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
<96화>
“오늘 정보 수집에 만전을 기하도록. 단 금룡 선발 대회장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주근혜. 네가 직접 인솔해라. 아니다. 내가 간다.”
우희는 다시 위로 뛰어 올라갔다.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백색의 남장을 하고 정무련 대회장 근처에 가면 내가 남부맹의 문사요 하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
* * *
금질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은 무제갈 신동을 소개받았다. 실제로 만나보기는 처음이었다.
“반갑습니다. 제가 신동입니다.”
작달막한 키에 서생원(鼠生員) 같은 수염을 달고 있었다. 그가 정무련에 새로 온 군사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저를 서생원이라고 놀립니다그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금질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구, 아닙니다. 누가 선생을 그런 식으로 부릅니까!”
정색하며 대답했다. 순간, 실언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부정은 결국은 긍정이나 마찬가지인 법. 자신이 지금 서생원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자백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능글맞게 미소 짓고 있는 서생원이 보였다.
‘정말 쥐새끼 같은 영감이로군…….’
금질은 그에 대한 평가 점수를 한 단계 높였다.
‘어쩌면 두 단계, 세 단계 높여야 할지도 몰라…….’
“우선 구경부터 하십시다. 제자리가 어딥니까?”
무제갈 신동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오히려 금질은 걱정이 앞섰다. 어제 현당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때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한 바퀴를 돌면서 남부맹의 간세 색출 작업을 했다고 했는데, 오늘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안 돌아보십니까?”
“뭐 하러요?”
“예?”
“어제 돌았다면서요? 그런데 오늘 뭐 하러 또 돕니까?”
“그래도…….”
“쥐덫을 놓아보셨습니까?”
갑작스러운 말에 금질이 머뭇거렸다.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쥐라는 놈들은 무척 영리해서 한 번 쥐가 잡힌 덫에는 두 번 다시 안 걸립니다. 놈들도 마찬가지지요. 어제 무려 십여 명을 솎아내셨다면서요? 그게 다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물론 아니지요. 보지 못한 수가 더 있겠지요.”
“우선 그 정도 솎아냈으면 그놈들은 다시는 안 올 겁니다. 쥐새끼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고르지 못한 놈들도 있습니다. 그놈들은 사실 잡을 방도가 없을 겁니다. 그러니 그냥 놔두는 게 속 편한 일이지요.”
“저어, 그럼 혹시 어제 그 서찰에 대한 진위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진짜면 어떻고, 가짜면 어떻습니까?”
금질은 당혹스러웠다.
“진짜라면 남부맹 내부에 내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백하는 꼴입니다. 남의 불행을 틈타 승기를 잡는 것은 병법에 있어서 정도가 아니라 사도(邪道)일 것입니다. 우선은 우리 안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남의 실기를 틈타서 이기려 한다는 것이니까요. 또 가짜면 어떻습니까? 결국은 가짜 정보 때문에 우리가 동분서주한 꼴이니, 이 또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짜건 진짜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낫겠지요.”
신동의 말에 금질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제 들은 현호 웅호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렇군요. 고견 감사하외다.”
“그건 그렇고 어서 빨리 자리 잡고 구경이나 하십시다.”
금질은 신동을 안내했다.
현당이 어디 와 있을지 신경이 쓰였다.
* * *
오늘은 어제와 달리 간단한 식전 행사가 이루어졌다.
지장원의 어린 제자들이 나와서 불무도(佛武道)를 시범 보이고 들어갔고, 어제 이야기 안 한 선종문의 문주가 축사를 하고 들어갔다. 이제 결선 순환 대련이 시작되려는 찰나였다. 그때 뒤늦게 귀빈석에 사람이 올라왔다. 그것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사람이었다.
“헉. 남경 총관께서 직접…….”
“남경 총관께서?”
금질이 일어서자 신동도 놀라 되물었다.
얼굴 깊숙이 두건을 쓴 총관이 호위를 대동하고 들어섰다. 귀빈석이 술렁거렸다. 어제 왔던 그가 오늘 또 올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대부…….”
“오셨습니까, 대부…….”
여기저기 거상들이 남경 총관에게 인사했다.
금질도 잽싸게 가서 그를 안내했다.
“이쪽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시지요, 대부.”
“허어험, 험…… 고맙소, 대인!”
호위가 남경 총관을 따라붙었다. 평범한 무사 같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 명은 한쪽 눈이 없는 게 수많은 격전과 실전으로 단련된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금질은 남경 총관을 상석으로 안내하며 신동을 소개했다.
“이쪽은 정무련의 군사를 맡고 있는 도원문의 무제갈 신동 대협이십니다.”
“오오, 반갑구려.”
말을 하면서 남경 총관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순간, 금질은 어제 벌어졌던 사단이 떠올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하지만 그래도 결승 순환 경기를 보러 온 남경 총관이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전부터 주는 돈 마다 않고, 좋은 구경 사양 않는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그런데 신동이 남경 총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허험. 험. 험…….”
남경 총관이 큰 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달랬다.
“저어, 대부. 제가 대부 존안을 좀 봐도 되겠습니까?”
“무어라?”
남경 총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그가 박차고 일어나기 전에 먼저 금질이 신동을 제지했다.
“신 대협. 이게 무슨 망언이시오?”
“아니, 그게…….”
“이, 이 대인. 저 정무련 군사라는 자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남경 총관의 언사도 거칠어졌다.
숨소리도 거친 게, 얼굴 깊숙이 눌러쓴 두건이 들썩거렸다.
순간, 신동은 남경 총관의 왼쪽 눈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분명 장독(掌毒)이었다.
‘틀림없군…….’
누군가에게 호되게 얻어맞아서 생긴 부상이었다. 그것도 내공이 실린 주먹이 틀림없었다. 신동은 현도장의 장기인 호보정권(虎步正拳) 초식을 떠올렸다. 저건 현도장이 만든 상처가 틀림없다.
신동은 자신이 물러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속을 긁으면 좋을 일 없는 상대다.
“죄송합니다. 제가 망발을 했습니다.”
금질이 발끈하고 소리쳤다.
“아무리 망언을 해도 그렇지…….”
그때, 남경 총관이 금질을 붙잡았다.
“보게, 보게. 경기가 시작하네. 소란은 그만 떨고, 경기나 설명해 주게.”
“아, 예…….”
금질이 남경 총관을 향해 돌아앉았다.
신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때마침, 몇 사람이 귀빈석으로 올라왔다. 현도장 장주, 현기령 웅진이었다.
“대부께서 오셨다는 소리를 듣고 직접 달려왔습니다. 존체 평안하신지요?”
웅진이 깊숙이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웅진을 보고 움찔 놀란 남경 총관이 몸을 돌렸다. 보기도 싫다는 행동이었다.
“아니, 그럼 내가 평안하지 않으면?”
“아니, 저희들은 그저…… 어제 별 탈 없이 잘 들어가셨나 해서.”
순간, 남경 총관이 발끈해서 물었다.
“별 탈 없으면?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기를 바란 게요?”
남경 총관은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소. 아무 일도……. 명심하시오!”
“그렇지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다고 그러십니까?”
남경 총관의 말에 금질도 박자를 맞추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런 일은 서둘러서 없는 일로 덮어버리는 게 상책이었다. 그게 정무련으로서도 좋은 일이고, 남경 총관으로서도 좋은 일이었다.
어디 가서 남경 총관이 강호인한테 매를 맞았다고 소문이 나면 좋을 일이 없었다. 당연히 그 강호인은 나라에 칼을 빼 든 꼴이니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고, 남경 총관은 남경 총관대로 명예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었다. 이런 일은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쫓아왔던 웅진의 얼굴도 펴졌다.
“헛헛헛…… 맞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남경 총관은 더 보기도 싫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축객령이었다.
“그럼 그리 알고, 아랫것들 단속이나 잘하시오. 어디 헛소문이나 퍼뜨리고 돌아다니지 않게…….”
남경 총관으로서 가장 걱정이 되는 게 그것이리라.
“행여나 내 귀로 무슨 소문이 들리면, 그때는 내 반드시 그 사건을 처벌토록 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대부. 명심, 또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현도장의 장주, 웅진이 서둘러 대답하며 자리를 떴다.
얻고 싶은 것을 얻은 만큼 오래 있어서 좋을 자리가 아니었다. 어제 일로 비롯된 현도장에 대한 압력은 없으리라.
경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 *
첫 경기는 죽림백호 포송과 오뢰검 이신현의 경기였다.
“저자는…… 어제 봤던 그…….”
금질이 잽싸게 남경 총관에게 설명했다.
“맞습니다. 오뢰검 이신현 공자입니다.”
“그런데 저 소림 제자라는 젊은이는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맨손이네?”
금질이 신동의 눈치를 살폈다. 좀 도와달라는 신호다.
“이번 금룡 선발 대회는 개인적인 명예뿐만 아니라, 사문의 명예도 같이 걸고 나오는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인 만큼 각자가 자랑하는 최선의 절기를 들고 나올 것이 뻔합니다. 결국 병장기를 들고 안 들고가 중요한 것이 아닌 셈이지요.”
“어디 소속이더라?”
남경 총관이 서류를 뒤적였다.
“종남파의 분파인 단기문(丹氣門)의 일대 제자입니다.”
금질이 답했다.
“그런가? 그런데 왜 별호가 오뢰검이지? 여기에는 설명이 안 나와 있군.”
“종남파의 성명절기 중 하나인 오뢰신기(五雷神氣)를 검법으로 변화시킨 오뢰신검에 조예가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별호가 오뢰검이 아닐까 합니다.”
신동은 끼어들기가 싫었다. 어제 웅호가 어떻게 낭패를 당했는지 그 사연을 들어서 잘 알기 때문이다. 괜히 강호사에는 백지 상태인 저 남경 총관과 얽혔다가 좋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오뢰신기는 또 뭐고, 오뢰신검이라는 것은 또 뭔가?”
이번에 남경 총관은 대놓고 신동을 바라보며 물었다.
신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결국은 걸려든 셈이었다.
“오뢰신기는 수목화토금, 오행의 기운을 뇌기에 실어서 사용하는 무공으로, 종남파가 자랑하는 절기 중 하나입니다. 오뢰신검은 그 오뢰신기를 바탕으로 한 검법이온데, 오행보다는 뇌기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검기를 주로 사용하는 검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젊은 나이에 검기를 다룬다면, 결코 가벼운 상대가 아닐 것입니다.”
“오오, 검기라! 정말 보고 싶군. 그것이 어떤 것인가 말이야.”
남경 총관의 시선이 비무대로 향했다.
순간, 신동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동안 저 남경 총관은 비무에 정신이 팔릴 것이다. 그동안에는 질문이 없을 것이고…….
신동이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 금질도 긴장을 풀었다.
* * *
포송은 어제처럼 상대의 검을 부수고 달려들 수가 없었다. 마주하고 있는 상대의 전신(全身)에 현기가 어려 있었다.
‘어제와는 다르군.’
포송은 오랜만에 전신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런 상대는 굳이 검을 부딪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단지 상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검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예기가 포송의 피부에 와닿았다.
‘아직 약관도 안 된 것 같은데…….’
어리기 때문에 쉬운 상대라고 생각했던 포송은 판단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젖살도 빠지지 않은 귀여운 얼굴의 소년의 검에서는 검집에서 뽑지 않았는데도 어둠 속이라면 환하게 빛날 것 같은 기운이 실려 있었다.
‘예기(銳氣)라…… 날을 세운 병기를 상대하기에는 망치가 제격이지.’
포송은 나한권 중에서 곰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포송의 정권에 서서히 강기가 실리기 시작했다.
* * *
“뭐 하는 거지? 어제는 단숨에 칼을 부수고 밀어붙였잖아?”
남경 총관의 질문에 금질이 신동을 돌아보았다. 한숨을 내쉬면서 신동이 답했다.
“오늘은 진짜 고수와 고수의 싸움입니다. 상대도 강하다는 것을 알고,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대부분 단 일 합에 경기가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일 합이라! 그렇군……. 그럼 놓치면 안 되겠네. 정신 차리고 봐야지.”
남경 총관의 말에 신동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남경 총관의 질문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이런 비무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만큼, 무제갈 신동도 관심이 가는 경기이고 집중해서 보고 즐기고 싶으리라.
한데 옆에 앉은 남경 총관의 끊임없는 질문 때문에 도저히 시합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뭐라고 하자니 남경 총관이라는 그의 지위가 버거웠다.
어떻게든 이자와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남경 총관이 제 입으로 집중해서 봐야겠다고 했으니, 한동안 질문은 없으리라. 그제야 신동은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 * *
‘약관이라…… 그러고 보니 남부맹의 패왕 남궁적도 이제 약관이었지. 나보다 두 살 어린가?’
포송의 머리에 잡념이 떠오르는 순간, 마주하고 있던 이신현의 신형이 움직였다. 포송의 실수를 놓치지 않을 만큼 상대의 눈은 날카로웠다.
‘금강수…….’
포송도 기를 잔뜩 담고 있는 정권을 날렸다. 상대가 검을 뽑는 순간, 동시에 공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포송의 생각대로 상대의 검이 뽑혔다고 생각되는 순간, 검극이 커다랗게 확대되고 있었다. 검기였다.
카하앙!
예상했던 것보다 큰 소리가 울렸다. 그만큼 상대가 더 뛰어나다는 소리였다. 웬만하면 포송의 금강수 정권을 받고 검이 부서졌을 법도 한데 상대는 멀쩡했다.
‘생각처럼 물러나면 정무련의 후인이 아니지.’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이번에는 포송의 신형이 더욱 빠른 속도로 이신현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는 포송이 공격할 차례였다.
쿠하아.
두 번째 충돌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검극이었다. 잔뜩 응축된 힘을 실은 채 이신현의 검망이 포송의 공격을 받아쳤다.
일반적으로 검 공격은 검극으로 하고, 수비는 검신으로 한다. 한 데 상대는 공격과 수비 모두를 검극, 즉 검망으로 하고 있었다.
포송이 쳐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검은 포송의 팔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카라라.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철포삼과 금강수를 익히지 않았다면 지는 쪽은 저 꼬마가 아니라, 나겠어. 하지만…….’
포송에게는 두 개의 주먹이 있었다. 그리고 주먹을 펼치면, 지(指), 장(掌), 수(手)로 변화가 가능했다.
포송의 오른팔은 이신현의 검기를 팔로 접고 손목을 비틀면서 손바닥 안에 가두었다. 마치 손으로 무엇을 움켜쥐어서 으스러뜨리는 것처럼 허공을 움켜쥐었다.
‘천웅파(天熊破)!’
파가가.
포송의 손바닥 안에서 불꽃이 일었다. 기운과 기운이 만나 충돌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앞으로 달려가는 포송의 왼 주먹이 지로 변했다. 손가락이 지척으로 다가온 이신현의 검신을 퉁겨냈다.
하지만 밖으로 튀어 나갈 줄 알았던 검이 한차례 경련을 일으키며 출렁이는 것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했다.
‘대단…….’
하지만 한 번 잡은 공격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포송은 허리를 비틀며, 검신을 옆으로 흘려보내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내민 손은 당기고, 뒤에 있던 손은 앞으로 내밀었다. 양손이 포개지는 순간, 그 사이에 천지간의 기운을 두었다. 마치 양손 엄지와 검지로 만든 둥그런 고리 한가운데에 우주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 멈추었던 두 손이 흐름을 타고 위로 거슬러 올라갔다.
푸하아.
이신현은 검을 놓치면서 뒤로 날아갔다. 그가 있던 자리에서 불꽃이 일었다. 잠시 후, 피어오른 연기가 가라앉자 중단이 산산조각 나서 반 토막밖에 남지 않은 검신과 검파가 그 자리에 있었다.
“와아아.”
포송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