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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68화 (68/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68화

68화. 척휘명을 물리치다.

“운기조식할 시간을 주지.”

내가 내상을 입었다고 판단한 척휘명은 거드름을 피웠다.

“내가 척씨 네놈을 어찌 믿고.”

“하긴 그래. 너 같은 놈은 정상이었어도 내게 질 게 뻔하니까.”

“수라소수마공을 익혔는가?”

“수라소수마공을 알다니 오늘 네놈은 무조건 죽는다.”

척휘명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대성단계에 이르지 못했군.”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분명히 그의 귀에는 들릴 정도였다.

동시에 그의 표정을 면밀하게 살폈다.

이건 분명한 시험.

발끈하는 척휘명을 보았을 때 속내를 드러내리라 생각하고 판 함정이었다.

“웃기지마라.”

척휘명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순간적으로 미세하게 눈꼬리가 흔들리는 걸 감추진 못했다.

‘요놈의 새꺄. 내가 82년 동안 네놈들과 싸웠다. 다른 놈에겐 거짓말이 통할지 몰라도 내게는 안 돼. 지금 네놈은 수라소수마공을 대성하지 못했어. 잘해서 십성이겠지.’

얼굴 표정만 봐도 척휘명이 무얼 숨기는지 알 것 같았다.

대성을 이루지 못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였다.

천의검법으로 척휘명의 방심시킨 후, 혈뢰구강검술로 그를 혼란에 빠트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두 검법을 섞어서 공격한다면 내공에서 부족하지만, 충분히 그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후우우우웅.

바람이 불지도 않았지만, 척휘명의 옷자락은 거칠게 휘날리기 시작했다.

또한 희었던 그의 양손은 뼈와 힘줄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변했다.

다만 전체가 투명해지진 않았고 손가락 끝은 살색 그대로였다.

‘내 생각이 맞았군. 저놈은 수라소수마공을 대성하지 못했어.’

척휘명은 천천히 내게 다가왔는데,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난 귀혼검을 가운데 세우고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이미 많은 내공을 소모했기에 길게 싸우는 건 불리했기에 빠르게 승부를 보리라 결심했다.

쒜에에에엑.

전력을 다해 섬전벽력을 펼쳤다.

“흥.”

척휘명은 이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콧방귀를 내며 귀혼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강을 맨손으로 잡았다.

수라소수마공의 위력이 굉장했다.

섬전벽력의 초식을 단번에 파악한 것을 보니 척휘명에게는 암흑십혈을 갈아 넣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섬전벽력이 막히자, 상위 초식인 쾌폭격살, 뇌정지탄을 차례로 펼쳤다.

그리고 그것은 척휘명에게 그대로 막혔다.

난 그대로 몸을 공중에서 회전하여 뒤로 물러났다.

“폭풍참륜도 써보거라. 보기 좋게 박살내주마.”

척휘명은 공격을 가하지 않고 여유를 부렸다.

그를 방심시키기 위해 난 입술에 묻은 피를 닦으며 인상을 찌푸리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척가야. 다른 무공을 써도 되겠느냐?”

“좋을 대로.”

척휘명은 콧방귀를 뀌었다.

가장 강력한 천의검법이 막혔는데, 다른 무공을 펼친다니 헛웃음만 나오는 그였다.

“자네도 아는 무공일 거야.”

“구양검법인가? 크크크.”

명백한 조롱이었고 비웃음이었다.

내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표정은 심각해졌다.

그동안 혈뢰구강검술을 많이 수련했지만, 실전에 사용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조금 긴장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조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어떤 초식을 쓸지 결정했다.

차례대로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척휘명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를 죽이는 게 최선이었지만, 그의 무위를 볼 때 장담하긴 힘들었다.

하여 죽이지 못하면 중상을 입혀 앞으로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구양검법이 아닌 거 같은데.”

척휘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귀혼검이 적색강기에 휩싸이며 폭발적으로 속도로 날아갔다.

“으헉.”

척휘명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깜짝 놀라 급히 귀혼검을 잡으려고 왼손을 쳐들었다.

난 급히 검로를 틀어 그를 계속 공격했다.

강력한 공격 앞에 척휘명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슈우우욱.

콰콰콰쾅.

적색강기가 귀혼검에서 생성되더니 일직선으로 척휘명에게 날아갔다.

쾅. 쾅.

척휘명은 그걸 손바닥으로 막고는 뒤로 세 발자국이나 물러났다.

“이게 무슨 검술인가?”

그의 얼굴은 불신으로 가득했다.

난 대답하지 않고 계속 혈뢰구강검술로 밀어붙였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여유롭던 척휘명의 표정이 다시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제까지는 강약점을 파악했던 천의검법만 상대하면 되었는데, 알지 못하는 상승검술까지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난 혈뢰구강검술로 공격을 이어갔고, 척휘명은 근근이 공격을 막아낼 뿐 반격은 꿈에도 꾸지 못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죠?”

이혈이 일혈에게 질문했다.

그들은 대략 치료를 끝내고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혈뢰구강검술이 튀어나오자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일혈, 이혈은 척무혁이 펼친 혈뢰구강검술을 본적이 있었지만, 지금 구양천이 펼치는 무공이 혈뢰구강검술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라고 알겠느냐?”

“그런데 구양천은 천재인가요?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상승무공을 익혔을까요?”

“난들 아냐? 젠장할.”

일혈의 머릿속에 과거의 악몽이 떠올랐다.

화운룡에 의해 암흑마교가 무너졌던 그 순간이.

그때 일혈은 입교한 지 얼마 안 되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암흑마교를 무너뜨리는 화운룡의 천신 같은 무위는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었다.

지금 구양천을 보면서 화운룡을 떠올렸을 만큼, 그의 무위는 무지막지했다.

당연히 이기리라 생각했던 척휘명이 밀린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내가 혈뢰강을 전력으로 펼치자, 척휘명은 양 손으로 적색강기를 막아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왼손으로 뇌정지탄을 연속을 발출했다.

퉁퉁퉁퉁.

“크흑.”

결국 왼쪽 어깨가 뚫린 척휘명은 낭패한 기색으로 물러났다.

난 조금도 틈을 주지 않고 폭풍참륜을 펼쳤다.

내공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몸을 죽을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강력한 공격을 이어갔다.

“폭풍참륜!”

쩌렁쩌렁한 함성과 함께 귀혼검에서 두 개의 강기륜이 형성되었고, 그것은 곧바로 척휘명을 향해 날아갔다.

쿠콰콰콰콰.

카카카카캉.

두 개의 강기륜은 앞을 막아서는 어떤 것이라도 부숴 버릴 듯한 기세였다.

마치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느낌이었지만, 거기서는 정과 망치를 이용해 두꺼운 철판을 두드려 패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혈뢰구강검술에서 천의검법으로 바뀌자, 척휘명은 속수무책이 되었다.

무위가 아닌 전략의 승리였기에 나는 더욱 기뻤다.

“커헉.”

그는 입으로 피를 뿜어냈다.

난 더는 그를 공격하지 않고 자리에 우뚝 서서 노려보았다.

“더 해보겠는가?”

“나도 지쳤지만, 네놈의 내공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해주지.”

귀혼검이 다시 적색강기로 달아오르자, 척휘명은 화들짝 놀랐다.

쐐애애애액.

쐐애애애액.

퉁퉁퉁퉁.

혈뢰강과 뇌정지탄을 연속으로 발출했다.

방금 전의 공격과 같은 방식이었지만, 척휘명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연거푸 뒤로 물러났다.

그가 입으로 연신 핏덩이를 토해내며 비틀거리자, 암흑십혈이 달려들어 그를 호위하며 에워쌌다.

“두고 보자.”

척휘명은 몸을 날려 도망쳤고, 암흑십혈을 그들을 따라 도주했다.

난 그들을 추격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다정님.

-그대로 가만있어. 저놈들이 완전히 물러난 게 아니야.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 내공을 완전히 소모했어. 척휘명이 반격했다면 내가 죽었을 거야. 내가 나오라고 할 때까진 기다려.

-알겠습니다.

난 그 자리에서 선 채로 일주천하며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평온하게 뒷짐을 지고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 그대로였다.

82년을 산 노회함으로 척휘명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었다.

여기서 속이지 못했다면 내 목이 날아갔을 것이라 생각하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척휘명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었기에 끊임없이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을 회복하고 있었다.

천지금령초, 공청석유, 만년화리 내단을 복용했고, 건곤여의신공을 극성으로 터득한 나였기에 완전히 방전되었던 내단은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했다.

-청. 이제는 나와도 돼.

내공을 절반 정도 회복하자, 비로소 여유가 생겼고 그제야 청을 호출했다.

“조금만 이동하면 은신할만한 곳이 있어요. 그곳으로 이동해서 운기조식하세요. 제가 호법설게요.”

“고마워.”

난 청과 함께 척휘명 무리가 사라진 방향과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큰 전투가 벌어졌던 공터는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그날 저녁.

완전히 내공을 회복한 나는 청이 사온 양꼬치와 만두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아쉽지 않으세요?”

“아쉽긴. 척가 놈이 수라소수마공을 대성했다면 이기기 힘들었어. 암흑십혈이 제대로 무위를 되찾으려면 적어도 육개월은 요양해야 할 거야. 그것만 해도 큰 소득이지. 척가 놈도 내상을 입었을 테니 당분간은 조용할 테고.”

“냉정하시네요. 마치 남 이야기하듯.”

“성장하려면 그래야지.”

“또 막아설까요?”

“글쎄. 아마 없으리라 생각하는데, 모르지. 뭐, 앞을 막아서면 모조리 제압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

막강한 고수인 척휘명을 물리쳤다.

또 다른 고수를 파견한다는 건 크게 두렵지 않았다.

두렵다면 저들이 천라지망을 펼치거나 암흑사련주가 직접 나서는 경우였다.

척휘명의 무위를 봤을 때, 련주가 나선다면 정말 위험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척휘명이 장안으로 돌아가 보고하고 련주가 곧바로 움직인다손 치더라도 그때는 내가 멀리 벗어났을 테니까.

“조금 자둬. 바로 출발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연락책으로 고난을 이기며 살아온 청은 곧장 자리를 펴고 모로 누워 잠을 청했다.

잠은 잘 수 있을 때 자둬야 한다.

두 시진 후.

난 청을 깨워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는 곧바로 서쪽으로 이동했다.

난주현을 거쳐 고비사막을 통과한 하면 곧바로 온숙현이 나왔는데, 그곳이 천산으로 가는 출발지였다.

혹시 있을지 모를 암흑사련주의 추격에 대비하여 속도를 냈다.

**

삼일 후.

장안현 암흑사련.

척휘명과 암흑십혈이 붕대를 감고 지친 모습으로 나타나자, 암흑사련은 크게 술렁거렸다.

특히 척휘명은 내상을 크게 입은 듯 얼굴이 창백해진 상태였다.

“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만통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척휘명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서려있었다.

“만만한 자가 아니었소. 련주를 뵙고 나서 말하겠소.”

“알겠습니다.”

척휘명의 지시에 만통지는 즉각 복명했다.

척휘명을 그대로 몸을 날려 백마산으로 향했다.

“괜찮으십니까?”

온몸을 흑의로 감싼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는 무인이 척휘명의 앞을 막아섰다.

련주의 호법 암영이었다.

“자네를 볼 면목이 없군. 구양천에게 패했네.”

“그 자가 그리 강합니까?”

“자세한 건 련주께 말씀드리고 싶군.”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올라가십시오. 아마 련주님께서도 궁금해하실 겁니다.”

척휘명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산을 타고 올라갔다.

공터에 이르자, 아담한 모옥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를 본 척휘명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할아버지는 너무 가식적이야.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 모옥의 뒤편에서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그는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련주가 고상하게 행동하는 것이 역겨웠다.

척휘명도 잔인하고 흉악했지만, 련주에게는 감히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들어오너라.”

“예.”

척휘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싸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련주는 그를 보고는 쯧쯧하고 혀를 찼다.

“패배는 병가의 상사라고 했다.”

“벌써 들으셨습니까?”

“듣긴 뭘 들어. 네놈의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죄송합니다.”

련주는 그를 가까이 불러 앉혔다.

“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되었느냐?”

“그는 천의검법을 사용했습니다.”

“그것 역시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래서 암흑십혈을 데려간 것이고.”

“예상치 못한 상승검술을 사용했는데, 그게 아무래도 혈뢰구강검술 같습니다만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뭣이?”

척무진은 얼마나 놀랐는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크게 소리쳤다.

“손을 펴봐.”

척휘명이 손을 내밀자, 척무진은 그 손을 자세히 살피고는 장탄식을 터트렸다.

“혈뢰구강검술!”

“정말 혈뢰구강검술이 맞습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다. 이건 형님의 무공인 혈뢰구강검술이야.”

련주는 몹시 당혹하여 ‘형님’이란 말을 꺼냈다.

혈뢰구강검술은 척무혁의 독문무공.

그렇다.

련주는 척무혁의 동생인 척무진이었다.

“그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말해보거라.”

“드릴 말씀이 별로 없습니다.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싸우기만 했으니까요.”

척휘명은 차분하게 싸웠던 상황을 복기하며 설명했다.

척무진은 더는 묻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척무혁의 동생으로 직접 화운룡을 보았고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던 척무진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뭔가 있다.’

척무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휘명아.”

“예.”

“절대 그를 추격하지 말거라. 다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아주 멀리서 추격하거라. 지금보다 더 간격을 벌려.”

“알겠습니다.”

“난 혈천교주를 만나봐야겠다.”

척무진의 말이 끝날 즈음 그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척휘명은 그의 경공술에 감탄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옥을 나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크게 혼나리라 생각했었는데 별다른 질책을 받지 않았기에 산을 내려오는 척휘명의 마음은 조금 가벼웠다.

올 때 막아섰던 암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척무진이 움직였으니, 그 역시 따라갔을 것이다.

암영은 척무진의 그림자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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