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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45화 (45/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45화

45화. 악몽(惡夢).

“허억.”

후은량은 내 몸의 기운을 알아차리고는 급히 내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 순간.

퉁퉁퉁.

뇌정지탄을 중검에게 날렸다.

앞서 싸울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뇌정지탄이 기습적으로 쏘아지자, 중검은 급히 피했지만 결국 오른쪽 어깨를 관통당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보법을 펼쳐 중검과의 간격을 좁힌 후, 그의 마혈을 찍었다.

쉐에에에엑.

허공을 찢는 섬뜩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본능적으로 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검이 등을 쓸어가며 지나갔다.

역시 후은량은 고수였다.

연속으로 몸을 굴러 그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후 자세를 잡았다.

“고수가 뇌려타곤이라니. 부끄럽지 않느냐?”

“글쎄. 기습한 자네가 할 소리는 아니군.”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이 그대로 허공을 가르며 후은량의 목을 노렸다.

캉캉.

후은량은 가볍게 내 검을 쳐냈다.

내 검은 곧 세 개로 늘어났다.

“헉. 이 무슨.”

세 개로 늘어난 검은 허상이었다.

워낙 빠른 쾌초를 펼치니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다.

후은량이 당해내지 못하고 물러나자, 곧바로 절대쾌초인 섬전벽력을 펼쳤다.

쒜에에에엑.

“커헉.”

후은량은 간신히 섬전벽력을 피했지만, 앞섬이 찢어지는 등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쒜에에에엑.

쒜에에에엑.

연속으로 섬전벽력을 펼쳤고, 결국 후은량의 몸은 세 갈래로 찢겨져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무위가 높았고, 언제 진규옹이 나타날지 몰라 생포하지 않고 척살했다.

난 급히 주변을 둘러보아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진기를 끌어올려 대주천했다.

들끓었던 기운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드르르륵.

진규옹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렸을 뿐, 별다른 반응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은량은 고수인데.”

그는 혀를 차더니 그제야 내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와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 난리를 피우는가?”

“그럼 안쪽으로 들어간 무인들은 어찌 되었나?”

이 정도 소란이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조용하니 이상했다.

“혹시 진가환은 가짜인가?”

“가짜라니? 진가환은 진짜다. 다만 모두 잠재웠을 뿐이다. 시끄럽게 떠들면 귀찮으니까.”

진규옹은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검은 매우 특이했다.

손잡이에서 검끝까지 희미하게 적룡이 길게 새겨져 있었다.

특히 그가 내공을 주입하자, 검에 그려진 적룡은 살아서 꿈틀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이런. 바보 같은.”

“이제야 후회가 되느냐?”

“네놈은 역용을 했구나.”

“껄껄껄. 내 역용을 알아본 자는 네가 처음이다. 티가 날 리가 없는데.”

진규옹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검과 후은량을 해치운 나를 앞에 두고도 이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웃는다는 건 그만큼 무위에 절대적인 자신 있다는 뜻이었다.

“광검자(狂劍者).”

광검자란 말이 내 입에서 흘러나오자, 처음으로 진규옹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늘 네놈을 잡아 실체를 반드시 알아내야겠구나. 노부가 은퇴한 지 20년이 넘었거늘 어찌 너 같은 젊은 놈이 알아본단 말인가?”

“당신은 정사지간의 인물이었잖은가? 어째서 암흑혈천마교와 손을 잡았는가?”

“모르는 게 없군.”

광검자는 더는 말을 섞기 싫다는 듯 내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휘우우우웅.

그의 주변으로 미친 듯한 회오리가 일기 시작했다.

그걸 바라보는 내 눈은 더 없이 차가워졌다.

광검자와 대결이 길어지면 내공에서 부족한 내게 승산이 없다.

10초 이내에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청.

-예. 대기하고 있습니다.

-혹시 내가 저 자와 양패구상하면 구해줘. 만약 내가 저 자에게 당하면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그때는 나를 구할 생각은 포기하고, 이 상황을 맹에 보고해. 그는 네가 당할 수 없는 거물이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대답해.

-알겠습니다.

아마도 청은 두번째 명령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폭풍참륜!”

천의검법 4초식이 펼쳐졌다.

암흑일혈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그 초식이었다.

두 개의 강기륜이 검 주변에서 생겨났고, 그것은 강력한 회전을 하며 광검자를 향해 날아갔다.

“말도 안 돼!”

광검자는 절규했다.

폭풍참륜을 알아본 광검자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노련한 그는 내가 펼친 폭풍참륜이 전성기에 비해 4성 수준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반격에 나섰다.

그는 도망쳐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하고는 내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강기륜을 쳐냈다.

깡. 깡. 깡.

마치 커다란 망치로 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를 귀를 후벼 팠다.

난 전력을 다해 강기륜을 조정하며 광검자를 압박했다.

광검자는 미친 듯이 강기륜을 무너뜨리려고 노력했다.

나와 광검자는 온몸에서 땀을 절절흘리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만약 이 싸움에 누군가가 끼어든다면 우리 둘은 커다란 내상을 입을 게 뻔했다.

그만큼 우린 모든 걸 걸고 싸우고 있었다.

아쉬웠다.

내공이 삼갑자였다면 강기륜을 세 개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고, 그렇다면 광검자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삼갑자라면 이기어검술로 광검자의 목을 날릴 수도 있었다.

“컥.”

미친 듯이 발악하던 광검자는 결국 강기륜을 당해내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난 내공의 한 올까지 짜내어 강기륜에 힘을 불어넣었다.

“끄아아아악.”

광검자는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몸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결코 암흑일혈보다 약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강했다.

암흑일혈과 싸울 때는 두 개의 강기륜이 불안정했지만, 지금은 완벽한 강기륜이었다.

만약 암흑일혈과 싸울 때의 수준이었다면 당하는 건 나였을 것이다.

온몸에 남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

난 그대로 통나무처럼 땅바닥을 향해 쓰러졌다.

푸근하고 따뜻한 기운이 나를 땅바닥에 쓰러지지 않도록 받쳤다.

청이었다.

눈을 뜰 힘도 입을 열어 말할 힘도 없었지만, 그녀의 좋은 냄새는 기억하고 있었다.

“죽으면 안 돼요.”

그녀는 나를 끌어안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중검을 데려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난 그녀의 품에 안긴 채 향긋한 내음을 맡으며 의식을 잃었다.

**

“화운룡! 네놈을 저주한다! 네놈만 아니었다면 마도천하를 이룰 수 있었다.”

척무혁은 온몸에서 피를 쏟아내며 처절한 한을 쏟아냈다.

암흑마교가 낳은 역대 최고의 천재 척무혁.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지만, 나 역시 큰 부상을 입었다.

“나 화운룡이 살아 있는 한, 암흑마교가 중원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하늘이 원망스럽구나.”

척무혁은 죽어가고 있었다.

난 남은 힘을 짜내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목을 베어 암흑마교를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에게 거의 다가갔을 무렵 난 움찔했다.

멀리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는 겨우 다섯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였다.

“안 돼.”

내가 검을 들고 그리로 방향을 틀자, 척무혁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다오. 암흑마교를 무너뜨렸고, 나를 포함해 모두 죽였지 않느냐?”

“후환을 남기면 수많은 무인의 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놈아.”

난 그의 욕설과 저주를 무시하며 사내아이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척무혁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안타깝구나. 네 잘못은 척무혁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쒜에엑.

사내아이는 힘없이 쓰러졌다.

“화운룡! 죽어서도 네놈을 저주할 것이다! 무림맹을 저주할 것이다!”

척무혁은 미친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난 그대로 검을 날려 척무혁의 목을 베어버렸다.

털썩.

지친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아 숨을 고르고 내공을 일주천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피였다.

이젠 진저리 났다.

아무리 정의를 위해 싸운다지만, 지쳤다.

그리고 척무혁의 아들이 죽기 전에 나를 바라보았던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꿈인가? 벌써 3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어찌 이리 생생하게 기억이 난단 말인가?’

눈을 뜨고 싶었지만, 떠지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다.

깊은 어둠이었다.

“흑흑.”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꾹꾹 눌러 참는 울음소리에 난 천천히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느냐?”

아이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

아이는 나를 보자 눈물을 닦고는 어색한 미소를 머금었다.

“드디어 만났네요.”

누굴까?

처음 보는 아이인데.

점차 아이의 눈에서 섬뜩한 기운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거대한 몸집의 사내로 바뀌었다.

난 흠칫하여 뒤로 물러나다가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이의 얼굴은 점차 한 사내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사내답고 멋지지만, 잔혹한 얼굴.

“처, 척무혁?”

“네놈은 우리의 손아귀를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화운룡. 죽여주마.”

그의 손이 뻗어왔다.

뻔히 보이는데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아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두 손으로 내 목을 움켜쥐었다.

“죽어! 죽어! 네놈에게 죽은 형제들의 복수다. 죽어!”

이대로 죽는 것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이제는 끝이란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흘러 떨어졌다.

그때였다.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도저히 알아듣기 힘들었다.

점차 목소리가 뚜렷해졌다.

의식이 흐려가는 와중에 목소리는 내 귀가 얼얼하도록 울렸고, 내 몸은 사시나무처럼 크게 흔들렸다.

“다정님! 정신 차리세요! 다정님!”

“헉.”

꿈이었다.

이토록 생생한 꿈이라니.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다정님.”

“응.”

“이것 좀.”

“아, 미, 미안.”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얼마나 꽉 잡았었는지 그녀의 손은 빨갛게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괜찮아요?”

“악몽을 꿨어.”

“그런 것 같더라고요. 막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데.”

“말해봐. 내가 무슨 말을 했지?”

“암흑마교를 깨뜨리고, 척무혁과 그 아들을 죽였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넌 누구냐?’고 호통치시다가 갑자기 컥컥하며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서 급히 깨웠어요.”

“휴우.”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궁금한 게 많았을 텐데, 질문하지 않았다.

“비밀로 해줘.”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다정님. 은근히 허풍이 심하시네요.”

“무슨 말이야?”

“암흑마교주 척무혁을 죽였다고 큰 소리 쳤잖아요. 물론 꿈이었지만. 어찌나 목소리가 크고 당당한지 정말로 다정님이 척무혁을 죽인 게 맞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아주 잠시요.”

“그, 그랬어? 내가 화 맹주님을 제일 존경하다 보니 꿈에서 헛소리가 나왔나 보군.”

일단 얼버무리고 급히 화제를 바꿨다.

“여긴 어디야?”

“기씨현 외곽의 빈집이에요.”

“내가 얼마나 의식을 잃고 있었어.”

“삼 일이요.”

“휴우. 혹시 저들이 추격하지 않았어? 진가장에 대한 소문은?”

“추격은 없었고요. 진가장은 불탔어요. 자세한 이유는 몰라요. 다정님이 사경을 헤맸기에 곁을 떠날 수 없었거든요.”

“중검을 데려왔어야 했는데.”

“그땐 다정님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고마워. 정말.”

“너무 빨리 말씀하시는 거 아네요?”

청은 밝게 웃었다.

“이제 어떡해야 하나?”

“산서성지부와는 다르네요. 그때는 그저 도주만 했는데, 이번에는 불을 질렀잖아요.”

“그러게. 맹에 보고는?”

“바로 했어요. 이곳으로 추혼검대가 올 거예요.”

“알았어. 난 운기조식을 할 테니까, 호법 좀 서줘.”

“알겠습니다.”

청은 바로 대답하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화운룡. 네놈은 우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꿈속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라? 느낌이 좋지 않다. 어쩌면 가까이에 암흑마교가 있을지도 모른다. 신중해야 한다. 일단 의심하고 또 의심하자.’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믿을 수 있는 무인은 청 한 명 뿐이었다.

‘답답하군.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도 몰라. 꿈이었을 뿐이잖아. 무림맹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내 고개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는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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