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48화
148화. 구양세가.
정주현 구양세가.
세가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가족과 성제, 성휘를 소집했다.
차분하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자, 모두 경악하여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은 내가 뛰어난 무위를 선보였다는 것보다 무림맹주를 죽였다는 부분에게 더욱 경악했다.
“처, 천아.”
간신히 정신을 차린 부친 구양현이 급히 불렀다.
“예. 아버지.”
“당장 정주현을 떠야겠구나. 양 맹주를 죽였는데 무림맹과 구파일방, 오대세가가 우리 구양세가를 가만히 내버려두겠느냐?”
난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호들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전생에서 내 손에 구양의가 죽으면서 구양세가가 몰락했었는데, 그 산증인이 내 부친인 구양현이었다.
그러니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습니다. 또 무림맹에서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맹주가 죽었는데 어찌 문제 삼지 않는단 말이냐? 그게 말이 되느냐?”
“세상이 변했으니까요.”
“세상이 변하다니?”
구양현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오른손을 들어 꽉 말아 쥐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이제 무림은 이 손안에 있습니다. 제가 세력이 없어서 어느 세력을 흥하게 하는 건 어렵겠지만, 적어도 몰락하게 만들 힘은 가지고 있지요. 무림맹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얌전히 꼬리를 내린 것이지요.”
난 양천린, 온세혁, 소양혜를 죽인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하며 천의검법 최후초식인 뇌전강우와 이기어검술을 펼치는 과정을 실감나게 설명했다.
구양현은 성제를 바라보며 당혹감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평소 나를 잘 따랐던 성휘는 내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공자님.”
“말씀하시오.”
성제의 부름에 난 고개를 돌렸다.
“제 귀에는 공자님의 말씀이 천마교, 풍검 세력이 잔존하고 있어서 무림맹이 함부로 구양세가를 치지 못한다는 말로 들리는데, 만약 무림맹이 그들을 토벌하고 나면 구양세가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건 어찌 생각하십니까?”
“그 두 세력과는 관계가 없소이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맹주가 나를 먼저 공격하며 죽음을 자초했지요. 그리고 이제는 내가 천하제일인이니 누구도 구양세가를 어쩌지 못할 겁니다. 현 맹주 삭천혁도 마찬가지고요.”
내 입으로 내가 천하제일인이라고 말하려니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
천하제일인이라는 말에 그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밖에 대기하고 있던 황엽, 적요산을 안으로 불러 상황을 설명하게 했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들으며 구양현은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아, 난 네 말을 믿는다. 너를 믿고 이사하지 않으마.”
여전히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그는 끝내 나를 믿어주었다.
성제와 형 구양수 역시 당혹스러웠지만, 가주인 구양현이 결정하자 그를 믿고 따라주었다.
“저,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구양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급히 되물었다.
“이들은 당분간 여기서 저와 함께 생활할 것입니다.”
“원하는 대로 있거라. 또?”
“부인과 아들이 있는데 조만간 데려와 인사시키겠습니다.”
“지,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지금까지 얌전하게 듣기만 하던 모친 모용혜가 깜짝 놀라 나섰다.
물론 이곳에 모인 다른 이들의 눈도 휘둥그레진 상태였다.
황엽, 적요산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이라니?”
혼인도 금시초문인데 아들이라니, 말이 나오지 않는 그녀였다.
난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림맹에서 함께 일했던 무인 청입니다. 소마각에서 함께 일했는데 아마 모르실겁니다.”
“그걸 왜 숨겼느냐? 숨길 일이 아니지 않느냐?”
“사실 저도 몰랐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내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동안 내가 여자를 너무 몰랐고, 무심했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는 꼴이었기에 절로 붉어졌던 것이다.
난 간단하게 천산에서의 이별과 산동에서의 만남을 설명했다.
“휴우.”
내원을 나온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양천린을 죽이고 무림맹과 척을 진 일을 설명하는 것보다 부인인 청과 아들인 구양평을 설명할 때 더욱 진땀을 뺐기 때문이었다.
“설마 무림맹에서 가족들을 억류하는 건 아니겠지요?”
황엽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드러냈다.
그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적요산의 얼굴에도 그늘이 드리워졌다.
난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만약 맹에서 그들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어쩌겠습니까?”
적요산이 좀 더 과감하게 질문했다.
“무림맹을 무너뜨릴 생각이다. 하지만 제갈문현과 삭천혁을 나를 잘 아니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단호한 내 대답에 둘은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내가 얼마나 대단한 무위를 선보였는지를 직접 두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무림맹원들이 공포감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았기에 내 말을 확신했다.
“가주께서 쉴 곳을 안내해 줄 테니 그곳에서 당분간 내 집처럼 머무르게. 그리고 독립하여 거주할 곳은 천천히 신중하게 알아보고.”
“예. 알겠습니다.”
황엽은 즉각 복명했다.
“난 만월루에 다녀오겠네.”
“다녀오십시오.”
황엽의 인사를 받은 나는 곧바로 세가를 나와 만월루로 향했다.
금노와 상의한다면 앞으로의 행보와 척사검대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
무림맹.
장안현에서 삭천혁 일행이 돌아오자, 무림맹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시끄러워졌다.
여러 의견이 곳곳에서 분출했지만, 삭천혁의 대세론을 거스르진 못했다.
특히 양천린과 온세혁이 죽으면서 기존의 양천린 진영은 구심점을 잃고 완전히 무너졌기에 마땅한 수를 내지 못했고, 실질적으로 무력대를 이끄는 사대단과 추혼검대가 삭천혁을 적극 지지한 것도 다른 의견의 표출을 막았다.
덕분에 삭천혁은 무난하게 맹주의 자리에 올랐다.
정보루.
육영서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제갈문현을 바라보았다.
“정말 구양무인께서 천하제일인이 되었군요.”
“그래. 그것도 약간의 차이가 아니라 비교를 불허하는 차원이 다른 고수가 되었어. 그가 살아있는 한 어느 세력도 구양천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할 것이야.”
“루주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난들 하고 싶어 하겠는가? 사실이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하긴 뇌전강우를 펼치고 이기어검술을 펼쳐 절정의 고수 둘을 베고, 소 단주마저 단 칼에 죽이셨으니. 어휴, 제가 생각해도 이건 사람이 아니네요.”
육영서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전설적인 고수들이 스쳐지나갔지만, 이제는 제일 윗자리에 구양천을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그들은 어쩝니까?”
“어쩌긴? 보내야지. 염무상이 직접 청룡단을 이끌고 정주현까지 엄호할 생각이네.”
“굳이 그렇게까지?”
“구양천에 대한 예의지. 동시에 무림맹 내부의 반발세력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고.”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보게.”
“구양천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자들은 어쩔 생각입니까?”
“일단 설득해봐야지. 그래도 한 식구였는데. 하지만 그게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그때는 독해져야지.”
“맹에서 퇴출시켜야겠군요.”
제갈문현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불만을 표출하는 정도는 참을 생각이네. 하지만 공식적으로 구양천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내쳐야 해.”
“그러다가 그들이 구양천에게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그렇게 되면 자업자득이지. 원래 무림은 적자생존, 강자지존인 사회야. 그런데 천하제일인을 상대로 도발한다면 최소한 목숨을 걸고 했다고 봐야지. 부디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뿐이야.”
“구양천이 정말 그들을 죽일까요?”
“모르지. 하지만 예전에 알던 그가 아니었어. 정말 독해졌어. 소양혜는 그와 친분이 있었어. 그런데 단칼에 죽였어. 비록 그는 세력이 작지만, 조심해야 해. 그리고.”
제갈문현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가 말하길 천마교와 암흑사련을 떠난 무리를 통제할 자신이 있다고 하였어. 그게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이 말을 뒤집으면 두 세력은 사실상 구양천의 휘하세력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무시무시하군요. 그는 풍검과도 연관이 있는데요.”
“그러니 무공도 천하제일이지만, 사실상 세력도 천하제일인 셈이지. 삭 맹주를 비롯한 여러 단주들과 추혼대주도 그에게 호의적이니 사실상 무림맹도 그와 유대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있어. 과연 무림이 생긴 이래 이렇게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은 무인이 있었는가 싶으니.”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육영서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자네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보루를 운영하게.”
“예. 명심하겠습니다.”
육영서는 공손하게 예를 취하며 대답했다.
맹주전.
“대형···. 아니지. 맹주님. 어떻습니까?”
염무상이 맹주자리에 앉은 삭천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 좋아.”
삭천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무림맹원으로 출발하여 적호단주에 올랐던 그는 조심스럽게 맹주를 꿈꿨다.
물론 그 꿈이 이뤄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었다.
그 행운이 찾아왔기에 삭천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저, 구양천의 부인과 아들은 어찌할까요?”
“정주현으로 보내야지.”
“제 말은 누가 따라가냐? 이거죠. 정예무인 한 열 명 정도를 딸려 보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염무상의 질문에 삭천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가 청룡단을 이끌고 그들을 정주현까지 데려다주고 오게.”
“제가요? 청룡단 전체를 이끌고?”
“그래. 그는 무림맹에 아직 껄끄러운 감정을 갖고 있어. 이걸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청룡단주인 자네가 청룡단을 이끌고 간다면 무림맹이 그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할 테고, 구양천도 기분이 좋아지겠지. 그리고 내부에 존재하는 불만세력을 억누를 방책이기도 하고.”
“어라?”
“왜 그러느냐?”
“맹주님이 되시더니 갑자기 똑똑해진 것 같습니다. 헛참. 머리 좋아지는 영약이라도 드셨습니까? 한때 무치(武痴)라고 불렸던 분이.”
“이놈아. 높은 자리에 오르면 다 보이는 법이다.”
삭천혁은 희미한 웃음을 머금으며 제갈문현을 떠올렸다.
‘확실히 똑똑한 사람이야.’
“알겠습니다. 맹주님께서 그런 의중을 품으셨다면 제가 다녀와야지요. 저, 그리고.”
“말해봐.”
“저도 머리 좋아지는 영약 좀.”
“하하하하.”
삭천혁은 기분 좋게 껄껄 웃었다.
“그렇게 웃으십시오. 보기 좋습니다.”
“한편으로 걱정도 되는군. 내가 화 맹주님처럼 훌륭하게 무림맹을 이끌 수 있을까?”
“계속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지. 옆에서 많이 도와주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하게.”
염무상은 정중하게 포권하고는 맹주전을 나섰다.
그날 오후.
염무상은 청과 구양평을 가마에 태우고는 청룡단원 이백을 직접 이끌고 정주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