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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38화 (138/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38화

138화. 암흑사련을 치다-1.

무림맹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제갈문현을 찾았다.

“이건···.”

제갈문현은 서신과 비급의 글씨체가 곡이량의 것임을 확인하고는 놀라움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역시 곡이량의 이중적인 행동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곡 신의의 필체가 확실하군요.”

“이 혈천교 비급은 오랜 시간을 두고 연구한 결과를 기록한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앞과 뒤가 조금 다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글씨체가 곡이량의 것이란 겁니다.”

“인정합니다. 허어. 이런 결과라니.”

제갈문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어떡할 생각입니까?”

제갈문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내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절대고수인 내 행동에 맞춰 무림맹을 움직여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 비급을 연구하여 한 달 이내로 곡진헌을 죽이겠습니다. 무림맹에서는 정예무인을 총동원하여 암흑사련을 제압하십시오. 단, 무분별한 살상은 안 됩니다. 억울한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면 제 2의 암흑사련이 반드시 등장하게 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제갈문현은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기에 더 묻지 않고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니 그 역시 지난 반세기동안 이어진 무림혈전에 지쳤는지도 몰랐다.

“최대한 원만하게 처리해야지요. 암흑사련에는 용서할 수 없는 악인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림맹과 대척점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가입한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렇습니다. 내가 너무 가혹하게 그들을 몰아붙였지요.”

어차피 제갈문현은 내 실체를 알고 있었기에 이런 식으로 대화가 가능했다.

제갈문현은 침묵으로 내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맹주님을 뵙고 오겠습니다. 그분도 암흑사련의 괴멸을 원하시니 딴죽을 걸진 않을 겁니다.”

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제갈문현의 말에 동의했다.

내가 곡진헌을 죽여준다면 무림맹은 쉽게 암흑사련을 제압할 수 있을 테고, 그 공은 무림맹주인 양천린에게 돌아갈 것이다.

양천린으로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인데 그걸 마다할 리가 없었다.

최근에 선보인 나의 강력한 무위를 양천린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맹주전.

양천린 또한 곡이량이 암흑사련의 첩자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정말이오?”

“이 혈천교 비급을 보시지요. 오랫동안 공을 들여 작성했는데 곡 신의의 글씨입니다.”

양천린은 급히 혈천교 비급을 들어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허허. 나참.”

양천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구양무인께서 이 혈천교 비급을 연구한 후, 한 달 이내에 암흑사련을 공격하여 련주와 상층부를 제압하겠다고 합니다. 우린 정예무인을 모았다가 그가 제압했다는 신호를 주면 그때 암흑사련을 공격하여 제압하면 됩니다.”

제갈문현은 말을 길게 돌리지 않고 핵심내용을 가감 없이 보고했다.

그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아들은 양천린의 눈 꼬리가 가늘게 떨렸다.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련주와 상층부 무인이 죽거나 제압당한 마당에 무림맹 정예무인을 상대할 암흑사련도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만약 그가 실패한다면 없던 일로 하면 되겠구려.”

“그렇지요.”

제갈문현은 기회주자적 성향을 보이는 양천린이 못마땅했지만, 일단 그의 말에 동조해주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들자, 양천린의 눈앞에는 자신을 칭송하는 구파일방, 오대세가를 비롯한 무인들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졌다.

이제까지 화운룡에 비하면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였기에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얼굴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데 말이야.”

“말씀하십시오.”

“이번 일을 계기로 구양천이 맹주직에 욕심을 내면 어떡하지?”

그의 걱정은 당연했다.

맹주가 되려면 강력한 무위, 훌륭한 인품, 무림을 이끌어나갈 지도력 등을 요구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무위였다.

실제로 화운룡이 젊은 시절에 맹주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무림제일인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무위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양천린은 구양천에게 맹주직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그는 맹주직에 미련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욕심이 있었다면 무림맹을 그렇게 쉽게 떠났을 리가 없지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갈문현의 조언에도 양천린의 표정은 썩 밝아지지 않았다.

양천린은 이내 고개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시게. 그리고 곡이량은 암흑사련의 첩자였음을 공표하시게. 증거는 이 서신만으로도 충분할 거야.”

“예. 맹주님.”

제갈문현은 즉각 양천린의 명에 복명하고는 물러났다.

그날 오후.

맹을 나온 나는 객잔에 틀어박혀 혈천교 비급연구에 몰두했다.

전생에서 혈천교와 전투를 벌였고, 교주를 직접 죽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곡이량은 혈천교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었고, 그렇기에 더욱 자세하게 장단점을 파악해 놓아 내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갑시다.”

“벌써요?”

객잔에 들어온 지 겨우 오일 만이었다.

모용수는 그 짧은 시간에 혈천교 비급을 연구하는 게 가능한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가 알기로 혈천교 절학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오. 예전에 혈천교주를 상대해본 경험도 있고.”

“아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리가 동년배인줄 알겠소?”

“말이 그렇게 되오? 아무튼 그들의 약점을 파악했으니 갑시다.”

“정말 괜찮겠소?”

“괜찮소. 싹 쓸어버릴 생각이오.”

자신감 넘치는 내 얼굴을 본 모용수는 헛웃음을 터트리고는 결국 나를 따라 나섰다.

**

장안현 암흑사련.

곡진헌은 곡이량의 서신을 받아 대충 쓱 읽고는 그대로 구겨 버렸다.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에 암흑일혈은 당혹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련주님.”

“왜?”

“혈천교가 본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큽니다. 곡 신의는 혈천교에서 비중이 매우 큰 인물인데, 어째서 그의 서신을 구겨 버리십니까? 더군다나 혈천교주 혈영이 죽었기에 그의 위치는 더욱 커졌는데요.”

“이제 쓸모가 없는 늙은이에 불과하니까.”

“려, 련주님.”

“됐네. 그만하게. 어차피 혈천교에서는 반발하지 않을 거야. 곡이량은 혈천교에서도 이단아로 취급받았거든.”

곡진헌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럼 그의 구원요청을 거부하실 생각이십니까?”

“그자는 본련에 편지풍파를 일으킬 자야. 그만하게.”

“알겠습니다.”

곡진헌은 평소 눈에 가시 같았던 곡이량을 암흑사련으로 데려올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그 거지새끼는?”

곡진헌이 화제를 전환하자, 암흑일혈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백마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마혈을 제압당한 상태에서 머리에 진기를 흘려보내 죽였는데, 상상도 못할 고수의 솜씨입니다.”

“본련에서 거지새끼를 구출해간 그 놈이로군.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백마산이야?”

곡진헌은 찜찜했다.

백마산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척무진, 척휘명이 지옥혈도를 수련했던 장소였다.

“동굴은 완벽하게 무너뜨렸겠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곡진헌은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암흑일혈이 저렇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보니 일이 터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말해봐. 뭘 주저하는가?”

“예. 동굴의 측면 바위를 부수고 들어갔다 나온 흔적이 있습니다. 물론 나온 뒤에는 철저하게 무너뜨렸기 때문에 다시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흠, 그 바위가 굉장히 두꺼운데 어찌?”

“동굴은 천연동굴입니다. 아마도 바위를 확인하고 가장 약한 부분을 찾아내서 부수고 동굴로 들어간 듯합니다.”

암흑일혈의 보고를 받은 곡진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동굴 안에 들어가 봐야 진실을 알 순 없어. 제대로 대법을 모르는 이상 동굴 안의 상황을 유추할 수는 없을 테니까. 사람이 그런 식으로 죽고 환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 이 찜찜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혈영이 죽었으니 이 사실을 아는 자는 나뿐이야.’

곡진헌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함을 애써 꾹 눌렀다.

“그 자는?”

“거지를 데려간 자 말입니까?”

“그래.”

“거지새끼를 죽인 후, 백마산을 떠났는데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빌어먹을 놈. 경계태세를 강화해. 거지새끼가 본련 깊숙이 들어와 설치는 동안 그 자식은 멀리서 그걸 지켜보았어. 이제 그놈은 본련의 구조는 물론이고 경계태세도 확인했으니 분명 다시 침투할 가능성이 커.”

“예. 명심하겠습니다.”

암흑일혈은 즉각 복명했다.

“천마교는?”

“여전히 잠잠합니다. 교주 목진석이 실종된 이후로는 힘을 잃은 듯합니다.”

“하긴 명리종 그놈은 목진석의 반도 못 따라가는 놈이니까. 목진석의 실종은 본련에 큰 행운이야. 그놈이 살아서 호시탐탐 본련을 노렸다면 매우 피곤했을 텐데.”

“그렇습니다. 실로 다행입니다.”

곡진헌은 혼자 있고 싶었는지 손짓하여 암흑일혈을 돌려보냈다.

**

나는 모용수와 함께 장안현에 도착한 후, 모용수에게 암흑사련을 살펴보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는 암흑사련에 아는 무인이 꽤 많았기에 꽤 많은 정보를 얻어올 수 있을 것이다.

다음날.

모용수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소. 경계도 대폭 강화되었고.”

“그래봐야 내게 큰 문제가 되진 않소. 련주는?”

“안에 그대로 있소. 그리고 지난번에 구양무인께서 죽인 자가 새로운 혈천교주 혈영이었소.”

“알고 있소. 싸워보니 누군지 알겠더군.”

“어떻게 련주를 죽일 생각이오?”

“지난번에 한번 들어간 덕분에 련의 구조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소. 곧장 련주가 머무르고 있는 건물로 빠르게 접근하여 련주를 제압할 생각이오.”

“허참, 무슨 주머니 속에 구슬을 꺼내듯 쉽게 말씀하시는구려. 천하에서 구양무인이 아니면 누구도 이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오.”

모용수는 껄껄 웃었다.

내 무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는 내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림맹에 전서구를 보내고 시작하시오.”

“지금쯤 준비해서 무인들이 산서, 섬서성으로 몰려오고 있소. 련주와 상층부를 무너뜨리면 나머지는 알아서 할 것이오.”

“그런데 좀 억울하지 않으시오?”

“뭐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더니, 고생은 구양무인이 다하고 공은 무림맹이 다 챙기는 꼴이지 않소. 특히 맹주 양천린은 암흑사련을 무너뜨린 공을 인정받아 명성이 크게 올라갈 것이오.”

“세상이 안정되면 그걸로 만족하오. 그 이상은 관심 없소.”

“아니 나이도 많지 않은 사람이 무슨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말씀하시오?”

“어쩌겠소? 이렇게 태어난 걸.”

“하여간 구양무인은 연구대상이오. 연구대상. 어떻게 권력과 명성에 초연할 수 있는지. 마치 모든 것을 다 이뤄봤던 사람 같기도 하고. 헛참.”

“자, 오늘 밤에 시작합시다. 모용무인께서 암흑사련을 흔들어주시오. 그 사이에 내가 안으로 잠입하여 련주를 비롯한 상층부를 끝장내겠소.”

“알겠소. 조심하시오.”

“잠시 자두시오. 오늘 밤은 힘들 테니까.”

“구양무인만 하겠소? 난 술이나 한잔해야겠소.”

모용수는 너털웃음을 터트리고는 방을 나섰다.

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이 닫힌 걸 확인하고는 혈천교 비급의 내용과 지옥혈도를 익혔던 척무진, 척휘명과의 싸움을 떠올리며 명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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