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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88화 (88/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88화

88화. 요동치는 무림-1.

난주현.

천마교가 거창하게 부활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천마교주가 암흑사련주를 죽이면서 무림은 크게 요동쳤다.

특히 암흑사련이 두려워 천마교 후예임을 숨겼던 천마교인들이 속속 난주현으로 합류했다.

그 중에서 삼 할에 해당하는 무인은 놀랍게도 정파무림소속이었고 심지어 무림맹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만큼 천마교의 후예들은 너무 오랜 시간동안 방치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잊고 살았던 것이다.

교주전.

‘휴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군.’

한번 기능을 상실한 단전은 그간의 노력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단전은 깨끗할 만큼 텅 비어 있었다.

답답하여 목영청과도 몇 번이나 대화하며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역시 처음 겪는 비사에 당혹스러워했을 뿐이었다.

“교주님.”

“들어오시오.”

명리종은 정중하게 예를 갖추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난 일부러 어두웠던 표정을 밝게 폈다.

“단전은 어떻습니까?”

“똑같소.”

명리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하자, 난 씁쓸한 웃음을 띄며 대답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셔야 합니까?”

“그 상황만은 피하고 싶소. 그래서 방법을 찾는 중인데 쉽지 않구려.”

“교주님. 영약을 복용하면 짧은 시간에 내공을 급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난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영약을 복용하여 내공을 늘리는 분야는 내가 최고의 전문가다.

나 역시 그 부분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건 쎄한 느낌 때문이었다.

‘영약을 잘못 복용했다가는 단전이 완전히 망가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그 이야긴 그만합시다.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 무림상황은 어찌 돌아가고 있소?”

그간 경황이 없어서 신경 쓰지 못했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궁금했다.

척무진을 죽인 지도 벌써 한 달이나 흘렀으니, 무림맹도 이 정보를 알고 대처했을 것이다.

비록 사람이 움직인다면 무림맹에서 난주현까지 족히 보름은 걸리겠지만, 전서구를 이용하면 2~3일이면 가능했다.

“요즘 무림맹은 물 만난 고기와 같습니다.”

“자세히 말씀해보시오.”

“산서, 섬서성, 사천, 광서, 광동성을 제외하고는 무림맹이 모조리 장악했습니다.”

“허어, 무림맹이 사실상 중원 요지를 모조리 되찾고, 암흑사련은 외곽으로 밀려났구려.”

“그렇습니다. 예전에 화운룡이 맹주로 재임했을 무렵의 상황과 유사합니다. 사실 이 모든 건 교주님 덕분이죠.”

“자세히 말씀해보시오.”

대충 짐작이 갔지만, 자세히 듣고 싶어서 질문했다.

“암흑사련주의 죽음이 알려지자마자 무림맹은 대대적으로 그걸 선전했습니다. 현재 무림에서 가장 방대하고 체계적인 조직을 갖춘 곳이 무림맹입니다. 덕분에 중원에 삽시간에 퍼졌고, 그곳의 암흑사련지부들은 대부분 항복하거나 도주했습니다.”

“항복해봐야 별로 대접받지 못했을 테니, 그들의 근거지인 산서나 섬서성으로 도주했겠구려.”

“정확합니다. 일단 척무진이 죽으면서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으니까요. 그게 가장 큽니다. 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괜찮소. 말씀하시오.”

“저들은 척무진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그가 난주현으로 이동하고 얼마 뒤 맹 내부의 첩자를 잡아들이고, 타격대를 이용해 주변의 암흑사련지부를 공격했습니다. 암흑사련 본련의 정보통제는 강력한데, 어떻게 그리 빨리 알았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무림맹이 대단하구려.”

난 웃고 말았다.

내가 청을 통해 꾸준히 정보를 전달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걸 명리종에게 어찌 말하겠는가?

동시에 속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무림맹의 선전이 매우 기쁘면서도 경계심이 부쩍 들었다.

무림맹에서 내 위치는 척사검대주에 불과했지만, 천마교에서는 교주신분이었다.

척무진을 죽이고 천마교의 세력이 감숙, 신장, 청해성에 이르면서 교세가 확장되자, 만인지상의 교주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실감났다.

‘기가 막히군. 전생과 현생에서 오직 무림맹의 안위를 위해 평생을 바친 나인데. 이런 작은 성취에 기뻐하여 무림맹에 서운한 감정을 갖다니. 말도 안 돼.’

고개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그럼에도 한번 떠오른 천마교주에 대한 만족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무림맹은 각종 견제장치가 많아서 맹주에 올랐어도 항상 긴장해야 했는데, 천마교주는 무림맹에 비하면 견제장치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긴 무림맹주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비롯한 정도무림의 연합체의 수장이었고, 천마교주는 천마교의 신적인 존재였으니 직접 비교하는 게 어리석은 일이다.

난 천천히 고개를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또 있소?”

“예. 이게 곁가지일지 모르겠는데, 무림맹에는 구양천이란 뛰어난 고수가 있었습니다. 그가 요 사이에 화제의 중심에 선 다정이란 무인과 동일인물이라는 소문까지 있습니다.”

“잘 알고 있소. 문제가 있소?”

“그가 실종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에.”

“그게 무슨···.”

실종이라니?

당황스러웠다.

‘아, 제갈문현이 나를 위해 그런 조치를 내렸나보군. 내가 신장으로 간 후, 간간히 소식을 전해오니 이런 소문을 내서 빨리 돌아오라고 압박하는 것인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실종이야 내가 다시 나타나면 해결될 일이었다.

척사검대를 해체하지 않는 이상 무림맹에서 내 위치는 확고할 테니까.

특히 제갈문현을 믿었다.

“그것뿐이오?”

“그렇습니다.”

“왜 그런 소문이 났다고 생각하시오? 그리고 구양천은 지금 뭘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시오?”

“글쎄요. 그에 대해서는 무림맹에서도 엄중하게 처리하는지라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맹 수뇌부와 구양천의 사이가 틀어졌고, 그래서 구양천이 맹을 나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겠구려.”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꾹 참았다.

“현재 교세는 어떻소?”

슬며시 대화주제를 바꿨다.

“새롭게 합류한 무인만 백 명이 넘습니다. 이제 막 천마교의 부활이 시작되었음을 알렸으니, 이는 굉장한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합류하는 무인은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총관만 믿겠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보고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리종은 그 외에도 여러 사항을 보고하고 교주전을 물러났다.

홀로 남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공실로 들어섰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나는 차분하게 천마여의신공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단전에서 쌀 알 만한 크기의 진기가 형성되어 천천히 혈맥을 돌기 시작했다.

매우 느린 움직임이었기에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꾹 참고 끝까지 돌려 일주천을 완성했다.

“일주천하는데 두 시진이나 걸리다니. 초보도 이런 초보가 없군.”

헛웃음이 나왔다.

무의 극의를 터득했기에 설령 단전이 비었더라도 빠르게 회복시킬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었다.

분명 어떡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있는데 그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지옥혈도의 저주인가? 하지만 절대로 지지 않겠다. 이제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이겨낸 나다. 전생에서 집념과 노력으로 맹주에 올랐지 않은가?’

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현 상황이 실망스러웠지만, 반드시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

장안현 암흑사련.

척무진이 죽음이 알려진 지 벌써 20여 일이 지났다.

암흑사련은 척무진의 죽음을 계기로 중원지부의 무인을 산서, 섬서로 불러들였고, 무림맹과 싸움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무림맹 역시 암흑사련의 근거지인 산서, 섬서를 비롯한 중원외곽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무림은 겉으로 보기에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총령산.

혈천교의 본산으로 혈교주가 머무르는 곳이었다.

척무진이 백마산에서 거주하면서 종종 총령산에 들러 혈교주를 만났었다.

혈교주전.

넓은 교주전은 혈교주와 척휘명이 마주앉아 긴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런 진척이 없습니까?”

“이 사람아, 이혼대법을 시행하려면 숨이 끊어지기 전에 데려와도 될까 말까해.”

혈교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척휘명은 척무진의 죽음을 알자마자 곧바로 암흑사련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곧바로 척무진의 시신을 들고 총령산을 찾았다.

그게 이십여일 전이었다.

혈교주는 처음에 척무진의 죽음을 믿지 않았지만, 그의 시신을 확인하고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이후 척무진을 다시 부활시켜달라는 척휘명의 요구에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했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가장 가능성이 큰 방법이 이혼대법이었다.

척무진의 혼을 다른 무인의 육체에 옮기는 방법이었는데, 문제는 그가 살아있어야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럼 이대로 련주님을 떠나보내야 한단 말입니까? 무림맹이 조용히 있지만, 중원을 안정시키면 곧장 이곳을 공격할 겁니다. 련주님이 없는 이 기회를 저들이 놓칠 리가 없을 테니까요.”

“소련주께서 막으면 되지 않나?”

척휘명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가능하다면 암흑사련주에 올라 암흑사련을 틀어쥐고 무림맹에 맞서고 싶었다.

하지만 구양천과 싸움에서 된통 당하고는 현실을 인식했다.

그의 무위가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특급이 아니란 것을 인식했다.

구양천에게 패배한 이후, 천마교주는 물론이고 무림맹주 양천린도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양천린 쯤이야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도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저는 어떡하든 암흑사련을 살려야 합니다.”

“흐음.”

혈교주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가 입을 열었다.

“강해지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하나야.”

“말씀하십시오.”

“지옥혈도를 받아들이게.”

“지옥혈도를요?”

척휘명은 기겁했다.

그 역시 무공성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파무인이 아니었기에 생각도 그리 고루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옥혈도만큼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가 알기로 척무진은 일천이 넘는 동남동녀에게서 진기를 흡수하여 지옥혈도를 익혔다.

“왜? 찜찜한가?”

“익히는 방법이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이건 흉악하다는 말조차도 부끄러울 지경인 무공이지. 하지만 자네가 획기적으로 강해지려면 이 방법 밖에는 없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말해보게.”

“련주님께서는 삼십년 넘게 고련해서 지옥혈도 십일성을 성취했습니다. 그럼에도 천마교주에서 패배했지요. 제가 지금부터 준비한들 련주님을 뛰어넘을 수 있겠습니까? 또 천마교주를 이길 수 있을까요?”

“그건 말이야.”

혈교주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손가락으로 서탁을 두드렸다.

“뭡니까?”

“하여간 급하긴. 쯧쯧.”

혈교주는 혀를 차고는 입을 열었다.

“천마교주는 련주와의 싸움에서 치명적인 중상을 입었어.”

“그, 그럴 리가요.”

“내가 천마교주였다면 련주를 죽인 이후에 그곳에 있는 무인들을 모조리 죽였을 걸세. 후한을 남겨두는 건 미련한 짓이니까. 또 천마교주라면 그 정도 독심을 갖고 있을 테고. 또.”

“또요?”

“지옥혈도가 어떤 물건인지 알 테니, 그걸 빼앗거나 부쉈어야지. 그런데 천마교주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겨우 신장, 감숙, 청해는 내 땅이다. 이러고 말았지. 이상하지 않은가?”

“그, 그렇군요.”

“그는 중상을 입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섭유청을 비롯한 멍청이들이 거기에 속아서 급히 도망친 것이지. 쯧쯧. 지옥혈도는 상대 무공을 파훼하는 아주 무시무시한 무공일세. 척전숭 조사께서 천마교를 무너뜨리려고 작심하고 만든 무공이야. 지금쯤 천마교주는 단전이 비었을 거야.”

“그게 말이 됩니까?”

“지옥혈도니 가능한 일이지. 지옥혈도는 오직 천마교를 무너뜨리기 위해 창안된 무공이니까. 자네는 그 무궁무진한 묘용을 아직 몰라.”

“그럼 련주님은 어찌 그리 허무하게 당했을까요?”

“그는 지옥혈도를 항상 의심했지. 지옥혈도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저항했어. 그래서 그토록 오래 고련하고도 십일성에 머물렀어.”

“지옥혈도에 혼을 빼앗기면 광기어린 살인마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해봐야 알지.”

혈교주는 할 말을 다했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척휘명은 여러 번 안색을 바꾸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도와주십시오. 반드시 지옥혈도를 대성하여 천마교의 무리를 지상에서 없애버리겠습니다.”

“잘 선택했네.”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허.”

척휘명이 포권하며 고개를 숙이자, 혈교주는 평범한 할아버지처럼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극도로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척휘명을 응시했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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