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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12화 (112/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12화

112화. 삭천혁을 돌려보내다.

구양세가.

모용수, 섭유청이 세가를 떠나고 며칠 후.

청룡단주 삭천혁이 세가를 방문했다.

“오랜만입니다.”

그는 정중하게 포권했다.

“반갑소.”

나 역시 예전에 그를 대했던 대로 정중하게 포권했다.

“구양무인.”

“말씀하시오.”

“저는 맹주님의 명령을 받아 구양무인을 맹으로 모셔가려고 왔습니다.”

“거부권이 있소?”

“없습니다. 불편하고 불합리하다고 느껴지시겠지만, 대의를 위해서 맹으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맹으로 가면 어찌되는 것이오? 내가 알고 있는 무공을 알려준 후, 평생 감시받으며 그곳을 벗어나지 못할 거 같은데. 아니면 비밀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뇌옥에 가두거나 죽일 수도 있을 것이고요. 물론 이는 아주 극단적으로 해석하긴 했지만, 그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말할 순 없지요. 안 그렇소?”

“많이 변하셨군요. 예전에는 무림맹과 대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셨지 않습니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그리고 내가 변한 것처럼 무림맹도 변했소. 삭 단주 생각은 어떻소?”

꽤 날카로운 지적이었을까?

삭천혁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도 삭천혁은 진정한 무인이로군. 최소한 부끄러움은 아는 자니까.’

“휴우. 그래도 가셔야 합니다.”

“내가 가진 무공이 암흑사련을 비롯한 사파의 무리에게 넘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맞소?”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어쩌겠소?”

나의 호언장담에 삭천혁은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구양무인께서는 한때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었으니 비록 10년, 20년 정도의 내공을 갖고 있더라도 절정의 무위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들이 독하게 마음먹고 절정무인 여럿을 보낸다면 절대 막지 못합니다.”

“여 단주가 왜 물러났다고 생각하시오? 그 부분을 생각해보셨소?”

그제야 삭천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맹에서 명령을 내리면 충실하게 수행했던 여중명이었다.

“사술을 익히셨습니까?”

“허허, 나참.”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사술이란 표현을 이렇게 쉽게 내뱉다니.

그 역시 여중명에게 상황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믿었던 삭천혁의 입에서 사술이란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오니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그럼 비무를 해보시겠소? 직접 판단해보면 사술인지 아닌지 알 테니까.”

당당한 내 태도를 본 삭천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좋습니다. 만약 저를 제압한다면 이대로 물러나지요. 그리고 맹으로 돌아가서 구양무인을 그대로 놓아두라고 강력하게 진언하겠습니다. 물론 그들이 제 말에 귀를 기울여 그대로 시행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역시 삭 단주. 따라오시오.”

난 성휘에게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는 삭천혁을 데리고 세가를 나섰다.

한참을 걸어 탁 트인 공터가 나타나자, 난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합시다.”

“검으로 하시겠습니까?”

“그러지요. 삭 단주.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시작도 못해보고 비무가 끝날 테니까.”

난 귀혼검을 뽑아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 순간에도 삭천혁은 꼼꼼하게 내 상태를 살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내공이 10~20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무시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쉬이이익.

그의 검이 뽑혀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간격을 좁혀왔고 그의 검이 내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

캉.

난 두 손으로 귀혼검을 잡고 위로 끌어올려 공격을 막아냈다.

“흐압.”

삭천혁은 검에 내력을 주입하여 힘으로 찍어 눌렀다.

기술로 맞서게 되면 자칫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힘으로 눌렀고, 이는 대단히 현명한 판단이었다.

퉁.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검은 찍어 누르기는커녕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휘리리릭.

더는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힘들다고 판단한 삭천혁은 우아하게 한 바퀴를 돌아 맞은편에 내려섰다.

“다시 공격해보시오. 예전보다 확실히 좋아졌소.”

진심을 담아 조언했지만, 삭천혁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쒜에에에에엑.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와 더불어 그의 검이 빠르게 가슴을 찔러왔다.

실로 놀라운 쾌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삭천혁의 무위는 더욱 고강해져 있었다.

내가 천산에서 고행을 이어가며 새로운 무공의 극의를 맛본 사이에 삭천혁 또한 두 단계 정도 진보해있었다.

이 정도면 모용수도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챙챙챙.

뒤로 물러나며 그의 공격을 차분하게 막아냈다.

그는 전력을 다해 공격했고, 나는 내공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방어하다보니 비록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좌측 옆구리.”

허점을 지적하며 귀혼검을 찔러 넣자, 삭천혁은 대경실색하며 뒤로 물러났다.

풍검의 빠른 보법을 통해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그의 약점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었다.

“헉.”

삭천혁은 굵은 땀을 흘리며 막기 바빴을 뿐, 감히 반격에 나서지 못했다.

정확하게 약점을 공략하니 삭천혁은 내공을 모아 반격은 꿈도 꾸지 못했기에 적은 내공으로도 그를 몰아세울 수 있었다.

결국 완벽했던 그의 자세는 흐트러졌고, 힘차게 검로를 따라 움직이던 검은 어느새 공중에서 멈췄다.

챙그랑.

“졌습니다.”

귀혼검이 그의 목에 닿자, 삭천혁은 검을 바닥에 떨어뜨리며 힘겹게 패배를 시인했다.

“돌아가시오. 더는 귀찮게 하지 말고.”

“비록 내공의 대부분을 잃었지만, 역시 경험을 무시하지 못하는군요. 많이 배웠습니다. 맹으로 돌아가서 이대로 전하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이만.”

삭천혁은 정중하게 포권하고는 몸을 날렸다.

“그나마 여중명보다는 낫군. 아마도 제갈문현보다는 양천린의 의도일 테니, 다음에 또 누군가를 보내겠지. 아니 제갈문현의 생각일 수도 있어. 그는 무림맹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으니까.”

난 담담한 시선으로 삭천혁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다가 고개를 흔들고는 천천히 그곳을 벗어났다.

**

장안현 암흑사련.

만통지는 불안한 표정으로 실내를 서성거렸다.

“휴우. 이를 어찌한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척휘명을 찾았다.

련주실.

“무슨 일이오?”

척휘명은 담담한 시선으로 만통지를 바라보았다.

이미 섭유청의 도주사건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듯 했다.

“모용수에게서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그제야 척휘명의 표정이 홱 바뀌었다.

“그 무슨 소린가? 자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온건하게 존대를 써주던 척휘명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입에서는 험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모용수가 암흑사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는 방증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런 소리하지 말고. 어떻게 된 거야?”

“모용수와 사흘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전서구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벌써 열흘째 감감무소식입니다.”

“마지막 내용은?”

“구양세가에 도착하여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끄응.”

척휘명은 머리를 감싸 쥐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유가 뭐라 생각하시오?”

분노가 사그라지자, 척휘명은 다시 만통지를 존중해주는 어투로 말을 바꿨다.

“모용수는 본련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절정무인입니다. 정주현의 금노라면 그를 해칠 수 있지만, 금노는 돈을 버는 장사꾼이니 굳이 우리와 척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무림맹 하남성 지부?”

“그들은 절대 모용수를 어쩌지 못합니다. 설령 위태로워졌더라도 모용수는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척휘명이 다시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

이를 감지한 만통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구양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양천? 내공의 대부분을 잃었다며?”

“그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이해됩니다. 지금 중원에서 모용수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자는 구양천 말고는 없습니다. 양천린, 금노 등이 있지만, 모용수가 도망치려고 작정하면 못 잡습니다. 또 양천린은 무림맹을 벗어나지 않았고요.”

“소림사도···.”

척휘명은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정사대전이 벌어졌을 때도 전투에 참여하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소림사였는데, 뜬금없이 모용수를 공격해 죽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니 그걸 왜 숨긴단 말이오?”

척휘명은 답답한 듯 언성을 높였다.

“그거야 구양천 본인만 알겠지요. 다만 유추해보자면 그가 약 육년 정도 중원을 떠났었는데 그 이후로 사람이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모종의 이유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모용수는?”

“아마도 죽었을 겁니다.”

“빌어먹을.”

척휘명은 답답한 듯 주먹으로 서탁을 내리쳤다.

쩍.

우수수수수.

단단한 서탁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데 내공을 숨기는 게 가능한가? 적어도 절정고수를 상대로 속이는 게 가능한가 이 말이오?”

“평범한 무인이라면 쉽게 속이겠지만, 절정무인을 상대로 속이긴 어렵습니다. 아마도 중원에서 사라진 동안 새로운 무공을 익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무공도 있소?”

“사천성에 들어온 풍검의 무공과 비슷합니다. 물론 더 연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으음.”

척휘명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풍검.

생각 만해도 골치가 아픈 존재였다.

그가 사천성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암흑사련에서 절정무인을 포함한 타격대를 보냈지만, 판판히 깨지고 돌아왔다.

죽이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는데 그만큼 무시무시한 무위를 가졌다는 뜻이었기에 척휘명은 그 다음부터는 사천성으로 절대 무인을 보내지 않았고, 그대로 사천성은 풍검의 영역으로 인정해버렸다.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겠소?”

“련주님께서 지옥혈도를 대성할 때까지 그들과 부딪치는 걸 자중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구양천이나 풍검 등 초절정고수를 련주님께서 제압해주어야 그들을 물리칠 수 있으니까요.”

“으음. 알겠소. 조금만 기다리시오. 현재 십성에 올랐으니까.”

“오오. 역시. 기다리겠습니다.”

만통지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포권하고는 련주실을 물러났다.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만통지는 꽉 쥐었던 주먹을 폈다.

그의 손바닥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무서운 일이로구나. 전 련주님께서 삼십년을 고행하여 십일성에 올랐거늘. 련주님께서는 겨우 십년이 안 되어 십성이라니.’

만통지는 척휘명이 왜 이렇게 빠르게 지옥혈도를 습득하는지 알고 있었다.

척무진은 동남동녀를 모아 생체진기를 빼앗아 지옥혈도를 익히는데 있어 자책감을 갖고 있어서 속도가 더뎠지만, 척휘명에게는 그게 없었다.

그렇기에 더 많은 동남동녀를 모았고, 악독하게 한 방울의 진기까지 빨아들이며 수련에 임한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었다.

‘또 혈교주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지.’

지옥혈도는 지극히 사이한 무공이어서 암흑마교의 정통무공과는 원리가 달랐다.

이때 도움을 준 이가 혈교주였다.

그는 척무진을 도왔고, 이번에는 척휘명을 돕고 있었다.

‘찝찝하단 말이야.’

다른 이들은 혈교주의 충성심을 높게 평가했지만, 만통지는 생각이 달랐다.

평소 음험한 계략을 잘 짜내는 만통지가 볼 때 혈교주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혈교주가 마음만 먹는다면 풍검처럼 성 하나를 차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비록 정통 무공으로는 약할지 몰라도 그의 사악한 무공은 그 약점을 상쇄하고 남았다.

그렇기에 지난 삼십년 동안 척무진을 돕고, 이제 척휘명을 도우며 장안현에 머무르고 있는 혈교주의 속내가 궁금했다.

처음에 척무진과 혈교주가 손을 잡았을 때는 화운룡의 강력한 토벌로 사마세력이 완전히 무너져 암중으로 숨어들 때였다.

그렇기에 손을 잡고 힘을 키우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여 척무진이 죽고 척휘명이 뒤를 이었을 때, 혈교주가 혈교세력을 이끌고 독립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그는 이곳에 남아 척휘명을 도왔다.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데. 젠장할. 풍검과 천마교, 무림맹도 골치 아프지만, 확실히 세력이 나뉘어져 있으니 대처할 방법이 있어. 하지만 혈교주는 속내를 숨기고 구렁이처럼 웅크리고 있으니 답답하구나. 답답해.’

만통지는 머릿속이 지끈거렸다.

척휘명의 지옥혈도 수련 진도가 너무 빠른 것도 마음에 걸렸고, 속을 알 수 없는 혈교주도 마음에 걸렸다.

그는 답답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술병을 꺼내어 단숨에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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