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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98화 (98/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98화

98화. 심경의 변화.

“괜찮으시오?”

눈을 떠보니 풍검이 근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은 후,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그리 무식하게 내공수련하는 사람이 어디 있소?”

“어쩌겠소? 갈 길은 멀고 위험은 가까이 다가왔으니 서두를 수밖에요.”

“어떤 상황이었소?”

난 가만히 풍검의 얼굴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극양진기와 극음진기가 충돌하는 걸 그대로 방치했소. 아니 그걸 조장했소.”

“허어, 그 고통을 어찌 감당하려고?”

“덕분에 단전에 새롭게 쌓이는 진기를 얻었소.”

“그걸 벌써 파악하셨소?”

풍검의 얼굴표정에 경악이 서렸다.

그의 표정을 본 나는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목 공께서는 마치 무공을 익히기 위해 태어나신 분 같구려. 그걸 깨닫고 단전에 쌓으려면 적어도 육개월은 지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리고 이런 과격한 방법에도 내상을 입지 않다니. 휴우. 정말 목 공같은 사람은 처음 봤소.”

풍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두 진기가 충돌한 후 단전에 새롭게 쌓이는 진기가 무엇이오?”

“이미 느끼셨을 텐데, 뭘 물으시오?”

“매우 안정된 진기인데 이렇게 하는 게 맞소?”

“제대로 방향을 잡았소. 거듭 말하지만, 이건 목 공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오. 만약 다른 무인이 이 방식을 취했다면 주화입마에 걸려 불구가 되었거나 목숨을 잃었을 것이오.”

“진기 이름은?”

“목 공이 특이한 경우라···. 이름은 목 공께서 지으시구려. 나 역시 이걸 경험한 게 아니라 선조로부터 이런 경우도 있었다고 들은 상황이었소. 그런데 그걸 실제로 해내다니 정말 대단하오.”

듣고 나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풍검의 말뜻을 살피면 이번 수련방법은 성공확률이 대단히 낮다고 볼 수 있었고, 자칫 주화입마에 걸릴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이내 그에 대한 원망은 접었다.

위험은 각오했었고, 어떡하든 빠른 시간 안에 기회를 잡으려고 풍검을 찾아온 건 나였으니까.

지금에 와서 풍검을 원망한다면 바보짓이었다.

“목 공.”

“말씀하시오.”

“이 방법은 매우 위험하오. 이번에는 운이 좋았소. 그러니 이런 급진적인 방법은 지양하고 기존의 방식으로 하시오. 자칫 주화입마에 걸려 모든 걸 잃을까 우려스럽소.”

“그때 풍검께서 구해주십쇼.”

“허어.”

내가 넉살좋게 대답하자, 풍검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정말이지 목 공은 못 말리겠소.”

“최대한 조심하며 운기조식하겠소.”

“나도 최대한 살펴보겠소. 하지만 이번처럼 항상 운이 좋을 순 없소. 신중하시오.”

풍검은 이 말을 끝으로 방을 나섰다.

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차분하게 단전에 쌓여 있는 새로운 진기를 대주천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진기였는데 부드럽고 편안했다.

일주천을 마쳤을 때, 목영청이 나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몸은 어떻느냐?”

“상쾌합니다. 이거 아주 괜찮은 진기로군요. 극양진기를 운용할 때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전화위복이로구나.”

“그런데 혹시···.”

“이놈아. 네가 쓰러졌을 때, 그걸 제대로 돌려놓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

“설마 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까?”

“쯧쯧. 네가 정신이 없구나. 크게 고통스러워할 때 정신을 차리라고 몇 번이나 호통을 쳤다. 그리고 진기운용에 대해 조언을 했고. 넌 정신을 잃기 전까지 내 조언을 따랐기에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었지.”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정중히 감사를 표했지만, 솔직히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만큼 난 위험한 고비를 아슬아슬하게 극복했던 것이다.

“내가 도와줄 테니, 계속해보자. 그러면 예상보다 빠르게 옛 무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는 지옥혈도의 저주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지옥혈도의 극음진기와 천마여의신공의 극양진기가 충돌하여 이런 안정된 진기를 만들다니···정말 세상은 넓고, 무공은 끝이 없군요.”

“그만큼 네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그것만큼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나도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는 말을 듣고 살았지만, 너를 지켜보니 그 말은 네게 딱 맞는 말이더구나.”

“조사님의 칭찬을 들으니 힘이 나는군요. 그럼 조사님만 믿고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끈기와 집념. 이것만 믿고 진행하거라.”

목영청은 이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휴우, 끈기와 집념이라니.”

또 극양진기와 극음진기가 충돌하는 고통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그 결과가 매우 만족스러웠기에 목영청을 믿고 끈기와 집념으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새로운 진기 이름을 뭐로 지을까 잠시 생각했었지만, 곧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지금 작명이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이후로 다시 지옥 같은 나날이 반복되었다.

다만 경험을 되살려 정신을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회피했다.

이개월 후.

단전에는 꽤 많은 양의 새로운 진기가 쌓였다.

이제는 그 양이 극양진기, 극음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난 새로운 진기를 이용해 백회혈을 뚫기로 마음먹었다.

이 정도 양이면 충분했고, 대주천을 하려면 백회혈을 반드시 타동해야 했다.

대주천을 하려는 목적은 단순했다.

보다 빠르게 내공을 쌓을 수 있었고, 어떤 자세에서든지 상시적으로 운기조식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무인이 대주천으로 모든 자세에서 상시적으로 운기조식이 가능한 건 아니었다.

이건 정말 높은 경지였다.

‘뚫자! 뚫어!’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다.

단전에서 일어난 새로운 진기는 혈맥을 타고 올라와 백회혈로 향했다.

척무진과 싸우기 전에 열려 있었던 백회혈은 내공을 상실하면서 다시 닫힌 상태였다.

백회혈을 열어야 대주천을 할 수 있었기에 강력한 의지를 담아 진기를 보냈다.

전생과 현생에서 두 번이나 백회혈을 타동한 경험이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강하게 밀어붙였다.

쿵.

쿵.

진기는 종을 치듯 연속으로 백회혈을 두드렸다.

막힌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몇 번을 두드리자, 뚫릴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매우 조심스럽게 타동을 진행했다.

백회혈을 다치면 불구가 되거나 죽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끈기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대로 몇 년을 방치했다면 백회혈이 완전히 막혀서 뚫는데 크게 고생했을 것이다.

쾅.

백회혈이 일부 타동되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난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금 정신을 잃고 운기조식을 멈춘다면 이제까지 백회혈을 뚫으려고 노력했던 과정이 모두 허사가 될 게 뻔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정신을 더욱 집중했다.

콰쾅.

결국 백회혈이 완전하게 타동되었다.

하루 만에 일어난 성과였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단전의 새로운 진기를 계속 끌어올려 새롭게 완성된 혈맥을 따라 돌리며 대주천을 시작했다.

그대로 놓아두면 뚫어놓은 혈맥도 막히기에 초반부터 확실하게 혈맥을 길들였다.

“휴우.”

눈을 떴을 때는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꼬박 하루가 걸렸군.”

몸은 비명을 질렀지만, 마음은 더없이 상쾌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관절과 근육을 풀고는 물을 마시고 음식을 섭취했다.

백회혈을 타동하고 대주천을 시작했기에, 이제는 상시적으로 어떤 자세에서도 운기조식이 가능해졌다.

방을 나온 나는 빠르게 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오 무렵.

난 천산 꼭대기에 섰다.

칼날 같은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난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천산에서 내려다보니 모든 땅이 발밑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괜찮군.”

난 싱긋 웃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백회혈을 뚫은 이후, 상시적으로 진기를 대주천하고 있었기에 추위나 더위가 나를 괴롭히지 못했다.

요즘은 다른 생각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반드시 무림맹주, 천마교주 등 높은 직위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많이 줄어들었다.

아니 미련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정말 척무진에게 당해 내공을 잃은 이후, 내 심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물론 모두의 뇌리에서 잊힌 후, 시골에서 평범하게 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적어도 세상을 어지럽히는 대악당들은 내 손으로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런 놈들을 용서하고 조용히 살만큼 난 자애롭지 못하다.

아무리 내가 많이 변했다지만, 이것만큼은 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사는 대현에서 모두의 존경을 받으며 살던 방식은 탈피하고 싶었다.

“다시 시작해볼까?”

난 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약간의 공간이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이번에 시도할 방법은 조금 새로운 방식이었다.

새로운 진기를 혈맥을 통해 대주천하면서 동시에 극양진기와 극음진기를 충돌시킬 생각이었다.

풍검이 들었다면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하지만 난 자신 있었다.

꼼꼼하게 연구한 끝에 가능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고통을 겪을 생각을 하니 벌써 아득하군.”

난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고 억눌러 놓았던 극양진기와 극음진기를 조금씩 개방하기 시작했다.

“크흑.”

진기가 부딪칠 때 생기는 고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졌다.

이러다가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지지 않겠다는 오기로 버티고 또 버텼다.

목영청이 말한 끈기와 집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시도는 성공했다.

덕분에 새로운 진기를 더 빠르게 단전에 축적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천산과 고비사막에서의 비율을 정확히 반으로 맞추며 고행을 이어갔다.

육개월 후.

“내가 아는 목 공이 맞소?”

풍검은 헛웃음을 지으며 내 곁에 앉았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내 모습은 상거지나 다름없었다.

예전에는 운기조식을 마치면 깨끗이 씻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천산과 사막을 오가며 운기조식에 매달렸기 때문이었다.

그게 벌써 삼개월째였다.

“내면이 중요한 법이지요. 외면이 뭐가 중요하겠소?”

“헛참. 내공을 되찾으라고 했더니 도를 닦고 있었소?”

“도를 닦는다? 글쎄요.”

“말투까지 완전히 노인네로 변했군요. 진전은 있소?”

“새로운 진기가 완전히 단전에 자리 잡았고, 극양진기와 극음진기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소.”

“축하하오. 그런데 아직도 작명하지 못했소?”

“작명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래도 그렇지. 쯧쯧. 음양진기 어떻소? 서로 다른 극성의 기운이 합쳐서 조화로운 진기가 되었으니까.”

“아무려면 어떻소.”

난 옅은 웃음을 지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지금만큼 편안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남들보다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았었다.

요즘에는 그걸 떨쳐냈다.

그렇기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편안함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거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데.”

풍검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우리 육개월 후에 비무합시다.”

“비무라? 이미 명리종을 이겼으니 선대에서 만들어 놓은 금제는 깨졌을 텐데요.”

“이건 순수한 무인의 호기심이오. 목 공께서는 내 예상을 완전히 넘어섰소. 지든 이기든 한번 붙어보고 싶소이다.”

“그러지요. 그럼 육개월 후에 뵙겠소.”

난 담담하게 대답했다.

풍검은 더는 말하지 않고 나와 함께 고비사막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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