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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17화 (117/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17화

117화. 모용수 vs 악정후.

청, 구양평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가족의 중요함을 깨달았다.

뭐 하러 전생에서 그렇게 궁상을 떨며 살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모용무인은 어디로 간 거야?’

며칠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모용수에 대한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가 모용수를 해치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락이 두절되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일대일로 싸워서 모용수를 죽일 자가 산동성에 있었나? 내가 알기론 없어. 하지만 이곳은 정파의 핵심영역이니 만약 분란이 생긴다면···.’

곰곰이 경우의 수를 따지던 나는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명문문파에서 무인을 총동원하여 모용수를 죽이겠다고 달려들면 그때는 모용수도 꼼짝없이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구리엔 장사 없다.

당장 그를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청과 구양평이 마음에 걸렸다.

“가고 싶으면 가세요.”

어느새 다가왔을까?

청은 내 곁에 앉아 차를 내려놓았다.

“큰 뜻을 품은 다정님의 발목을 붙잡고 싶지 않아요.”

“아냐.”

난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어두운 표정을 한 나를 보고 그녀 자신이 걸림돌이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여기 올 때 일행이 있었어.”

“그럼 이리로 모시지 않고요.”

“좀 괴팍한 노인이라···.”

“누군데요?”

“청도 아는 사람이야. 모용수라고.”

“모용수? 설마 한빙마검 모용수는 아니죠?”

“맞아.”

“세상에.”

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랫동안 정보루 소속으로 활약했던 그녀였기에 비록 은퇴한 지 6년이나 지났지만, 무림의 중요한 무인들은 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분이라면 누가 건들겠어요?”

“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며칠 동안 소식이 없으니 걱정이 되는군. 이 근처에 어떤 문파가 있지?”

“음···. 문파야 많지만, 모용무인을 어찌할 문파라면···. 산동 악가 밖에 없어요.”

“산동 악가라···.”

“네. 이 근방에서는 절대적인 존재죠.”

청은 표정을 굳히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혹 그들과 안 좋은 관계야? 사실대로 말해봐.”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기에 난 청을 추궁하듯 질문을 쏟아냈다.

청은 조금 생각하더니 서광필, 서씨세가, 산동 악가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모용무인이 이곳에 와서 조사를 했으니 아마도 서광필에 대해서도 알았을 거야. 내 생각이 극단적일지 모르겠는데, 모용무인이 서광필을 공격했다면 산동 악가에서 나섰을 테고 그럼 당했을 가능성이 커.”

“죄송해서 어쩌죠?”

청은 자신으로 인해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자,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조사해보면 알겠지. 일단 편안하게 있어. 혹시 서광필이나 산동 악가의 무인들이 청의 실체를 알아?”

“모르죠. 철저히 숨기고 살았어요. 그러니 서광필이 그토록 치근댔죠.”

“그러다가 서광필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었으면 어쩌려고?”

“그때는 그를 죽이고 이곳을 뜰 생각이었어요.”

“무공수련은 계속 하고 있어?”

“물론이죠. 평생을 무인으로 살았는데 이 한가한 시골에서 그것마저 놓아버리면 심심해서 못살아요.”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자, 안심이 되었다.

원래 강했던 청.

나는 그녀의 무공수련을 도왔는데, 극한으로 몰아넣는 방식을 택했기에 그녀는 매우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게 효과가 있어서 그녀는 한계를 돌파하여 훨씬 고강해졌다.

이런 그녀가 무공을 숨기고 있으니 설령 무인들이 들이닥치더라도 큰 걱정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다녀오세요. 제가 경공술이 주특기잖아요. 안되면 도망칠 수 있어요.”

“평은?”

“당연히 제가 데려가야죠. 엎고 가면 되요. 이제 좀 커서 무겁긴 하지만, 뭐 다정님을 엎고 태행산을 내려간 적도 있었으니 문제없을 거예요.”

“미안해.”

“아뇨. 저 때문에···.”

“그런 마음먹지 마. 내가 조사해볼게. 조심하고 있어.”

“네. 조심하세요.”

난 청과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는 장원을 나섰다.

홀로 남은 청은 구양평이 글 읽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방으로 들어와 서랍을 열어 검을 꺼냈다.

스르르릉.

검이 뽑히는 소리는 섬뜩했지만, 묘하게 안정감을 가져다주었기에 그녀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는 검을 세우고 그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평이를 노리는 자는 누구라도 내 손에 죽는다.”

**

산동 악가를 나온 모용수는 객잔에서 머물렀다.

청의 장원으로 기어들어가서 눈칫밥이나 먹을 바에야 객잔에서 편하게 먹고 마시는 게 훨씬 편했기 때문이었다.

“응?”

객잔 밖의 평상에 편하게 누워있던 모용수는 좋지 않은 느낌에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정파보다 훨씬 지독한 권모술수에서 살아남은 모용수에게 이런 느낌은 아주 익숙했다.

‘이것들 봐라? 겉으론 공명정대한척하더니 뒤로 호박씨를 까?’

모용수는 자신을 노리는 자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산동 악가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암흑사련의 부련주에 올랐던 그였다.

최소한 거대문파가 아니라면 절대 이런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겨우 그 실력으로 나를 어쩔 셈인가? 헛참.’

모용수는 어이가 없었다.

악소흔이나 악귀명은 상대가 아니었다.

설령 다구리로 나온다 하더라도 자신 있었다.

‘안 되면 냅다 줄행랑을 놓으면 되지.’

모용수는 다시 평상에 털썩 누웠다.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청의 장원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면 구양천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다행이었다.

주변으로 모이는 기운이 점차 늘어나자, 모용수는 ‘휴우’하고 짧게 한숨을 몰아쉬고는 몸을 띄웠다.

그가 경공술을 펼쳐 객잔을 벗어나자, 근처에 은신하고 있던 악가장의 무인들이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모용수는 인적이 없는 공터에 내려섰다.

이곳은 산이 거의 없었기에 사방이 탁 트인 평지에 내려선 것이다.

“재밌는 곳이로군. 산이 이렇게 없는 곳도 처음이야.”

모용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슈슈슈슈슉.

악가장의 무인들이 속속 도착하여 그를 에워쌌지만, 모용수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자신을 위협할 만한 강력한 무인이 없다는 걸 느꼈기에 더더욱 여유를 부렸는지도 몰랐다.

“악 가주.”

악소흔이 나타나자, 비로소 하늘로 향했던 모용수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리 공명정대한척하더니 악 가주 당신도 사파의 무리와 다를 게 없군.”

“암흑사련의 주구 주제에 감히 이곳에서 설쳐댔으니 죽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겨우 그 실력으로?”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악소흔은 수치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켜. 멍청한 놈. 그러기에 수련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거늘. 쯧쯧.”

악정후는 악소흔은 밀어내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동굴 안에 있을 때 산발한 머리와 꾀죄죄한 모습 덕분에 상거지나 다름없었던 악정후였지만, 씻고 깨끗한 청의로 갈아입자 훤칠한 무사로 변신한 상태였다.

“사형. 저놈이 모용수입니다.”

악정후는 악소흔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짧게 한마디 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모용수를 제압하면 사형은 자유입니다.”

악정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뽑아들며 걸어가 모용수 앞에 섰다.

악정후를 본 모용수는 알 수 없는 불길함에 휩싸였다.

‘이것 봐라? 산동 악가에 이런 괴물이 있었어?’

모용수의 긴장한 표정을 본 악소흔은 비열한 웃음을 머금었다.

‘악정후. 모용수가 죽으면 너도 죽여주마. 네놈은 악가의 사냥개로 살면 족할 놈인데, 감히 악가를 벗어나려고 해?’

악소흔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악은혁, 악귀명과 눈빛을 교환했고 그들도 침중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누군가?”

“모용 선배. 처음 뵙겠소. 난 악정후요.”

“악정후? 처음 듣는군. 자네와 같이 뛰어난 자가 어찌 가주가 되지 않았단 말인가?”

“사형. 저런 잡놈과 계속 대화하지 말고 그냥 죽이시오!”

악소흔은 대화가 길어지면 자신에 대한 험담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욕설을 퍼부었다.

“어이가 없군.”

모용수는 실소를 터트리며 검을 뽑았다.

“내가 자네를 꺾으면 저놈은 꼭 죽이고 싶은데 괜찮겠나?”

처음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눴지만, 악정후가 마음에 들었던 모용수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거야 선배의 자유지요. 저 역시 선배를 꺾으면 악가를 떠날 생각이오.”

-그런데 말이야. 저놈들이 자네를 노리는 거 같아. 내가 오랫동안 음모술수에서 살아남다보니 느낌이 오거든. 자네가 나를 꺾는 순간 저들은 자네를 공격할 걸세. 그러니 설령 나를 꺾더라도 방심하지 말게.

모용수의 전음을 들은 악정후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설마 모용수에게 이런 충고를 받을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악소흔의 좁아터진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악정후였기에 모용수의 조언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덤비시오.”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모용수는 악소흔의 더러운 생각을 눈치 챘지만, 악정후와의 대결을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살만큼 산 그였기에 이런 귀중한 비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용수는 천생 무인이었다.

후우우웅.

촤촹.

악정후의 선공으로 비무가 시작되었다.

예기가 넘치는 악정후의 검은 모용수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모용수는 굳은 표정으로 적절하게 악정후의 검을 쳐냈다.

그는 많이 긴장했는지 아니면 악정후의 검로를 파악하려는지 모르지만, 수세에 몰리면서도 반격에 나서지 않았다.

“모용수도 별거 아니군.”

악정후가 쉽게 무너지면 어쩌나 고민했던 악소흔은 흐뭇한 표정으로 비무를 바라보았다.

“마음을 놓으면 안 됩니다.”

원로 악은혁이 다가와 조언했다.

“모용수가 저리 밀리는데 무슨 말씀입니까?”

“그는 악정후를 처음 보았으니 검로를 파악하려고 하겠지요. 모용수의 표정을 보세요. 비록 수세에 몰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손발의 움직임 또한 자연스럽습니다.”

경험이 많은 악은혁의 조언을 듣고 나자 비로소 악소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럼 잘못되는 거 아닙니까?”

“누가 이기든 크게 지칠 겁니다. 운이 좋으면 악정후가 모용수를 물리칠 테고요. 그때 힘을 내어 공격하면 끝입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세요.”

악은혁은 포권하고는 물러났고, 악소흔은 비무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모용수는 수세에 몰린 상태였지만, 악은혁의 조언을 듣고 나서인지 모용수는 강해보였다.

콰쾅.

굉음에 악소흔은 눈살을 찌푸렸다.

모용수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차분하게 악정후의 검로를 살폈던 모용수는 노련하게 악정후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패기 넘치는 악정후의 검은 매우 강력했지만, 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살아남은 모용수의 경험 앞에 빈틈을 드러냈고 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크흑.”

옆구리를 베인 악정후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헉. 헉. 훌륭한 비무였네. 내가 자네보다 강해서 이긴 게 아니라 경험이 많아서 이겼어.”

“가르침 감사합니다.”

악정후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는 일어서서 정중히 포권했다.

“죽여! 두 놈 다 죽여!”

예상과 다르게 판세가 흘러가자, 악소흔이 명령을 내렸고 악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악정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내가 막을 테니, 옆구리 상처를 지혈하게.”

모용수가 검을 들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악정후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악소흔. 최소한의 자존심까지 버린 것이냐?”

악정후는 탄식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옆구리를 지혈하고는 자리에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가며 내공을 일주천했다.

지금도 싸울 수 있었지만, 악가의 무인을 상대하려면 제대로 운기조식을 하여 내공을 회복해야 했다.

그들과의 싸움은 모용수와 비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

청의 장원.

서광필은 엽충과 무인 일곱을 데리고 이곳에 나타났다.

“이곳에 머무르던 그 새끼가 어제 장원을 떠났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제 장원에는 과부와 아들, 하인들 밖에 없습니다.”

“내가 저년 때문에 치욕을 당했어. 가만 놔두지 않겠다.”

서광필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상대는 천하의 모용수인데.”

“흥. 산동 악가가 나섰는데 모용수라고 별 수 있겠느냐? 일대일이라면 몰라도 산동 악가 전체가 나섰다면 모용수도 죽은 목숨이야.”

“과부를 어찌할 생각입니까?”

“어찌하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그년 때문에 이 일이 발생했는데 가만둘 수는 없지.”

“첩으로 삼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지금에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장원으로 그년을 끌고 가서 며칠 데리고 놀다가 버릴 생각이다. 그때 네가 데리고 놀고 알아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엽충은 청의 미모를 떠올리고는 음침한 웃음을 지었다.

“가자.”

“예.”

서광필은 무리들을 이끌고 청의 장원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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