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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100화 (100/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100화

100화. 해북검(海北劍).

신장 초라현.

“도대체 누구시오?”

초라현에서 가장 큰 무림방파를 운영하는 조철삼은 두려운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역시 이 근처에서는 명성을 날리는 무인이었지만, 상대의 무위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쉬워보였는데 상대하면 할수록 마치 물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을 받았다.

“구무자일뿐이오.”

“이제껏 수많은 무인을 지켜봤지만, 대인 같은 분은 처음이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오?”

“약한 듯하지만, 절대 약하지 않소.”

“아직 부족하군. 비무해줘서 고맙소.”

난 정중하게 조철삼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몸을 돌렸다.

“잠깐만.”

“왜 그러시오?”

내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조철삼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혹시 강한 상대를 찾으시오?”

“비무 상대라면 누구라도 좋소.”

“그렇다면 청해성 해안현을 찾아가시오. 그곳에 가면 대인께서 원하는 무인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오.”

“그가 누구요?”

“해북검.”

“호오.”

해북검(海北劍).

청해호는 바다 해(海)를 이름에 넣을 만큼 굉장히 넓은 호수였다.

호수 주변은 높은 산과 그곳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하천, 그리고 그 유역을 중심으로 수많은 새외민족이 마을을 형성하여 살고 있었다.

해북검은 청해호 북쪽 해안현 출신으로 청해성을 대표하는 무인이었다.

전생에서 해북검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와 비무한 적은 없었다.

“해북검이 복수해주길 바라오?”

“부정하진 않겠소.”

조철삼의 표정을 보니 해북검과 꽤 친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알겠소. 그를 만나려면 어찌해야 하오?”

“청해루로 가서 그를 찾으면 만날 수 있소.”

“고맙소.”

난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청해성까지는 꽤 먼 거리였기에 전력으로 경공술을 펼쳤고, 이내 내 몸은 조철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역시 내가 상대할 수 없는 고수였어. 하지만 해북검에게는 안될 것이다.”

조철삼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나와의 비무를 떠올리고는 치를 떨었다.

**

청해성 해안현.

높은 산과 커다란 호수, 강을 따라서 수많은 초지가 형성되었는데 천산과 고비사막으로 이뤄진 신장과는 풍경이 너무 달랐다.

“이곳도 중원과는 많이 다르군. 가옥형태도 그렇고 사람들의 모습도 그렇고. 청해루로 가면 해북검을 만날 수 있다고 하였지. 기대되는군.”

마을로 들어서며 중얼거리자, 목영청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려 퍼졌다.

“요런 여우같은 놈.”

“뭐가 말입니까?”

난 그의 속내가 짐작되었지만, 모른척하며 질문했다.

“감쪽같이 속았구나.”

“전 속인 적이 없는데요.”

“하급 무인들을 상대하는 건 속임수지?”

“아뇨.”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넌 중원무림에서 뼈가 굵었고, 새외무림의 무공에는 익숙하지 못해. 그리고 이번에 천산에서 수련을 하면서 실전경험이 줄었지. 그 상태에서 풍검과 비무할 시간이 다가오니 초조해졌을 것이야. 네놈이 많은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거야. 아니 반드시 이기고 싶었겠지.”

“호오.”

“풍검의 무예는 중원무예와는 근본원리가 다른 낯선 무예인데다가 풍검은 전성기의 너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극강의 고수야. 그러니 내공을 많이 되찾았더라도 고민이 많았겠지. 그래서 생각해낸 게 새외의 강자들과 대련하여 그들의 무예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풍검을 상대할 방법을 찾으려는 거겠지. 내 말이 틀렸느냐?”

내가 대답이 없자 그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새외고수들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면 바로 갔겠지. 하지만 그건 몰랐을 테니, 바닥부터 훑은 거야. 그럼 분명히 새외고수와 연결이 될 테니까. 물론 네 생각보다 빠르게 연결되었지. 어떠냐?”

“지나친 비약입니다.”

“비약은 무슨. 감히 누굴 속이려고.”

목영청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정확한 추리에 난 머쓱해졌다.

이번 여행에 그런 의도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목영청에게 말했듯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고 싶었고, 경험하고 싶었다.

스스로 구무자라 칭하며 비무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것도 전생에서는 해보지 못한 신선한 경험이었다.

결국 목영청에게 반박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말은 반은 맞았으니까.

“그런 의도도 있었습니다.”

“천아.”

“예. 조사님.”

“처음에는 둔탁하고 틀에 얽매여 보였는데, 지금은 훨씬 자유스러워 보이니 차라리 지금이 낫구나.”

“모든 걸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한 건 사실입니다.”

난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목영청과 대화를 나누며 걷다보니 청해루에 도착했다.

청해루란 이름만 들었을 때는 청해성을 대표하는 큰 객잔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청해호를 바라보는 중간 규모의 객잔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점소이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식사를 주문하고 청해호를 바라볼 수 있는 방을 잡았다.

“괜찮군.”

이제까지 수많은 절경을 보았지만, 이런 경치는 처음이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나는 점소이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물어볼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혹, 해북검을 아는가?”

해북검이란 말이 나오자 점소이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바뀌었다가 담담하게 돌아왔다.

“어찌 그분을 찾으십니까?”

“이곳에 오면 그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점소이가 입을 꾹 다물자, 난 부가설명을 이어갔다.

“난 구무자일세. 신장의 여러 문파를 찾아가서 비무했지. 그러다가 초라현의 조철삼과 비무했고, 그가 해북검을 추천해주었다네. 가능하다면 해북검과 비무하고 싶어서 이리 달려왔다네.”

“중원에서 오셨습니까?”

“고향이 그곳이지. 만날 수 있겠는가?”

“그분은 무서운 분이십니다. 괜히 헛된 꿈을 품고 도전했다가 귀한 목숨 버리지 말고 돌아가십시오.”

점소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가려고 하자, 난 그의 손을 잡아 세우고는 은자를 쥐어주었다.

“부탁함세.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지 않은가? 자네는 그저 그에게 전달만 해주게. 설령 그의 검에 찔려 죽더라도 자네를 원망하지 않겠네.”

점소이는 은자와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은자를 꽉 쥐고는 창문을 열었다.

“저 산이 보이십니까? 마치 삿갓을 쓴 것처럼 흰 눈이 덮인 높은 산 말입니다.”

“그래. 잘 보이는군.”

“그 산에 살고 계십니다.”

“허어, 저 산을 다 뒤지란 말인가?”

“일단 그리로 가셔서 남벽촌을 찾으십시오. 어렵지 않을 겁니다. 거기서 계곡을 타고 올라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 고수라면 청해성에서 당해낼 자가 없을 텐데, 어찌 숨어산단 말인가?”

“취향이겠지요. 그럼 저는 이만.”

난 점소이에게 더는 묻지 않았다.

‘해북검도 참 특이한 성격이군. 세상을 피해 숨어사는 절대고수라?’

해북검의 사는 방식이 마음에 와 닿았다.

척무진에게 당하기 전이었다면 ‘저 무위로 왜 궁상을 떨까?’ 하는 생각을 했을 테지만, 이제는 그의 삶을 존중하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씻고, 잠이나 푹 자자.”

“천아.”

“예. 사조님.”

“그가 오늘 밤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어째 그런 느낌이 드는구나.”

“그럼 저야 좋죠. 찾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고.”

“녀석. 씻고 잠을 청하거라. 그리고 밤엔 명상이나 하고.”

“조언 감사합니다.”

목영청이 사라지자, 난 옷을 훌훌 벗고 뜨끈한 물에 몸을 담갔다.

피로가 한 번에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목욕을 마치고 잠시 잠을 청했다가 눈을 떴을 때는 막 어두워지고 있었다.

밖은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로 제법 시끄러웠지만, 난 침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겼다.

새벽녘.

-그대가 나를 찾았는가?

귀를 때리는 전음에 급히 눈을 떴다.

둘러보니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육합전성인가? 좀 다른 느낌인데.”

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대를 나를 관찰하며 전음을 날렸지만, 난 상대의 위치를 모르니 대답할래야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새벽에 크게 소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창문을 열고 점소이가 가르쳐 준 산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슈우우욱.

형형한 눈빛의 장년 무인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북검이오.”

“비무를 찾아 떠도는 구무자입니다.”

“진짜 이름을 말씀해주시겠소?”

해북검의 말투가 정중해졌다.

그는 단번에 숨겨진 내 무위를 파악한 듯 했다.

“그게 중요합니까?”

“내 본능은 그대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중이오. 이제껏 수많은 무인을 만났지만, 그대 같은 무인은 처음이오.”

“천산에서 왔습니다. 풍검의 도움을 받아 무예를 익혔습니다.”

“풍검이라···. 어쩐지 범상치 않더라니.”

“풍검을 아십니까?”

“그와 비무했던 적이 있었소.”

“결과는?”

해북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도 풍검에게 패배했으리라.

“비무를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난 정중하게 해북검에게 부탁했다.

그와 비무하고 대화를 나눈다면 풍검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진짜 정체가 무엇이오?”

해북검은 예리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풍검에게 무예를 배웠다는 것으로 부족합니까?”

“아무리 풍검에게 배웠다지만, 젊은 나이에 이런 존재감을 드러내긴 어렵소. 분명 천산에 오기 전에도 굉장히 뛰어난 고수였을 것이오.”

“비밀을 지켜주신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야 당연히.”

“목진석이오. 한때 천마교주였던 목진석.”

난 신분을 드러내면서 말투를 위압적으로 바꿨다.

해북검의 표정은 홱 바뀌었다.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갑자기 명성을 날리던 천마가 사라져서 의아했어.”

해북검은 혼자 중얼거리더니 다시 질문했다.

“그럼 어째서 풍검을 배우셨소? 또 왜 구무자가 되셨소?”

“내공을 모두 잃었소. 그래서 풍검을 찾아갔소. 이제 대답이 되었소?”

“허허.”

해북검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짓더니, 내게 포권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소. 해북검 청운하요. 목 공의 비무요청을 받아들이겠소. 내일 오전에 남벽촌으로 오시오. 그곳에서 기다리겠소.”

“고맙소.”

나도 정중하게 포권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원하는 걸 얻었구나. 해북검은 네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같은 생각입니다. 적어도 객관적으로 풍검을 평가하고 저와 비교해줄 수 있겠지요. 해북검 말고 다른 고수도 많이 만났으면 좋겠는데.”

“어찌 이런 기특한 생각을 다 했느냐?”

“천산에 왔을 때 석탈수를 만났습니다. 기억하십니까?”

“물론.”

“그는 풍검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지요. 그를 통해 풍검이 주기적으로 중원에 출도한다는 걸 알았고, 그렇다면 가까운 신장, 청해성, 감숙성에 사는 절정고수는 그와 비무했을 거란 추측을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빨리 그와 비무했던 해북검을 만난 건 정말 운이 좋지요.”

“그거야 네 복이지. 해북검이 거절할 수도 있는데 진심으로 비무에 응해줄 것으로 보인다.”

“저도 그 점을 걱정했는데 참으로 다행입니다.”

일이 잘 풀리니 목영청과의 대화는 편하고 즐거웠다.

“잠을 좀 자둬. 네가 절정무인이라 잠을 자지 않아도 피로하지 않지만, 그래도 잘 수 있을 때는 자는 게 좋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잠을 잘 생각이었다.

밤새도록 명상해서 지쳤기도 했으니까.

목영청의 목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자, 난 이불을 펴고 침상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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