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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35화 (135/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35화

135화. 척휘명의 최후.

모용수를 남겨놓고 최대한 멀리서 젊은 놈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지옥혈도의 기운을 풍기는 놈이었다.

추적당한다는 걸 상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진기를 억누른 채 희미하게 느껴지는 지옥혈도의 기운을 쫓았기에 그는 내 존재를 모르는 듯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돼. 저 놈을 절대 놓칠 순 없어.’

어쩌면 그를 통해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침착하게 그를 추격했다.

그는 암흑사련을 빙글빙글 맴돌고 있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암흑사련에 용무가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암흑사련의 저력을 아는지 함부로 월담하는 일을 벌이지 못했다.

제대로 쉬지도 잠도 자지 못하고 며칠을 추적했다.

그렇게 오일째 되던 날 그는 기어코 사고를 쳤다.

그가 월담하여 암흑사련 내부로 진입한 것이다.

‘쯧쯧. 가진 무위에 비해 강호경험이 일천한 놈이로군.’

난 한눈에 그가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랐음을 깨달았다.

그랬다면 강호경험 부족이 이해되었다.

경험이 많다면 월담하는 미친 짓을 벌이진 않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이제 어쩐다?’

고민이 되었다.

추적하여 내부로 들어갈지 아니면 이곳에서 기다리며 상황을 살펴야 할지.

후자가 정답이었지만, 그는 환생의 비밀을 풀어줄 중요한 열쇠였기에 내부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젠장할.

그래 젠장할이었다.

중간에 그를 잡아서 고문해서라도 필요한 걸 알아냈다면 이런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그가 혼란을 일으키는 틈을 타서 암흑사련 내부의 가짜 척휘명까지 잡으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어째 꼬이는 느낌이었다.

스스스.

나는 은밀하게 장원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무 위로 올라가 기운을 죽인 채, 그를 찾았다.

지옥혈도의 기운이 희미했기에 찾기 어려웠지만, 전력을 다하자 찾을 수 있었다.

난 몸을 날려 최대한 먼 거리에서 그를 추적했다.

“웬 놈이냐?”

결국 순찰을 돌던 무인들이 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하긴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련주실을 향해 전진 중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성질이 어떤 놈인지 훤히 짐작이 가는군.’

난 혀를 차고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쉬익.

쉬익.

그는 순식간에 자신을 에워싼 다섯 명을 죽였다.

실로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솜씨였다.

삐이이이익.

죽기 전에 한 무인이 호각을 불었고, 암흑사련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저 자식 뭔 생각인 거야?”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오히려 내부로 진격했다.

난 나무를 벗어나 전각 지붕으로 움직이며 그를 쫓았다.

“이놈이···.”

서걱.

꽤 강해보이는 놈조차도 그의 일초를 받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의 검놀림을 보며 나는 그가 진짜 척휘명임을 확신했다.

그와 직접 칼을 섞어본 적이 있었기에 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대한 진기를 억누른 채 그를 조심스럽게 추적했다.

한 삼십여 명의 무인을 죽였을 무렵, 드디어 고수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새로 혈천교주에 임명된 혈영이었다.

“누구냐?”

혈영은 거지꼴을 하고 나타난 어린놈을 보며 위압감 있게 소리쳤다.

“혈영이로구나.”

놀랍게도 거지는 그를 알아보았다.

“누구냐고 물었다.”

혈영은 심히 놀랐지만, 애써 엄정한 표정으로 다시 질문했다.

그는 곡진헌을 은밀하게 수행했기에 혈천교주가 되기 전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안면이 없는 거지가 자신을 바로 알아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네놈부터 죽이려고 했었는데,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뭔 소리냐?”

혈영은 이런 상황에서 분노를 참고 있는 자신에 놀라고 있었다.

만약 다른 놈이 자신에게 이런 모욕적인 말을 꺼냈다면 그 순간 그의 목은 날아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혈영이 참고 있는 건 거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곡진헌도 지옥으로 보내줄 테니, 그때 만나서 인사하거라.”

그의 섬뜩한 눈빛을 접한 혈영은 비로소 이 거지가 누군지 깨달았다.

“서, 설마 척휘···. 읍.”

“그래. 내가 척휘명이다. 이 개자식아!”

척휘명은 악을 쓰며 혈영에게 달려들었다.

챙챙챙.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

이제까지 척휘명을 막아섰던 자들의 목을 단칼에 베었지만, 역시 혈영은 달랐다.

혈영은 괴력을 발휘하는 척휘명과 정면승부를 벌이지 않고 최대한 방어에 치중하며 이따금 반격에 나섰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

척휘명은 거친 호흡을 쏟아냈다.

급하게 내공을 쌓았고, 지금의 거지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내공을 제대로 받쳐줄 체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고오오오오.

척휘명의 검이 짙은 암흑으로 변하자, 혈영의 표정이 홱 바뀌었다.

“어찌 지옥혈도가 없는데 지옥혈도를 익혔단 말인가?”

“이 멍청한 놈아. 내가 지옥혈도를 십일성이나 익혔는데, 이 정도도 응용을 못할 줄 알았더냐?”

척휘명은 오만하게 소리쳤다.

혈영의 얼굴이 일그러지자, 척휘명은 마음속에 쌓였던 한이 아주 조금은 풀어졌다.

“죽어라!”

척휘명의 검이 빠르게 혈영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혈영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옥혈도에서 풍기는 끈적끈적한 기운이 그의 몸을 붙들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혈영은 상체와 하체가 양단되며 비참한 죽임을 당했다.

“헉헉헉.”

척휘명은 혈영을 죽이고는 검을 지팡이 삼아 허릴 숙이고 숨을 헐떡였다.

“빌어먹을 신체 같으니라고.”

척휘명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혈영을 따라왔던 무리들은 혈영의 죽음에 놀랐는지 아니면 척휘명의 강력한 무위에 놀랐는지 감히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멍청한 놈들.”

척휘명이 욕설을 내뱉고 검을 들자, 비로소 그들이 공격에 나섰다.

서걱.

서걱.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척휘명을 상대로 채 삼초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빌어먹을.”

척휘명은 혈영 급의 고수가 나온다면 상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자, 급히 몸을 틀어 외부로 향했다.

“멈춰라!”

웅혼한 외침과 더불어 매우 강력한 기운이 척휘명을 향해 날아왔다.

쾅.

척휘명은 본능적으로 검에 진기를 쏟아 부어 자신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강기를 쳐냈다.

“크흑.”

강기를 쏜 상대도 충격을 받고 뒤로 물러났지만, 척휘명 역시 크게 내상을 입은 듯 입으로 피를 토하며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잡아라! 도망친다!”

삐이이이익.

날카로운 호각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무인들이 튀어나왔다.

더 지켜보다가는 척휘명이 저들에게 잡힐 것으로 생각한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 척휘명의 옆구리를 끼면서 재빠르게 마혈을 찍어 제압하는 동시에 추적하는 자들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콰콰쾅.

거대한 폭발음이 일며 바닥에 큰 웅덩이 생겼다.

따라오던 무인들은 그 자리에 쓰러지거나 멍한 표정이 되었다.

“어찌 된 일인가?”

폐관수련하는 통에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 곡진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완벽한 척휘명의 겉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상한 놈이 나타났습니다.”

암흑일혈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곡진헌은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혈영이 죽었다는 부분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놈이 무엄하게도 련주님을 사칭했습니다.”

“뭐라? 정확히 말해보거라.”

“예. 그놈이 련주님의 이름을 호칭하며, 자신이 척휘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에겐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제가 날린 일장에 큰 충격을 받고 비틀거리며 도망쳤는데 어떤 자가 그를 안고 도주했습니다.”

“추격은?”

“그자가 너무 강해서···.”

암흑일혈은 말끝을 흐리며 손으로 구덩이를 가리켰고, 그 구덩이를 본 곡진헌은 신음성을 쏟아냈을 뿐 암흑일혈을 질책하지 않았다.

“비상령을 하달하라. 그리고 그 자의 용모파기를 만들어 배포하라. 발견하면 상대하지 말고 즉시 본련으로 보고하도록. 내가 직접 나서겠다.”

“예! 련주님!”

암흑일혈은 즉각 복명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라는 말이 나와야 옳았지만, 마지막에 척휘명을 데리고 사라진 무인의 무위를 생각하자 그런 말이 감히 튀어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천라지망을 펼치지 않는 한 잡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에 암흑일혈은 곡진헌의 명령에 복종했다.

**

백마산.

난 척휘명을 데리고 백마산으로 올라왔다.

“네놈은 누구냐?”

척휘명은 수련장소인 백마산에 도착하자 놀라는 한편, 내 정체가 궁금하여 급히 질문했다.

내가 역용을 했기에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또 척휘명과 대결했을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진기를 비롯해 모든 것이 달라졌기에 그가 몰라본 것이다.

“이러면 알겠는가?”

“헉, 구, 구양천?”

내가 역용을 풀자, 그는 비명을 질렀다.

“나를 한 눈에 알아보다니 역시 척휘명이 맞군.”

“어, 어떻게 내가 척휘명인 줄 알았느냐?”

“일단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말이냐?”

“왜 거지의 몸에 들어갔느냐 이 말이다.”

척휘명은 눈만 끔뻑거릴 뿐 대답하지 못했다.

설마 구양천이 이런 식으로 질문할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척휘명이라고 말해도 믿지 않는데 넌 어떻게?”

“대답을 듣고 싶으면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어떻게 네 영혼이 거지에게로 옮겨갔지?”

더 구체적인 질문에 척휘명은 구양천을 똑바로 쳐다보다가 악 소리를 질렀다.

“너, 너도 설마 나처럼?”

“일단 내 질문에 대답해.”

“혈천교주 곡진헌이 내 몸을 빼앗았다. 난 그를 믿었다. 그는 내가 지옥혈도를 수련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대법을 펼쳤고, 난 미련하게 그걸 받아들였지. 그 결과 십일성을 돌파했을 무렵, 그는 나를 죽이고 내 몸을 차지했다. 지금 암흑사련주는 바로 곡진헌 그 자다. 그가 내 껍데기를 쓰고 있다.”

“그렇군.”

“저, 정말 내 말을 믿는 것인가?”

“그 대법 이름이 무엇인가?”

“그건 모른다.”

“멍청한 놈. 그럼 그가 척무진에게도 대법을 펼쳤는가?”

“이, 이놈이?”

“왜 분근착골이라도 펼쳐야 제대로 대답할 생각이야?”

그제야 척휘명은 고양이 앞에 쥐 신세인 자신을 발견했다.

“빨리 대답해.”

“할아버지께서는 대법을 거부하셨다.”

“호부에 견자로군. 야, 이 자식아. 선하지 않은 놈이 호의를 베풀면 의심을 해. 세상이 그리 만만해보이냐? 엉?”

내가 호통을 쳤지만, 척휘명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았다.

끝까지 눈을 부릅뜨고 반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넌 누구냐?”

척휘명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그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나 역시 자신과 같은 경우라 생각한 듯 했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질문하고 대답할 리가 없었다.

“알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이미 마혈을 제압당해서 네가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잖아.”

“이놈이 거지로 빙의되더니 제정신이 아니군.”

“가만, 설마? 설마? 너어.”

“이 자식이 왜 이래?”

“내가 왜 그걸 몰랐지?”

척휘명은 죽기 전에 곡진헌이 자랑스럽게 떠들던 대화내용이 떠올랐다.

**

“설마 화운룡도 이런 방식으로?”

“그렇지. 하지만 실패했어.”

“죽었잖아.”

“죽었지. 하지만 역대 최강이라는 그의 육체를 빼앗진 못했지. 그의 영혼이 어디로 날아갔는지는 나도 몰라. 지금도 구천을 떠돌 수도 있고, 완전히 사라졌을 수도 있지. 걱정하지 마라. 내가 그 실패 이후 많은 연구를 했다. 넌 적어도 다른 사람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지. 크크크.”

**

“그, 그러고 보니 이상했어. 갑자기 일 년 만에 말도 안 되게 강해졌고, 노련해졌으니까. 그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내가 당해보니까 알겠어. 그 늙은이가 실수한 거야. 크하하하핫. 곡진헌. 이 미친 늙은이야. 네놈이 그토록 죽이고 싶어 했던 화운룡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 이 멍청한 늙은이야.”

“어째서 내가 화운룡이라 생각하느냐?”

“아무리 고금제일의 천재라도 천의검법을 그렇게 빨리 대성할 순 없으니까. 이해하고 초식을 익히는 건 가능해도 그걸 펼쳐내는 건 다른 일이지. 특히 혈마도 섭유청을 제압할 정도라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야. 그런데 너도 나와 같은 경우라면 당연해지지. 나 역시 거지의 몸으로 들어왔지만 순식간에 강해졌으니까.”

“맞다. 내가 화운룡이다.”

척휘명은 놀라지 않았다.

“죽여라.”

“죽여야지. 내가 화운룡이란 사실은 누구도 알면 안 되니까. 하지만 네놈이 죽는 것은 네놈이 저지른 악행 때문이란 걸 기억해라. 그게 아니었다면 어떡하든 살길을 마련해주었을 것이다.”

“곡진헌도 죽여다오.”

“당연히.”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척휘명의 머리에 가만히 손을 얹어 진기를 불어넣었고,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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