이십 평생을 자하기를 연공한 반면, 현당은 수련 기간이 고작 반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하기의 성취도가 남궁적이 더 높은 건 당연했다.

그 다음은 토하기였다. 토하기는 자하기처럼 쉽지 않았다.

‘놈은 토하기를 몰랐어.’

하지만 남궁적이 토하기를 몰라도 소용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진기를 전문적으로 채정할 수 있는 절정의 마공, 조련제마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하기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토하기도 남궁적에게 강탈당했다.

‘우희…….’

그리고 그녀가 찾아왔다.

눈물짓던 그녀가 사라진 후 남궁적은 현당의 몸에서 독기마저 빼갔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이면 독기 때문에 고생 좀 하고 있을걸?’

생독진언을 통해 연구하던 독기였다. 체외로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 몸속에 보관하고 있었다. 그냥 보관만 하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진기와 융합을 시키던 독기였다. 하지만 워낙 강한 독성 때문에 중화되기는커녕 진기마저 독성을 띤 성분으로 전이되었다.

그런 독기를 가져갔으니 남궁적은 해독하느라 고생 좀 할 것 같았다.

‘얼마나 남았지?’

남궁적은 몸을 훑어보았다. 의식 속에서 신체 구석구석을 유영했다. 진기를 잃고 어두워진 신체 곳곳에서 햇살의 잔재처럼 반짝이는 찬란한 기운들이 보였다. 그게 바로 현당의 몸속에 남아 있는 독기였다.

자하기와 토하기에 묻혀서 순도를 잃고 눈에 잘 띄지 않던 독기들이 자하기와 토하기가 빠지면서 순도가 높아진 덕분에 확연하게 구분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오랜 기간 현당의 몸과 융화를 하고 있던 독기들은 드디어 하나의 기운으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생독진언의 말이 생각났다. 독도 결국은 기운이요, 약과 독은 동의이음어라는 말이!

순간, 현당은 독마저도 진기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속에 녹아 있던 많은 양의 독들이 남궁적에 의해 체외로 배출되었다. 그동안 배출하지 못했던 것은 진기도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이었는데, 진기야 이미 남궁적이 가져가 버렸으니 독기가 빠지는 것은 문제가 안 되었다.

그런 덕분에 소량의 독만 현당의 몸속에 남았고, 이 정도면 독을 진기로 완전하게 전환시키는 데 몸이 버틸 수 있을 듯싶었다. 이제는 나름대로 독에 대한 내성을 키웠고, 그만큼 소량의 독이라면 녹거나 뒤틀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염려 또한 없었다.

독을 녹이기 위해서는 진기가 필요했다. 현당은 몸속에 또 무슨 기운이 남아 있나 살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불러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뜨거운 기운이 확 밀려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당은 또 다른 일을 기억해 냈다. 의식을 잃었을 때 누군가 현당을 찾아왔다. 그 사람은 진기를 자신의 몸속에 불어넣으면서 내공심법까지 전수해 주었다. 그 기운이 낯설지 않았다. 조용히 그 뜨거운 기운을 돌아보았다.

뜨거운 날의 햇살과도 같은 기운, 서문세가의 염하기였다. 그에게 진기를 불어넣어준 사람이 서문장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진기를 불어넣으며 구결까지 전수해 주었다.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문장미의 염하기가 지금 현당의 몸속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당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는 자하기, 토하기 외에도 또 다른 것을 갖고 있었다. 비록 내공심법은 아니지만 내공심법처럼 운용할 수 있는 두 가지 구결이 있었다. 흔히 세상 사람들이 남의 것을 빌려와서 안을 단련한다고 생각하는 조련제마공과 안을 비우고 겉을 단단하게 만드는 제련현마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때 누군가 황급히 안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현당은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여어! 그렇게 먹고도 뭐가 부족해서 또 찾아왔나?”

지하 감옥의 입구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문지기를 본 남궁적은 인상을 찡그렸다. 괘씸하게도 남궁적 공자님께서 행차하고 있는데 배짱 좋게 잠들어 있었다.

혼낼 요량으로 놈을 걷어차는 순간,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피 냄새가 확 풍겼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워낙 작은 소리였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문지기가 죽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이곳에 갇혀 있는 사람은 현당뿐이었다. 그가 문지기를 죽일 수 있는 확률은 전무했다. 그렇다고 배제할 수는 없었다. 만약 그의 짓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했고, 잡지 못하면 죽여야 했다.

다른 생각은 할 필요도 없이 남궁적은 안으로 뛰어들었다.

“여어! 그렇게 먹고도 뭐가 부족해서 또 찾아왔나?”

너무나 태연한 현당의 말에 남궁적은 그만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행히도 현당은 아직 거기에 있었다.

*  *  *

주근혜가 들어섰다.

“남궁 공자가 지하 감옥으로 향했습니다.”

준비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우희는 난생처음 몸에 착 달라붙는 흑의를 입어보았다. 그리고 그 위로 평소에 입던 장삼을 걸쳤다. 문당에서 빠져나갈 때까지는 백의가 필요했다.

“그리고…… 더 이상은 못 합니다.”

우희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우희를 도와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모태신앙이라 하였으니, 주근혜의 동생은 남궁적을 위해 희생되었지만 아직도 본교에는 그녀의 부모가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는 주근혜가 본교를 배신한 증거가 전혀 없지만 지금부터 우희가 하려는 것을 돕는다면 확실한 증거를 남기는 셈이었다. 주근혜는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고마워. 벌써 큰 힘이 되어주었어.”

우희는 이를 악물며 결심했다.

구룡피라는 장갑을 끼며 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환상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것을 착용해야만 했다.

*  *  *

남궁적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변화와 침입한 흔적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분명히 입구는 열려 있었지만 안에는 현당과 자신뿐이었다.

“혹시 누가 자네를 찾아오지 않았나?”

현당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서둘렀어.”

“서두르다니?”

“오다가 그만 서두르는 바람에 들어오지는 못하고 그냥 돌아갔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남궁적은 여유를 되찾았다. 놈의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침입자가 있다면 목적은 현당이었다. 따라서 현당을 그냥 두고 돌아갔을 리 만무했다. 아마도 남궁적이 다가오는 소리에 달아났던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자 문지기를 건드릴 때 났던 작은 소리가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이런, 이런! 그렇다면 자네는 정말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그러게나 말이야. 달아날 때 쓰려고 감추어뒀던 진기까지 들켜버렸으니, 이를 어쩌나!”

“그나저나 자네도 정말 대단하네. 그렇게 진기를 빨리고도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현당은 특유의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사람아, 내가 누군가? 천하의 남궁적 아닌가?”

현당의 말을 듣고 있던 남궁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세상에 남궁적은 나 하나밖에 없어. 네놈은 가짜이고, 내가 진짜 남궁적이야.”

남궁적의 목소리가 실내에 쩌렁쩌렁 울렸다.

“세상에 남궁적은 나 하나밖에 없어. 네놈은 가짜이고, 내가 진짜 남궁적이야.”

지하 감옥으로 다가서던 우희는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깜짝 놀랐다. 남궁적이 지하 감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왔지만 그가 저렇게까지 분노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남궁적은 분명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설마 그가 현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가 본 현당은 이제 곧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 있었다. 그렇다면 그곳에 남궁적 말고 다른 사람이 또 있다는 말이었다.

우희는 망설여졌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늘로 계획을 잡았기 때문이다. 오늘이 아니면 또 기회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우희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세상에 남궁적은 나 하나밖에 없어. 네놈은 가짜이고, 내가 진짜 남궁적이야.”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서문장미는 귀를 막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뜩이나 현당에게 진기를 넘겨서 기운이 없는 상태에서 내공을 실은 남궁적의 절규는 터질 것 같은 고통으로 다가왔고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다. 비명을 안 지른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쓰러질 것 같은 서문장미를 공생이 부축했다.

「기다려요. 조금만 있으면 기회가 있을 것이오. 그럼 그때가 되면 현당을 구해서 나가시오. 왔던 길은 기억하오?」

겁에 질린 서문장미가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남궁적은 나 하나밖에 없어. 네놈은 가짜이고, 내가 진짜 남궁적이야.”

고함을 지르고 씩씩거리던 남궁적이 현당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화를 낼 필요 없어. 자네 말이 맞다고. 자네가 진짜이고 난 가짜야. 하지만 가짜라도 나도 남궁적일세, 가짜 남궁적. 안 그런가?”

현당의 여유 만만한 말투에 남궁적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네놈을 죽여 버리겠어.”

“오호! 결국은 다짐했군. 그런데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하나만 물어보세.”

현당의 말에 남궁적의 얼굴이 풀렸다.

“자네 얼굴을 보니 다 해독한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독기를 해독했나?”

현당의 말에 남궁적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한 가지 방법으로 안 되서 두 가지 방법을 병행했어야만 했다. 그것을 생각해낸 자신이 기특했다.

남궁적의 웃는 얼굴을 본 현당은 그가 완전히 해독했다는 것을 느꼈다.

“중화시켰나?”

“아니, 아니. 중화는 안 되겠더군. 어떻게 무슨 독이 물을 타면 물도 독으로 변하나!”

“그렇지. 그래서 중화는 안 되네. 그럼 배출했나?”

“그것도 진기랑 딱 달라붙어서 모두 배출하면 안 되겠던걸! 내가 말라서 죽게 생겼어.”

“그렇군. 그럼 어떻게 했지? 산화시켰나? 오호! 그 많은 독을 산화시킬 정도로 채정을 많이 했단 말인가?”

남궁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니지. 그 방법만으로는 안 되네. 산화시키기에는 독의 양이 너무 많아. 산화시키는 동안 아마 내가 독에 중독되어 한 줌의 혈수로 녹아버렸을 거야. 하는 수 없이 두 가지 방법을 썼지. 우선 독이 많이 녹아 있는 진기는 배출했네. 그래서 체내의 독의 함유량을 낮추는 동시에 순도도 낮추었지. 다음으로 소량만 남은 독기를 산화시켜버렸네. 어떤가, 내 방법이?”

현당은 혀를 내둘렀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군. 하지만 그 방법은 결국은 내공이 높은 사람만 가능한 것 아닌가?”

짝짝짝.

남궁적이 박수를 치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 맞아. 정말 감탄스럽군. 현당 자네의 영특한 머리가 말이야.”

“자네도 나 못지않네.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할 생각을 다 하다니.”

아쉽다는 듯 남궁적이 입맛을 다셨다.

“아나? 한때 나는 자네를 살려둘 생각을 했네. 누군가 내 대역이 필요할 때 자네만 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오호! 그렇게 좋은 기회를! 그런데 그 생각을 왜 버렸나? 자네도 좋고, 나도 좋을 텐데…….”

남궁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놈이 모용미를 건드렸잖아. 나는 손도 못 잡아본 내 약혼녀를!”

“이런, 이런. 고작 그것 때문에 대사를 그르쳤단 말인가? 자고로 호걸은 호색이라 했거늘…….”

남궁적이 한 발 더 현당을 향해 다가갔다.

“그래, 열심히 이죽거려라. 네놈이 그렇게 떠드는 것도 오늘로 끝이니까.”

남궁적의 장심이 현당의 정수리에 얹어졌다. 순간, 현당은 제련현마강을 끌어 올렸다.

내공을 외부로 돌림으로써 신체를 강철과도 같게 만드는 절기. 조련제마공과 한 쌍을 이루어 흡정대법을 완성시키는 배교의 비전 절기이자 강호에서는 수련이 금지된 금단의 마공!

현당의 정수리로부터 내부로 들어오던 빨판 같은 진기의 흐름들이 현당의 신체 곳곳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현당의 진기를 빨아들였다. 그런데……. 순간, 남궁적의 눈이 커졌다.

“그래, 네놈이 버티겠다, 이거지?”

남궁적은 조련제마공을 더욱 강하게 끌어 올렸다. 하지만 남궁적의 조련제마공은 아무것도 끌어오지 못했다. 분명히 현당의 기혈 곳곳에 달라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련제마공에 딸려 올라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네놈…… 네놈이 지금 운기 하고 있는 게 무엇이지?”

“무엇일 것 같나? 자하기? 그건 자네가 다 가져간 것 같고. 그럼, 토하기? 그건 애초에 조금밖에 없었지만 그것도 자네가 다 퍼가지 않았나? 그것도 모자라 자네는 독기까지 가져갔지. 자넨 욕심이 너무 많아. 그렇게 가져가고도 또 뭐가 부족해서 왔나? 자, 그럼 내게 남은 게 뭐가 있을까?”

현당의 조롱을 받으며 남궁적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이랬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순간, 남궁적은 깨달았다.

“그렇군. 맞아. 네놈도 제련현마강을 익혔었지!”

현당이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라? 알고 있었나?”

“그럼, 알다마다! 내가 그것을 모를 리가 있나? 하지만 자네는 모르고 있네. 조련제마공과 제련현마강은 결국은 한 쌍이야. 아니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거지. 제련현마강에 이런 효능이 있는 줄은 나도 몰랐네. 왜 제련현마강이 조련제마공과 한 쌍인지 이제야 알겠어. 그래서였군. 조련제마공에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련현마강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렇지?”

“맞아. 바로 그거였어.”

“언제부터 알았나?”

현당은 자신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기 전부터. 어차피 외피를 단련하는 제련현마강이 아닌가! 사실 흡정마공은 조련제마공이야. 그런데 왜 제련현마강과 한 쌍이어야만 했을까? 그런 부작용도 많은 조련제마공이 제련현마강과 한 쌍이라면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지. 생각해 보니 추리가 가능하더군. 그것은 공격과 소비, 공수(攻守)였던 것이고, 암수였던 것이며, 양면과도 같은 것이었어. 조련제마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제련현마강이었던 것이지. 알고 있었나?”

남궁적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나도 몰랐어. 자네가 아니었다면 평생토록 모를 뻔했네.”

“왜?”

“배교에서도 조련제마공, 즉 흡정대법은 금기시되는 무공일세. 규화신공과 함께 교주의 허락 없이는 익힐 수 없는 무공이지.”

“그렇게 대단한 심공인가?”

“그래. 하지만 자네는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군.”

“그게 뭔가?”

“뭐긴? 자네보다 자하기에 익숙한 사람이 나였듯이 조련제마공과 제련현마강에 더 익숙한 사람 역시 나라는 것을 말이야!”

남궁적은 현당의 정수리에 얹은 손을 들었다가 내리쳤다. 순간, 현당은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정수리, 백회혈을 통해 둔중한 충격을 맞았다.

그 소리는 밖으로 퍼지지는 않았다. 오로지 현당의 몸으로만 들을 수 있었다. 그때 현당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제련현마강에 금이 가고 있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만 같던 제련현마강이 깨지고 있었다.

“제련현마강은 제련현마강으로 깨지지.”

남궁적은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다시 한 번 충격이 현당의 전신을 울렸다. 현당의 눈이 돌아가면서 입에는 거품이 물렸고 머리가 떨어졌다. 벽에 걸린 채로 현당은 또다시 의식을 잃었다.

“이런, 이 친구. 수련을 무척 게을리 했군. 고작 두 번의 공격으로 이렇게 의식을 잃다니 말이야. 자, 그럼 나머지를 빨아볼까?”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남궁적은 조련제마공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현당의 정수리에 손을 얹은 후 몸 구석구석으로 조련제마공의 빨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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