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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53화 (53/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53화

53화. 수하를 얻다.

횡미산 정상.

거대하고 험준한 대별산과는 달리 횡미산은 낮고 완만했으며, 정상은 평평했다.

난 경공술을 최대한으로 펼쳐 이곳에 먼저 도착한 후, 뒷짐을 지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여유를 부렸다.

얼마 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마혁기가 도착하여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힘들면 운기조식하시오.”

“도대체 네 정체가 무엇이냐?”

“아까 말했잖소. 척사검대주 구양천이라고.”

“이런 실력인데 삭천혁과 무승부를 이뤘다고?”

마혁기는 꽤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하긴 그때는 정말 많은 무인이 구경했으니, 모르면 이상할 것이다.

더군다나 마혁기는 무림맹이 위치한 호북성이 주활동무대였다.

“운이 좋아 그 당시보다 내공이 늘었소. 운기조식하시오. 지금으로는 내가 펼치는 천의검법을 받아내지 못할 것이오.”

“정말 그분의 제자가 맞소?”

마혁기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거칠던 말투도 많이 누그러졌다.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었다.

“맞소. 어서 운기조식을 하시오. 그리고 겨뤄봅시다. 마 대협이라면 내가 건곤여의신공으로 펼치는 천의검법을 알아볼 것이오. 그리고 막아낼 것이오.”

“제대로 펼쳐지는 천의검법을 내가 무슨 수로 막아낸단 말이오. 그건 불가능하오.”

마혁기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광검자를 상대로 폭풍참륜을 펼쳐 간신히 이겼소.”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무리 광검자의 무위가 뛰어나다고 하지만, 폭풍참륜이 제대로 펼쳐졌다면 즉사했을 것이오.”

마혁기를 고개를 젓다가 무슨 생각에 이르렀는지 눈빛을 반짝이며 급히 되물었다.

“강기륜을 몇 개 만들 수 있소?”

“광검자를 상대할 때는 두 개, 지금은 세 개가 가능하오.”

“어쩐지. 화 맹주님께서는 여섯 개를 만드셨소.”

“잘 알고 있소. 계속 이렇게 입으로 할 거요?”

“폭풍참륜을 한번만 보여주시오. 제대로 배웠는지 궁금하오.”

“제대로 배웠다면?”

“주군으로 모시겠소.”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니오?”

“화 맹주님을 주군으로 모셨었는데, 그분의 진전을 이은 구양 대주를 주군으로 모시는 게 무슨 문제가 되오이까? 그분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난 적지 않은 시간을 방황했소. 곁에서 돕고 싶소.”

진실 된 그의 눈을 바라보자, 예전에 함께 했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당장에라도 내 정체를 밝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안타까울 뿐이었다.

만약 밝힌다면?

아마도 마혁기는 불같이 화를 내지 않을까?

존경하는 화운룡을 모욕했다고.

하긴 나라도 그런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제자라는 신분이 딱 맞다고 생각했다.

“그럼 직접 받아보시겠소? 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오. 강기륜을 조정할 수 있으니, 마 대협이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강기륜을 회수하면 그만이니까.”

“그, 그게 정말로 가능하오?”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 개라면 해볼 만하지 않소? 화 맹주님을 존경했다면 그분의 독문검법인 천의검법을 잘 알 테고.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을 것이오.”

“좋소.”

마혁기는 상당히 긴장한 표정으로 도집을 집어 던졌다.

그는 도를 들고 나와 마주선 채 내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후우우웅.

주변에 작은 공기소용돌이가 일었고, 도 끝에서는 날카로운 도강이 일렁거렸는데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역시 마혁기였다.

이 정도면 삭천혁은 몰라도 청룡단주 염무상에 필적할 정도였다.

‘그래서 염무상이 마혁기를 싫어하나?’

“준비되었소.”

마혁기는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폭풍참륜 기수식을 잡았다.

고오오오오옹.

강기륜은 검의 왼쪽, 오른쪽, 상단에 각각 하나씩 생겨났는데 세 개 모두 완벽하게 같은 크기의 동심원 모양이었다.

“오오. 강기륜!”

마혁기는 완벽한 강기륜을 보고 감탄을 쏟아냈다.

고오오오옷!

강기륜이 몰아닥치자, 마혁기는 정신을 집중하고 전력을 다해 도강을 펼쳤다.

캉. 쿠쿠쿠쿠쿠.

콰드드드드.

강기가 부딪치는 소리는 마치 쇠판을 갉아내는 듯한 듣기 거북한 소음이었다.

“우아아아아.”

마혁기는 고함을 질러대며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강기륜을 막았다.

난 세밀히 그의 표정을 살폈다.

이백년의 내공을 얻은 이후, 세 개의 강기륜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불완전한 강기륜 두 개로 광검자를 죽였었다.

물론 그 후 나도 완전히 내공이 소진되어서 위험했었지만.

그러니 광검자보다 한수아래인 마혁기에게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잘 다져진 고기가 되었을 것이다.

마혁기의 얼굴이 더욱 붉어지고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는 걸 확인한 나는 내공을 걷어 들였다.

강기륜은 강렬한 빛을 점차 잃어가더니 이윽고 완전히 사라졌다.

털썩.

마혁기는 완전히 탈진하여 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운기조식을 하시오. 내부가 크게 진탕되었을 테니 내가 좀 도와주겠소.”

난 그의 뒤로 가서 그가 운기조식을 취하도록 자세를 잡아주곤 등에 장심을 대고 건곤여의신공을 조금씩 흘려 넣었다.

그는 움찔하더니 내 도움을 받아들였고, 곧 운기조식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의 호흡과 내공흐름이 안정된 것을 확인한 나는 등에서 장심을 뗀 후, 뒷짐을 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공이 이백년으로 오른 이후, 확실히 내공을 운용하는데 여유가 생겼다.

지금도 십년의 내공을 사용해서 마혁기를 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단전이 커지고 내공의 양이 많아질수록 적은 양의 내공으로 더 강하게 천의검법을 펼칠 수 있었다.

내공의 묘용은 알면 알수록 참 신비로웠다.

“주군.”

운기조식을 끝낸 마혁기가 털썩 엎드렸다.

“나와 함께 무림맹으로 갑시다. 그대를 부대주로 삼고 싶소.”

“주군의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 그런데 무림맹에는 염 단주를 비롯하여 저를 싫어하는 무리가 꽤 있습니다.”

“걱정할 것 없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비록 그대와 사적으로 안 좋은 관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암흑사련을 상대해야 하는 이런 위기에서 사적인 감정을 드러낼 만큼 무모하지는 않소. 적어도 공과 사를 구분할 자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대주님이라 부를까요?”

“그래주시오.”

“그럼 말을 편히 하십시오.”

“그러지.”

난 환하게 웃었다.

예전의 화운룡과 마혁기의 관계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마 부대주.”

“예.”

“그때는 왜 화 맹주님 곁을 떠났는가? 아무런 말도 없이.”

“화 맹주님께 폐를 끼치기 싫었으니까요. 혈궁을 상대하고 난 후, 염 단주를 비롯한 이들과 마찰이 생겼습니다. 이게 공론화되면 화 맹주님의 얼굴에 먹칠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네. 화 맹주님께서 그 정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셨는가? 나도 해결할 자신이 있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운 하대에 마혁기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화운룡과 대화하는 느낌이었기에 내심 반가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비무해보세.”

“무슨 말씀이신지?”

“예전에 봤을 때, 마 부대주의 도법에 아쉬운 게 있었거든. 그걸 고치면 좀 더 무서운 무인으로 거듭날 것이야.”

전생에서 혈궁을 토벌할 때, 그의 도법의 약점을 발견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누구를 가르친 적은커녕, 조언한 적도 없었기에 마혁기도 그냥 넘어갔다.

제자도 없었으니 말다한 것 아니겠는가?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삶은 너무 무미건조했었던 것 같다.

오직 사마외도를 물리쳐 무림을 안정시키겠다는 그런 생각만 했었다.

참 재미없는 삶이었다.

스르르르릉.

나는 거둬들였던 귀혼검을 다시 뽑았다.

“구양검법을 펼치겠네. 꽤 만만치 않을 테니 집중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처음에 마혁기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내 진심으로 비무하려고 한다는 걸 깨닫고는 도를 치켜세웠다.

“간다.”

귀혼검이 최단거리로 움직이며 그의 정수리에 떨어졌다.

카캉.

마혁기는 빠르게 몸의 중심을 이동하며 도를 들어 올려 막았다.

“우욱.”

“정신 차려!”

마혁기는 예상보다 강력한 힘이 실린 귀혼검을 막고는 손목이 저려 하마터면 도를 놓칠 뻔했다.

귀혼검은 무자비했다.

정수리를 공격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왼쪽 옆구리를 쓸어갔다.

마혁기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다.

카캉.

카캉.

난 계속 마혁기의 허점을 공격했고, 그는 막기 바빠 반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약 일각의 비무를 마친 후, 난 검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났다.

“헉, 헉.”

마혁기는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밀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겠는가?”

“도가 너무 무거워 쾌검에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그걸세.”

“하지만 이건 대주님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리지 않았을 겁니다.”

“아래를 보고 산단 말인가? 위를 보고 살아야지. 무림맹에 가면 수많은 고수를 만날 테고, 암흑사련과 전투가 벌어지면 또 수많은 고수를 만나겠지. 그때 가서도 ‘당신이 너무 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댈 셈인가?”

은은한 질타는 그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혈궁을 토벌할 때에 비해서 자네의 무공은 조금도 진보하지 않았어. 육중한 도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 때, 화 맹주님이 도와주셔서 극적으로 위험을 벗어났었던 적도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을 겪었다면 고민하고 보완했으리라 생각했거늘. 실망일세.”

“화 맹주님께서 이런 부분도 이야기해주셨습니까?”

난 순간 뜨끔했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얼마나 아쉬웠으면 내게 말했겠는가? 분명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데, 스스로 정체되어 있으니 말일세. 지금의 도는 너무 무거워. 덕분에 자네를 상대하는 적에게 강력한 타격을 주었지만, 나처럼 쾌검을 사용하는 고수를 만나면 속수무책인 상황이 되지. 도의 무게를 줄이게. 그리고 약점이 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야.”

난 더는 조언하지 않았다.

이는 마혁기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다만 대도를 이용한 강력한 공격으로 최상위급 고수를 만나지 않는 한, 무자비하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강력한 타격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재미에 흠뻑 빠졌었던 마혁기는 바꿀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조언 감사합니다. 대주님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평생 이렇게 살 뻔 했군요.”

“마 부대주 스스로 알고 있었던 문제일세. 다만 그걸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지. 신변을 정리하고 척사검대로 오게. 맹에서 일부 무인이 호의적이지 않겠지만, 문제는 벌어지지 않으리라 확신하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딜 가든 저를 싫어하는 무인은 있는 법이니까요.”

“그럼. 다음에 보세.”

난 그대로 공중으로 솟구쳤다.

까마득하게 날아오른 후 무림맹을 향해 날아가더니 그대로 작은 점으로 사라지자, 마혁기는 감탄을 터트렸다.

“거의 화 맹주님께 필적하는 경공술인데. 그분께서는 도대체 언제 저런 고수를 키우셨던 거야. 분명 작년에 혈궁토벌할 때만 하더라도 제자가 있다는 말이 없으셨는데. 저 정도 나이에 저런 무위라면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않고 어릴 때부터 온갖 영약을 먹여 키운 게 틀림없어. 암, 그렇고말고. 그렇지 않으면 저 나이에 저런 무위를 갖추기 힘들지. 혹시 숨겨 논 아들인가?”

마혁기는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하시더니···결국 그렇게 된 것이로군. 하긴 남자인데, 그럴 수도 있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주군. 잘하셨습니다. 그래도 후사를 남겨두었으니 다행입니다.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아무튼 제가 목숨 걸고 주군의 아드님을 모시겠습니다. 지하에서 편히 쉬십시오.”

마혁기는 엉뚱한 오해를 했다.

그는 무림맹 방향으로 정중하게 포권했다.

한참 동안 숙여졌던 허리가 펴졌고, 마혁기의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마혁기 오늘부터 새롭게 태어났다. 진정한 무인이 되어보자.”

마혁기는 신형을 솟구쳐 올라 횡미산을 벗어나 남쪽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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