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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76화 (76/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76화

76화. 천마교주 목진석.

온숙현.

천산 인근 대현인 이곳은 예로부터 천산을 넘기 전에 머무르는 경유지로서 크게 번성한 고을이었다.

온정객잔.

현에서 가장 큰 객잔으로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야.”

많은 사람들 속에 내가 번쩍 손을 들자, 청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다가와 앞자리에 털썩 앉았다.

내가 역용을 했지만, 청은 단번에 나를 알아보았다.

“괜찮으세요?”

“보다시피. 식사했어?”

“먹긴 했는데···.”

“오래됐으면 소면이라도 먹을래? 맛이 괜찮은데.”

“그럴게요.”

청은 활짝 웃으며 직접 소면을 주문했다.

그녀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더니 전음을 날렸다.

-너무 오래 연락이 없으셔서 무슨 일이라도 터진 줄 알았어요.

-연락할 수가 없었어. 미안.

-내공이 훨씬 늘었네요.

-알아보겠어?

-알아보라고 대놓고 기운을 흘리는데 못 알아보면 바보죠.

청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지만, 사실 나는 매우 미세하게 진기를 흘려내고 있을 뿐이어서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만큼 청의 감각이 대단하다는 방증이었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 집행인과 연락책으로 호흡을 맞춰온 영향도 클 것이다.

-굉장해요.

-얼마나?

-내공이 두 배는 늘은 거 같아요?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두 배는 아니지만, 꽤 늘은 건 사실이지. 사실 이곳에 온 이유는 전 맹주님께서 극양의 영약을 숨겨두셨거든. 그걸 찾으려고 온 거야.

-천산에요?

-안 믿어지지?

-네. 솔직히요. 하지만 다정님이 급격하게 내공이 늘은 걸 보니 믿지 않을 수 없네요. 축하드려요. 이거 맹에 보고해도 될까요?

-보고하라고 말해주는 거야. 난 좀 더 이곳에서 머무르면서 영약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맹으로 돌아갈 생각이니까. 앞으로는 자주 연락할게.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다정님은 맹의 미래니까요.

가장 신뢰하는 청이었지만, 천마가 되었음을 말해줄 순 없었다.

평소 무림맹에 소속되어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던 그녀였기에 ‘천마’를 언급하면 굉장히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당분간 아니 영원히 나는 그녀를 포함해 나를 아는 사람에게 천마가 아닌 무림맹 소속 구양천으로 기억될 것이다.

무림맹과 천마교에 양다리를 걸쳤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면 참 고약한 상황이 될 테니까.

“소면 맛 어때?”

“괜찮은데요.”

후루루룩.

그녀는 배가 부른지 조금씩 소면을 입에 넣어 맛을 보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다음에도 여기서 만날까요?”

“응. 난 큰 객잔이 좋아.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분이 이런 시골에서 오래도 버티셨네요.”

“영약이 더 좋거든.”

“호호호. 말이 되네요.”

그녀는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고,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음으로 대화했다.

“갈게.”

“네. 조심하세요.”

그녀와 헤어진 나는 곧바로 서쪽으로 몸을 날렸다.

한참 경공술을 펼쳐 추적하는 무인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방향을 북쪽으로 틀어 이리합극에 위치한 우가촌으로 향했다.

**

장안 암흑사련.

만통지는 첩보서신을 받아들고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게 정말인가? 추노가 죽었다니.”

그는 허탈감에 서신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고개를 젖혀 천장을 바라보았다.

은밀하게 구양천을 추적하고 있던 추노의 죽음이 전하는 뜻은 분명했다.

‘은잠술과 경공술에 특화된 추노를 잡아 죽였다는 건 단순히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직감이 아주 좋은 자다. 이 자는 암흑사련의 대의를 이루는데 걸림돌이 될 자로구나. 그것도 아주 큰 장애물이 될 게 틀림없어. 이 자를 넘어서지 못하면 암흑사련의 밝은 미래는 없다.’

만통지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차분하게 원인을 분석하여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상하게도 구양천에게는 그게 먹히지 않았다.

몇 달 전에 척휘명에게 천라지망을 펼쳐 구양천을 죽이자고 조언했던 상황이 떠올랐다.

물론 척휘명은 그걸 거절하고는 암흑십혈을 데리고 나갔다고 무참하게 패배하고 돌아왔었다.

그 당시 만통지는 척휘명이 어려움은 겪겠지만, 그렇게까지 허무하게 패배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어떡한다? 도대체 구양천을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만통지는 머리를 싸맸다.

그날 오후.

만통지는 척휘명을 찾았다.

“그리 앉으시오.”

구양천에게 패배한 후, 치료와 수련을 반복하며 지낸 척휘명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그 이상으로 무위가 올라섰다.

“추노가 죽었습니다.”

만통지는 에두르지 않고 직진했다.

그 말을 들은 척휘명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럼 이제 구양천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진 그를 찾을 수 없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신장은 관중보다 넓은 지역입니다. 더군다나 사막과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고요. 숨으려고 작정하면 절대 찾지 못합니다.”

“내 손으로 그놈의 모가지를 비틀어놓아야 하는데.”

척휘명은 분노가 일었지만, 최대한 자제했다.

구양천에게 패배하면서 조금 위축된 그였다.

물론 패배한 것이 암흑사련에서 그의 위치를 흔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암흑사련주 척무진의 뒤를 이은 절대고수라는 위상은 금이 간 상태였다.

“차분히 기다리면 곧 기회가 올 것입니다. 신장에서 중원으로 들어오려면 난주현을 비롯한 몇 개의 대현은 반드시 지나야 합니다. 그곳에는 우리 영역이니 반드시 구양천의 종적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소. 첩보가 들어오면 연락 주시오. 이번에는 반드시 그놈을 죽이겠소.”

“그리하겠습니다.”

척휘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사기는 만통지가 섬뜩한 느낌을 받을 만큼 강렬했다.

“저, 련주께서는 그걸 대성하셨습니까?”

“아직이오. 될 듯하면서도 안 되는구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반드시 대성할 테니까.”

“물론입니다. 저 역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둘은 척무진에 대한 대화를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

척휘명과 대화를 마치고 대전을 나와 한참을 걷던 만통지는 발걸음을 멈춰 고개를 돌려 백마산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산이었다.

‘벌써 저 산으로 들어간 동남동녀가 천이백을 넘는다. 도대체 무슨 무공이길래 이토록 사악하단 말인가? 또 련주께서 그 무공을 대성한다면 얼마나 무시무시해질까?’

척무진이 동남동녀의 진기를 흡수하여 무공을 익힌다는 건 암흑사련의 최고위층만 아는 일급비밀이었다.

만통지조차도 그런 무공을 익힌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 무공이 뭔지는 몰랐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척무진에 관해서는 모든 게 비밀에 쌓여 있었다.

‘제발 련주께서 성공하셔야 할 텐데. 척 공자는 더 이상 구양천을 어쩌지 못한다. 그 역시 강해졌지만, 구양천은 더 강해지고 있으니까. 구양천. 실로 알면 알수록 두려운 자다.’

만통지는 구양천에 대해 자세히 조사했다.

그 조사결과를 접한 만통지는 경악했다.

그가 볼 때, 구양천은 마치 무공을 익히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정주현에서 별 볼일 없었던 그가 불과 이 년만에 최정상급의 고수가 되어 나타났고, 암흑사련 이인자인 척휘명마저 무너뜨려 충격을 주었다.

그가 기억하는 한 이토록 빠르게 강해진 무인은 단연코 없었다.

‘구양천. 그 자식은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이 자를 넘어서지 못하면 암흑사련의 대의도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만통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이리합극 우가촌.

비록 척박한 땅이었지만, 이곳에 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오셨습니까?”

찰극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의 복장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누더기나 다름없었던 빈곤한 복장이었었는데, 지금은 깔끔한 흑의를 입었고 옆구리엔 멋진 검을 차고 있었다.

전형적인 무림인의 모습이었기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잘 어울리는군.”

“감사합니다.”

“총관은 바쁘신가?”

“교주님의 명령을 수행하느라 정신없이 바쁘시지만, 그래도 교주님이 명령하시면 당연히 시간을 내야지요.”

“열심히 수련하게.”

“예. 교주님.”

난 그의 어깨를 다독여 격려하고는 곧장 객잔으로 향했다.

객잔은 내가 처음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객실로 사용하던 삼층 입구를 막아놓았다.

이곳이 천마교의 임시 거점이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십시오.”

명리종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안내했다.

“임시로 사용할 곳인데 아무려면 어떻소. 훌륭하오.”

난 주변을 둘러보고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명리종은 맞은편에 앉았다.

“온숙현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특별한 일은 아니니 더는 신경 쓰지 마시오. 그리고 찰극을 비롯한 주요 무인들에게 내 정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라고 말하시오. 그들의 입이 무거운 것은 잘 알지만, 실수로 쏟아낼 수도 있지 않겠소.”

“조치하겠습니다. 그들은 교주님께서 무림맹 무인이란 걸 계속 기억할 필요는 없지요. 대법을 사용하면 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마외도의 본산이었던 천마교답게 다양한 술법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쉽소?”

“쉽지는 않습니다. 대법을 시행할 때 시전 받는 무인이 끝까지 버티면 실패할 확률이 꽤 됩니다. 하지만 저들은 충심으로 뜻을 받느니 대법이 쉽게 시행되는 것이지요.”

“그렇군. 이제부터는 용모를 바꿀 생각이오. 아무래도 구양천의 얼굴로 다니는 건 좀 그러니까. 이름도 바꾸고.”

“알겠습니다. 그럼 목씨로 바꿀 생각이십니까?”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씨로 바꿀까 하다가 굳이 물의를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씨는 정파무림의 핵심가문이었다.

“목진석. 어떻소?”

“무난합니다. 얼굴은 어떻게?”

난 서서히 역용술을 펼쳐 얼굴모양을 냉막한 중년사내로 바꿨다.

집행인이 되었을 때 받은 역용술 비급이 평범했기에 매끄럽게 역용되지는 않았다.

“티가 조금 나는군요.”

“어쩔 수 없소.”

“차라리 좀 더 냉막하게 바꾸십시오. 그리고 평소에도 역용을 하고 다닌다고 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절정고수라면 역용했다는 걸 알아차릴 테니, 처음부터 그리 나가는 것이지요. 그게 상대에게 더 두려움을 줄 겁니다. 진짜를 모르니까요.”

“조언 고맙소. 그리하겠소.”

명리종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명리종은 역용에 대해 조언을 계속했고, 그 조언에 따라 역용한 끝에 새로운 목진석의 얼굴이 완성되었다.

동경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

구양천으로 돌아갔다가 목진석으로 바꿀 때는 역용해야 했으니까.

“교주님. 이곳에선 얼마나 더 머무를 생각입니까?”

“천마혈뢰검법의 수련에 매진할 생각이오. 그전에 내가 익혔었던 천의검법이나 척무혁의 혈뢰구강검술의 모태가 되는 검법이오. 수련할수록 얻는 게 많소.”

“그렇게 무위가 높은데 더 올라갈 곳이 남았군요.”

“원래 무공에는 끝이 없지 않소.”

“대단하십니다.”

명리종은 아부가 아닌 진심으로 감탄을 쏟아냈다.

“참, 본교가 위치할 장소는 알아보았소?”

“여러 지역을 검토했는데, 천산에 가까우면서 중원에 입성하기 좋은 지역을 고르다보니 생각보다 범위가 넓지 않습니다. 난주현 어떻습니까?”

“난주현이라···.”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주현은 감숙성의 대현으로 장안이 위치한 섬서성은 물론이고 천산을 품은 청해성, 물산이 풍부한 사천성으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사천성에서 장강을 타고 내려가면 무한현이니 지리적으로 괜찮았다.

‘하긴 천산에 비하면 어떤 곳에 천마교 본단을 설치하더라도 괜찮겠지. 천산만큼 극악의 환경이 어디 또 있겠는가? 쯧쯧.’

“마음에 안 드십니까?”

내가 생각에 잠기자, 명리종은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아니오. 아주 마음에 드오. 물론 장안과 가까운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어쩔 수 있겠소?”

“저들이 우릴 알아보지 못하도록 평범한 장원으로 위장할 생각입니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총관만 믿겠소.”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명리종은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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