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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60화 (60/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60화

60화. 닥쳐오는 위기 그리고 깊어지는 고민.

보름 후.

무림맹의 분위기는 새롭게 반전되었다.

무림맹원들은 척사검대를 사대단과 동등한 또는 상위 단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공공연하게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사대단주가 그걸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구양천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등한’이란 말 대신 ‘상위’라는 말이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장안 암흑사련.

“이런.”

만통지는 전서구가 전해온 첩보를 확인하고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는 차분하게 여러 첩보와 비교하여 확인하고는 정보를 만들어 작성한 후 곧바로 척 공자를 찾았다.

“어서 오시오.”

척 공자는 만통지에게 자리를 권했다.

“척 공자. 구양천이 무림맹의 샛별로 떠올랐습니다.”

만통지는 첩보를 정리한 보고서를 내밀었다.

척 공자의 왼손이 서탁 위로 올라왔는데, 주름 하나 없는 흰 손등과 길쭉한 흰 손가락이었다.

너무 희어서 투명했고, 살 속의 핏줄과 뼈가 훤히 드러나 보였기에 섬뜩한 느낌마저 주었다.

이를 본 만통지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가 익힌 절대사공의 위력이 극에 달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었다.

척 공자는 차분하게 읽고는 나지막하게 탄식했다.

“흐음. 구양천이 말썽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위험했다고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나도 만 선생과 같은 생각이오. 찜찜하다 생각했었는데, 구양천이 걸물이었구려.”

“련주님께 말씀드려 지금이라도 시행해야 합니다.”

“말씀 드려 보겠소.”

“서두르셔야 합니다.”

“알겠소. 만 선생. 련주님의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움직이면 안 되오.”

“물론입니다. 제 목숨이 여러 개가 아닌데 어찌.”

만통지는 암흑사련주를 생각하고는 두려움에 떨려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촌로 같은 모습으로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는 암흑사련주의 진짜 실체를 알고 있었다.

그 평범한 이면에는 잔혹함과 핏빛어린 광기가 서려 있었기에, 만통지는 암흑사련주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을 떨어야했다.

척 공자는 만통지를 돌려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양천이라···.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계산에 없던 놈이 튀어나왔는데, 그것도 모자라 갑자기 대종사급으로 강해졌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척 공자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방을 나와 마당의 중앙에 서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공중으로 몸을 솟구쳤다.

그의 몸은 점차 작아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실로 경탄이 절로 우러나오는 경공술이었다.

암흑사련 인근의 백마산.

척 공자는 산 중턱에 내려섰다.

“척 공자님이시군요.”

목소리만 들렸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암흑사련을 이끌어가는 척 공자로서는 기분이 나쁠 상황이었지만,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암영(暗影). 반갑네. 련주님을 만나려고 왔네.”

“올라가십시오.”

“수고하게.”

탁 공자는 경공술을 쓰지 않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칠부능선에 오르자 절벽을 깎아 만든 공터에 아담한 모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하의 절반을 움켜쥐었으면서 이런 궁벽한 삶을 살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척 공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가 못마땅한 것이냐?”

“아닙니다.”

척 공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모옥으로 들어섰고, 마당 중앙의 평상에는 어디서나 본 듯한 노인이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리 앉거라.”

“예.”

척 공자는 조심스럽게 평상에 엉덩이를 걸쳤다.

“나를 대신하여 련을 잘 이끌고 있다고 들었다. 심심해서 오지는 않았을 테고. 말해봐.”

“구양세가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구양세가? 검제가 죽은 후 몰락한 가문이잖아.”

“저도 그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검제의 손자인 구양천이 무림맹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걸 보십시오.”

탁 공자는 조심스럽게 만통지에게서 받은 보고서를 내밀었다.

노인 즉 련주는 차분하게 그것을 읽어 내려갔고, 그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번졌다.

“제대로 파악한 것이냐?”

“그렇습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입니다.”

“허어, 이거야 원. 겨우 26살인 구양천의 무위가 검제를 연상시킨단 말인가? 이게 가능하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아직 검제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매우 위험한 놈인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지금이라도 싹을 잘라버려야 합니다.”

“무림맹에 있다면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정주현 구양세가 사람들을 인질로 잡은 후에 구양천을 밖으로 유인하여 죽일 생각입니다.”

“쯧쯧.”

련주는 그의 계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혀를 찼다.

“만통지 그놈과 어울리고는 못된 것만 배웠구나.”

“하, 할아버지.”

“련주라고 부르거라.”

“련주님. 겨우 26살에 그 정도 경지에 올랐다면 장차 몇 년 내에 그놈은 본련의 큰 우환거리가 될 게 틀림없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를 죽여야 합니다.”

“자신 없느냐?”

련주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자신 있습니다.”

“그런 놈이 왜 이리 꼬리를 마는 것이냐? 구양천을 죽이면 끝이라고 생각하느냐? 또 누군가가 나타나서 네 앞을 막아설 것이다. 그때마다 이런 치졸한 방법으로 발악하며 상대를 죽인다면 나중에는 누구도 너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네가 두려워서 따를 뿐이야.”

척 공자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두려움에 따른다’는 말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련주는 그걸 못마땅하게 여겼기에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왜 암흑마교가 무너졌다고 생각하느냐? 그건 바로 너처럼 결과만을 중시했기 때문이야. 냉정하게 본련을 진단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거라. 지금도 암흑마교, 혈천교, 흑도련, 사황련도들은 복수를 위해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들이 이런 네 모습을 본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다.”

“제가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그자는 절대 범상치 않습니다. 그 나이에 그만한 경지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천재 중의 천재라는 소립니다. 그가 성장하도록 이대로 둔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가 몇 년 후에 제2의 검제나 화운룡이 된다면 어쩌시려고요?”

척 공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련주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 더는 질책하지 않았다.

다만 제2의 검제나 화운룡이 언급되자, 련주의 표정도 조금은 굳어졌다.

그 역시 척 공자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구양천이 보여주는 천부적인 재능이라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컸다.

침묵하던 련주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로구나. 그 나이에 사대단주를 휘어잡을 정도면 천재라고 봐야해. 그럼 그놈이 검제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린데.”

련주는 검제를 떠올렸다.

무림맹 역사상 최고의 맹주라는 화운룡에 버금가는 무위를 지녔던 검제.

‘귀찮아지겠는데.’

련주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검제 같은 자가 또 출현한다면 아주 피곤해지겠지.”

“그렇습니다. 그놈은 검제나 화운룡 같은 위험한 존재가 될 게 분명합니다. 이번에 한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처단해야 합니다. 련주님. 이번에 한해 예외를 허락해주십시오. 다시는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휴우.”

련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만월루는?”

만월루가 언급되자, 척 공자는 흠칫했다.

“만월루주 금노는 검제를 숭상하는 자다. 그를 단순한 정보장사꾼으로 얕보지 마라. 그의 무위는 짐작하기 어려워.”

“그렇다고 이렇게 물러날 순 없습니다.”

“구양세가를 납치하면 일이 커질 수 있어. 그러지 말고 때를 기다리거라. 분명 구양천이 밖으로 나올 거야. 그 정도 정보는 얻을 수 있을 테고. 미리 고수들을 파견해 놓았다가 나오면 덮쳐서 죽이고 흔적을 지워라.”

“알겠습니다.”

척 공자의 얼굴에 드디어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암흑사련의 핵심고수를 동원한다면 구양천 따위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구양세가를 납치해서 해결하는 방식을 원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원하는 것은 찜찜한 구양천을 죽이는 것이었다.

솔직히 만월루가 귀찮긴 했지만, 그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금노도 수틀리면 죽인다.’

척 공자는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

무림맹 척사검대.

난 정말 오랜만에 목영청을 만날 수 있었다.

참 신기한 존재였다.

오직 그가 나를 찾아와야만 만날 수 있는데, 꿈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묘한 상태였다.

“조사님을 뵙습니다.”

“조사님이라···. 나쁘지 않구나. 훌훌훌.”

목영청은 인자한 미소를 머금었다.

통상 ‘식사하셨습니까?’ ‘강녕하셨습니까?’ 이렇게 인사해야 하지만, 상대는 사람이 아니니 그런 인사를 할 수 없다보니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끊어졌다.

“얘야.”

“예. 조사님.”

“네가 무림맹주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난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대답하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하지만 넌 누가 뭐래도 목씨가문의 후손이다.”

“설마 저보고 천마가 되라는 말씀입니까?”

난 정말 화들짝 놀랐다.

전생에서 무림맹주로서 평생 무림의 안위를 위해 살았다.

다시 구양천으로 태어났지만, 그런 생각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목영청이 말한 ‘목씨가문의 후예’라는 말이 섬뜩하게 들렸다.

“이번에 암흑사련이 출범했다지? 암흑마교, 혈천교, 흑도련, 사황련이 주축이 된 세력이고.”

“몸도 없으신 분이 어찌 그리 잘 아십니까?”

“네 눈을 통해 보고 네 귀를 통해 듣는데 어찌 모르겠느냐?”

이제야 알았다.

이 노인네가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너, 암흑마교주 척무혁을 물리쳤지?”

“그렇습니다. 아주 힘든 승부였지만, 제가 승리했습니다.”

“그럼 지금 암흑사련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척무혁은 암흑마교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일컬어진 자였습니다. 설마 암흑사련주가 그보다 뛰어나단 말입니까?”

“쯧쯧. 이놈아. 암흑마교와 혈천교는 원래 하나였어. 그걸 놓친다면 절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목영청의 말에 난 크게 충격을 받았다.

“척은광이 천마교를 무너뜨리고, 암흑마교를 창설했다는 걸 잘 알거야. 그 후 백년이 지났을 즈음 갑자기 혈천교가 등장했지. 혈천교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암흑마교에서 갈라져 나왔다 이 말이다.”

“그, 그렇군요.”

“네놈이 최고라고 일컫는 척무혁은 암흑마교의 무공을 익힌 것이고, 지금 암흑사련주는 혈천교와 연합했으니 두 단체가 갈라서기 전의 암흑마교 무공을 복원하려고 할 것이다. 바로 나를 암습하여 무너뜨린 척은광의 무공을.”

“척은광이 그리 강했습니까?”

“글쎄다. 아마 척무혁보다 약했을 거야. 그놈은 나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고 암습을 했거든. 그때 천마교의 무공이 대부분 그에게 넘어갔다. 거기에는 혈천교의 무공도 포함되어 있었지. 하나만 묻자. 왜 암흑사련이 조용하다고 생각하느냐?”

“암흑마교와 혈천교의 무공을 통해 처음의 무공을 찾으려는 것이군요.”

“확실한 건 없다. 다만 두 단체는 천마교에 뿌리를 두었다. 만약 암흑사련주가 두 단체 무공의 장점을 취합하여 절대사공을 복원하고 발전시켜 그것을 익힌다면 척무혁보다는 무조건 강할 것이다.”

“아무리 천마교에서 갈라져 나왔다지만, 벌써 천 년 전의 일입니다. 그 사이에 무공이 많이 발전했는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네가 천마교의 무공을 몰라서 그래.”

목영청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마외도 무공의 원조라 불리는 천마교.

그렇다면 내 상식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이한 무공들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이한 무공을 통해 암흑마교와 혈천교의 무공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헛된 짓은 아닐 것이다.

원래 천마교라는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문파들이었으니까.

다만 시간이 워낙 많이 흘렀기에 그 작업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암흑사련이 어둠속에서 힘을 키웠나?’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습니까?”

“간단하다. 그놈들이 열심히 노력해봐야 결국은 천마교의 방계무공일 뿐이다. 천마교 최고의 무공은 그들에게 넘어가지 않았어. 내가 죽기 전에 없애버렸으니까. 그걸 익혀라. 그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암흑사련주에게 천의검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네가 몇십 년 동안 펼친 천의검법을 가만 두었겠느냐? 아마 장단점이 파악되었을 테고, 대처법이 나왔을 것이다.”

“천의검법은 파훼법을 안다고 무너뜨릴 수 있는 평범한 무공이 아닙니다.”

“그렇지. 하지만 련주나 몇 명의 핵심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목영청은 이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은 길었지만, 요약하면 간단했다.

-천마가 되어라.

하지만 전생에서 무림맹주로 평생을 산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다.

그렇다고 목영청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었기에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쯧쯧. 무림맹주도 하고 천마도 하면 되지. 뭘 그걸 고민하느냐? 결정되면 나를 찾거라.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의 너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암흑사련주를 못 이겨.”

목영청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사라졌다.

현실로 돌아온 나는 눈을 떴다.

컴컴한 밤이었다.

“휴우.”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목영청의 말이 거짓이라 느껴지진 않았다.

‘하긴 내가 천의검법으로 모든 사마외도를 때려잡았는데, 암흑사련주가 생각이 있다면 그에 대한 대비를 했겠지. 대비가 되었으니 자신 있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고.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 이제 어쩐다?’

고민은 깊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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