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39화 (139/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39화

139화. 암흑사련을 치다-2.

와장창.

“크헉.”

암흑사련 정문을 지키던 무인 여럿이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모, 모용무인.”

정문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강중후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모용수를 바라보았을 뿐,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모용수는 한때 부련주에 임명되었을 만큼 무시무시한 무위를 지닌 무인이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오금이 저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 어쩐 일이십니까?”

“어쩐 일은. 내가 암흑사련에 올 자격이 없다는 뜻이냐? 네놈도 진정 그리 생각하느냐?”

“처, 천만에요. 하지만 제명당하신 마당에···.”

강중후는 자신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뭐라? 강중후 네놈도 나를 무시하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허억.”

슈우우욱.

어느새 모용수는 장풍을 발출했다.

강중후는 있는 힘껏 맞받아쳤지만, 하늘과 땅 만큼의 실력차이를 확인하고는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삐익.

삐이이이익.

여기저기서 비상상황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 암흑사련의 무인들이 몰려나올 테지만, 모용수는 싱글싱글 웃으며 팔짱을 낀 상태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제일 먼저 도착한 이는 혈사당주 이후량이었다.

“말버릇이 없군. 내가 부련주인데 말이야.”

“이미 련주께서 모용무인을 부련주에서 해임했소이다. 뻔히 아실 텐데 지금 뭐하는 짓이외까?”

“련주를 만나봐야겠다. 왜 나를 해임했는지 그 이유를 따져 물을 생각이다.”

“미쳤군.”

“하긴 너 같은 애송이가 내 심정을 알 리가 없지.”

“나도 나이가 오십이 넘었소. 사과하시오.”

“못하겠다면?”

“후회하지 마시오.”

이후량은 대도를 뽑아들었다.

모용수가 선배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대도를 뽑아들어 상대를 요절냈을 것이다.

성질 급한 이후량이 그래도 선배라고 많이 참았지만, 결국 대도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 이후량 많이 컸구나. 감히 내 앞에서 무기를 뽑아들고.”

“이제 본련 소속도 아닌데 이름 부르지 마시오. 지금이라도 돌아가시겠소? 아니면 내 칼을 받으시겠소?”

“말 안 듣는 개는 몽둥이로 다스려야지.”

모용수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검을 뽑았다.

그 말을 들은 이후량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

부우우웅.

이후량은 가차 없이 대도를 날렸다.

대도는 공기를 찢어발기며 모용수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대도가 이렇게 빠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쾌도였다.

캉.

하지만 이후량의 대도는 모용수의 검에 막혔다.

슈슈슈슈슉.

모용수는 이후량의 대도를 막고는 옆으로 빠지면서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대도를 사용하는 이후량은 강력한 파괴력으로 상대를 제압했는데, 모용수는 그 파괴력을 슬며시 피하면서 약점인 둔함을 파고들었다.

이후량은 피나는 고련 덕분에 쾌도와 파괴력을 함께 추구하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모용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윽.”

“크흑.”

그저 빠르게만 보였던 모용수의 검에서 묵직함이 전달되자, 이후량의 표정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직접 부딪쳐보기 전에는 강함을 알지 못했는데, 막상 상대해보니 그 강함이 상상이상이었다.

왜 모용수가 부련주까지 올랐는지를 뼈저리게 깨닫는 이후량이었다.

핑그르르르.

결국 대도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빙그르르 돌다가 바닥에 꽂히면서 싸움은 끝이 났다.

천신처럼 우뚝 서 있는 모용수를 바라보며 이후량은 아득해졌다.

‘저런 강자도 상대하지 못하는 구양천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후량아.”

“예.”

모용수의 부름에 이후량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건 무인으로서의 경외심이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부련주에서 해임되고, 암흑사련에서 쫓겨났느냐? 구양무인은 전 련주께서도 어쩌지 못한 괴물이거늘.”

암흑사련 최강무인이라 평가받았던 척무진을 꺼내자, 이후량은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련주님께서는 모용무인을 만나주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그럼 언젠가는 볼 수 있지 않겠느냐?”

넉살 좋은 모용수의 대답에 이후량의 눈이 가늘게 길어졌다.

왜 모용수가 이렇게 행동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인들이 곧 몰려나올 겁니다. 그들 중에는 모용무인을 싫어하는 자들도 많습니다.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내 무위를 시험해볼 생각이다. 부련주가 그냥 땅따먹기 하듯 얻어 걸린 게 아님을 보여주마.”

모용수가 작심하고 내뱉은 말에 이후량은 감히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무인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

“모용무인에게는 미안하군.”

난 소란스러운 정문 쪽을 바라보며 은밀하게 몸을 날렸다.

중간 중간 무인들을 마주쳤지만,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제압당했는지도 모른 채 바닥에 쓰러졌다.

련주전.

“쯧쯧.”

곡진헌은 모용수가 정문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보고를 받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이맛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이후량도 무너졌다고?”

“그렇습니다.”

암흑일혈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후량 따위가 모용수의 상대가 될 리가 있나? 그래도 한때 부련주를 해먹은 놈인데.”

“지금 4대 당주가 출동했고, 장로 악진천이 출발했으니 제압하겠지요.”

“악진천과 4대당주라?”

곡진헌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런데 그놈은 왜 갑자기 이곳에 나타나 난동을 부린단 말인가?”

“오랫동안 암흑사련에서 부련주로 인정받으며 지내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으니 억울해서 저러겠지요. 그는 지금 련주님과 면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마 부련주는 몰라도 적당한 직위를 받고 싶을 겁니다.”

“아냐.”

곡진헌은 암흑일혈의 추리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암흑일혈의 말대로 그런 의도로 왔다면 한밤중 보다는 대낮을 택하는 게 옳았고, 이처럼 난리를 피우는 게 아니라 정중하게 예를 취했어야 했다.

그는 억울하겠지만, 그래도 이처럼 난동을 피워서 얻어갈 게 없었다.

“이놈이 무슨 꿍꿍이속일까?”

곡진헌은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만통지 그놈을 살려둘 걸 그랬나?’

문득 머리 굴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만통지가 떠올랐다.

곡진헌이 척휘명의 몸을 차지한 후, 제일 먼저 만통지를 처단했다.

번뜩이는 감각을 지닌 만통지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에게 칼을 들이밀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자들은 무위는 뛰어나지만, 만통지처럼 머리가 비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척휘명이 변했다’ 이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만통지라면 ‘왜 저렇게 변했을까?’ 하고 파고들 수도 있었다.

그게 두려웠기에 만통지를 처단한 것인데, 이런 상황에 부닥치니 그의 부재가 아쉬웠다.

“머리를 굴려보라고. 분명 모용수는 다른 의도가 있어.”

곡진헌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치며 말하자, 암흑일혈은 붉어진 얼굴로 머리를 숙였다.

잠시 실내에는 정적이 흘렀고, 암흑일혈이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래 뭐가 생각났는가?”

“정중하게 방문하면 련주님께서 만나주지 않을 거 같으니까 일부러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닐까요?”

“에라이. 석두새꺄!”

곡진헌이 울화를 터트리자, 암흑일혈을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 자식이 동문서답을 하고 있어.”

평소 점잖았던 곡진헌은 울화가 터지자, 날카로워졌다.

“이놈아. 내 질문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곰곰이 생각해서 대답해야지. 동문서답을 하니 내 속이 뒤집어지잖아.”

“죄송합니다. 혹시.”

“혹시 뭐?”

“그럼 모용수가 연막작전을 하는 게 아닐까요?”

“뭔 연막작전?”

곡진헌은 암흑일혈이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절로 헛웃음이 지어졌다.

“그게···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공격한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뭐라더라?”

“성동격서.”

“예. 아무튼. 혹 모용수가 동쪽 역할이 아닐까요?”

“안 돌아가는 머리 굴리느라 고생이 많다만 쓸데없는 소리다. 어느 놈이 모용수같은 고수를 미끼로 쓴단 말이냐?”

곡진헌은 빙그레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하려다가 표정이 굳어졌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취급했던 암흑일혈의 말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모용수를 미끼로 쓸 수 있는 놈이 생각났다.

“구양천.”

곡진헌은 신음성을 터트렸다.

동시에 척휘명이 암흑사련으로 쳐들어 와 난리를 피웠을 때, 무인들을 제압하고 그를 데려간 정체불명의 고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놈이 구양천이라면?’

곡진헌은 소름이 확 돋았다.

“당장 장로, 원로를 소집하라!”

“예?”

“어서! 그들만 불러 모아. 모든 무인을 불러모아봤자 거치적거릴 뿐이야.”

“예. 련주님.”

암흑일혈은 급히 포권하고는 물러났다.

홀로 남은 곡진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옥혈도를 뽑았다.

후우우우웅.

피를 달라고 보채는 지옥혈도를 보자, 곡진헌은 소름이 돋았다.

‘이 요물은 결국에는 내 생체진기마저 빨아먹을지도 모른다.’

곡진헌은 머리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는 천천히 련주전을 나섰다.

“커헉.”

쾅.

암흑칠혈이 입으로 피를 토하며 날아와 련주전 기둥에 부딪친 후 그대로 기절했다.

콰콰쾅.

암흑십혈은 마치 팽이처럼 튕겨져 나와 사방으로 비산했고, 련주전 앞마당의 중심에는 젊은 무인이 오연하게 서서 곡진헌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양천이었다.

“곡진헌.”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곡진헌은 머리털이 쭈뼛하고 섰다.

척휘명의 몸을 가진 이후에 누구도 그에게 곡진헌이라 부르지 않았다.

더군다나 혈천교주 곡진헌은 공식적으로 죽었다고 공표했지 않은가?

“곡진헌. 왜 척휘명이라고 불러줄까?”

“이, 이놈이.”

“남의 몸을 빼앗은 주제에 뭐가 그리 당당해?”

슈우우욱.

콰쾅.

그때 급히 달려온 장로 추단성이 구양천에게 달려들었지만, 폭발적으로 쏟아낸 강기에 일초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휩쓸려 날아가 전각의 지붕 위에 떨어졌다.

“세상을 속였구나.”

“속인 게 아니라 내 진정한 무위를 알아볼 혜안을 가진 자가 없던 것이지. 난 내 입으로 한 번도 내공을 잃었다고 말한 적이 없어.”

“난 척휘명이다. 헛소리 마라.”

-이 멍청아. 내가 화운룡이다. 곡이량, 척휘명을 통해 다 알아냈으니까 거짓말은 그만해라.

내가 전음을 날리자, 곡진헌은 얼굴은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왜 문제가 이렇게 꼬였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천하제일인이 환생했으니 얼마나 강해졌겠는가?

“빌어먹을. 영원히 구천을 떠돌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네놈의 착각이고. 네놈 덕분에 새 삶을 살 게 된 건 좋은데, 이젠 내 손에 죽어줘야겠어. 내 성격 알지?”

“알지. 그 빌어먹을 성격. 하지만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니다.”

곡진헌의 지옥혈도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최대한 진기를 끌어올렸고 귀혼검은 청색강기로 불타올랐다.

이즈음 암흑사련의 장로들이 몰려들었지만, 감히 우리 싸움에 끼어들지 못한 채 둥그렇게 에워쌀 뿐이었다.

암흑십혈이 제대로 힘도 못써보고 사방에 비산했으며, 장로 추단성이 전각 위로 떨어진 상황을 지켜본 그들은 나와 곡진헌과의 싸움에 끼어드는 것이 무모함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싸우면 암흑사련이 쑥대밭이 될 텐데. 괜찮겠는가?”

“상관없다.”

“역시. 곡가놈다운 말이다.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죽여주마.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도록.”

적색강기로 물든 지옥혈도와 청색강기로 물든 귀혼검을 든 곡진헌과 나는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그대로 부딪쳤다.

쾅.

우레 같은 소리에 장로들은 일제히 귀를 틀어막으며 경이로운 표정으로 나와 곡진헌의 싸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