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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58화 (58/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58화

58화. 큰 그림을 그리다.

멀리서 지켜보던 양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비무결과는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구양천의 승리를 점쳤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원한 건 아니었다.

‘저 정도로 천재란 말인가? 이건 마치 전 맹주가 살아 돌아온 느낌이잖아. 허어, 이것 참. 구양천이 천하제일인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

단번에 구양천의 실력과 잠재력을 파악한 양천린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는 전대 맹주 화운룡을 떠올렸다.

화운룡은 역대 최연소의 나이에 무림맹주에 올랐다.

그의 일대기가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자, 구양천이 화운룡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는 양천린이었다.

그의 걱정은 단순히 기우가 아니었다.

만약 구양천이 무림인에게 강력한 인식을 심어주고, 압도적인 무위를 선보인다면 그 역시 젊은 나이에 무림맹주에 오르지 말란 법이 없었다.

물론 아무리 빨라도 몇 년 후일 테지만, 양천린은 저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문득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화운룡이 30대 초반에 천하제일인이 되었고, 무림맹을 비롯한 정파의 무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자, 당시 맹주였던 상관현은 심한 퇴임압력을 받았다.

화운룡은 가만히 있었지만, 주변에서 상관현에게 강한 압력을 넣었다.

특히 외부에서 사마외도가 창궐하면서 강력한 무위를 가진 화운룡이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마른들판에 불이 붙듯 사방에서 일어났다.

결국 상관현은 그걸 버텨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상관현이 맹주직을 선위한 셈이었지만, 물러나는 상관현은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후 맹주에 취임한 화운룡은 무림맹 역대 최강의 맹주가 되었고, 상관현은 세인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갔다.

‘처음부터 오래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무림이 평화를 찾으면 그걸로 족하다. 상관현도 버티지 못했거늘. 그저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양천린은 애써 대범한 표정을 지으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노력했다.

추하게 구양천을 막아서거나 깎아내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 식으로 버티다가 끌어내려지면 그때는 불명예스럽게 무림맹을 떠나야 한다.

그걸 잘 아는 양천린이었기에, 그저 마지막까지 무림맹주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는 누가 뭐래도 이 양천린이 무림맹주다.”

양천린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비무대.

구양천을 연호하던 무림인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특히 단 소속의 무인과 그들을 지지했던 무인들은 실망감에 어두워진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구양 대주님.”

처음으로 소양혜의 입에서 ‘님’자가 붙은 말이 튀어나왔다.

적어도 자신의 입으로 꺼낸 말을 지키는 그녀였다.

“말씀하시오.”

“저, 무공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조언을 구한다는 말에 염무상, 강우충의 시선이 일제히 소양혜에게 향했다.

‘이게 처 맞더니 돌았나?’ 하는 눈빛이었다.

“따라오시오.”

내가 몸을 날리자, 소양혜는 지체 없이 내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본 강우충이 툴툴거렸다.

“나참, 어이가 없네. 대형. 소 단주. 저거 미친 거 아닙니까?”

“글쎄.”

“글쎄라니요? 무슨 말이 그렇게 뜨뜻미지근합니까?”

“구양 대주가 마지막에 펼친 무공이 폭렬홍살장이었어. 그리고 소 단주는 그 무공을 양손으로, 구양 대주는 한 손으로 펼쳤지. 또한 그 무공에 대한 숙련도나 이해도는 소 단주가 훨씬 높아. 그런데 결과는 어찌 되었는가?”

염무상과 강우충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삭천혁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느 정도 다음 말이 예견되긴 했지만, 워낙 충격적이어서 입이 열리지 않았다.

“아마도 소 단주는 구양 대주의 조언을 받아 폭렬홍살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었을 거야. 한동안 그녀의 무공은 정체되었으니, 몹시 절박한 상황이었는데 은인이 나타난 셈이지. 어쩌면 그녀에게 이번 비무는 전화위복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 물론 무공이 오를지 정체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구양천은 대형말대로 정말 천재인 모양이군요.”

“보통 천재가 아냐. 정말 화 맹주님에 버금가는 천재일지도 모르겠어. 그가 내 독문검법을 펼쳤을 때는 정말 전율이 일었어. 그와 한번 비무했을 뿐인데, 그걸 습득했을 줄이야. 그 천부적인 능력에 두려움마저 들더군.”

“저도요.”

염무상이 동의한다는 듯 재빨리 끼어들었다.

“어쩌면 그는 화 맹주님 못지않은 거물이 될지도 모르겠어.”

“에이, 그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물론 둘을 비교하는 건 무리야. 하지만 그가 무림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 건 1년 조금 넘지. 그 사이에 무얼했는가? 혈마도 섭유흔을 쓰러트렸고, 광검자를 죽였네. 그리고 오늘은 진정한 천재임을 증명했지. 순수하게 무공성취도만 본다면 오히려 화 맹주님보다 빠르다고 생각하네.”

삭천혁의 진단에 염무상과 강우충은 반박하지 못했다.

그만큼 오늘 구양천이 보여준 천재능력인 능력은 충격적이었다.

삭천혁과 염무상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강우충은 문득 다른 생각이 일었다.

‘만약 소 단주의 무공이 개선된다면···?’

강우충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역시 몰래 구양천을 찾아가 조언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척사검대.

“거기 앉으시오.”

난 소양혜를 자리에 앉혀놓고는 폭렬홍살장을 차분하게 시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공을 넣지 않고 시연했고, 나중에는 내공을 넣고 시연했다.

소양혜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내가 펼치는 폭렬홍살장에 집중했다.

우르르릉.

천둥소리에 소양혜는 깜짝 놀랐다.

이제껏 폭렬홍살장을 익혔지만, 이런 소리는 처음이었다.

그녀는 내가 시연하는 동작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더욱 집중했다.

“차이점을 아시겠소?”

“알 듯 모를 듯합니다.”

“소 단주의 심법과 내가 익힌 심법의 차이도 있지만, 폭렬홍살장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오.”

“접근방식이 다르다고요?”

“이해하기 어렵겠지.”

나와 소양혜의 무에 대한 깨달음의 간격은 매우 컸다.

그걸 딱히 설명하기도 어려웠기에 운기조식을 통해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물론 폭렬홍살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건 오직 그녀의 능력에 달렸다.

“운기조식을 해보시오.”

소양혜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그때 내가 장심을 등에 대자, 그녀는 놀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집중하시오. 내가 진기를 조금 흘려 넣을 테니, 그대로 해보시오. 그 다음에 내가 인도한 일주천 방법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 버리면 되오.”

난 천천히 장심을 통해 진기를 밀어 넣었고, 서서히 일주천을 시작했다.

타인의 몸에 진기를 밀어 넣고 일주천하도록 돕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기에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소양혜는 밑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운기조식을 이어갔고, 난 서서히 그녀의 등에 붙였던 장심을 뗐다.

“축하드립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마혁기와 황엽이 공손하게 포권했다.

“이미 결과는 정해진 상태였네. 마 부대주.”

“예. 대주님.”

“자네가 볼 때 어땠는가?”

“매우 놀랐습니다. 특히 소 단주의 무공으로 제압한 부분에서는 전율이 일었습니다.”

“그걸 알아보았는가?”

“저도 혈궁토벌할 때 참전했기에 소 단주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녀의 무공을 익히신 겁니까? 그리고 삭 단주, 염 단주의 무공도요. 모두 대주님을 무의 천재라고 칭하는데, 제가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난 대답하지 않고 싱긋 웃었다.

그리고 애써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겸손함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능력을 최대한 개방하여 위로 올라갈 때였다.

암흑사련이 언제 어떤 짓을 저지를지 조마조마했다.

‘설령 그들이 조용히 있는다손 치더라도 필요하면 무림맹에서 과감하게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 무림맹에 첩자까지 심어둔 저들이 끝까지 평화를 추구할 리는 없으니까. 아니 지난번에 당한 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내부에서 크게 흔들릴 것이다.’

마혁기와 황엽에게 돌아가라고 손짓하고는 소양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이번 기회에 한 단계 도약한다면 암흑사련과의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원래 강했었던 데다가 선봉에 서는 체질이었기에 그녀의 무위가 강해질수록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확률이 올라갔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을 때, 운기조식에 빠졌던 소양혜가 눈을 떴다.

“어떻소?”

“한결 부드럽습니다.”

“그간 지나치게 강함을 추구했었기에 운기조식이나 장법운용에서 꼬였던 부분이 있었소. 이제 좀 더 편안하게 펼쳐보시오. 내가 인도해준 대로 기를 운행하며 무리하지 말고.”

“그런데 어찌 저를 이리 잘 아십니까? 천재라서 단번에 무공의 묘리를 파악한다고 하지만, 저의 장단점을 이리 훤히 아시다니요?”

젠장할.

입맛이 썼다.

소양혜는 무공만 날카로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82년간의 무림맹주로서의 경험이 있는데, 이걸 극복하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겨우 이틀이었지만, 대화를 나누고 비무를 겪어보니 그 성정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었소. 소 단주는 복잡하고 음흉한 성격이 아니라 난폭하고 거친 성격이니까. 다시 말해 좀 단순하단 말이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소. 지금 그런 하찮은 생각을 할 때가 아니오. 어서 펼쳐보시오.”

“알겠습니다.”

소양혜는 자세를 잡고는 진기를 끌어올렸다.

진기를 인도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기에 어색했지만, 딱히 몸에 부담을 주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진기를 끌어올렸다.

우르르르릉.

크진 않았지만, 분명 천둥소리가 은은하게 울리자 소양혜는 깜짝 놀랐다.

쉐에에에엑.

그녀는 날카로운 예기를 바탕으로 마치 단도를 휘두르듯 폭렬홍살장을 펼쳤다.

통상 권장의 고수는 장풍을 발출하여 상대를 제압하는데, 그녀는 독특하게도 내공을 끌어올려 손을 예리한 병기로 만들어 근접전을 펼쳤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얼핏 보면 그전과 무위가 달라진 게 없어보였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위로 올라갈 돌파구를 찾았다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진기를 운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폭렬홍살장을 펼친다는 건 그녀의 재능이 눈을 떴다는 방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완전히 몰아지경에 빠져들어 연신 폭렬홍살장을 펼쳤다.

난 뒤로 한 켠 물러났다.

“헉, 헉.”

그녀는 매우 지친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벌써 다 소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진기운용방식을 신경 쓰다 보니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평생 해오던 걸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걸 바꿀 수 있는 그녀의 재능과 용기가 대단한 것이다.

“어떻소?”

“지금은 솔직히 혼란스러워요.”

“내 말을 믿고 수련해보시오. 새로운 진기운용방식을 취하고, 폭렬홍살장에 대해서 고민해보시오. 그리고 너무 강하게만 운용하려고 했던 기존의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시오. 그럼 다음 단계가 보일 것이오.”

“예. 충고 감사해요. 저, 실례되는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말씀하시오.”

“저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신데, 생각이나 언행은 한참 위라는 느낌이 들어요.”

“애늙은이라는 소릴 종종 들었소.”

그녀는 웃고 말았다.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의문을 충족할 만한 답변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만 너무 궁금했기에 질문했을 뿐이었다.

“앞으로 종종 들려도 될까요?”

“척사검대는 누구나 환영하오.”

“고마워요.”

소양혜는 정중하게 포권하고는 몸을 날려 사라졌다.

난 한동안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주시했다.

‘소양혜. 반드시 한 단계 끌어올려라. 전투가 멀지 않았다. 암흑사련과의 전투는 이제까지의 어떤 전투보다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무위를 끌어올려야 살아남는다. 삭천혁, 강우충, 염무상도 와야 할 텐데. 그들의 무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면 암흑사련과의 전투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난 천천히 몸을 돌려 대주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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