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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73화 (73/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73화

73화. 천마동에서

천마동의 위치는 실로 절묘했다.

크고 작은 바위가 군락을 이뤘고 눈이 곳곳에 쌓인 칠부능선의 바위 틈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흰 색의 바위와 눈이 섞여 있었기에 멀리서 본다면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만약 천마검이 없었다면 천마동 입구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위치로구나. 절대 우연히 찾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천천히 공중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입구를 가만히 살폈다.

열쇠 구멍 같은 납작한 틈이 보였고, 진기를 불어넣은 천마검을 쑤욱 밀어 넣었다.

끼릭.

삐이이이걱.

오랫동안 닫혀 있었던 두꺼운 철문은 듣기 거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흠.”

천마동은 자연동굴을 개조하여 만들었는데, 그리 어둡지 않았다.

야광주가 없는 것으로 보아 밖의 빛이 들어오는 구조였을 것이다.

나는 크게 숨을 들여 마시고는 천천히 천마동 안으로 들어갔다.

쿵.

철문은 다시 닫혔고, 입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휑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점차 동굴 안은 훈훈해지기 시작했고, 자연채광으론 부족했는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야광주가 박혀 있었다.

난 긴장한 채 천마여의신공을 운용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조금 걷자 둥근 모양의 석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할 곳이 없었고, 이곳을 통과해야 문이 열리는 구조였다.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본 후, 등에 맸던 혁낭을 풀어 구석에 던져둔 후 천마검을 뽑아 들고 천천히 걸어가 중앙에 섰다.

‘어떤 관문일까?’

이런 관문 시험은 처음이었기에 다소 긴장이 되었지만, 목영청의 조언을 떠올리자 자신감이 일었다.

아마도 검이나 암기의 공격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슈슉.

슈슉.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단도가 네 곳에서 동시에 날아왔다.

“흥.”

챙챙챙챙.

예상했던 바였기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천마검으로 단도를 모조리 쳐냈다.

슉슉슉슉.

이번에 더욱 빨라졌다.

이것 역시 막아내자, 느린 속도의 단검과 빠른 속도의 단검이 동시에 섞여 발사되었다.

기관에 의한 움직임인지 누군가 조작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단도의 움직임과 속도는 매우 절묘했다.

챙챙챙챙.

어렵게 네 개의 단도를 쳐냈고, 여유롭던 내 표정은 조금 굳어졌다.

목영청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는데, 첫 번째 관문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물론 통과하지 못할 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았지만, 까다로운 관문임은 틀림없었다.

문득 왜 이런 관문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자들의 무위는 검증받았을 텐데, 이런 시험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혹시라도 자격이 안 되는 자가 들어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만든 관문이었을까? 천마검이 없으면 들어올 수 없었을 터인데. 그래 이런 시험을 통해 천마교가 무를 대하는 방식을 알아보자.’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맞은 편 석실문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혁낭을 매고 천천히 걸어 석실문을 통과했고 조금 걷자 일직선의 복도가 나타났다.

이제까지 천연동굴을 그대로 살렸다면, 복도는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이번에는 어떤 기관일까?”

진기를 끌어올린 상태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중간쯤 이르렀을 때, 양쪽에서 석문이 내려왔다.

이제 복도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으로 변했다.

그그그긍.

복도 벽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약간 타원형으로 바뀌었다.

혁낭을 풀어놓고 천마검을 손에 쥔 채 방어를 준비하자마자, 공격이 시작되었다.

슉슉슉.

이번엔 단도가 아니라 창이었다.

챙챙챙.

머리, 가슴, 다리를 순서대로 노리고 들어오는 창 공격이었기에 짧은 천마검으로 막는 게 불편했다.

순간 귀혼검으로 바꿀까하다가 그만두었다.

천마검은 천마동을 안내했고 문을 열어주었을 만큼 천마동과 인연이 깊었기에 불편하더라도 이걸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창은 다섯 개까지 늘어났는데, 정면에서만 공격이 이어졌다.

뭔가 있다는 생각에 살짝 뒤로 물러나자, 기다렸다는 듯 뒤에서 창 공격이 이어졌다.

다시 앞으로 이동하자 후방공격은 사라졌다.

챙챙챙챙.

계속 이어지는 창 공격을 차분하게 막아냈다.

정면공격만 막아내면 된다고 생각하자 쉽진 않았지만, 모두 막아낼 수 있었다.

“어라?”

문득 뭔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거 검법을 가르쳐주는 거 같은데.”

창 공격을 막고 피하다보니 어떤 초식의 형태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창 공격 또한 반복되고 있었다.

이제야 목영청이 천마동 입동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했다.

쉐에에에엑.

쉐에에에엑.

천마검이 기이한 검로를 그렸고, 그에 맞게 보법이 펼쳐지며 창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조금의 망설임 없이 검로가 펼쳐지자, 창 공격은 멈췄다.

아마도 이 초식을 익히면 자동적으로 해제되는 그런 기관인 듯싶었다.

“역시 네놈은 사기야. 이렇게 빨리 기관을 파훼하다니. 훌훌훌.”

목영청이 기뻐서 웃는 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그그그그긍.

천천히 벽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평평한 복도로 변형되자 양쪽을 막아섰던 석문이 위로 올라가며 길이 열렸다.

바로 통과하지 않고 이곳에서 얻은 초식을 반복해서 펼쳐 정확히 머릿속에 숙지했다.

천마검을 위해 탄생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은 초식이었기에 매우 기뻤다.

그렇지 않아도 천마검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천마동이 해결책을 제시해준 셈이었다.

천마동은 천마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자, 다음에는 어떤 안배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다시 혁낭을 매고 천마검을 움켜쥔 상태에서 천천히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석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그그긍.

문 앞에 서자 석실문은 천천히 열렸다.

원형석실이었고 사방으로 여덟 개의 무인석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들은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떤 공격이 있을까 걱정되어 긴장한 채 지켜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난 천천히 걸어가 석상을 살폈다.

하나 하나가 심오한 무의를 담고 있는 듯 했다.

자세히 보니 한 석상이 하나의 초식을 말하는 듯 했고, 또 다르게 보니 여덟 개의 석상이 하나의 초식을 연결한 동작을 설명하는 듯 보였다.

난 천마검으로 석상의 자세를 그대로 따라했다.

하나 하나를 따라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걸 하나로 합치려니 몸이 꼬이고 진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이상하군. 석상을 통해 단순히 여덟 개의 초식을 알려주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짐작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전 단계에서 창 공격을 통해 천마검 초식을 하나 배웠다.

여덟 개의 초식은 하나하나로도 훌륭하지만, 하나로 합쳐지면 굉장히 위력적인 초식이 될 것이다.

벌컥벌컥.

우걱우걱.

자리에 털썩 앉아 물을 마시고 벽곡단을 씹으며 석상을 바라보았다.

목영청에게 물어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가 알려줄 리도 없겠지만, 혼자 힘으로 알아내었을 때 초식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명상이 중요한 것이다.

눈을 감고 천천히 석상들을 떠올렸다.

너무 깊게 생각해서일까?

어느 순간 석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뭐지? 환상인가?’

난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천마검을 들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석상은 공격하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바꿔가며 동작을 순서대로 취하기 시작했다.

물 흐르듯 연결되는 초식의 움직임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단순히 동작 하나 하나를 연결하려고 했을 때는 어색한 부분이 많았는데, 중간에 사라진 동작이 추가되며 연결되자 정말 위력적인 초식이 완성되었다.

특이한 점은 석상이 순서를 바꾼 후 펼친 동작을 연결하면 새로운 초식이 된다는 점이었다.

난 석상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했다.

전생에서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런 경험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어?”

어느 순간 원래대로 돌아왔다.

석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눈을 비비며 석상에게 다가가 살폈다.

석상은 바닥에 단단하게 고정된 형태였기에 이동이 불가능했다.

아니 이동이 가능했더라도 또는 석상이 기관에 의해 동작된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정교하게 동작을 재현할 순 없을 것이다.

“내가 뭘 본거지?”

당혹스러움에 눈을 끔뻑였지만, 석상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정신 차리자. 중요한 건 석상이 보여준 초식이야.”

난 고개를 흔들어 다른 생각을 떨쳐내고는 석상이 보여줬던 일련의 초식들을 떠올렸다.

그 후 천마검으로 그 초식들을 하나씩 펼치기 시작했다.

창 공격을 통해 만들어진 초식이 거칠고 강력했다면 석상이 보여준 초식은 위력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훨씬 정교했다.

고수와의 싸움에서는 강력한 힘도 중요했지만, 정확하게 상대를 타격하여 피해를 입히는 게 중요했다.

그렇기에 석상이 보여준 초식은 매우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초식을 머릿속에 기억한 후에 반복하여 펼쳐 몸에 익혔다.

때론 잘못된 부분이 생각나면 그 자리에서 고쳤다.

어느 정도 초식이 몸에 익자, 천마여의신공을 끌어올려 진기의 흐름과 연결하여 초식을 펼쳤다.

“어이쿠.”

엉덩방아를 찧었다.

확실히 석상이 보여준 초식은 상승검법의 초식이었다.

무의 극의를 터득한 나는 웬만한 검법은 보기만 해도 흉내낼 수 있는데, 이건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진기가 원활하게 운용되도록 신경을 써가며 펼치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비급이 있었다면 훨씬 수월하게 터득했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문득 목영청에게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떨쳐냈다.

‘언제까지 조사님께 매달린단 말인가? 이제까지 이곳에 입동한 천마들은 모두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통과했어. 나 혼자 힘으로 끝까지 가보자.’

그 자리에 앉아 명상에 빠져들었다.

전생에서 가장 잘했던 가상의 적을 만들고 무공을 연습하던 방식이었다.

척.

위압적인 덩치를 지녔고 혈의를 입은 중년인이 검을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무혁, 오랜만이로군.”

내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척무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통상 상대에게 선공을 양보했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선공을 펼쳤다.

석상이 가르쳐준 초식을 펼치자, 척무혁은 당황하면서도 차분하게 대처했다.

가상으로 만들어낸 존재인 척무혁의 무공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뻔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싸움은 팽팽하게 전개되었다.

아직 초식을 완전하게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컥.”

주르르륵.

척무혁의 반격에 그래도 밀려났다.

“다시 해보자.”

초식을 바꿔가며 척무혁의 허점을 찔렀다.

척무혁은 가까스로 그걸 막아내고는 한걸음 물러났고, 곧장 따라붙으며 약점을 집요하게 노렸다.

아직은 새로 배운 검법이 어색했지만, 척무혁과 뒤엉켜 싸우다보니 빠르게 내 것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휴우.”

검을 던지고 벌렁 눕자, 척무혁은 싸움을 멈추고 사라졌다.

비록 가상공간에서 벌인 싸움이었지만, 현실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것처럼 몹시 힘들었다.

완전히 탈진해버렸다.

“다시 해보자.”

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척무혁을 호출했다.

이를 악물고 그와 싸우고 또 싸우며 새로 배운 검법을 내 것으로 만드는데 집중했다.

먹고 자고 나머지 시간은 지속해서 가상수련에 몰두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짓을 하면서 석실에 머물렀던 것일까?

매우 지쳤기에 더는 가상훈련이 힘들었기에 난 명상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동굴 안에 있으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아껴 먹었는데도 커다란 물통이 거의 비었고, 벽곡단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아 입동한 지 적어도 보름은 지났으리라.

“어떡할까?”

이대로 계속 전진할까?

아니면 밖으로 나가서 음식과 물을 구해올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안쪽에서 얼마를 더 버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밖으로 나가 음식과 물을 구해오기로 마음먹었다.

또 동굴 안에 계속 있었기에 정신병이 걸릴 지경이었다.

이럴 때는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쐬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지식한 무인들은 동굴 안에서 몇 달씩 버티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유형이 아니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혁낭을 매고 밖으로 향했지만, 목영청은 나를 말리지 않았다.

아마도 이 모든 상황을 내게 맡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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