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
<83화>
“독한 놈…… 그 사이에 도망갈 궁리를 하다니…….”
남궁찬은 현당이 토해놓은 피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검붉은 빛이 아니라 완전히 시커멓게 죽어 있는 색이었다. 현당이 한쪽 구석에 몰아놓았던 독기의 일부분이었다.
“정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놈이로구나. 이놈을 요긴하게 쓰겠다고 운기를 도인하지 않았으면 독기를 따로 몰아두었다는 것을 몰랐을 뻔했구나. 아마도 네놈이 완전히 독에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좋아 했겠지.”
남궁찬은 현당의 치밀함에 치를 떨었다.
“큭…… 하지만 이것으로 네놈도 절대로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내가 복용시킨 독들은 완전히 네놈 몸속, 구석구석에 미쳐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남궁찬은 그래도 현당이 안됐다는 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쨌거나 넌 내 자식이 아니더냐? 깨어나면 가장 먼저 조식을 취해라. 한 번 들고 일어난 기혈을 진정시키고 가라앉혀야 할 테니까…… 길을 뚫었으면 다음으로 길을 닦아야 하겠지. 기운을 차리는 대로 운공에 몰두해라. 뚫린 내공이 몸속 구석구석에 확실하게 뿌리를 박을 수 있도록 차분하게 말이다.”
남궁찬은 친절하게 옷소매로 현당의 입가를 닦아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늘 일이 네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임독 양맥 중에서 오늘로써 독맥은 뚫었으니까 말이다. 원래는 임독 양맥을 뚫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네놈이 몸속에 그동안 복용한 독ㅜ 기운을 따로 저장하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임맥까지 뚫어버린다면, 네놈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자신의 아들인 것처럼 부드럽게 현당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남궁세가를 벗어날 생각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더 이상 욕심을 안 부리겠지. 누가 보더라도 넌 남궁적이니까 말이다. 네가 남궁적이 아니라고 한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나와 모용가주, 그리고 문사밖에 없을 것이다. 흐음, 네 수하들도 있군. 아느냐? 네 행동에 따라 네 수하들의 목숨도 달려 있다는 것을 말이다.”
현당의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 같았다.
“전보다 내공의 수위는 한 단계 상승되었다. 하지만 가진바 내공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오래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네 내공의 일부는 항상 독기가 발작하지 않도록 누르는 데 써야 하니까 말이다. 너무 무리하게 내공을 끌어 올리면, 독기가 발작을 해서 기혈이 뒤집혀질 것이다.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해독제는 나만 가지고 있다.”
남궁찬은 현당이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남궁찬이 나간 후에 현당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남궁찬의 말대로 이미 의식을 회복한 후였다.
“큭…….”
천천히 움직이며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지 궁금했다.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들어올 때는 이른 아침이었는데, 해는 벌써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 * *
한동안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땅거미 지는 하늘을 감상한 현당은 수련동 언덕 밑에 자리하고 있는 남궁세가를 내려다보았다. 하나 둘씩 불빛이 켜졌다. 드넓게 펼쳐진 기와지붕들이 현당의 눈에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다.
“큭…… 벗어날 수 없다고?”
이를 갈았다. 이제 거의 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들통이 나고 말았다. 그의 몸은 남궁찬이 복용시킨 독이 여기저기에 뿌리박혔을 것이고, 또 무슨 금제를 걸어놓았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금제를.
“나를 언제까지 네놈 손아귀에 쥐고 있겠다고? 큭…….”
분노 때문에 거친 호흡을 가라앉히며 현당은 숨을 골랐다. 이럴수록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현당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뱀도 발자국을 남기는 법이라니까…….”
현당은 남궁찬이 한 말을 되새겨보았다. 분명히 그 말 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허점을 많이 드러내는 법이었다.
현당은 바닥에 있는 풀을 뽑아 질겅질겅 씹었다. 쓴맛이 입 안에 감돌면서 미각을 일깨웠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해독제는 나만 가지고 있다고?”
그건 사실일 터였다. 현당을 붙잡아둘 수 있는, 그리고 현당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마법주문을 이곳저곳에 흘릴 만큼 어리석은 남궁찬이 아니었다.
‘해독제를 찾는 것은 포기해야겠군.’
남궁찬의 말들을 되새겨보았다.
“무리하게 내공을 끌어 올리면, 독기가 발작해서 기혈이 뒤집혀질 것이라고 했지. 그 전에는 내공으로 항상 독기의 발작을 누르고 있어야 할 것이라 했고…….”
그 말은 독기가 충분히 몸에 녹아 스며들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독기가 발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리라.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통의 경우에만 해당되었다.
“바보 아냐?”
남궁찬은 현당의 내공을 심법에 맞게 인도하다가 현당이 복용한 독 기운만을 따로 모아서 한쪽에 보관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내공으로 그 독을 현당의 사지 백해에 흩어버렸다.
“나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부터 캐물었을 거다.”
그런데도 남궁찬은 현당이 독을 복용한 사실과 그 독 기운만을 따로 추려서 어떻게 모아둘 수 있었는지 그 경위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 아마도 완전히 독에 중독시켰다는 자신감에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지, 또는 자신감에 심취해 추궁하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덕분에 현당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런 경우를 두고 헛똑똑이라고 하지!”
씹었던 풀잎을 뱉으면서 현당은 오랜만에 얼굴에 시원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자신감에서든 잊어버려서든 상관없었다. 어쨌거나 상대의 실수는 현당에게는 기회였다.
“그런 실수를 한 것을 보면 분명히 다른 실수도 있을 텐데…….”
기회를 잡은 현당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럼 그렇지!”
현당은 남궁찬의 말을 고스란히 기억 안쪽에서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복용한 독 기운을 따로 저장하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임맥까지 뚫어버린다면, 네놈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당은 다시 한 번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거야. 지금은 등 뒤에 척추를 따라 올라오는 독맥만 뚫었지만, 원래는 임독 양맥을 뚫을 생각이었어. 임맥을 뚫지 않은 이유는 양맥이 다 뚫리면,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으니까! 여기에서 무슨 짓이란 게 무엇이겠어?”
마치 바로 눈앞에 누군가가 있어 대화하는 것처럼 편한 모습으로 독백했다. 현당이 할 무슨 짓이라는 게 뭐가 있겠나? 체내에 저장된 독기를 배출하는 것 밖에 더 있을까!
현당이 독 기운을 체외로 배출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저장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몸 밖으로 배출하는 방법을 몰랐었기 때문이다. 남궁찬의 말은 임독 양맥이 뚫리면 독을 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역시 내공이 열쇠였어. 내공을 더 쌓고, 혼자서 임독 양맥을 뚫어야 해. 다른 사람이 도와주게 되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그런 놈들이 바로 사대 세가 놈들이니까! 그 전에…….”
현당은 남궁찬이 말하던 순간을 마치 흘러간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듯 기억 속을 더듬었다.
“기운을 차리는 대로 운공에 몰두해라. 뚫린 내공이 몸속 구석구석에 확실하게 뿌리를 박을 수 있도록 차분하게 말이다…….”
순간, 현당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졌다.
“하하하. 아하하…… 그렇군. 결국 남궁가주는 아무것도 못한 셈이야.”
남궁찬이 말했다. 뚫린 내공이 몸속에 확실하게 뿌리를 박을 수 있도록 운공에 몰두하라고 말이다. 그 이야기는 그가 도인해서 만든 내공들이 아직 현당의 몸에 완전하게 흡수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운공에 집중함으로써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뜻이고, 뒤집어 생각하면, 남궁찬이 현당의 몸 곳곳에 심어놓은 독기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흩어놓으면 내가 또 못 모을 줄 알았지?”
현당의 생각에 남궁찬은 결국 현당의 독맥만 뚫어주고 내려간 것으로 보였다.
길이 보인 이상 의당 그 길로 가야 할 것이다. 날이 저물었는데도 현당은 숙소로 향하지 않고 다시 수련동으로 향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지! 아암.”
정좌하고 앉은 현당은 운기부터 시작했다.
‘자하기…….’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자하기를 끌어 올렸다.
남궁찬이 독맥은 뚫어놓았다고 하더니 정말인 듯싶었다. 뚫린 독맥은 넓게 확장된 도로처럼 기가 막힘없이 흘러 들어갔다.
‘크으으.’
그 순간부터 기를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단전에서부터 회음을 지나 백회까지 독맥은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원활하게 기가 혈도를 타고 올라갔는데, 백회에서부터 기해혈(氣海穴)로 이어지는 임맥이 시작되는 곳부터 급격히 좁아지면서 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 아직 임맥이 뚫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할…… 뚫어줄 것이면 임맥도 같이 뚫어줄 것이지…….’
그 생각을 포기한 현당은 천천히 기를 조절하며 사지 백해로 자하기를 흘려보냈다.
임맥을 뚫는 것은 나중 일이고, 남궁찬이 흩어놓은 독기를 모으는 것이 급선무였다. 독에 완전히 중독되기 전에 해결해야만 했다.
자하기를 운공 하면서 내공을 돌리던 중 현당은 순간적으로 신경을 타고 전기가 흘러 깜짝 놀랐다. 잘못했으면 운공 중이라는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날 뻔했다.
드디어 찾았다. 게다가 발동하기 시작한 독기의 독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소량이건만 그 주변의 기혈이 뒤집힐 지경까지 이르러 있었다.
‘이것이로군. 독기를 구석구석에 박아놓았다는 게…….’
현당이 다른 사람과 대전을 벌이다가 독기가 발동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치명적일 것이다. 내공을 끌어 올려 도기(刀氣)를 펼치고 있는데, 갑자기 내공이 끊어지거나 기혈이 뒤집힌다면 어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푸훗.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현당은 남궁찬이 한 말에 집중했다.
‘길을 뚫었으면, 그 다음에는 길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고?’
잠시 중단했던 운공을 다시 시작했다.
그냥 자하기가 아니라, 생독진언에 나온 대로 몸속에 담겨 있는 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독기는 독기대로, 자하기는 자하기대로.
현당은 독맥이 뚫렸으니, 이제는 임맥만 뚫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독기를 중화할 내공의 양으로 충분할 것이다. 지금은 독기를 모으는 일에만 집중했다.
* * *
오랜만에 단목가의 집이 분주해졌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을 섰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번 결승에서 우승한 단목기 덕분이었다. 지금은 공석으로 되어 있는 차기 남부맹의 문주 자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사람이 단목기였다.
그의 승리로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개들도 비웃으며 지나가던 단목가의 정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남부맹 무사라는 직책을 가졌을 때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남부맹 맹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간단히는 남부맹에서 소비하는 물자의 납품권을 따는 데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심한 경우 각 사대 세가의 세력권을 재조절할 수 있기도 하다. 전임 맹주 독고룡이 그런 선례를 남겼으니, 차기 맹주라고 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리라.
그보다 지금 현재 거의 세력권이 없는 단목가가 다시 옛 명성과 영화를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금의 가주, 단목기가 보여주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단목가가 세가라는 꼬리표를 다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였을 것이다.
단목가의 총관 홍초(洪礎)도 전에 없던 분주함에 절로 흥에 겨워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말이 총관이지 가세가 쇠한 지 벌써 이십여 년 끝에 집사라고는 본인 한 사람뿐이니, 그가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은 사람들부터 더 뽑아야겠어. 명색이 총관인데, 밑에 집사가 서너 명은 있어야 총관다워 보일 거 아냐!’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저어, 총관 나리…….”
순간, 잡일을 하는 하녀가 총관 홍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짐짓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홍초는 시선을 돌렸다. 그 전에 먼저 이야기하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 것은 물론이었다.
“손님이…….”
이번에는 정말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좀 전의 불쾌함은 가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진짜였다. 손님이 왔으면 의당 총관인 나를 먼저 만나서 안으로 기별을 넣을 것이지 쓸데없이 하녀 편으로 소식을 전하다니, 전에 없던 더러운 기분이 왈칵 올라왔다.
“누구라시더냐?”
“저어, 말씀은 안 하시고…….”
시녀가 붉은 봉투를 내밀었다.
“내게 직접 전하지 않고 너를 시켰더냐?”
기분 나빴다. 하녀는 누가 뭐래도 단목가의 하녀이고, 총관 홍초의 아랫사람이지 그의 수하가 아니었다. 그런데 남의 사람을 시켜 일을 하다니, 불쾌해도 이만저만 불쾌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네년은 또 네 마음대로 이것을 받아왔단 말이더냐?”
“저어, 자세한 이야기는 이것을 열어보시고…….”
하녀의 말에 홍초는 조심스러워졌다. 보지 않아도 그것이 방문객의 이름과 가문을 적은 첩지(帖紙)라는 것쯤은 총관이 아니라 집사라면 당연히 짐작할 일이었다. 그런데 굳이 모습을 감춘 채, 하녀 편으로 이렇게 첩지를 보낼 정도면 그래야 할 사연이 있는 것이고, 또한 그 정도 무례는 감수해도 상관없는 힘이 있는 것이다.
‘흐음…… 하긴 사대 세가 사람 중 한 명이라면 정문으로 들어오기가 꺼려지겠지. 그래도 이건 바른 행동이 아닌 게야!’
지레짐작을 하며 홍초는 애써 불쾌한 표정을 감추었다. 그리고…….
“잠시…….”
양해를 구한다는 뒷말은 생략한 채 홍초는 앞의 손님이 첩지 안의 내용을 보지 못하도록 몸을 돌렸다. 그제야 홍초는 봉투를 열었다.
‘응? 이건…….’
홍초의 손이 떨렸다.
‘드디어…….’
떨어지는 콩고물 하나 없는 단목가의 집사로 지내기를 어언 이십여 년. 가주 단목기가 태어나는 것은 못 봤을지라도 그가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꾸준히 지켜봐온 홍초였다. 말이 총관이지 집사도 없는 총관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꾹 참고 지켜온 단목가의 정문이었다.
그랬던 그에게 드디어 보상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첩지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방문객의 성명이 아니라 어음이었다. 그것도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만월현장(滿月賢場)의 전표였다.
“커흠흠…… 손님이 어디 계시냐?”
하녀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답했다.
“직접 가주님을 뵙겠다고 하시어 내당으로 안내해드렸습니다.”
“내당으로?”
홍초는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내당이면 집무를 보는 곳이 아니라 먹고 자고 생활을 하는 곳인데, 그런 곳에 주인의 허락도 없이 외부인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어, 그것이…….”
하녀의 표정이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남들의 듣는 귀가 있어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듯했다. 홍초는 허리를 숙여 하녀에게 귀를 가져다 댔다.
“전에는 편하게 오갈 수 있었는데, 가주님의 성취에 이제는 남들 보는 눈도 있고 해서…… 먼저 총관을 뵙고 나중에 허락을 구하겠다고 하시었습니다. 인사는 잊지 않겠다 하시며…….”
홍초는 깜짝 놀랐다.
“누군지 안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