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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43화 (43/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43화

43화. 드디어 꼬리를 잡다.

-이상하군.

양가장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다정님이 가장 강한데, 정보루에서 배치를 잘못해서 낭비하는 느낌이 드네요.

-그것참. 지형과 적의 동향을 살펴보면 여기가 가능성이 높은데.

-아무래도 심수 중류에 위치한 기씨현으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좋아. 아예 심수를 따라 올라가며 싹 훑어보자고. 기씨현에도 없으면 곡원현에는 있겠지. 거기도 없으면 할 수 없는 거지.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편안해졌다.

작년에 혈궁을 토벌할 때가 떠올랐다.

혈궁은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았는데 토벌하는 데만 6개월이 소요되었다.

그때의 상황이 지금과 비슷했다.

숨바꼭질하며 저들의 위치를 찾아내는 데 5개월 이상이 걸렸고, 실제 전투는 10일 만에 종료되었다.

-맹에서 연락은 없어?

-예.

-그럼 가자고.

은밀하게 내가 몸을 날리자, 청도 내 뒤를 따라왔다.

그녀의 경공술은 확실히 달라졌다.

그전에는 지나치게 쾌에만 집착해서 내공소모가 많았지만, 지금은 훨씬 적은 내공을 소모하고도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기씨현.

기씨현은 양아현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강을 끼고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서 더 활기차보였다.

-식사거리를 사올게요.

-아냐. 기다려봐.

난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기씨현을 차분하게 살폈다.

꼼꼼하게 살핀 후, 천천히 내려왔다.

-왜요?

내가 너무 멀리서 기씨현 전체를 살피니 그녀는 이상했던 모양이었다.

-느낌이 이상한 동네야. 장원 하나가 아니라 동네 전체가 이상해.

-동네 전체가요?

-응. 뭔가 부조화스러워. 차분하게 조사해볼 필요가 있겠어. 청.

-예.

-넌 지금부터 모습을 완전히 감추고,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여. 조금 쉬었다가 어두워지면 마을로 잠입할 테니까. 일단 쉬어.

-그럼 저는 안가에 잠시 다녀올게요.

-표시를 남겨둘 테니까, 나를 찾아.

-알겠습니다.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사라지자, 난 살짝 눈을 감고 몸을 편하게 만든 후 휴식에 들어갔다.

밤이 깊어졌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일단 마을을 살피기로 결심하고 몸을 날렸다.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은밀하게 움직이자, 마을사람 누구도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화운루.

기씨현 중앙에 위치한 거대객잔으로 1, 2층은 식당, 3~5층은 숙박시설로 이용 중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역용을 하지 않고 화운루로 들어섰다.

내가 알고 있는 역용술이 허술해서 고수가 본다면 역용했다는 걸 알아차릴 테고 그럼 분란이 생길 것이다.

그러느니 맨 얼굴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정주현과 이곳은 매우 멀고 교류가 없는 곳이었기에 내 얼굴을 알아볼 자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어서 오십시오. 일행이 있으십니까?”

“혼자. 자리 있는가?”

“저를 따라오시지요.”

점소이는 무인인 나를 보고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걸 보았을 때, 이곳에는 많은 무인들이 드나들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여기 앉으십시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소면 하나. 볶음밥. 술 한 병.”

“잠시 기다리십시오.”

점소이가 안내해준 자리는 식당 중앙의 4인용 자리였다.

밤이 깊어서인지 손님의 대부분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손님의 절반은 무림인이었다.

점소이는 소면과 술을 먼저 가져왔다.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소면과 술을 마셨다.

“형씨. 같이 앉아도 되겠소?”

청의를 입은 사내와 황의를 입은 사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앉으라며 손을 뻗어 자리를 가리켰다.

“여기. 술과 돼지수육, 소면 두 개 가져와.”

청의 사내가 걸걸한 목소리로 앉으면서 주문했다.

황의 사내는 말없이 그의 곁에 앉아 나를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어디서 오셨소?”

“호구조사 나오셨소?”

“그게 아니라 이곳은 외지인이 드문 곳인데. 못 보던 얼굴이 나타나서. 말투도 산서성 사람이 아닌 것 같고.”

“하내현에서 왔소. 심수를 올라가 태원으로 가는 중이오.”

하내현은 태행산맥 남쪽에 자리 잡은 대현이었다.

“그렇구려. 그런데 뭐 하러 태원현에 가시오?”

“이상하군. 어째서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오? 혹 관아에서 나오셨소? 행색을 보아하니 무림인으로 보이는데.”

“아, 오해는 마시오. 우리는 곡원현에서 왔소.”

“그럼 그대는 무슨 일로 오셨소?”

“별 거 아니오. 기씨현 최고 부자인 진가장에서 은밀하게 무림인을 모으고 있소. 보수도 두둑하오. 형씨도 바쁘지 않으면 진가장에 같이 갑시다.”

“무림인을 모은다? 무슨 일이기에.”

“가보면 알겠지. 어떻소? 마음이 동하오?”

솔직히 마음이 동하지는 않았지만, 진가장을 통해 어떤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은 채, 시큰둥한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인연이니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난 청월도(靑月刀) 이수(李修). 이 사람은 홍월도(紅月刀) 조충상(趙忠商)이오.”

“반갑소. 전광쾌검(電光快劍) 섭청(燮淸)이오.”

대충 떠오르는 대로 별호와 이름을 둘러댔는데, 생각해보니 꽤 잘 지었다.

만약 무공을 펼칠 상황이 닥치면 구양검법과 천의검법을 숨기고 쾌검을 펼칠 생각이었기에 잘 맞는 별호였다.

빠른 쾌초를 연달아 펼친다면 웬만한 무인은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점소이가 술과 돼지수육이 가져다 놓자, 이수와 조충상은 며칠을 굶은 듯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꺼억. 이제야 살 거 같군.”

술이 들어가 얼굴이 붉어진 황의사내 즉 조충상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형씨. 아니지. 섭형. 같이 진가장에 가시겠소?”

“그럽시다. 그렇지 않아도 심심했었는데. 시간의 여유도 있고.”

“잘 생각하셨소. 자, 한잔 받으시오.”

조충상, 이수와 술을 주고받으며 제법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심수일대를 누비는 무림인으로 쌍월(雙月)로 불렸다.

또 곡원현을 비롯한 심수일대에 암흑혈천마교를 비롯한 사마외도의 근거지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물론 이들의 말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기에 확인해볼 생각이었지만, 솔직히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진가장에서 무림인을 모으는 것이 암흑혈천마교나 다른 사마외도의 무리와 관련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둘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이들의 대화를 엿들으니 여기저기서 진가장을 언급했다.

진가장에 대해 자세히 정보를 습득한 후, 내일 진가장에서 쌍월과 만나기로 한 후 객잔을 나섰다.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처음의 위치로 돌아왔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나는 나무 위로 올라가 운기조식을 취한 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아침.

내공을 일주천하자, 찌뿌듯했던 기운이 사라졌다.

청은 아침 해가 떠오를 때쯤 돌아왔다.

-다정님. 죄송해요. 늦었습니다.

-괜찮아. 혹시 진가장에 대한 정보가 있어? 아주 작은 첩보라도 괜찮아.

청은 잠시 생각하더니 진가장에 대한 정보를 풀어냈다.

그녀의 정보와 어제 획득한 내용을 종합하니 대충 진가장과 기씨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다만 왜 무림인을 모으는지에 대해서는 청도 알지 못했다.

“오늘이 진가장주 진규옹(陳揆顒)의 회갑입니다. 그는 주변에 많은 인사를 초청했는데, 설마 대부분이 무림인도 많이 포함된 줄 몰랐습니다.”

“내가 잠입할 테니까 전음을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잠복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참, 다른 곳의 상황은 어때?”

“조용합니다.”

“이놈들이 우리가 움직인 걸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혹시 진가장이 함정 아닐까요? 다정님을 잡기 위한.”

“정보루의 명령체계는 극비야. 그런데 저들이 거기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면 앞으로 무림맹에 희망이 없다고 봐야지. 아마 추혼검대도 움직였고, 소마각, 참마각에서 대규모로 집행인이 움직인 정황을 포착한 정도겠지.”

“그래도 조심하세요.”

청의 조언에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진가장이 나를 잡기 위한 함정이라면 무림맹은 끝났다고 봐야한다.

이런 무림맹의 극비사항까지 저들이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아니 그런 상황이면 벌써 끝장났을 것이다.

“밥은 먹었어?”

“빨리도 물어보시네요.”

“미안. 내가 일밖에 몰라.”

“식사했어요.”

“그럼 가자. 천천히 따라와.”

나는 곧장 진가장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는 내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다가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진가장.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난걸.”

기씨현이 대현이 아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진가장의 잔치규모는 굉장했다.

장원 안에는 수많은 호족, 상인, 백성이 모여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고, 그 와중에 무림인은 후원으로 안내되었다.

“무림인이십니까?”

진가장 집사가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그렇소만.”

“저를 따라 오시지요. 무림인들을 위한 자리는 후원에 따로 마련해두었습니다.”

“굳이 따로 마련한 의미를 물어도 되겠소?”

“별 거 아닙니다. 술을 마시면 흥이 오르기도 하지만, 싸움이 일기도 하니까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런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렇군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에 동의하고는 그를 따라 걸었다.

점점 안으로 들어가자 확실히 기분 나쁜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난 20년 정도의 내공만 끌어올리고, 나머지 100년은 단전에 은폐시켰다.

후원의 입구에 이르자, 집사는 돌아갔고 입구를 지키는 무인 둘이 다가왔다.

잘 벼려진 칼날과 같은 기운을 뿜어내는 흑의무인과 백면서생으로 보이는 자였다.

“진가장을 도우러 오셨군요. 저는 후은량(厚恩量)이라 합니다. 성함이 어찌 되십니까?”

백면서생 즉 후은량은 내 신상을 캐려는 듯 위에서 아래로 몇 번이나 훑어보고는 질문했다.

“하내현에서 온 전광쾌검 섭청이오.”

“처음 듣는 별호로군요.”

“작년까지 사부와 함께 수련하다가 올해 초 무림에 나왔소. 그래서 내 별호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소.”

“그렇군요.”

“들어가도 되겠소?”

“검을 놓고 가시오.”

흑의무인이 거칠고 투박한 말투로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를 노려보자, 후은량이 급히 중재에 나섰다.

“기분 좋게 술 마시고 싸움이 났을 때, 칼을 차고 있으면 큰 사고가 날 테니까요. 그래서 행한 조치니 너무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돌아가실 때 반드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좋소. 통성명이나 합시다. 그대는 누구요?”

“중검(重劍).”

“이름은 없소?”

흑의무인 즉 중검은 더는 대답하지 않고는 귀혼검을 받아 옆에 놓인 상자에 넣었다.

그가 검을 받아들 때, 미세하게 마기가 전해졌다.

웬만한 고수도 느끼기 힘든 미세한 기운이었지만, 무의 극의를 깨우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마기였다.

‘이 자는 암흑마교에서 꽤 높은 위치일 것이다. 어째서 이런 궁벽한 시골에 이런 고수가 한낱 입구를 지키고 있을까?’

난 천천히 후원으로 향하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원에 도착해 그곳에 앉은 무림인을 보고 나서는 조금 이해가 되었다.

산서성에서 유명한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무림인이 아닌 진가장주의 생일날 모여 무림맹의 감시를 피했구나. 그럼 어째서 나나 쌍월같은 무리까지 초청했을까?’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었다.

-청. 절대 은신을 풀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서지 마. 이곳은 용담호혈이야. 명령이야.

-알겠습니다.

-좀 더 뒤로 물러나. 만약 저들이 네 존재를 알아차리고 추격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 난 혼자서라도 이곳을 벗어날 수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아주 미세한 그녀의 기운이 이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난 언제든 내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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