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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82화 (82/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82화

82화. 기호지세(騎虎之勢)-1.

“한눈팔지 마라.”

“알겠소.”

뒤에서 들려오는 호통에 흑철호는 움찔하고는 전력을 다해 경공술을 펼쳤다.

그럼에도 뒤를 따라오는 극립은 여유로웠다.

극립이 흑철호보다 내공이 반갑자 정도 앞섰는데, 이 정도로 확연하게 주도권을 쥔 것은 암흑사련 난주지부가 무너지면서 흑철호가 정신적으로 극심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 상태로 가면 장안까지 얼마나 걸리지?”

“한 오일은 족히 걸리오.”

“좋아. 장안현까지만 따라 가주지. 그 사이에는 쉴 생각은 말아.”

“알겠소.”

흑철호는 의기소침한 상태로 대답했다.

장안으로 달려가는 그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 찼다.

극립에 대한 두려움은 애초에 없었고, 어떻게 해야 살아남아 예전과 같은 영화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과연 본련에서 나를 용서해줄까? 천마교가 워낙 강력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면 통할지도 몰라. 본련에서도 천마교의 움직임을 굉장히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최악의 경우라도 강등되는 선에서 그칠 거야. 난주현을 나만큼 잘 아는 이도 드무니까. 그리고 천마교의 실체를 내가 아니까.’

흑철호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망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산속에 숨어서 쥐 죽은 듯이 살 생각이라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흑철호는 그렇게 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암흑사련에서 천마교를 무너뜨리면 다시 기회가 오리라 생각했다.

지부장에 다시 임명되지는 않겠지만, 낮은 직위라도 받으면 다시 위로 올라갈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이 흑철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좋으냐? 미친놈.”

흑철호는 희망을 품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가 사라졌는데 극립은 그걸 놓치지 않고 욕설을 퍼부었다.

“거 너무한 거 아니오?”

“이 새끼가. 그래서 한판하자고?”

“미안하오.”

대들었다가 구타당할 것같자, 흑철호는 결국 꼬리를 내렸다.

물론 지금 싸울 기분도 아니었다.

“가자.”

극립도 흑철호와 드잡이 질하는 게 귀찮았는지 더는 그의 신경을 긁지 않았다.

그 시각 신장 온숙현 무림맹 안가.

전서구가 날아들자, 청은 재빨리 전서구 발목에 부착된 작은 통에서 서신을 꺼내 펼쳤다.

깨알 같은 작은 글씨를 본 그녀는 반가움에 굳었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녀는 재빠르게 암호문을 읽어 내려갔다.

“세상에.”

“무슨 일이오?”

안가를 책임지고 있는 조문석이 급히 물었다.

“암흑사련 난주지부가 멸문했어요. 즉시 맹에 알려야 해요.”

“이럴 수가? 도대체 누가?”

“그건 몰라요.”

“혹시 암흑사련에서 우리를 속이려고 거짓정보를 흘린 것이라면···.”

조문석이 급히 다른 의견을 내었지만,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이런 거짓정보를 흘려 암흑사련이 얻을 이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주현은 완전한 암흑사련의 세력권이었으니 이런 거짓정보를 흘린다는 건 오히려 그들의 이미지만 실추시키는 결과였다.

“정보출처가 확실해요.”

청은 단호하게 대답하여 조문석이 더는 의구심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는 급히 암호문을 최대한 간결하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암호체계는 오직 정보루의 핵심인원만 알고 있었기에 조문석은 그녀가 어떤 내용을 기록하는지 알지 못했다.

워낙 중요한 보고였기에 공을 들여 암호문으로 작성한 후, 돌돌 말아 전서통에 넣은 후 전서구를 날렸다.

‘제발 무사히 돌아오셔야 할 텐데.’

전서구를 날린 청은 구양천을 걱정하며 난주현 쪽을 바라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난주현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구양천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무림맹 정보루.

청이 보내온 암호문을 해석한 육영서는 급히 제갈문현을 찾았다.

“무슨 일인가?”

“이걸 보십시오. 암흑사련 난주지부가 멸문되었습니다.”

“난주지부가?”

전혀 예상치 못한 정보였기에 제갈문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출처는?”

“척사검대주입니다.”

“그럼 믿어야지. 천마교가 무너뜨렸는가?”

“그렇습니다.”

“흐음.”

제갈문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암흑사련이 흔들릴 때를 대비하여 여러 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천마교가 난주지부를 무너뜨리는 건 그 방안에 없었다.

“자네 생각을 말해봐.”

“분명 암흑사련에서는 난주현으로 정예고수를 보낼 겁니다. 특히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암흑사련주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장안현에서 암흑사련의 정예부대가 움직였다는 보고가 들어오면 계획대로 중원의 암흑사련지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야 합니다.”

제갈문현은 육영서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세작들이 암흑사련에 이 사실을 알릴 걸 걱정하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언제 보고되느냐 그 차이일 뿐 분명 이 내용은 보고될 게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세작이 수두룩하니까요.”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네. 분명 암흑사련에서 알아차릴 테지.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제갈문현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천마교가 난주지부를 멸문시켰어. 암흑사련에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일이지. 만약 우리가 암흑사련지부를 공격하는 걸 알아차린다면 그때는 그들의 타격대가 꽤 많이 이동한 후이겠지. 그 상황에서 어떡할까?”

“진퇴양난이겠군요.”

“그렇지. 회군한다면 장안 서쪽, 북쪽의 지부들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 천마교에 의해 지부가 무너졌는데 본련이 돌보지 않는다면 그들은 불안해할 테니까. 하지만 회군하지 않고 공격받는 지부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중원의 지부가 불안해하겠지.”

“그럼 루주님께서는 저들이 어느 쪽을 선택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난주현을 타격할 거야. 이유를 알겠는가?”

육영서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장안서쪽과 북쪽은 그들의 세력권이고, 중원은 확실한 세력권이라 볼 수 없으니까요. 본거지를 내줄 수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렇지. 이곳이 불안해지면 그때는 암흑사련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돼. 확실한 우군을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네. 이건 무림맹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네. 이번에 확실하게 암흑사련의 중원지역 거점을 무너뜨려야 해. 그리고 의심나는 자들을 잘 감시하게.”

“잘하면 세작들을 잡아낼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꽤 잡아낼 수 있을 거야. 구파일방, 오대세가에도 그렇게 연락하게. 거기도 있을 확률이 높아.”

“예. 알겠습니다.”

제갈문현은 지필묵을 꺼내어 일필휘지로 명령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간결하게 여러 장의 명령서를 작성한 그는 육영서에게 넘기며 당부했다.

“적당히 흘리게. 이건 암흑사련주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예. 루주님.”

육영서는 신중한 표정으로 복명했다.

그동안 이 문제를 어떻게 처결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제갈문현과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었다.

그렇기에 육영서의 얼굴에는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마저 깃들었다.

“냉정하게. 자네 너무 경직되었어. 자네가 모두를 해결한다고 생각하지 말게. 나도 그렇고. 무림맹 전체가 움직여서 해결하는 일이야. 알겠지?”

“예. 루주님.”

제갈문현은 육영서를 다독여 긴장을 풀어주었다.

**

제갈문현이 바쁘게 움직일 무렵.

흑철호는 홀로 장안에 도착했다.

극립은 장안현이 눈에 들어오자 사라졌다.

“썩을 놈의 새끼.”

흑철호는 욕설을 내뱉으며 침을 퉤하고 뱉었다.

그동안 갈굼을 당했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기에 그는 묵묵히 발걸음만 재촉했다.

암흑사련.

“자네가 여긴 웬일이야?”

만통지는 흑철호를 보고는 눈만 끔뻑거렸다.

흑철호가 본단에 오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상거지꼴로 나타났으니 만통지는 의아했던 것이다.

“죽여주십시오.”

“일어서게. 이 사람아.”

만통지는 급히 흑철호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흑철호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앉히고는 상세히 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천마교의 기습을 받았습니다.”

“허어, 천마교가? 천산에 있을 놈들이 어째서 난주현에?”

만통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 흑철호의 교활한 눈빛이 반짝했다가 사라졌다.

“저 역시 천마교는 천산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난주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면 준비했겠지요.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새벽녘에 기습을 당하니 속수무책이더군요. 더군다나 그곳에는 교주까지 나타났습니다.”

“교주?”

“예. 명리종이라는 늙은이였는데 굉장한 고수였습니다. 제 검은 한 손으로 움켜잡았는데 움짝달싹 못하겠더군요. 실로 무시무시했습니다.”

“수라소수마공 말고 그런 무공이 있단 말인가?”

“암연혈뢰장이라 하더군요.”

만통지는 처음 듣는 무공이었다.

“또? 인원은?”

“야간에 기습을 당해 정확히 파악하긴 어려우나 오십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모두 일당백의 고수들이었습니다.”

흑철호는 살았다는 생각이 들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진실에 약간의 과장을 섞고, 불리한 부분을 빼며 보고를 이어갔다.

만통지는 천마교의 무공, 인원, 능력 등에 관심이 컸지 흑철호나 난주지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근신하고 있게. 아무리 불가항력적이었다지만, 난주지부 붕괴의 책임을 온전히 모면하진 못할 걸세.”

“죽여주십시오. 크흑.”

흑철호는 바닥에 엎드려 통곡했다.

그간 극립에 억울하게 당했던 부분을 떠올리자, 눈물이 절로 솟구쳤다.

가증스러운 흑철호의 연기에 만통지는 그저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급히 척휘명을 찾았다.

척휘명은 만통지의 보고를 받고는 아무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이상하군요. 천마교가 야간에 기습을 했는데 지부장이란 자가 멀쩡히 살아서 올 리가 있단 말이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기에 깊이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천마교가 나타났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교주로 추정되는 명리종의 무공 암연혈뢰장···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척휘명은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고는 대답했다.

“련주님이라면 알고 계실 것이오. 천마교와 관련된 일이 발생하면 지체하지 말고 보고하라고 하셨으니 다녀와야겠소.”

“그럼 련주님께서 직접 움직이시는 겁니까?”

“그럴 확률이 높소. 그건 그렇고 무림맹 상황은 어떻소?”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 사개단과 척사검대, 추혼검대를 소집시켜놓았습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도 긴장된 분위기고요. 혹시 무림맹이 난주지부를···.”

“그건 아닐 것이오. 검을 손으로 잡는 무공이 정파무림에 없지 않소?”

“그렇군요.”

만통지 역시 무림맹 개입을 살짝 의심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무림맹 정예가 난주현까지 깊숙이 침입하여 지부를 무너뜨린다?

가능했지만,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

“암연혈뢰장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보시오.”

“예.”

만통지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척휘명은 자신이 익힌 수라소수마공과 암연혈뢰장을 비교하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암연혈뢰장은 진짜인 거 같소. 다녀오리다.”

워낙 중요한 일이었기에 척휘명은 지체 없이 백마산으로 몸을 날렸다.

백마산 중턱.

척무진은 멍한 표정으로 평상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괜찮아.”

척무진은 손짓하여 척휘명을 옆에 앉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십니까?”

“그냥. 나는 누구일까?”

“예?”

“아니다. 왜 왔느냐?”

척무진은 고개를 흔들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척휘명을 쏘아보며 질문했다.

“난주지부가 멸문당했는데, 아무래도 천마교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난주지부가?”

척무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드러내진 않았다.

“계속 말해봐.”

척무진은 척휘명의 보고를 묵묵히 들었다.

그러다가 암연혈뢰장이 튀어나오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정말 암연혈뢰장이라 했느냐?”

“그렇습니다.”

“자세히 말해봐.”

“예.”

척휘명은 자세히 그 상황을 설명했다.

“틀림없구나. 네 말대로 명리종이 교주일 확률이 높아.”

“암연혈뢰장이 어떤 무공입니까? 수라소수마공에 비해 손색이 없어 보이던데요.”

“삼대천마 목의천의 독문무공이다.”

“목의천이요?”

“그래.”

척무진은 입을 꾹 다물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들의 조사인 척전숭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무시무시한 인간이 바로 목의천이었다.

척전숭이 죽기 전에 한을 담아 만든 것이 바로 지옥혈도였다.

그렇기에 척무진의 얼굴에는 비장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저, 련주님.”

“왜?”

“무림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무시한다. 지금 천마교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암흑사련은 끝이다.”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네놈이 뭘 알아?”

“죄송합니다.”

척무진이 불같이 화를 내자, 척휘명은 급히 고개를 떨궜다.

“암영.”

“부르셨습니까?”

척무진의 호출에 암영이 곧장 그의 뒤에 공손히 시립했다.

“잠시 이곳을 떠난다. 그때까지 이곳을 확실히 지키도록. 누구도 이곳을 출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명을 받들겠습니다.”

암영은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척무진의 큰 치부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두말하지 않고 복명했다.

“휘명. 가자. 흑철호를 만나야겠다.”

“따라오십시오.”

척휘명이 몸을 날리자, 척무진 없이 흐릿해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암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서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련주님께서 직접 나서셨으니 천마교도 곧 끝나겠구나. 아무리 암연혈뢰장이 대단하다곤 하지만, 감히 지옥혈도를 상대하진 못할 것이다.”

암영은 척무진의 승리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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