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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81화 (81/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81화

81화. 당랑거철(螳螂拒轍)-3.

흑애산.

난 천천히 동굴을 나와 바위에 걸터앉았다.

천마여의신공이 십일성에 오른 이후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골치가 아파 머리를 식히려고 나왔다.

‘십일성에서 십이성이 늦는 게 아니라 처음에서 십일성까지 너무 빨리 올라왔어. 아무리 건곤여의신공의 원류가 되는 천마여의신공이라지만. 문제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좀처럼 치고 올라갈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는 점인데.’

아쉬움에 짧게 한숨이 나왔다.

목영청이 언급한 지옥혈도에 대항하려면 천마여의신공을 대성해야 한다.

‘내가 너무 서둘러서 천마여의신공이 벽에 막혔는지도 모르겠군. 조급해하지 말자. 그럴수록 꼬이는 법이야.’

난 심신을 최대한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실로 경치가 빼어났다.

이렇게 경치가 좋은 것도 모르고 주구장창 천마여의신공을 연공하는데 주력했다니.

이제는 등을 절벽에 기댄 채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지금쯤 어떡하고 있으려나?’

문득 천마교와 암흑사련 난주지부와의 갈등 진행상황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다.

물론 천마교가 질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명리종을 비롯한 무인들은 천년을 두고 선대로부터 내공을 전수받아 최소 삼갑자의 내공을 보유했고, 그에 맞게 무위가 매우 위력적이었기에 난주지부의 무인들이 상대할 수준을 넘어섰다.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이곳에 남아 있는 것보다는 바람을 쐬고 오는 것도 괜찮겠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명리종을 만나 그간의 상황을 청취할 생각이었다.

**

암흑사련 난주지부.

“끄아악.”

“으악.”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단말마의 비명에 흑철호는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요즘 들어 난주현에서 많은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곳 난주지부만큼은 항상 평온함을 유지했었다.

누구도 감히 이곳을 공격하지 않았으니까.

“이, 이놈. 명리종!”

흑철호는 느긋하게 걸어오는 명리종을 발견하고는 몸을 날렸다.

동시에 뽑아든 그의 검에서는 강력한 예기를 발산하는 검사가 일렁거렸다.

“흥, 고작 검사라니···.”

명리종은 콧방귀를 뀌더니 그대로 왼손을 쭉 뻗었다.

“이런 미친놈.”

흑철호는 승리를 확신했다.

백오십년에 이르는 내공을 바탕으로 펼치는 흑철호의 검사는 무쇠도 잘라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그런데 그걸 맨손으로 막겠다고?

쐐애애애액.

날카로운 검사로 둘러싸인 흑철호의 검은 명리종의 왼손을 베었다.

터텅.

순간 흑철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명리종의 왼손을 베었다는 건 그만의 착각이었고, 놀랍게도 검은 갈고리처럼 단단한 명리종의 왼손에 붙잡혀 움쩍달싹하지 못했다.

“이, 이 무슨 사술이냐?”

“사술이라···. 암연혈뢰장을 알아보지 못하는 개 눈이로구나. 쯧쯧.”

암연혈뢰장.

흑철호는 처음 듣는 무공이었다.

펑.

명리종의 오른손이 느릿하게 움직였고, 발출된 일장에 흑철호는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가 바닥에 추락했다.

울컥.

흑철호는 피를 한 사발 토하고는 멍한 눈으로 명리종을 바라보았다.

무위의 차이도 컸지만, 내공의 차이가 너무 컸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였기에 흑철호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꾸욱.

명리종은 흑철호의 손등을 꾹 밟으며 냉엄하게 질문했다.

“네놈이 사주했느냐?”

“모, 모르는 일이다.”

“사철심이 토설했는데 모른다고 끝까지 잡아뗄 생각이냐?”

흑철호가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자, 탑성이 사철심을 데려와 흑철호 옆에 꿇어앉혔다.

“죄송합니다.”

사철심이 고개 숙여 사과하자, 흑철호는 하늘이 노래졌다.

그제야 흑철호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설마 천마교?”

“아주 개 눈은 아니로구나.”

명리종은 짧은 수염을 매만지며 빙그레 웃었고, 흑철호는 절망했다.

‘내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지. 천마교를 건드리다니. 그럼 설마 명리종이 천마교주?’

혼이 나간 듯한 흑철호를 보자 명리종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쪼그리고 앉았다.

“인정하느냐?”

흑철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려고 했지만, 기세에 눌려 입이 열리지 않았다.

“지금쯤 청룡방도 난리가 났을 거야. 청룡방주 위해산이 흑철호 네게 청부했고, 넌 얼씨구나 좋다하고 받아들였겠지. 중간에 뇌물이 오고갔는지는 내가 알 바 아니고. 어떠냐? 깨끗이 인정하면 살려주마.”

“죄송합니다. 인정합니다.”

흑철호는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빠르게 잘못을 인정했다.

“무인의 기백이라곤 찾아볼 수 없구나. 멍청한 놈.”

명리종이 싸늘한 조소를 날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자, 찰극이 다가와서 전음으로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정말 저놈을 살려주실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누군가는 장안의 암흑사련에 이걸 알려야 할 테니까. 난주지부를 무너뜨린 순간부터 암흑사련과의 한판은 피할 수 없게 되었어. 엄한 놈을 보내느니, 흑철호를 보내는 게 나아. 그럼 암흑사련에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겠지. 천마교가 부활했음을 알릴 절호의 기회야.

-저 자가 그대로 도주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암흑사련에 쫓기는 신세가 되겠지. 난주지부를 망치고 도주했으니까. 상관없어. 저 놈이 도망치면 그 상태로 소문을 내면 그만이니까.

암흑사련 난주지부가 천마교에 의해 폐쇄되었고, 흑철호가 도주했다.

이정도면 천마교의 부활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었기에 명리종은 흑철호가 어찌 나오든 신경 쓰지 않았다.

“흑철호.”

“예.”

“보내줄 테니, 장안으로 가서 전하거라. 천마교가 천 년 전의 복수를 하기 위해 부활했다고.”

“아, 알겠습니다.”

흑철호는 쭈뼛거리더니 곧장 동쪽으로 몸을 날렸다.

“총관님. 다른 놈들은 어쩔까요?”

“도저히 회유가 안 되는 놈들은 죽이고, 나머지는 회유시켜. 본단이 완성될 때까지 당분간은 이곳을 천마교 본단으로 사용한다.”

“예. 알겠습니다.”

“난 청룡방에 다녀올 테니, 마무리 짓도록!”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명리종은 지부에서 몸을 감췄다.

실로 놀라운 경공술이었다.

**

청룡방.

위해산은 너무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단 한명이 쳐들어왔는데, 청룡방의 난다 긴다 하는 무인들이 그를 어쩌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난주 제일 고수라는 흑 지부장도 저 정도는 아니야.’

위해산은 비로소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렸던 것이다.

“부디 손속에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위해산은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그제야 인정사정없이 살수를 전개하던 상대의 움직임이 멈췄다.

“나를 알겠느냐?”

“명 대인을 모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알긴 아는구나. 내 이름은 오로다. 이제 자주 봐야하니 이름 정도는 알려줘야겠지. 그런데 어째서 신축중인 건물에 불을 지르려고 침입했는가? 아니라고 발뺌하지 말게. 사철심을 생포했으니까.”

사철심이 잡혔다는 말에 위해산은 하늘이 노래졌다.

암흑사련 난주지부와 낭인무사를 연결하는 이가 사철심이었다.

즉 사철심이 토설했다면 상대는 모든 걸 알고 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위해산은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표국을 운용하여 많은 돈을 번 그는 무림인보다는 장사꾼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오로의 놀라운 무위를 접한 순간 자신이 살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깨달았고, 즉각 실행에 옮긴 것이다.

“쥐새끼 같은 놈이로구나. 무인의 허리가 그리 가볍게 숙여지느냐?”

“소인은 그저 장사꾼일 뿐입니다. 이전에도 암흑사련에 상납하며 표국을 운용했을 뿐입니다. 이제부터는 명 대인을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말이야. 암흑사련 본련에서 고수를 파견하면 어쩌려고? 네놈의 배신을 가만두지 않을 터인데.”

오로는 뱀이 쥐를 가지고 놀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추궁했다.

하지만 위해산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지금 죽게 생겼는데 어찌 나중을 생각하겠습니까? 살려만 주신다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위해산은 머리를 땅바닥에 쿵쿵 찧었다.

오로는 황당했다.

명리종이 위해산을 가만두라고 하지 않았다면 죽이고 싶을 만큼 처신이 가볍고 얄미웠다.

슈우웅.

명리종이 공중에서 내려서자, 오로가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총관님. 오셨습니까?”

“그래. 고생이 많군.”

위해산은 바닥에 엎드려 눈만 빼꼼하게 들어 명리종을 살피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로도 무서웠지만, 명리종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오로를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개눈깔이었구나. 저런 고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이런 일을 벌이다니. 위해산아. 위해산아. 헛살았구나. 어떡하든 이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남아야 할 텐데.’

명리종이 오로와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고는 위해산에게 고개를 돌렸다.

“위해산.”

“예. 명 대인.”

“우리는 천마교다. 암흑사련과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지.”

“처, 천마교요?”

‘이런 빌어먹을. 천마교는 당연히 천산에 있을 줄 알았는데, 설마 난주현으로 오다니.’

위해산은 이제는 죽음을 생각했다.

전설로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조직인 천마교를 건드렸으니 살아남긴 글렀다고 생각했다.

“어떠냐? 천마교도가 되겠느냐?”

“무, 물론입니다. 소인은 이제부터 암흑사련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으며 오직 천마교도로써 살아가겠습니다.”

위해산은 살길이 열리자, 머리를 쿵쿵 찧으며 간절하게 애원했다.

명리종도 위해산의 가벼운 처신에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속으로는 위해산의 이런 행동이 반가웠다.

교세를 확장하기도 바쁜데 표국을 명리종이나 그의 부하들이 운영할 순 없었다.

표국으로 잔뼈가 굵은 위해산이 그 일을 대신해주고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다면 금상첨화였다.

“이리 오너라.”

“예.”

위해산이 급히 달려와 머리를 조아리자, 명리종은 손을 들어 그의 몸에 금제를 가했다.

위해산은 속에서 열불이 솟았지만,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내가 혈을 풀어주지 않으면 넌 죽는다.”

“소인은 절대 다른 마음을 먹지 않겠습니다.”

“그래야지. 며칠 후에 다시 올 테니, 그때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오로 가자!”

명리종이 몸을 날리자, 오로 역시 미련 없이 청룡방을 떠났다.

홀로 남겨진 위해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봄날도 다 끝났구나. 역시 천마교가 다르긴 다르구나. 위압감도 엄청나고, 위계질서가 강하게 잡혀 있어. 그건 그렇고 금제가 걸렸으니 꼼짝없이 천마교도로 살아가야겠구나.’

그는 감히 금제를 풀어볼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금제를 풀고 풀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재물이었다.

그는 표국을 운용하며 난주현에서 많은 재물을 쌓았고, 인맥을 다졌으며, 이곳에서 명성을 얻었다.

여길 도망쳐 금제를 풀고 숨어산다면 그럭저럭 살겠지만, 그건 그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천마교에 진심으로 충성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난주지부.

아침이 밝았을 무렵, 목제가 급히 명리종에게 달려와 보고했다.

“무슨 일인가? 이제는 위엄을 갖춰야지. 아랫것들이 많이 생겼는데.”

어딘가 허둥지둥 대는 목제를 보고는 명리종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교주님께서 흑애산에서 내려오셨습니다.”

“교, 교주님께서.”

“예. 장원으로 가시지요.”

명리종은 목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원으로 몸을 날렸다.

목제는 찰극을 찾아 상황을 설명하고는 즉시 장원으로 몸을 날렸다.

“교주님.”

명리종은 신축중인 장원으로 들어와 나를 보자마자 곧장 포권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답답하여 나와 봤소. 모두 자리를 비웠는데, 무슨 일이 있었소?”

“난주지부, 청룡방이 낭인무사를 이용해 공격해왔기에 그들을 제압했습니다. 난주지부는 지금 정리중이며, 청룡방주는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지부장 흑철호를 장안으로 보내 천마교의 부활을 알렸습니다.”

“청룡방이 잘 따르겠소?”

“거부하면 죽겠지요. 천마교만의 독특한 금제를 걸었는데 절대 풀지 못합니다.”

그의 말을 들은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주지부로 가시지요. 이곳이 완성되려면 시간이 꽤 소요됩니다. 그때까지는 난주지부를 임시로 사용하겠습니다.”

“알겠소.”

난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처음부터 난주지부와 청룡방은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비록 인원이 적지만, 명리종과 휘하무인 다섯이면 충분할 테니까.

문제는 암흑사련 본단이었다.

‘뭐, 해보면 알겠지. 내가 암흑사련주를 꺾으면 저들도 우릴 어쩌지 못할 테고, 내가 패배하면 난주현은 다시 암흑사련의 수중으로 들어가겠지. 당분간 이곳에서 수련해야겠어. 일단 청에게 소식을 알려 무림맹에도 이 사실을 알려줘야겠군. 제갈문현이라면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지.’

천마교와 암흑사련이 부딪칠 때, 무림맹이 암흑사련의 배후를 공격해주길 원했다.

적어도 제갈문현이라면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최대의 적인 암흑사련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뭐든 하리라 확신했다.

“가세. 난주지부로.”

내가 몸을 날리자, 명리종과 목제도 몸을 날렸다.

중원의 서쪽 끝인 난주현에서 일어난 돌풍은 태풍급으로 격상하였다.

그리고 그 태풍은 무림맹과 암흑사련을 비롯한 중원무림을 모두 끌어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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