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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50화 (50/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50화

50화. 암흑사련(暗黑邪聯) 출범.

맹주전.

제갈문현은 양천린을 찾았다.

“어서 오시오.”

양천린은 제갈문현을 보자 반색하며 자리를 권했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양천린이 입을 열었다.

“그래 어찌 되었소?”

“대단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상최고의 천재와 한 시대를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상최고의 천재라.”

양천린의 얼굴에는 의혹이 떠올랐다.

제갈문현은 실수를 깨닫고는 사실위주로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만년화리의 내단은 복용이 까다롭습니다. 극양의 내공을 익혔더라도 처음에는 매우 고생합니다. 그런데 그는 단숨에 내단을 녹여 흡수했습니다. 마치 ‘만년화리 내단은 이렇게 복용하는 것이다’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천재라는 표현을 썼고요.”

“자질이 괜찮다니 다행이로군. 귀한 만년화리 내단을 낭비하면 어쩌나 했었는데.”

양천린은 험험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되물었다.

“그럼 내공은 얼마나 되오?”

“이백년입니다.”

“이백년?”

제갈문현의 대답에 양천린은 헛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현재 양천린의 내공이 삼갑자였다.

그러니 내공만 따지면 구양천이 그보다 위인 것이다.

내공과 무공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내공은 무를 표현하는 지표로 사용되었고 또 무인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무림맹 입장으로서는 뛰어난 무인이 탄생했으니 기뻐할 일이었지만, 그보다 많은 내공을 보유한 젊은 구양천의 등장이 양천린에게는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대의를 위한 것이다’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불편함을 억눌렀다.

양천린 역시 맹주이기 전에 사람이었던 것이다.

“맹주님.”

“말씀하시오.”

“그리고 혈삼악이라고 합격술에 능한 자들이 있는데, 구양천이 그들 중 한 명을 생포해왔습니다. 지금 부정보루주가 취조하고 있으니, 암흑혈천마교를 비롯한 사마외도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호되게 고문해서라도 정보를 캐내시오! 자잘한 정보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오!”

양천린은 손바닥으로 서탁을 치며 단호하게 명령했다.

구양천으로 인해 심기가 불편했던 눈빛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맹주 본연의 위치를 찾았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말씀하시오.”

“구양천 아니 다정의 말에 의하면, 산서성지부의 고위층에 첩자가 있다고 합니다.”

제갈문현은 구양천과 청의 보고내용을 토대로 차분하게 설명해줬고, 양천린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허어, 저들이 화 맹주님이 두려워 쩔쩔 매며 지하로 숨어들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양천린은 장탄식을 터트렸다.

“제갈 군사.”

“예. 맹주님.”

“내 생각에는···.”

양천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산서성지부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오. 저 정도라면 서쪽의 많은 지부에 첩자를 심어 놓았을 것이오.”

“서쪽에도 정파가 많지만, 맹주님의 말씀대로 그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저들이 이제 어떻게 나오리라 생각하시오?”

“지난번처럼 지하로 파고들어 숨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리라 생각하시오?”

“아닐 겁니다.”

“그럼?”

양천린은 목이 타는지 차가운 찻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어둠속에 머무르던 저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헛참. 암흑혈천마교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양천린은 헛웃음을 지었다.

제갈문현의 예상인 만큼 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지만, 양천린은 그게 현실화 되리라 생각했다.

이제까지 제갈문현은 확신이 없으면 이런 보고를 하지 않았다.

“그럼 의심되는 지부에 무인을 보내 조사하는 건 뒤로 미뤄야겠구려.”

“그렇습니다. 저들이 무림맹의 반대쪽에 서겠다고 작정했다면 우리가 보낸 무인들은 모조리 죽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가 부족하니, 일단 조용히 지켜보고 후에 대처하시지요. 그래도 구양천이란 뛰어난 비밀병기를 얻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앞으로 암흑혈천마교와의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그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겁니다.”

“그렇지.”

양천린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천린은 지부가 무림맹에 반기를 들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모든 지부를 믿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은밀하게 무림맹을 조사하시오. 만약 여기에 저들의 세작이 있다면 쫓아내야하지 않겠소?”

“알겠습니다.”

“휴우,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게 잘못되면 내가 죽어서 화 맹주님을 어찌 뵐꼬.”

깊숙이 숨어 있는 세작을 잡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제갈문현은 시간을 두고 은밀히 조사하기로 마음먹고, 맹주전을 물러났다.

그는 천천히 정보루로 향하다가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전임맹주 화운룡을 떠올렸다.

“어찌 이리도 빨리 떠나셨습니까?”

양천린도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위기상황에서는 화운룡같이 강력한 무인이 강력한 지도력으로 무림맹을 이끌어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문현은 아쉬움에 고개를 흔들었다.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겨 정보루로 향했다.

**

척사검대.

나는 부대주 황엽과 41명의 대원들을 모두 소집하고는 일부러 단전을 활짝 열어 개방했다.

더욱 강력해진 내 무위를 보자, 대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무공에 목숨을 건 그들이었기에 상관인 내 무위가 한 단계 올라선 것을 확인하자, 자기 일처럼 기뻐한 것이다.

“고생했다.”

난 짧게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분명 수련으로 힘들었을 텐데, 살아있는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는 대원들을 보니 피로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대주님. 그동안 모든 대원들이 치열하게 수련했습니다.”

“좋아. 그럼 내게 수련성과를 보여주게.”

“잠시 기다리십시오.”

황엽은 내게 포권하고는 뒤돌아서서 그들의 간격을 넓게 벌리고, 각자 수련한 검술을 펼칠 것을 지시했다.

곧 연무장은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기로 가득 찼다.

난 예리한 눈으로 그들의 살폈다.

한 시진 정도 살핀 나는 그들 속으로 뛰어들어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조치했다.

산서성으로 임무를 떠나기 전에도 계속 잘못된 부분을 보완조치했었는데, 이번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다시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날 저녁.

대원들은 파김치가 되어 돌아갔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황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지 않소.”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어떡하면 대원들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다보니 그렇게 되었구려. 그간 고생하셨소. 대원들이 퇴보하지 않고 발전했소. 이건 황 부대주의 공이오.”

“그간 대원들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대주님.”

“말씀하시오.”

“대원들이 각 단에서 배웠던 무공을 그대로 사용하니, 좀 오합지졸같은 느낌이 납니다. 각 단에서 사용하는 검법이 다르니까요.”

“물론 내가 그들에게 새로운 검법을 전수하고, 그들이 하나의 검법을 펼친다면 좋을 것이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소. 하여 현재의 검법을 극대화시키는 게 최선이오. 곧 무림은 혈풍에 휩싸이게 될 것이오.”

“저희는 대주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황엽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나를 보며 황엽을 비롯한 대원들은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작년에 혈궁이 발호했던 부분을 제외하면 꽤 오랫동안 조용했으니, 이번에 저들이 발호하면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오. 언제 출동명령이 내려올지 모르니, 단단히 준비해두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엽이 포권하고 물러나자, 난 자리에서 일어나 연공실로 향했다.

스르르릉.

귀혼검이 뽑혀져 나오는 소리는 섬뜩하면서도 묘한 쾌감을 주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나는 전력으로 구양검법과 천의검법을 펼쳤다.

쐐애애애액.

카카카카캉.

쾅. 쾅.

연공실은 무너질 듯 크게 흔들렸다.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진 벽이었기에 망정이지, 웬만한 석벽이었다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후련하군.”

이백년에 달하는 내공을 한 올도 남기도 않고 모두 발출했다.

오늘 펼친 구양검법과 천의검법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초식의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초식의 정교함, 빠르기, 진기를 검에 싣는 방식은 한 단계 성장했다.

특히 효율적으로 진기를 검에 싣는 방식이 발전했는데, 이게 가장 큰 성과였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진기를 얼마나 무기에 잘 싣는냐의 차이였다.

그래서 고수의 손에 들린 버드나무가지가 하수의 손에 들린 보검보다 예리한 이유가 그것이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텅 비웠던 단전은 이백년에 달하는 내공으로 가득 찼다.

단전을 채운 후, 품속에서 그림을 꺼내 펼쳤다.

지난번 만남 이후 목영청은 내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가 내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만날 방법이 없었다.

아쉬웠다.

“달라진 게 없군.”

항상 자세를 바꿨었는데, 그와 만남 이후로 그림은 변하지 않았다.

-다음에 보세.

목영청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조급하게 생각할 거 없다. 조사님 덕분에 확실하게 한 단계 올라섰어. 화운룡으로 살 때보다 지금의 경지가 더 높아.”

퇴보하지 않고 발전했다는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물론 동일한 내공인 상태에서 그렇다는 이야기고, 육갑자의 내공을 바탕으로 화운룡이 펼쳤던 무지막지한 천의검법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었다.

언제 육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을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 이백년의 내공을 얻은 것만으로도 실로 천운의 연속이었으니까.”

그렇다.

영약을 복용한다고 무조건 내공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게 아니었다.

무의 극의를 깨달았고, 영약에 대해 정통한 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 마음을 편안히 하고는 연공실을 나섰다.

“대주님.”

연공실 밖에서 기다리고 이던 성휘가 나를 불러 세웠다.

그렇지 않아도 내일 찾으려고 했었는데.

“잘 있었느냐?”

“예. 대주님께서는 더욱 늠름해지셨습니다.”

“그래. 아까 살펴보니 너의 무위 또한 상당히 올라갔더구나.”

“짧은 시간에 그렇게 올라가나요?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정진하겠습니다.”

성휘를 바라보는 내 눈은 순간적으로 가늘어졌다.

성휘는 구양세가를 떠나 무림맹에서 조직생활을 하면서 확실히 변했다.

특히 조장을 맡아 조원을 가르치면서 확실히 성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제법 무인다운 느낌이 났기에 만족스러웠다.

“다른 검법에 현혹되지 말고 구양검법만 파고들어. 그러면 대성할 수 있을 거야.”

혹시 무림맹의 화려한 검법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되어 강하게 당부했다.

“절대 다른 검법에는 눈을 돌리지 않습니다. 대주님께서 펼치시는 구양검법을 보곤 다른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습니다. 반드시 구양검법을 대성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성휘가 안목이 있어 다행이다.

내가 구양검법을 수련하면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놓았기에, 예전의 구양검법과는 완전히 달랐다.

성휘는 그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구양검법에 매달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

열흘 후.

무림맹은 발칵 뒤집혔다.

-암흑사련이 장안현에서 공식적으로 문파를 출범시켰다.

무림맹이 위치한 무한현이 중원의 중앙이라면, 장안현은 중원의 서북쪽에 위치했다.

장안현은 낙양현, 무한현 못지않은 대현이며 역사가 깊은 고도였다.

맹주전.

양천린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제갈문현을 비롯한 무림맹의 주요 무인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 자리에 나 역시 초대되었다.

소마각의 집행인으로 시작하여 이제 당당히 무림맹을 대표하는 대주로 참석할 자격을 얻은 것이다.

맹주전을 바라보며 난 옛생각에 잠겼다.

이곳에서 무림맹과 천하를 발아래 두고 지배했었다.

그때를 생각하자 피가 끓어올랐다.

비록 수련과 사마외도를 격멸하기 위해 제대로 쉬지도 못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그때의 삶을 후회하지 않았다.

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바뀌었다.

그건 경외심과 부러움, 기대감이 섞인 복합된 감정이었다.

전생에서도 이런 상황은 많이 경험했었기에, 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만나는 자들과 포권하여 인사하고는 맹주전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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