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 무사-11화 (11/175)

# 11

<11화>

“놈은 잊어버리고, 네 몸이나 생각해라.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파 무공이 결국 잡다하게 이것저것을 섞어놓은 속가 무공을 이기는 것이야 너무나도 당연한 것. 정무련이 남부맹에 패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머리에 묻은 먼지를 털 듯 포송도 고개를 흔들었다.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툴툴 터는 모양새였다.

“안 나갑니다. 살펴 가십시오.”

“쯧. 게으르기는…….”

말은 그렇게 했어도 포덕은 전혀 괘념치 않는 표정이었다. 밖으로 향하던 포덕이 생각났다는 듯 뒤돌아보며,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 심법 말이다. 속성 심법. 그게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 사마(邪魔)나 외도(外道) 쪽에는 종종 있기는 하다. 사라진 배교(拜敎)의 규화신공(葵花神功)이 대표적이지.”

포송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게 중원에 남아 있을 리가 있습니까? 하물며 남부맹에…….”

그럴 것이라는 듯 포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있을 턱이 없지.”

괜한 소리를 했다는 듯 포덕의 얼굴에도 겸연쩍은 미소가 걸렸다.

*    *    *

“흐으억. 흐으억. 흐으어…….”

현당은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자던 중에 갑자기 전해지는 통증. 처음에는 뜨끔뜨끔하던 것이 조금 지나니까,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았고, 이제는 완전히 뜯어내고 있었다.

현당은 입구 쪽으로 기어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냥 죽을 것만 같았다. 살아야 했다. 어떻게 다시 얻은 목숨인데,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나갈 수는 없지만, 밖에 있는 누구를 부를 수는 있으리라.

“문……사. 문……사.”

중얼거리며 기어가다가 뒹굴었다. 이제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폐가 통째로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쿵. 쾅. 쿵. 쾅. 쿵쾅. 쿵쾅. 쿵쾅쿵쾅쿵쾅…….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마치 밖으로 튀어나오기 위해 명치를 두들기는 것처럼 쿵쾅거렸다.

“허억. 허억. 허억…….”

뒤집어졌다. 드러누운 채로 전신을 위아래로 흔들 정도로 경련이 일어났다.

뒤집어진 두 눈으로 입구가 열리는 것이 보였다. 하얀 백의가 비치는 햇살을 가로막았다. 빛살 사이로 늘씬하면서도 부드럽게 선을 그리며 굴곡진 동체가 비쳐졌다.

살았다!

*    *    *

“다행입니다. 의식은 잃었지만, 위기는 넘긴 듯하오이다.”

현당의 상세를 살핀 모용곽이 한 발 물러서자 우희는 이불을 끌어다 현당의 상체를 덮었다.

이불에 가려지기 전, 현당의 가슴에 나 있는 시커먼 멍 자국이 눈에 띄었다. 이제는 완전히 현당의 가슴에 손바닥 인장을 얹어 놓은 것처럼 변해 떼어내려면 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때 발견해서 다행입니다.”

모용곽이 고개를 끄덕였다.

“죽림백호 포송이 왔다갔다던데, 그때 자리에 있었소?”

우희는 고개를 저었다.

“심경으로 추측됩니다. 당시 포송의 동작이 워낙 가볍게 보였기 때문에 전 그냥 진경 수준의 발경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만…….”

“쯧쯧…… 방심했구려. 그나저나 결과적으로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외다.”

“다행입니다. 죽림백호의 실력이 우리의 상상 밖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현당이 혼자 일어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도 없고…….”

모용곽은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나저나 바로 곁에 있던 나 소저께서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니, 의외로군.”

우희는 순간, 멈칫거렸다. 자신의 술수를 들킨 것 같았다. 괜히 가주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되었다.

우희는 한숨을 쉬었다. 이럴 때는 이실직고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자수하면 죄가 가벼워지는 법이니까.

“제가 불렀습니다. 남궁가주에게 현당의 가치를 입증시키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시간은 벌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용곽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그럼 포송이 이렇게 만드는 것을 보고만 있었단 말이오?”

“그 자리에서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모용곽이 상상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럼 이제 어떻게 하려오?”

우희가 입술을 깨물었다.

“살려야지요. 이만한 재목도 드문데…….”

“어디로 가시려오?”

모용곽의 질문에 우희는 대략 난감한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가뜩이나 이런 놈을 쓴다고 불만이 대단한데, 남궁가주께서 도우실 리가 만무합니다. 모용세가에 필요한 약재가 없다면, 서문세가로 갈 생각입니다.”

모용곽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권장에 의한 내상이오. 서문세가보다는 독고세가가 나을 것 같소.”

우희는 설명을 바란다는 듯 모용곽을 올려다보았다.

“서문세가가 비록 의(醫), 술(術), 기(奇) 다방면에 능하다 하나, 만가장(萬家障) 서문장천(西門長川)이 후기지수 대표로 뽑히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아직 있소. 남궁적의 상세가 안 좋다고 한다면, 정무련 다음으로 좋아할 곳이 바로 서문세가요. 하지만 독고세가는 권장으로 유명한 집안이오. 그러니, 권장으로 당한 내상을 치료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을 테고, 전 맹주께서 살아계실 적에, 당시 모았던 약재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게요.”

“알겠습니다.”

우희는 깨달은 바가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가 급하니, 지금 당장 다녀오지요.”

우희가 등을 돌려 나갔다.

“쯧쯧…… 문사가 돼서 그런 생각도 못 하다니…….”

혀를 차던 모용곽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우희가 누구인가? 남부맹의 문사다. 바로 정무련을 상대하는 데 필요한 계략과 작전을 세우는 직책을 맡은 사람이다. 비록 직위만 있는 조직이지만, 그 남부맹을 지금 지키고 있는 사람이 바로 문사 우희다.

그런 우희가 남궁, 독고, 모용, 서문 사대 세가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모를 리가 없다. 게다가 서문세가에서 이번 일을 도울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차라리 독고세가로 가는 것이 나을 거라는 판단은 맹 내의 일을 잘 알고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희가 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거기까지 생각하던 모용곽은 자신이 우희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희는 모용곽이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모용곽이 보기 좋게 우희의 함정에 걸려들었다.

그 결과, 우희를 독고세가로 보낸 사람이 모용곽이 되었다. 이번 일에서 모용곽은 우희 우희의 후견인 역할이 된 꼴이고, 자신이 아무리 아니라 우겨도 남들은 그렇게 볼 것이 자명했다.

그런 간단한 수로 우희는 남부맹 속에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큭. 약은 계집.”

자신이 당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분하지는 않았다. 그의 가문이 속한 남부맹의 문사라면 그 정도의 꾀는 부릴 줄 알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용곽은 뇌리에 빠르게 주판알을 퉁겼다. 정무련이 소림, 무당, 화산, 개방 등 정파의 속가제자들이 만든 조직이듯이 남부맹도 사대  세가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연합체였다.

당연히 맹주 자리는 사대 세가가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 순리였다.

독고세가는 초대 맹주를 배출했고, 전 맹주였던 독룡 독고룡이 돌연사한 이후, 아직까지 맹주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독고세가를 제외하고 남은 세 세가 중에 남궁세가와 서문세가가 서로 맹주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대로라면, 남궁찬이나 서문휘(西門揮) 중 어느 누구도 맹주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모용곽 한 사람뿐이었다.

“우희와 가깝게 지낸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지.”

아직 의식을 잃고 있는 현당을 내려다보며 모용곽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놈이 제 역할만 해낸다면 말이야…….”

*    *    *

독고세가 안으로 안내되어 들어가던 우희는 멈칫거렸다.

“또 뵙습니다.”

먼저 우희를 알아본 모용미가 허리를 숙였다. 마침 나가는 길인 듯했다.

“아, 여기서 뵙는군요.”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모용미는 아름다웠다. 긴 속눈썹에 갸름한 얼굴선이 고왔다. 살포시 아래로 내려뜬 눈이 부드러운 선을 그렸고, 그 안의 까만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였다. 빨갛고도 가는 입술이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약간은 빈약해 보이는 몸의 굴곡이 더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 모용 소저!”

우희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순간, 우희는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녀의 화려한 성장(盛裝)이 더욱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없이 화장까지 했다.

변했다. 화장은커녕 옷도 흑백이 아니면 입지 않던 그녀가 꽃까지 형형색색으로 수놓은 옷을 입고 있었다.

우희의 시선을 받은 모용미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러면 기분이라도 좋아질 줄 알았더니, 아니더군요.”

똑같았다. 옷차림만 달라졌지, 모용가에서 볼 때와 지금이나 그녀의 목소리는 똑같았다. 달라진 것이 없는 듯했다.

“아!”

우희는 저도 모르게 짧게 신음 소리를 흘렸다.

이해가 되었다. 우희는 모용미의 입장이 되어보았다. 사랑하는 정인(情人)이 그 지경이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미쳤을지도 몰랐다.

“잘 어울리는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 잘 어울렸다. 전에는 한 떨기 백합 같았다면, 단지 옷차림이 바뀐 것 하나만으로 지금은 화사하게 피어난 장미 같았다.

“그럼…….”

부러웠다. 가볍게 인사하고 가는 모용미는 그 뒷모습마저 예뻐 보였다.

“하아압.”

한숨을 내쉬던 우희는 힘 있게 입을 다물었다.

모용미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생각이 섣부른 몽상을 가로막았다.

생부의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역병으로 엄마가 죽던 날, 천우신조로 사부를 만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곳이 이곳이고, 사부가 남부맹의 초대 맹주 독룡 독고룡을 따라 문사가 되면서 우희가 맡은 역할도 문사의 보좌역. 이제는 사부마저 떠나가고, 그녀가 문사가 되었다.

‘빛 좋은 개살구…….’

문사의 자리가 딱 그 모양이었다.

사대 세가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남부맹. 그 역할을 우희 혼자 도맡아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희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든 머릿속에 떠오른 잡념을 지워야 했다. 지금은 독고세가의 소가주를 만나야 했다. 그래서 현당의 내상을 치료할 약을 구해야만 했다.

저만치 독고세가의 영보당(領報堂)이 보였다. 가주가 집무를 보던 곳으로 지금은 소가주, 맹룡(猛龍) 독고진(獨孤眞)이 가주를 대신해 집무를 보고 있었다.

*    *    *

“쉬운 일이 아니구려…….”

우희에게 이야기를 들은 독고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굵은 목에 굵은 허리, 그리고 팔다리, 장딴지 할 것 없이 모두 굵었다. 마치 수천 년을 살아온 고송을 보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바로 맹룡 독고진이었다.

권장으로 유명한 가문, 독고세가였다.

남궁적과 마찬가지로 어릴 적에 이미 벌모세수(伐毛洗髓)를 했고, 약관이 되기 전에 벌써 이 갑자 이상의 내공을 소유해서 준비된 고수라는 칭송이 자자한 사람이 바로 독고진이었다.

너무 뛰어난 아비를 두었던 탓일까? 그도 한때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정진하지 않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남경 제일의 파락호로도 악명을 날리기도 했다.

후기지수를 선발할 때, 독고진이 아니라 남궁적이 뽑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독고진은 후기지수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명단에는 들어 있을망정, 당시 거론되었던 사람은 남궁적과 서문세가의 서문장천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옛말처럼 느껴졌다. 호부(虎父) 밑에 견자(犬子)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남부맹의 맹주, 독룡 독고룡이 죽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독고진은 가업에 몰두했다. 마치 그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은 사람처럼 가주의 역할에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흔들리는 가솔들을 일휘(一揮)에 바로 잡고, 벗어나려던 부속 업체들을 단속해갔다.

잠깐 영향에서 이탈한 권속들도 이제는 제 발로 찾아와 독고세가의 문을 두들길 지경이었다.

우희는 독고진을 다시 보았다.

남궁적이 선이 고와 온실에서 잘 자란 화초처럼 느껴진다면, 독고진은 모진 풍파를 겪은 야생의 거송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한마디로 남자다운 풍모가 느껴졌다.

“쉬운 일이 아니라 하시는 것은…….”

우희는 독고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확인부터 해야 했다.

남궁적의 상세가 안 좋다는 말에 독고진은 고개부터 가로저었다.

“문사 말대로라면 소림의 정수를 익힌 포송이 손을 썼다 하였소. 사마외도의 장독(掌毒)이라면, 말 그대로 장독. 독의 일종이오. 하지만 남궁 공자는 독이 아니라, 내력으로 근골에 상(傷)을 입은 것이외다. 독이라면 해독약을 먹으면 되겠지만, 이 경우는 특별한 약이 따로 있을 수가 없소.”

우희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럼 방법이 없단 말씀입니까?”

독고진은 확고한 어조로 대답했다.

“운기 조식!”

“운기 조식?”

“그렇소. 빨리 내상을 치료하는 방법은 무조건 운기 조식이 최고요. 그것이 아니라면, 잘 먹고 푹 쉬면서 요양을 취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소. 신체가 스스로 알아서 회복하기를 바라는 것뿐…….”

이번에는 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약이 아니라, 보약이나 회복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독한 약을 써서도 아니 되오. 약과 독은 처음부터 둘인 것이 아니니…… 약일지라도 처방이 잘못되고, 제대로 흡수가 되지 못하면 독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는 양인(陽人)이 간혹 꿀이나 인삼을 받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요.”

더 이상 들을 것이 없었다. 우희는 천천히 일어났다.

“조언, 감사합니다.”

독고진이 손을 흔들었다.

“마침 약제당(藥劑堂)에 양질의 하수오(何首烏)가 하나 있소. 보혈(補血)과 강장, 강정 작용에 필수라 할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가져가시오.”

“감사합니다…….”

우희는 고개만 까닥거렸지만 진심으로 고맙게 여겼다.

그리고 우희는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    *    *

기다리고 있자 독고세가의 총관이 들어왔다. 노강(老薑) 이문진(李文津)이었다. 사대 세가의 총관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원래는 아랫사람이 겁 없이 바른 말을 잘한다 하여 노강(奴薑)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늙을 로 자를 써서 늙은 생강, 노강(老薑)이 되었다.

“하수오를 달라 하셨소?”

이문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어찌 감히 하수오를 달라 하냐고 따지는 듯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우희는 엉거주춤 섰다.

“아니, 남궁세가나 남부맹에서 달라는 것이 아니라…….”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분명 독고세가의 소가주가 가져가라 했다. 달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있으면 달라고 할 요량으로 찾아왔다. 하수오를 달라고 했다는 것은 억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찌 보면 반드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설명할 틈도 없이 이문진은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다.

“쳇. 자기가 수련하는 데 필요한 약재라는 것도 모르고…….”

우희는 화를 내려다 참았다.

독고세가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준비한 물건이라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독고진이 그런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한데 독고진은 그것을 내주라 한 것이었다.

고마웠다. 남부맹에 이런 젊은 가주가 있다는 사실이 듬직했다. 아직은 소가주이지만, 독고룡에게는 독자니, 그가 가주가 되는 일은 식(式)만 남았다.

“기다리시오. 비록 천년하수오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놈이니, 잘 쓰시오.”

우희는 아무 말하지 않고 물건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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