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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54화 (54/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54화

54화. 의견이 분분하다.

장안 남쪽 외곽.

천령산맥의 줄기인 백마산을 배후에 둔 자리에 궁궐 같은 거대한 장원이 생겨났다.

한때는 천자가 머물던 장안에 이런 장원은 존재치 않았었지만, 이제 장안 사람들은 그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암흑사련.

거대한 현판에 적힌 글씨는 장안을 포함한 섬서성을 비롯한 동북부지역에 무시무시한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인근에 종남파, 화산파라는 명문정파가 위치했지만, 암흑사련은 개의치 않고 거창하게 개파했다.

비록 종남파, 화산파가 명문이긴 했지만, 무림맹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던 암흑마교, 혈천교, 흑도련, 사황련이 하나로 합쳐진 조직이었으니 오히려 종남파와 화산파가 눈치를 봐야했다.

문사차림의 사내가 종종걸음으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안쪽에 위치한 깨끗한 건물로 들어섰다.

“만통지(萬通知)입니다.”

그는 문 앞에 서서 공손하게 읍하자,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마당을 쓸던 하인이 문을 열어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안에 계십니까?”

“예. 들어가십시오.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럼.”

만통지는 매우 조심스럽게 안으로 향했다.

그는 중간에 정원사, 시비를 만났지만, 누구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대했다.

만통지.

별호에서 묻어나듯 그는 매우 영특한 자였다.

그는 사파의 지낭이라 불렸고, 무림맹에서 현상금만 십만냥을 걸었을 만큼 거물이었다.

그는 두 가지로 유명했는데, 하나는 바다처럼 넓은 지혜였고, 하나는 천산처럼 높은 콧대였다.

그런 그가 하인, 정원사, 시비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 건 그들이 무시무시한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누군지는 만통지도 몰랐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평범함으로 포장한 그들 중 한명만 강호에 나가더라도 피바람이 불 것이란 것을.

“만 선생. 어서 오시오. 이 사람이 잠시 게으름을 부렸소이다. 용서하시오.”

“아닙니다. 척 공자.”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척 공자라 불린 젊은이는 만통지를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시비가 찻잔을 내려놓고 나가자, 만통지가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지시하셨던 다정이란 자의 정체 말입니다.”

“오! 알아내셨소?”

“죄송합니다.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척 공자께서 알아야 할 무인이 무림맹에 등장하여 보고 드리려고 합니다. 척사검대주 구양천입니다.”

“구양천이란···설마 검제를 배출했었던 그 구양세가?”

“그렇습니다.”

“허어, 썩어도 준치란 말인가? 구양세가는 무림맹의 압박으로 사실상 몰락했었다고 들었는데.”

“적호단주 삭천혁과 비무를 펼쳐 무승부를 이뤘는데, 붕정(崩正)이 평가하길 최소 삼 푼 이상은 숨긴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럼 삭천혁보다 한수위다? 그런 뜻이오?”

“그건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절대 삭천혁보다 아래가 아니란 말이지요. 더군다나 그의 나이는 이십대 중반입니다.”

“허어, 무림맹은 복도 많군. 화운룡이 죽자마자, 어린 봉황이 비상하려고 날개 짓을 하다니.”

척 공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최근에 무림맹을 비운 적이 있는데, 그 기간이 한 달이 조금 안됩니다. 이때는 다정이 산서성에 나타났을 때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겨우 그걸로 구양천이 다정이라 장담할 수 없소. 좀 더 신중하게 알아보시오. 구양천이라. 어째 느낌이 좋지 않군요.”

“척 공자.”

“말씀하세요.”

“구양천은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다행히 그의 가문이 정주현에 있는 구양세가인데 그 세력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들을 잡아 인질로···.”

쾅.

척 공자가 손바닥으로 서탁을 치며 표정을 굳히자, 만통지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우리 암흑사련이 뒷골목 파락호가 아니오.”

“죄송합니다.”

“만 선생께서는 가끔 답답한 소리를 하는 게 문제요. 설령 그런 식으로 무림맹을 무너뜨리고 천하를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세인들은 겉으론 우리를 두려워할지 몰라도 뒤에서는 손가락질 할 것이오. 파락호라고.”

“조심하겠습니다.”

만통지는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척 공자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라면 분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렇다면 장차 골칫거리가 될 게 분명한 구양천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일에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 아니었다.

‘그래. 이건 척 공자의 뜻이 아니라 련주의 뜻이로구나. 하긴 그분이 결정하시면 아무도 그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순 없지. 당분간은 언행을 조심해야겠어. 헛참, 련주께서는 그렇게 화운룡에게 당하고도 아직도 낭만적이시라니까.’

만통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은 지켜봅시다. 정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붕정을 통해 그를 밖으로 끌어낸 후에 제거하면 그만이니까. 삭천혁보다 위라고 하지만, 본련에는 그 정도 고수는 제법 있소. 정 안되면 내가 처리해도 되고.”

“척 공자까지 나서면 안 되지요. 본련의 고수로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삭천혁보다 무위가 높은 것이지, 절대고수는 아니니까요.”

척 공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보다 제갈문현 그자가 문제인데. 붕정도 그자를 어쩌지 못한단 말이오?”

“예. 정보루가 워낙 철통같은 보안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여중명이 추혼검대를 이끌고 대기하고 있어서 암습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쩝.”

척 공자는 아쉬움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볼 때 제갈문현만 제거하면 무림맹은 스스로 무너질 거 같았다.

솔직히 무림맹의 주축인 네 개 단은 물론이고, 원로원과 맹주 양천린도 두렵지 않았다.

무림맹주가 봉황령을 발동하여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비롯한 정파의 정예무인을 차출하여 장안으로 쳐들어온다고 하더라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보루를 관장하는 제갈문현은 눈엣가시 같았다.

“만 선생만 믿겠소. 무림맹에 제갈문현이 있다면, 본련에는 만 선생이 있으니까.”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붕정에게 지원을 아끼지 마시오. 무림맹을 내부로부터 무너뜨려야 하오.”

“알겠습니다.”

만통지는 척 공자로부터 여러 당부를 듣고 난 후에야 방을 나설 수 있었다.

홀로 남은 척 공자는 인자했던 표정을 지우고 섬뜩한 눈빛으로 동쪽을 바라보았다.

‘구양천이라···. 만통지 말대로 족쇄를 채웠으면 좋겠는데. 젠장할.’

그는 암흑사련주를 떠올리고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정파도 아니면서 정파처럼 행동한단 말이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지. 이게 뭐하는 짓인지. 원.”

그는 툴툴거리고는 표정을 풀었다.

이곳에서 암흑사련주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비록 척 공자가 그를 대신하여 웬만한 일은 모두 주관하고 있지만, 그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척 공자도 만통지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

무림맹.

제갈문현은 네 단주를 한 자리에 모았다.

그는 단주를 한 명씩 눈을 마주치고는 청룡단주 염무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마혁기가 척사검대에 합류할 예정입니다.”

“마혁기요? 그자는 정사지간의 인물 아닙니까?”

예상대로 염무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만약 암흑사련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척사검대주가 요청했더라도 마혁기를 거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공할 위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염 단주께서도 대의를 위해 잠시 사적인 원한은 접어두시는 게 어떻습니까?”

“헛참. 너무하십니다. 그렇게 말씀해 버리면 제가 반대할 수 없잖습니까?”

“하긴 반대하면 염 단주만 속 좁은 놈이 되겠군.”

현무단주 강우충이 염무상을 대신하여 속내를 시원하게 드러냈다.

“군사님. 이건 군사님 선에서 처리해주셔야죠. 솔직히 마혁기를 맹 안에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 역시 껄끄러웠지만, 척사검대주께서 워낙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일이라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척사검대는 무림맹 소속인데 군사님께서 통제해주셔야죠.”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맙시다. 마혁기는 혈궁토벌에도 참전해서 화 맹주님께 인정을 받았을 만큼 뛰어난 무인이오. 껄끄러운 인연은 일단 접어두고 암흑사련을 상대하는 것만 생각합시다.”

“허어, 참나.”

염무상은 헛웃음을 지었지만, 계속 반발하진 못했다.

“좋습니다. 암흑사련이 발호했으니 악연을 일단 접어두지요.”

“역시. 이래야 염 단주답지요. 다른 단주들께서도 불만은 없으시겠지요?”

“불만이 있어도 참아야지요.”

단주들의 대표격인 삭천혁이 결론을 내렸다.

제갈문현은 이제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주작단주 소양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차가운 미인형인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혁기가 마지막인가요? 제 생각에는 척사검대주가 분란을 일으킬 만한 무인들을 계속 영입할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군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선공후사(先公後私).”

좀 단순한 면이 있는 염무상과는 달리 속이 깊은 소양혜였기에 그녀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제갈문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군사님. 이러면 무림맹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맹의 설립취지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맹주님이 계실 때는 이런 일이 없었잖아요.”

“무림맹의 설립취지는 정파의 보호였지만, 무림을 보호하는 것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또 마혁기는 전 맹주님의 작품이지요. 물론 맹으로 끌어들이시진 않았지만, 혈궁토벌에 참여시켰으니 무림맹과 인연이 있지요.”

“역시 완벽해. 말로는 군사님을 이길 수 없다니까.”

“그럼 소 단주도 인정한 걸로 알겠습니다.”

“네. 좋으실 대로.”

“예의를 갖춰.”

삭천혁이 나지막하게 질타하자, 소양혜는 움찔하더니 제갈문현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문제 삼지 않을 게요.”

“고맙습니다. 암흑사련의 등장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해결하는데 이 제갈문현은 목숨을 걸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무림맹의 기둥입니다. 선공후사의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부탁하겠습니다.”

제갈문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포권하자, 삭천혁이 세 단주에게 눈짓을 하여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포권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소 의견이 충돌했는데, 이 또한 맹을 위한 충심에서 우러나왔으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당연하지요.”

제갈문현은 옅은 미소를 짓고는 단주실을 나섰다.

그는 짧게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언제든 힘겨웠다.

하지만 그들 역시 맹의 핵심조직을 이끄는 이들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었다.

‘힘내자.’

제갈문현은 주먹을 꽉 말아 쥐고는 정보루로 향했다.

**

척사검대.

난 대원들을 모두 소집했다.

강렬한 눈빛을 쏟아내는 그들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이제까지 강하게 훈련시킨 보람을 느꼈다.

“새로운 부대주를 영입하려고 한다.”

순간 좌중은 크게 술렁거렸다.

그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이유는 무림맹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욕망도 포함되어 있었다.

새로운 부대주가 입성하면 그들이 올라갈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니 그들의 마음이 불편한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물론 그들은 나를 신뢰하고 있었다.

이제껏 직접 지도하여 그들의 무공수위를 끌어올렸으니까.

그럼에도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높이 오르고 싶다는 무인의 본능적인 야망 때문이었다.

“그는 여러분도 잘 아는 무인이다. 매우 강력한 무위를 지녔으며, 혈궁토벌에도 참전하여 큰 전공을 세웠다. 순수하게 무공으로만 친다면 검대에서 본대주 바로 아래라고 생각한다.”

대원들의 표정은 불만족스러움에서 궁금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일도필살 마혁기다.”

마혁기란 이름이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거친 성격이 문제였지 무위는 누구나 인정했다.

“이 중에는 불만이 있는 자가 있을 것이다. 아니 당연히 불만을 품어야 한다. 그걸 불만으로 드러내고 만다면 바보다. 불만 있다면 더 노력해서 실력을 키워라. 그리고 실력으로 마혁기를 밀어내도록! 내가 마혁기를 데려오는 이유는 그의 실력 때문이다. 척사검대가 더욱 커져서 척사검단이 되고, 새로 여러 명의 대주가 필요해 질 때를 기다려라. 그 기회를 잡고 못 잡고는 오직 너희들의 노력에 달렸다. 알겠는가?”

“명심하겠습니다!”

대원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좋아. 마혁기가 입맹하면 그때 소개하기로 하고. 모두 해산!”

“해산!”

대원들은 일제히 복명하며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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