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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83화 (83/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83화

83화. 기호지세(騎虎之勢)-2.

천령산.

장안현의 남쪽에 위치한 산으로 장안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저기가 암흑사련입니다.”

명리종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흐음.”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상해. 암흑사련주가 지옥혈도를 익히고 있다면 그에 맞는 사악한 기운이 감돌아야 하는데.”

“전혀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아니오. 제법 사악한 기운이 강하긴 하지만, 느낌상 지옥혈도의 기운은 아니오. 분명 암흑사련주는 지옥혈도를 상당 수준으로 익혔을 것이오. 그럼 그에 걸맞은 강력한 사기가 흘러나와야 하는데.”

내가 고개를 흔들자, 명리종은 속으로 크게 경악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산에서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믿어지지 않소?”

“솔직히 그렇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론···.”

명리종은 조심스럽게 말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이런 부분이 교주에 대한 불경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기운이라지만 멀리서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내가 특이한 경우였다.

전생에서 평생을 바쳐 사마외도를 상대했고, 암흑마교, 사황련, 흑도련, 혈천교의 수뇌부를 무너뜨렸고 무의 극의를 깨달은 나였기에 가능했다.

물론 명리종은 그걸 알 리가 없으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걸 말해줄 수도 없고.

“내가 감각이 아주 뛰어난 편이오. 그리고 천마여의신공을 십일성까지 익히고 나니 그런 감각이 더욱 예리해졌소.”

“그렇군요.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소. 앞으론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시오. 천 년 만에 다시 천마교를 부흥시키는 만큼 우리 사이에 벽이 생겨서는 곤란하오.”

“벽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교주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라야지요.”

명리종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흑철호가 암흑사련으로 들어갔으니, 곧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그 전에 알아차렸으면 좋겠는데.”

내가 아쉬움을 표하자, 명리종이 묘안을 냈다.

“만약 암흑사련주가 정예무인을 이끌고 난주현으로 이동한다면 분명 그 사악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일정한 시간을 두고 련주의 처소를 습격하는 게 어떻습니까? 빠르게 처리하고 지름길로 빠르게 경공술을 펼쳐 이동한다면 저들보다 빠르게 난주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명리종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암흑사련주 혼자 이동한다면 말도 안 되는 작전이겠지만, 그가 이끄는 정예무인들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련주가 지옥혈도를 놓고 갈까요?”

“아마 가져갈 것이오. 내가 원하는 건 그가 무공을 연마한 연공실로 가서 기운을 느껴보고 싶어서요. 그는 천마의 무공을 아는데, 나는 지옥혈도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그걸 바탕으로 지옥혈도를 상대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오. 생소한 무공을 상대하는 것만큼 피곤한 일은 없으니까.”

지옥혈도는 생소하고 매우 강력할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난 가슴한구석이 답답해졌다.

그렇기에 명리종과 함께 은밀하게 흑철호의 뒤를 밟아 장안현까지 온 것이다.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분명히.’

난 이곳에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다음날 새벽녘.

피곤하여 잠시 잠을 청하고 일어났을 때, 명리종이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어린 남녀 열 명 정도가 백마산으로 향했습니다.”

“어린 남녀?”

“예. 워낙 멀어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성인은 아니었습니다. 순순히 따라가는 모습이었고, 반항의 흔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지옥혈도가 사악한 무공이니, 혹시 사람을 제물로 삼지 않을까 싶어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군. 어린 남녀 열 명이 산으로 이동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처절한 한이 서린 지옥혈도.

그렇다면 사람을 제물로 하는 흉악한 무공일 가능성이 컸다.

“어디가 백마산이오?”

“저기 암흑사련 남쪽에 위치한 산입니다.”

명리종은 경치가 빼어난 아름다운 산을 지목했다.

“사악한 기운이 전혀 흘러나오지 않는군.”

“만약 암흑사련주가 사람을 제물로 삼는 극악무도한 무공을 익히고 있다면 그 기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사술을 썼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군.”

내가 무릎을 탁치며 일어서자, 명리종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따라 일어섰다.

“설마 백마산으로 가시려고요?”

“그렇소. 조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백마산은 적지입니다. 련주와 정예무인이 빠져나갔을 때를 기다려 백마산을 수색해도 늦지 않을 텐데요.”

“내게 생각이 있소.”

“그럼 이걸 가져가십시오.”

명리종은 호각을 내밀었다.

“이게 효과적입니다. 위험에 처하면 불으십시오. 제가 돕겠습니다. 거치적거리진 않을 겁니다.”

“명 총관이 돕는다면 환영이지요. 고맙소.”

난 정중하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명리종을 불러들일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 조심하다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내가 도망치기로 마음먹는다면 천하의 암흑사련주라도 어쩌지 못하리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귀혼검을 명리종에게 맡긴 후, 최대한 기운을 죽이며 천령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을 내려왔을 때는 아침이었다.

가까운 포목점에 들러 평범한 의복을 구입하여 갈아입고 진기를 억누르고 눈에서 힘을 빼자 영락없는 낙척서생의 모습이 되었다.

천마검을 숨기자, 조금도 무인의 기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천마검이면 충분해. 단검이지만, 그간 수련을 많이 했으니까.’

백마산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경공술을 사용하지 않고 걸으려니 답답했지만, 백마산에 련주 척무진의 연공실이 있다면 주변을 샅샅이 경계하고 있을 테니 불필요하게 그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

백마산 중턱.

암영은 두려움에 벌벌 떠는 열 명의 동남동녀를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게 뭐하는 짓일까?’

이제까지 척무진을 모시면서 한 번도 후회하지 않은 암영이었다.

하지만 척무진이 지옥혈도를 본격적으로 수련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제물로 바쳐졌고, 그때마다 암영은 우울해졌다.

수련이 거듭되면서 척무진의 무위는 급격하게 올라갔고, 성격 또한 난폭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휴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암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화운룡이 척무혁을 죽이고, 무림맹이 암흑마교를 멸문시키면서 척무진과 무림맹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지간이 되었다.

그렇기에 지옥혈도의 부작용을 뻔히 알면서도 암영은 척무진을 말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돕고 있었다.

동남동녀를 동굴 안으로 데려다 주고 밖으로 나왔을 때, 쥐어짜는 듯한 비명이 안에서 울려나왔다.

암영은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비명은 길지 않았다.

곧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지만, 암영은 여전히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어느새 나타난 척무진이 암영의 두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귀에서 떼 주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내가 미친 짓을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복수를 할 수 없어.”

“이해합니다.”

“고맙네.”

“대성···했습니까?”

“십일성에서 막혔어. 지옥혈도가 더는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아.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암영은 척무진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명리종은 충분히 죽일 수 있겠지. 암연혈뢰장이 대단하다지만, 지옥혈도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니까. 이번 기회에 천마교 후예들을 모조리 쓸어버려야겠어.”

“이 세상에 련주님의 적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척무진은 대답하지 않고 먼 하늘을 올려다 보다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손으로 화운룡의 목을 비틀어 죽였어야 했는데.”

혼잣말이었기에 암영은 못들은 척 가만히 시립해 있었다.

“다녀올 테니, 자네는 이곳을 지키게. 누구도 이곳에 들어오면 안 돼.”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암영은 비장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척무진의 이런 연공방식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암흑사련의 위상은 크게 추락할 것이다.

아무리 거친 밥을 먹고 사는 사파의 무리라지만, 척무진의 수련방법은 도를 넘어섰기에 전 무림인의 공분을 살 게 분명했다.

척무진은 암영을 어깨를 두드리고는 산을 내려갔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암영은 평상에 털썩 앉았다.

암흑사련.

척무진이 나타나자,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척무진은 선발한 정예무인 일백 명을 확인한 후에 척휘명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내가 없는 동안 이곳을 사수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무림맹이 지부를 공격하면 가까운 곳은 지원하고 멀리 떨어진 곳은 포기하라. 천마교를 무너뜨린 후에 천천히 되찾아도 되니까.”

“알겠습니다.”

“믿는다.”

척무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여 척휘명에게 신뢰를 보내고는 정예무인 일백을 이끌고 서쪽으로 출발했다.

모두 정예고수였기에 경공술을 펼쳐 이동했지만,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뛰어난 무위를 갖췄다고 해서 모두 경공술의 대가는 아니었고, 이 중에는 뛰어난 무위에 비해 빈약한 경공술을 갖춘 이도 있었다.

물론 빈약한 경공술일지라도 경공술의 대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진다는 거지, 일반 무림인에 비하면 굉장히 빨랐다.

**

백마산.

암영은 척무진 일행이 서북쪽으로 향하는 걸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속도라면 난주현까지 열흘은 걸리겠는데. 경공술 연마에 신경을 쓰라니까···그저 검과 도만 휘두르면 끝인 줄 아니. 쯧쯧.’

암영은 커다란 체구로 대도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무인을 비난했다.

하지만 그 비난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슬쩍 동굴 쪽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날 저녁.

어둠이 살짝 내려앉았을 무렵.

평상에 누워있던 암영이 벌떡 일어섰다.

‘뭐지? 이 더러운 기분은?’

바닥부터 올라오는 섬뜩한 기분에 암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부 현 상황 보고해!

급히 전음으로 명령을 내렸다.

-일호. 이상무.

-이호. 이상무.

그의 부하들은 즉각 보고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보고는 칠호까지 이어진 후 멈췄다.

사고가 터졌다는 걸 직감한 암영은 팔호가 지키고 있는 관문으로 경공술을 펼쳐 내려갔다.

-일호부터 칠호까지 모두 팔호관으로 모여! 어서!

슈우우우욱.

슈우우우욱.

암영을 비롯한 무인들은 팔호관이 위치한 백마산 중턱에 다다르고는 경악하여 멈춰 섰다.

“네, 네놈은 누구냐?”

이미 팔호, 구호, 십호는 절명한 상태였다.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왔으니 십일호부터 이십호도 모조리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야 낌새를 눈치 챘다니.

암영은 소름으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나를 몰라? 암흑사련도 별거 아니었구나.”

“역용했는데 어찌 안단 말이냐?”

“그렇기도 하군. 우리사이에 인사는 필요 없을 테고. 그럼 시작하지.”

말이 끝나는 순간 괴인이 움직였다.

눈으로 쫓기 어려운 속도였고, 강력한 무위였다.

“컥.”

“크흑.”

순식간에 세 명의 부하가 목을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놈!”

암영이 급히 달려들었지만, 괴인은 적당히 그를 상대하는 한편 그의 부하들을 처리해나갔다.

단검으로 암영의 공격을 막아내며 지공을 펼쳐 부하를 죽이는 모습은 무의 신으로 보일 정도였다.

“이, 이럴 수가.”

암영은 좌절감에 몸을 떨었다.

세상에서 척무진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앞의 괴인은 절대 척무진의 아래가 아니었다.

“누구냐?”

“어차피 네놈은 죽을 테니, 알려주지. 내가 바로 천마교주야.”

순간 빠르게 움직이더니 그대로 암영은 마혈과 아혈을 찍히며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흠, 백마산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해. 이렇게 철통같이 지키는 것도 그렇고, 문제가 생기자 이런 놈들이 튀어나온 걸 보아 이곳에 척무진의 비밀 연공실이 있는 게 틀림없어.”

팍. 팍.

천마검을 몇 번 휘두르자 땅이 크게 파였다.

난 죽은 무인들을 땅속에 묻고 흙을 덮은 후, 암영을 옆구리에 끼고 백마산을 치고 올라갔다.

“이곳이군.”

암영을 데리고 백마산 중턱에 위치한 모옥으로 들어섰다.

그를 평상에 눕히고는 가만히 눈을 감고 기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사기가 극에 달했어. 어떤 술법을 통해 사기가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워낙 사기가 강력해서 그걸 뚫고 나오고 있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수련했길래 이런 사기가 흘러나온단 말인가?’

궁금증이 일었다.

당장 모옥을 수색하여 알아내고 싶었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암영에게 다가가 아혈을 풀어주었다.

“아는 대로 말해봐.”

“내가 말할 것 같나? 차라리 죽여라.”

“흐음.”

암영의 강한 의지를 확인한 나는 방법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런 자는 고문을 해봐야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는 입을 열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전생에서 수많은 사마외도 무리를 상대하면서 그들을 연구했고, 그들의 습성을 배웠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무공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내 눈을 봐라.”

괴이한 목소리에 암영은 흠칫했다.

이미 마혈을 찍힌 상태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는 붉은색으로 일렁이는 내 눈을 보고는 경악성을 터트렸다.

“혈목심안술?”

암영은 기운이 쭉 빠졌다.

혈목심안술은 일종의 최면술이었는데, 내공이 강할수록 더욱 강력한 효력을 발휘했다.

암영은 버티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공의 현격한 차이만을 경험했고 그의 정신력은 급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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