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97화 (97/175)

# 97

<97화>

남경 총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대단해, 대단해…… 저게 말로만 듣던 그 백보신권인가?”

자신도 모르게 신동은 그 말에 답하고 있었다.

“아니오. 저것은 나한권을 극성으로 익혀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럼 저건 나한권의 무슨 초식이지?”

“나한권은 제각각 독립된 초식의 집합입니다. 어느 초식이 더 낫고, 어느 초식이 더 못하다는 것 없이, 이럴 때는 이 초식이, 저럴 때는 저 초식이 쓰이는 그런 권법이지요.”

“아아, 어쨌거나 대단해. 대단해…….”

남경 총관은 감탄사만 연발했다.

*  *  *

현당은 생각했다.

‘만약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저렇게 포송의 강권(罡拳)을 천인혈의 도망으로 찔러 댈 수 있을까, 권풍을 말면서 날아오는 주먹을 막아설 수 있을까, 손도 대지 않고 검을 부수는 내공을 중화시킬 수 있을까…….’

자신이 포송을 상대했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요행이었어…….’

정말 운이 좋은 한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한 식경이 흘렀을까? 겨우 그 정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죽림백호 포송과 검사태 웅패의 대결이 벌어졌다.

“또 나오네?”

금질이 대답했다.

“누가 나오든 상관없이 이번에 결판이 날 것입니다.”

“왜지?”

“죽림백호 포송이 이기면 다른 둘을 다 이겼으니, 그게 정무련의 제일이 되는 것이고, 검사태 웅패가 이기면, 오뢰검 이신현을 이긴 포송을 이겼으니, 그가 제일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포송은 싸우고 난 지 한 식경도 안 되지 않았나? 포송은 지쳤고, 웅패는 말짱하니 포송이 불리하지!”

“그게…….”

금질이 신동을 돌아보았다.

“한 식경 만에 경기가 열리는 이유는 포송이 해도 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반 시진 쉬고 시작하기로 약조되어 있습니다만, 충분히 쉬었다고 하였기에 바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호오. 그렇다면, 포송이라는 저 친구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로군! 그런데 검사태라? 이건 또 무슨 뜻을 가진 별호인가?”

금질이 다시 신동을 쳐다보았다.

신동은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또다시 궁금증의 봇물이 터졌는지 시작이었다.

“산사태, 눈사태가 이는 것처럼 쏟아져 내리는 검기가 웅패의 자랑입니다. 웅패라면 아무리 남부맹의 도기를 잘 다루는 패왕 남궁적 공자든지, 어도술을 구사하는 철벽 단목기 대협이든지 상관없이 누구든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쏟아지는 검기의 소용돌이는 상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호오. 아니, 칼을 그렇게 휘두를 수 있단 말이오? 힘도 대단하구려. 체격은 보통으로 보이는데…….”

신동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칼이 아니라 검이란 말이다, 검…… 그리고 검기는 힘으로 쓰는 게 아니라, 내공이고!’

*  *  *

이번에는 포송보다 나이가 많은 고수였다. 그도 잘 아는 형으로, 한때는 이웃에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그는 소림으로, 그리고 웅패는 무당으로 수련을 하러 떠났다. 출발은 웅패가 먼저 하고, 돌아오는 것도 웅패가 늦었다. 하지만 포송은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다. 부족함을 알고 스스로 좀 더 깊은 수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반대로 웅패는 남경에서 실전을 통해 검을 닦으며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자기 이름에 패(覇) 자가 들어가는 만큼, 삶도 그렇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웅패 형이라면 능히 그렇게 할 거야…….’

상단세를 취하고 있는 웅패가 보였다. 웅패답다고 생각했다. 패기가 넘쳐 보였다. 이신현의 예기와 또 다른 무엇이 있었다.

자신이 아니라도 정무련의 젊은 피는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홀가분해졌다. 승패를 떠나서 같은 무도가로서 진정 나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가 논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권을 끌어 올렸다.

쿠하앙.

일차 격돌이 일어났다.

*  *  *

“뭐, 뭐야? 왜 저래?”

검과 주먹이 충돌하지도 않았는데 소리가 나자 당황한 남경 총관이 소리쳤다. 금질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도 흥분하고 있었다.

“저게 바로 강기(剛氣)와 검기(劍氣)의 충돌입니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서로 알고, 치고받는 중이지요.”

“그, 그럼 저 사람들은 그게 눈으로 보인단 말인가?”

금질이 다시 신동을 돌아보았다. 또 한숨이 나왔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저 정도의 고수들이라면 말입니다.”

“그럼 무제갈 신동 대협도 저게 보인단 말이오?”

처음으로 남경 총관이 신동을 향해 존댓말을 썼다.

‘젠장. 이제야 나를 인정을 하는군.’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였습니다.”

다행이었다. 남경 총관이 신동도 고수라고 인정을 했는지, 신동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는 것을 끝으로 입을 다물고 구경만 했다.

*  *  *

포송은 끝없이 쏟아지는 검기를 쳐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웅패의 내공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어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다른 것을 써보지도 못하고 먼저 지치는 사람이 패할 것 같았다.

‘내공이라면…….’

자신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끝내자니 무언가 아쉬웠다. 다른 수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금동나한(金銅羅漢)…….’

내공을 끌어 올렸다. 순간, 그의 신형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순간, 그의 전신을 검기가 뒤덮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검기를 더 이상 막지 못해 몸으로 때우는 것 같았다. 포송이 걸친 승포가 찢어지며 바람에 날렸다. 순간, 금색으로 번쩍이는 포송의 전신이 드러났다.

“진파(進波)!”

기합을 터뜨리며 포송이 진각을 펼쳤다.

쿠하아.

허공을 격하고 내지르는 포송의 주먹에서 시작된 강기가 웅패의 검기를 뚫고 지나갔다. 이대로라면 포송의 강기가 웅패의 가슴을 두들길 것이 뻔했다.

그때였다. 쉴 새 없이 떨어지던 웅패의 검이 가슴 부근에서 물결을 그렸다. 지금까지 펼쳐지던 패도적인 검기는 사라지고 잔떨림만 공간을 가득 채웠다.

“오옷! 금강나한신권에 이어 태극검을!”

무제갈 신동이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신동의 경악성에 남경 총관이 놀라서 금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무, 무슨 일이오?”

금질도 경직된 얼굴로 대답했다.

“지, 지금 우리는 다시 볼 수 없는 소림과 무당의 성명절기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나한신권의 백미인 금강나한신권에 이번에는 태극검이라는 무당의 최고 초식을…….”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남경 총관이 도리질을 쳤다.

넋이 나간 신동이 자기가 답하는 것이 아닌 양 중얼거렸다.

“맞습니다. 저희 오대문파의 장로 중 어느 누구도 포송이 백보신권을 익혔다 하나, 나한권을 금강나한까지 익혔으리라고 생각지 못했고, 웅패가 검기를 다룰 줄 안다 하나, 무당 태극검까지 익혔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오오, 정무련의 이 세들의 끝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그의 목소리는 감격에 겨워 떨리고 있었다.

*  *  *

현당은 오늘도 이곳에 와서 구경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어도술을 펼치는 단목기가 제일인 줄 알았더니, 금강나한에 백보신권을 어디까지 익혔을지 알 수 없는 포송이 있고, 지금은 포송의 강기를 한 광주리에 담아서 부드럽게 옆으로 쓸어 보내는 웅패가 있었다. 이 두 사람에 비교하면 좀 전에 포송과 대결을 벌였던 이신현은 한두 수가 아니라 한참 아래일 것 같았다. 내공은 비슷할지 몰라도 깨우침이 하수였다.

이번에는 웅패의 자리에 자신을 세워 보았다. 상상 속에서 강기를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는 천인혈이 보였다.

‘젠장…….’

반대로 포송의 자리에 자신이 들어섰다.

끊임없이 돌고 돌면서 자신을 조여 오는 웅패의 검이 보였다. 결국 검기가 일으키는 소용돌이를 뚫지 못하고 주저앉는 자신이 상상되었다.

‘바보 같은 자식…….’

현당은 남궁찬을 욕했다. 남경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고, 자신이 제일인 양 설치고 다니는 남궁찬이나 모용곽이 우물 안의 개구리 같아 보였다.

왜 남부맹이 정무련에게 밀리는지도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남궁세가나 남부맹으로서는 정무련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정무련은 전 중원의 무공을 남경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결국 남부맹은 사대 세가의 무공으로 중원의 무공을 상대하는 꼴이니,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정말 잘 와봤어…….’

천하는 넓고 천하의 무공은 많고도 많았다.

현당은 자신의 안계를 크게 넓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는 하루였다.

*  *  *

포송과 웅패 두 사람은 비무에 정신이 팔려 어느새 자신도 잊고 상대도 잊고 있었다.

오로지 검에 모든 정신이 팔린 웅패는 자아도 잊은 채 태극검의 초식에 빠져들었고, 나한신권에 모든 것을 걸었던 포송은 내공에서부터 자신의 의식까지 펼치는 초식에 다 바치고 있었다.

쿠하앙.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커다란 폭발음이 비무대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동시에 세 사람이 비무대로 신형을 날렸다. 각기 한 사람씩은 폭발과 함께 뒤로 날아가는 웅패와 포송을 받았고, 가장 먼저 비무대로 뛰어든 한 사람은 웅패와 포송의 정중앙에 사람 키만 한 길이의 지팡이를 비무대 바닥에 꽂고 있었다.

지팡이를 비무대 바닥에 꽂은 사람이 두 사람의 충돌을 가로막았고, 그 충격으로 날아가는 두 선수를 각기 한 사람씩 받았던 것이다.

쿠구구. 쿠과광.

충격을 이기지 못해 비무대가 무너졌다.

“저, 저, 저런…… 내가 얼마나 튼튼하게 만든 비무대인데…….”

금질의 말에 신동이 고소를 지었다.

“저 힘을 이길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정무련 련주이자 현도장의 웅진 장주가 직접 우진령(羽震鈴)을 흔드는데 말입니다.”

남경 총관이 눈을 굴렸다.

“우진령? 그건 또 뭔고?”

“우선 보시지요. 다 보신 후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신동은 그 말로 겨우 일어나는 짜증을 가라앉혔다. 이렇게 말하면 아무리 남경 총관이라도 한동안 질문을 하지 않으리라.

*  *  *

“갈(喝)!”

웅진이 지팡이를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승패를 떠나 정말로 좋은 비무였도다. 하나 호승심에 모든 것을 잊어 자신과 상대의 안전을 잊었더냐?”

무너진 비무대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은 웅진 한 명뿐이었다. 선종문의 문주 포덕이 입에서 피를 흘리는 포송을 안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도원문의 문주, 홍건 고경이 웅패를 받고 있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어느 누가 죽거나 최소한 양패구상을 면하기 힘들었을 것 같았다. 그것을 안 세 문주가 동시에 손을 써서, 각기 한 명씩 받고, 현도장의 웅진이 이 두 사람의 충돌 방향을 꺾었던 것이다.

“여러 강호 동도 여러분들이 모두 보셨을 것이오. 지금의 비무에서 이긴 자가 없고, 패한 자도 없다 할 것이나, 오늘의 비무는 우리 정무련에 너무나 큰 홍복을 가져다주었소이다. 이제 막 약관을 넘긴 우리의 두 젊은이가 이런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어찌 알았으리오? 이에 우리 정무련의 수장 회의에서는 공동 우승으로 삼고 싶소이다.”

“와아아.”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감탄해 마지않고 즐길 뿐이었다.

신동의 얼굴에 안도의 한숨이 담겼다.

“잘했어. 정말 잘한 일이야. 역시 정무련의 앞날은 밝다고 할 것이야…….”

*  *  *

현당은 마음이 급했다. 지금 보고 느낀 것을 빨리 몸으로 익히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 이 소식을 빨리 우희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현당과 우희, 사대 세가로 갈라져서 싸울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 앞에 정무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이전투구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  *  *

“헛헛헛.”

기분이 좋은 신동은 누가 뭐라 해도 좋을 뿐이었다.

“에잉…… 비무를 했으면 끝을 내야지. 안 그렇소, 신동 대협?”

무엇이 불만인 듯 남경 총관이 신동을 향해 말했다.

“헛헛헛. 반드시 누가 이기고, 누가 져야 좋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대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호쾌하게 이기는 것도 봐야 좋지 않겠나 이 말이네. 흥흥. 그래도 오늘 좋은 구경을 했구먼. 무림인들은 칼을 타고 날아다니고, 바람을 일으킨다 하더니, 그게 과장은 있어도 헛된 소리는 아니었네그려. 내 자금성(紫禁城)으로 돌아가면 자랑할 것이 하나 늘었네그려. 신동 대협이라 하셨던가?”

“예, 대부.”

“내 궁금한 게 있으면 또 청하겠네.”

“아, 예…… 저 비무도 끝났으니,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그, 그러신가?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네만…….”

“오늘은 날이 좋지 않으니…….”

답하며 신동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또 남경 총관이라는 사람에게 붙잡히면 언제 풀어줄지 모를 것 같았다. 그가 붙잡기 전에 걸음을 빨리 했다. 오늘따라 자신의 발걸음이 상당히 느리게 느껴졌다.

“그럼 가시지요, 대부…….”

신동이 사라지자 금질이 그를 안내했다.

“고맙소. 고맙네그려.”

두 호위가 달라붙었고, 사람들을 뚫고 그들은 서둘러 비무장을 빠져나갔다.

*  *  *

비무대가 빤히 보이는 위치의 반점 이층에 자리를 잡은 우희는 비무대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이제 막 경기가 끝났는지 막혔던 둑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한적했던 이곳으로 이제 곧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었다.

보기 드문 경기를 구경하고 나온 사람들이 할 일은 같이 참관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받은 감동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이럴 때 적당한 음식과 술은 양념이자 반찬이다.

굳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중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이 자리, 저 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멀리 가는 사람보다 주변에 적당한 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명승부였는지 그것만으로도 기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제대로 정보 수집을 할 차례였다. 하지만 우희는 그런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창 쪽에서 나오는 사람들만 살폈다. 저 무리 중에 현당이 있고, 그의 수하들도 있을 것이다.

드디어 우희가 기다리던 네 번째 문이 열렸다. 귀빈석에서 바로 연결되는 문이었다. 비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가 바로 귀빈석이었다. 다른 자리에서는 보지 못하고 놓칠 수 있을지라도 귀빈석에서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볼 수 있었다. 만약 귀빈석에서 놓친다면 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리라.

‘내가 현당이라면 당연히 귀빈석으로 들어갔을 텐데…….’

귀빈석의 출구로 나오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기 위해 우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온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인력거들과 마차, 가마들이 몰려들었다. 서로 주인이나 손님을 모시기 위해 먼저 머리를 들이밀려고 애를 썼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나오고 있는 사람들은 태연하기만 했다. 무슨 할 이야기들이 그리 많은지,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서로 인사를 하고 또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드디어 거물이 나왔는지 먼저 나온 사람들이 그를 전송하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붕이 얹어진 마차가 입구로 다가왔다. 날이 더운 남경에서 지붕이 있는 마차는 쉽게 볼 수 없었다.

주근혜가 우희 옆으로 다가왔다.

“남경 총관인가 봅니다.”

주근혜의 말에 우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있던 사단에 대해 우희도 들은 바가 있었다.

“비위도 좋군. 그런 수모를 당하고도 오늘 또 왔다니…….”

주근혜가 그 사람을 비웃었다. 그 비웃음 속에 감정이 실려 있었다. 우희는 주근혜의 말을 무시하고 귀빈석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신경을 집중했다.

대부분이 거상들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남경의 유명인사들이었다.

잠깐이지만 남경 총관이 우희 쪽을 한 번 본 것 같았다. 그것을 제외하면 우희는 더 이상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안 왔단 말인가? 아니면 저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나?’

주근혜가 눈을 빛냈다.

“저 사람이 이번 행사를 낙찰 받은 금질 이건용이라는 자입니다. 돈 거머리! 한 번 문 상대는 완전히 피를 빨아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해서 붙은 별호가 금질입니다. 저런 자를 상대하다니, 정무련도 갈 때까지 간 셈이지요.”

우희의 시선이 금질이라는 자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금질 이건용이라는 고리대금업자의 얼굴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드디어 남경 총관을 실은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차가 움직이자 사람들도 흩어졌다.

우희의 시선이 빠르게 거상들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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