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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70화 (70/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70화

70화. 천마여의신공.

‘이 새끼를 어쩐다?’

온숙현을 떠나면서 고민에 빠졌다.

매우 멀리서 은잠술과 경공술에 능한 무인이 은밀하게 추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안에서부터 추격해 오던 자였다.

눈으로 나를 보면서 추격하는 게 아니라 내 기운을 느끼면서 먼 거리에서 추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잡고 싶어도 잡지 못했었다.

이제까지는 참았지만,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으니 그를 제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종목적지인 천산에 들어가 명상과 수련에 빠졌을 때, 그의 보고를 받은 암흑사련이 추격해온다면 피곤한 일이었다.

이제까지는 눈감아줬지만, 더는 힘들었다.

‘멀어도 너무 먼데. 여기서 저놈을 죽이겠다고 나서면 도망칠 텐데. 조심성이 많은 놈이다.’

고민하던 나는 천산이 아닌 고비사막으로 방향을 틀었고, 전 속력으로 경공술을 펼쳤다.

기감을 최대로 끌어올려 그를 살피자, 그 역시 경공술의 속도를 높였다.

고비사막 한복판.

난 그대로 멈춰 섰다.

낮에는 불에 탈 듯 뜨겁고, 밤에는 극심한 추위를 느낀다는 고비사막.

극양의 내공심법인 건곤여의신공을 익힌 나였기에 고비사막의 더위나 추위는 그리 문제가 되진 않았다.

인적이 없는 곳이었기에 그의 기운이 더욱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극양의 심법을 익힌 자가 아니다. 이놈 여기서 고생 좀 해봐라. 이 근처에는 마을이 없으니, 아주 고생이 될 것이다.’

난 그에게 조소를 날리고는 그곳에서 운기조식을 하고, 명상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열흘이 흘렀다.

‘지독한 놈. 이제야 흔들리는군.’

확실히 나를 추격하던 자의 기운이 불안정해졌다.

사막 안에 그와 나만 있다 보니 미세한 기운을 내뿜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세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야 단단히 준비하고 사막에 들어섰지만, 놈은 그렇지 않았다.

더 버텼다.

오일을 더 버틴 후, 그가 있는 방향으로 전속력으로 경공술을 펼쳤다.

그는 바로 도망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온숙현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는데, 속력이 훨씬 느려진 상태였다.

그대로 공중으로 높이 솟구쳤다.

멀리 그가 달아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름을 고비사막에 끌어다 놓았더니 그의 움직임은 확실히 둔해진 상태였다.

손 끝에 기운을 모은 후, 그간 연구했던 뇌정지탄과 혈뢰강의 장점을 모은 지공을 날렸다.

파파파파파.

콰콰콰콰쾅!

그의 주변으로 엄청난 폭발이 일었다.

폭발에 휘말리며 공중에 떠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걸 보니 은잠술, 경공술 빼고는 내세울 게 없는 자였다.

만약 숲이나 들판이었다면 숨었겠지만, 이곳은 사막.

숨을 곳도 없었다.

슈슈슉.

그대로 그를 낚아채서 혈을 찍었다.

그의 눈빛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구냐?”

그는 이를 악물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쉽게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암흑사련에서 내게 붙인 주구겠지. 아마도 내가 고비사막에 들어선 건 보고되었을 테고. 이 정도면 적당하겠구나. 여기서 네놈을 죽이면 암흑사련에서는 내가 고비사막에 있다고 파악할 테니까.”

고집이 세 보이는 그를 보며 다시 추궁했다.

“그래도 말하지 않겠느냐?”

입을 꾹 다문 그를 보자, 고문해봐야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걱.

그대로 목을 베어 버렸다.

이후 그의 몸을 뒤져 여러 물품을 확인했다.

특별한 건 없었다.

“이제 더는 추격하지 못하겠지.”

난 경공술을 펼쳐 천산으로 향했다.

뜨거운 고비사막에는 억울한 듯 눈을 감지 못한 노인의 시체만 휑하니 남았다.

천산입구.

주변의 작은 객잔을 찾아 들어갔다.

방문을 잠근 후, 목영청을 찾았다.

“오랜만이로구나.”

“예. 조사님. 그런데 조사님께서 저를 먼저 부르실 순 없나요?”

“가능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목영청은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천산입구입니다. 이제 어떡합니까?”

“우가촌을 찾아라.”

“우가촌이요?”

“그래. 그들은 천산 주변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야 말로 천마교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지.”

“설마 다음 천마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런 촌구석에서 뭐 하러 남아있겠느냐?”

“흠.”

기분이 묘해졌다.

천마교는 완전히 무너졌고, 그의 유품을 얻으면 족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뜻밖이었다.

천마교의 후예가 정예무인이라면 암흑사련을 상대할 비밀병기를 얻게 된다.

어쩌면 이름 뿐인 천마가 아니라 진짜 천마교의 정예를 품은 천마교주 천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천마여의신공(天魔如意神功)을 익혀야 한다. 네가 익힌 건곤여의신공의 모태무공이라 볼 수 있다. 이 무공을 익히지 않으면 저들은 널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건곤여의신공의 극의를 터득했을 테니, 천마여의신공을 익히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잘하면 정예세력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두말하지 않고 승낙했다.

목영청은 여러 번 구결을 알려준 후에, 운기조식을 도와주었다.

진기의 움직임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다.

이상한 점은 극마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지 않았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우.”

난 눈을 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에 들어온 시간은 낮이었는데, 지금은 깊은 밤이었다.

방을 나와 주변을 돌며 산책을 하고 다시 방에 들어와 운기조식을 취했다.

천마여의신공은 익힐수록 묘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건곤여의신공이 이제는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는 건곤여의신공에 ‘신공’이란 말을 붙이기 꺼려질 만큼 차이가 나는 걸 느꼈다.

‘건곤여의신공은 엄밀히 말해 아류무공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겠지. 실로 천마교의 위력이 대단하구나. 그럼 지옥혈도는 얼마나 대단할까? 반드시 내 손으로 지옥혈도의 주인을 제압할 것이다. 반드시.’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말아 쥐었을 때, 목영청이 나타났다.

“훌훌훌. 어떠냐?”

“확실히 대단한 무공이군요. 그런데 어째서 마기가 느껴지지 않을까요?”

“천마교라면 마기를 내뿜는 개종자만 살 것이란 정파의 선입견이 네 머릿속에도 박혀 있구나. 쯧쯧. 물론 사악한 놈들이 정파보다는 많은 건 사실이지. 또 그런 무공도 많고. 하지만 천마교의 상승무공은 정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 사악한 무공으로는 최고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글쎄.”

처음으로 목영청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척전숭이 남긴 지옥혈도가 마음에 걸리는구나. 그게 무공인지 병기 이름인지도 몰라. 하지만 최고의 천재인 척전숭의 유품이다. 그의 한이 서린 지옥혈도는 매우 사악하리라 예상한다. 넌 지옥혈도를 막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무림은 끝이야.”

지옥혈도.

이것은 겨우 두 번 들었을 뿐인데, 온몸이 소름이 돋았다.

“일단 천마여의신공을 익히는데 주력하거라. 때가 되면 내가 알려주마.”

“알겠습니다.”

난 다시 명상에 빠져들었다.

그날부터 객잔에서 먹고 자며 남은 시간은 오직 천마여의신공을 수련하는데 바쳤다.

처음에는 암흑사련이 무림맹을 공격하면 어쩌나 초조했지만, 이내 그 마음을 접었다.

걱정해봐야 도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천마여의신공을 익히는 게 최선이었다.

육개월 후.

천산인근의 공터.

주변에 민가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깊숙한 오지였다.

파앗.

작은 파공음과 함께 손끝에서는 강력한 적색강기가 뿜어져 나갔다.

풍풍풍풍.

소리는 요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마장이나 떨어진 거대한 바위에는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네 개 뚫렸다.

“실로 대단하구나.”

천마여의신공의 위력에 저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응축된 강기를 쏘아내더라도 거리가 멀어지면 조금씩 흩어지게 마련이었다.

지금처럼 일마장이나 떨어진 거리의 바위를 향해 지강을 날렸다면 그 바위가 부서지거나 구멍이 손가락보다는 크게 생겼을 것이다.

뇌정지탄을 쏘았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팔목 굵기의 구멍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손가락이 딱 들어갈 만큼의 굵기로 형성되었다는 건 강기가 흩어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확실히 건곤여의신공보다 천마여의신공이 한 수 위야.”

난 주변을 둘러보고는 바위틈으로 몸을 숨긴 후, 목영청을 찾았다.

“아직입니까?”

“됐다. 오성에 다다랐구나. 건곤여의신공의 극의를 터득했기에 기대했더니, 내 예상이 맞았어. 훌륭하다. 그래야 자랑스러운 목씨가문의 후예라 볼 수 있지. 그리고 이 정도면 천마의 자격이 충분하다.”

목영청은 감탄성을 쏟아냈다.

그 역시 기대는 했지만, 내가 이렇게 빨리 천마여의신공을 익히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천마여의신공은 난해한 상승무공이었다.

“모두 조사님의 도움 덕분입니다.”

“훌훌훌. 공치사는 그만하고. 가자. 저 산을 넘으면 평원이 나오는데 이리합극이라 부른다. 그곳에 우가촌이 있을 것이다.”

“우가촌을 찾으면 그땐 어떡합니까?”

“기다리면 저들이 너를 찾아올 것이다. 만약 열흘이 넘어도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변심했거나 아니면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가자.”

“예.”

목영청의 얼굴에 우울함이 묻어났다.

천년이 흘렀지만, 천마교의 맥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랬을 것이다.

“아마도 그곳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난 목영청에게 위로를 건네고는 몸을 날려 이리합극으로 향했다.

슈우우우욱.

빠르게 경공술을 펼쳤다.

다음날.

이리합극에 도착했다.

넓은 초원이 펼쳐진 곳이었고, 여러 마을이 초원에 드문드문 형성되어 있었다.

난 중앙에 위치한 가장 큰 마을로 향했다.

우가촌.

마을 입구에 세워 놓은 명패는 낡을 대로 낡아 손대면 부러질 것 같았다.

천마여의신공을 운용하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외인의 등장에 마을 주민들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름도 없는 객잔으로 들어가자,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디서 오셨소?”

“호북성에 왔소.”

“허어, 호북성이라···. 거기서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여행을 좋아하오. 여기서 잘하는 음식을 내어주시오. 술도 한 병 주고.”

“여기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터인데. 그냥 중원의 음식을 드시는 게 어떻소?”

“맛 없으면 다시 주문하겠소.”

노인은 더는 말을 걸지 않고 물러났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말이 들렸는데, 사투리가 심해서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나를 향한 말이란 건 짐작할 수 있었다.

새로 나온 음식은 형언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정말 괜히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술은 우유를 발효시켜 만들었다고 하는데 하마터면 모조리 뱉어버릴 뻔했다.

‘젠장할. 먹는 게 이리 고역일 줄이야. 그냥 중원음식을 시킬 걸 그랬나?’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여기 방 하나만 주시오.”

“얼마나 계실 거요?”

“열흘. 더 묵어야 한다면 그때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겠소.”

“따라오시오.”

노인은 불편한 듯 다리를 절며 이층의 큰 방으로 안내했다.

방은 깨끗했다.

그에게 대금을 지불한 나는 창가에 서서 마을을 둘러보았다.

사람 좋은 인상을 짓고 있던 노인은 방을 나서자, 표정이 굳어졌다.

-찰극.

-예. 어르신.

-느꼈느냐?

-그렇습니다. 분명히 천마여의신공의 기운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도 정파의 기운이 섞였어. 이게 어찌된 상황인지 모르겠구나.

-탑성과 오로를 보내서 확인해보시지요.

노인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더는 전음을 날리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탑성을 보내.

-알겠습니다.

-큰 사달이 나면 안 되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탑성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겁니다.

노인은 탑성이란 자를 믿는지 반문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객잔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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