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05화 (105/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05화

105화. 다른 생각.

구양천이 내공을 상실했다는 소문은 빠르게 중원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무림에서 구양천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장안현 암흑사련.

척휘명이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한 혈마도 섭유청은 근질거리는 입을 참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소. 조만간 지옥혈도가 완성되면 중원은 피바람이 몰아칠 테고, 암흑사련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 자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할 것이오!”

척휘명이 강하게 주장을 펼치자, 이곳에 참석한 무인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이구동성으로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섭유청 역시 두 손을 들고 암흑사련만세!를 불렀다.

척휘명은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두 손을 들어 안정시키고는 마지막 당부의 말을 꺼냈다.

“그리고 구양천이 내공을 상실했다고 들었소. 그는 한때 다정으로 불렸던 놈으로 초기에 우리 암흑사련을 괴롭혔던 놈이오. 참으로 괘씸하지만, 당분간은 그를 건드리지 마시오.”

척휘명의 발언이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섭유청이 즉각 반대의견을 냈다.

“련주님. 이제 그 자는 손끝으로 톡 쳐도 죽일 수 있습니다. 예전의 절정무인 구양천이 아닙니다.”

“쯧쯧. 무식하기는.”

“뭐요?”

섭유청은 척휘명 옆에 서 있는 만통지를 노려보았다.

만통지는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련주님께서 조만간 지옥혈도를 대성하면 무림맹을 비롯하여 중원에 설치는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오. 그때 구양천도 자연히 쓸려나갈 텐데 어찌 조급하시오? 서두르다가 실수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시오.”

“아니 그 빌어먹을 놈 정도는 가볍게 죽일 수 있으니까···.”

“구양세가는 정파의 기둥이오. 다시 말해 구양천을 공격하면 무림맹과의 일전을 각오해야 하오. 굳이 이런 분란을 지금 일으킬 필요가 있소? 제발 이걸 좀 굴리며 사시오. 그러니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에잉. 쯧쯧.”

만통지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툭툭치며 비웃음을 날렸다.

섭유청은 만통지의 비웃음에도 몸을 부르르 떨뿐 발작하지 못했다.

무공으로만 따지면 한 주먹감도 안되지만, 그는 척휘명이 련주 자리에 오르면서 사실상 암흑사련 이인자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척무진이 련주일 때는 만통지가 조심스럽게 행동했지만, 척휘명이 련주에 올라 힘을 실어주자 그때부터 만통지는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섭유청은 따지고 보면 원로급의 고수였다.

그만큼 만통지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섭유청이 즉각 반발하지 않고 참았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기에 볼멘 목소리로 대안을 제시했다.

“그를 따라다니다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몰래 죽이면 되잖소. 그것도 정파의 무공으로. 그럼 우리가 한 짓이란 걸 모를 것이오.”

섭유청의 말이 끝나자, 대전을 메우고 있던 무인들은 일제히 섭유청을 지지했다.

처음부터 구양천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던 자들이었고, 여기에 더해 거드름 피우는 만통지에 대한 반감으로 섭유청을 지지했던 것이다.

“흐음.”

가만히 듣고 있던 척휘명이 고민하는 듯 짧게 신음성을 흘리자, 섭유청이 앞으로 나와 강하게 주문했다.

“련주님. 기회만 주신다면 제가 정주현으로 가서 구양천의 모가지를 따버리겠습니다.”

“정파의 무공으로?”

척휘명이 관심을 드러내자, 만통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암흑사련에서 많은 정파의 무공비급을 보관하고 있으니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 익힌 후, 그것으로 죽이겠습니다. 구양천은 내공을 잃었으니 가볍게 원리만 익혀도 충분합니다.”

“련주님. 안 됩니다. 만약 실수해서 꼬투리를 잡히면 골치 아파집니다. 지금은 무림맹과 충돌할 때가 아닙니다.”

만통지가 즉각 반발했다.

통상 이런 식이면 만통지의 손을 들어주던 척휘명이었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조용했다.

“련주님.”

만통지가 다시 입을 열어 주장을 펼치려고 하자, 척휘명이 손을 들어 막았다.

“자신 있소?”

그리고 섭유청을 향해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는 내공을 완전히 잃었거나 있더라도 극히 소량입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목숨을 거시오. 뭐, 일반 백성이나 다름없는 구양천을 처리하는데 목숨을 걸라는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 아마 구양천은 밖으로 나올 때 구양세가의 무인들이 호위할 수 있으니까. 특히 성휘란 놈이 제법이라는데.”

“충분합니다. 그놈도 제 상대가 아닙니다.”

“정파의 무공으로.”

“아하하. 그, 그렇지요.”

섭유청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이 너무 앞섰던 것이다.

섭유청이 성휘보다 몇 단계 위였지만, 마공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청파검과 함께 가겠습니다.”

섭유청이 급히 옆에 서 있던 청파검에게 눈짓했다.

정파에서 나고 성장한 청파검은 암흑사련이 창단한 후에 입련한 무인이었다.

제갈문현은 정파무림에서 암약하고 있는 암흑사련의 세작을 솎아내는 작업을 주도했는데, 그때 많은 정파무림인이 암흑사련에 입련했고 청파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청파검. 가능하겠소?”

“물론입니다.”

청파검은 힘을 주어 대답했다.

그제야 척휘명의 굳었던 얼굴이 펴졌다.

“좋소. 은밀히 처리하시오. 단, 이번 일에 실패한다면 그때는 용서하지 않겠소.”

“명심하겠습니다!”

척휘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통지가 손짓하여 무인들을 돌려보내고는 급히 척휘명에게 조언했다.

“굳이 일을 크게 벌릴 필요가 있습니까?”

“뭐, 구양천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이제껏 잘 참으셨는데.”

“그간 너무 조용히 있어서 련도들의 불만이 쌓인 상태요. 섭유청을 비롯하여 모두가 흥분한 상태였소. 구양천을 죽이는 것으로 그 흥분을 좀 가라앉힙시다.”

“아, 죄송합니다. 련주님의 깊은 흉중을 몰랐습니다.”

만통지는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표정은 찜찜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긁어 부스럼이었지만, 척휘명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더는 진언을 올리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청파검은 섭유청의 소매를 잡았다.

“이 시각에 왜 굳이 만통지에게 맞섰습니까?”

청파검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섭유청은 그를 이끌고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데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전에 구양천과 깊은 원한이 있으니까. 그놈이 다정으로 활약할 때 당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안 와.”

“희한한 놈입니다. 왜 두 개의 직함을 갖고 있었을까요?”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지.”

섭유청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청파검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이번에 그를 만나면 죽이기 전에 천의검법과 건곤여의신공을 빼앗아야 합니다.”

“그렇군. 내공을 잃었어도 구결은 머릿속에 남아 있을 테니까.”

“그리고 무림맹에서 고위직에 있었으니 영약이나 보물도 꽤 될 겁니다. 그건 섭 대인께서 모두 가지십시오.”

“그럼 자네는?”

“전 천의검법과 건곤여의신공을 원합니다.”

“장난하나?”

“그럼 우리 같이 공유하시지요. 그리고 보물과 영약은 섭 대인께서 모두 가지시고요.”

“거부한다면?”

“그럼 혼자 다녀오십시오. 차라리 명령불복종으로 뇌옥에 갇히겠습니다.”

청파검은 단호하게 나왔다.

그는 구양천이란 말이 나왔을 때부터 오직 무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정파의 무공을 익혔던 그였기에 천의검법과 건곤여의신공에 대한 열망은 암흑사련의 누구보다 더욱 컸다.

이리 저리 눈알을 떼구르르 굴리던 섭유청은 결국 청파검의 요구를 수락했다.

만약 성휘가 따라나온다면 청파검 없이 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 무공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건 비밀로 해야 하네. 만약 이 사실이 상부로 보고되면 우린 끝이야.”

“당연하지요.”

청파검은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무림맹 정보루.

부루주 육영서는 매우 놀랐는지 핼쑥해진 표정으로 제갈문현을 찾았다.

“무슨 일인가?”

육영서를 본 제갈문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걸 보십시오. 구양세가에서 온 서신입니다.”

육영서에게서 서신을 받아든 제갈문현은 빠르게 펼쳐 읽어 내려갔고, 이윽고 그의 입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허어, 맹을 떠받들 기둥이 이렇게 쓰러지다니. 참으로 하늘이 야속하구나.”

방안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저, 루주님. 구양천이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떡할까요?”

육영서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제갈문현은 말없이 서신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만나봐야지. 내가 정주현에 다녀와야겠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이제 구양천은 예전의 구양천이 아닙니다.”

“너무 매정하게 굴지 말게.”

“바쁘신 루주님께서 이렇게 행동한다면 다른 이들이 불편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구양천이었다면 이런 대접을 받아도 충분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일반백성일 뿐이지요.”

육영서가 단호히 반대하자, 제갈문현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그럼. 자네 생각은?”

“만나고 싶다면 이리로 부르시지요. 정주현에 다녀오시려면 적어도 보름은 걸립니다. 암흑사련도 문제지만, 사천성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풍검도 골치 아픕니다. 그들이 조용히 있다지만, 만약 루주님께서 자리를 비웠을 때 풍검이 난리라도 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제갈문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육영서의 걱정이 타당하기도 했지만, 한때는 동료였던 구양천에게 너무 매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보를 총괄하는 수장인 제갈문현은 결국 육영서의 만류를 받아들였다.

그에게 구양천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림의 평화였다.

“내가 정보루주인 게 이럴 땐 마음이 아프군. 그를 이리로 부르게.”

“옳은 판단입니다.”

“쯧쯧. 매정한 사람 같으니라고.”

제갈문현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육영서를 물러나게 했다.

홀로 남은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구양천에 대한 추억에 잠겼다.

‘그는 묘하게 화 맹주님을 닮았었어. 무공도 그렇지만, 화끈한 성격도 닮았지. 차기 맹주로 손꼽았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제갈문현의 입에서 다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양천을 잃은 것은 너무 안타까웠다.

‘무공을 잃었으니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릴 텐데. 아니지. 아니야. 이제 구양세가는 하남성의 명문가로 올라섰고, 무력도 강해졌어. 그러니 그의 안전은 보장되겠지. 그리고 무공을 잃은 그를 누가 건들겠는가? 무인의 자존심이 있지.’

제갈문현은 뭉실뭉실 떠오르는 걱정을 애써 꾹 눌렀다.

그러다가 문득 그가 익힌 무공에 생각이 미쳤다.

누군가는 그 무공을 노리고 접근할 수도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안되겠어. 천의검법이나 건곤여의신공이 외부로 유출되면 큰일이다. 회수해야 해. 그럼 어쩐다? 그가 이곳으로 오다가 안 좋은 일이라도 당하면?’

육영서를 매정하다고 탓했던 제갈문현은 더욱 비정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생각을 마친 그는 즉각 여중명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정주현에 다녀오게.”

“정주현이라면···.”

“구양천을 모셔와. 그가 무공을 상실했네.”

“정말입니까?”

여중명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이야. 구양세가에서 서신을 보내왔으니까. 곧 중원에 소문이 퍼지겠지. 자네는 추혼검대를 이끌고 정주현으로 가서 그를 데려오게.”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의 머릿속에 있는 무공구결이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니까.”

“그렇군요. 즉시 다녀오겠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여중명은 즉각 복명하고는 물러났다.

홀로 남은 제갈문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무림맹을 바라보며 음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구양천. 미안하네. 자네는 무림맹에 들어오면 다시는 이곳을 나서지 못할 거야. 어쩌겠는가? 개인적으로 미안하네만, 자네가 익힌 그 무공이 암흑사련이나 풍검 또는 악의 무리에게 흘러 들어가면 안 되니까. 무림맹을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네. 미안하네.”

제갈문현은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호해졌다.

제갈문현은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치고는 이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맹주전으로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