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34화 (34/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34화

34화. 무림맹으로.

무림맹.

맹으로 돌아온 제갈문현은 맹주 양천린에게 독대를 청했다.

“어쩐 일이시오?”

최근 들어 처음 있는 제갈문현의 독대요구였기에 양천린은 큰일이 터진 건 아닌가하여 긴장하며 그의 요구를 수락했다.

“정보루 직속 타격대를 하나 더 만들려고 하는데, 규모나 무공수위는 추혼검대 수준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이유는 무엇이오?”

“굉장한 무인이 나타났습니다. 무위는 추혼검대주 이상입니다.”

“정말이오? 여중명 이상이라고?”

추혼검대주 여중명은 전투경험이 풍부했으며 순수한 무위로만 따져도 무림맹서열 십위 안에 들만큼 뛰어난 무인이었다.

그렇기에 양천린은 제갈문현의 대답이 믿겨지지 않았다.

“은거한 노고수요?”

“아닙니다. 신진고수입니다.”

“그럴 리가.”

“구양세가의 이공자 구양천입니다.”

“구양세가라면 검제를 배출했던 가문이니 저력은 인정하지만, 그렇더라도 이제 삼십이 안 되었을 텐데, 그리 강하다니 이해가 안 되오.”

“그는 천의검법을 익혔습니다. 화 맹주님께서 며칠간 검법을 전수했고, 그것을 홀로 꾸준히 갈고 닦았으며 천운이 따라 지금의 경지에 올랐다고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천의검법이 삼재검법처럼 단순한 검법인 줄 아시오? 며칠 전수했다고 뚝딱 익히게.”

양천린은 분노하여 손바닥으로 서탁을 내리쳤다.

하지만 제갈문현은 담담한 표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당연히 천의검법을 그런 식으로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하여 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철무의가 그의 무위를 증명하고 있으며, 여중명도 그의 무위에 큰 압박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여중명은 그와 비무하거나 천의검법을 펼치는 것을 보진 못했습니다.”

“가만···. 설마 다정?”

“예. 맹주님. 이는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즉 구양천은 무림맹 소속 타격대주이면서 소마각의 집행인 다정인 셈이죠.”

“굳이 그러는 이유는 무엇이오?”

“무림맹에도 암흑혈천마교의 세작이 있다고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으음.”

양천린은 손가락으로 서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신뢰하는 제갈문현이었지만, 겨우 이십대인 구양천의 무위가 그 정도라고 신뢰하기 어려웠다.

양천린의 가슴속에는 무인을 평가하는 방향타 같은 기준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화운룡이었다.

그렇기에 겨우 이십대의 구양천이 천의검법을 익혔다는 사실은 곧이곧대로 믿겨지지 않았다.

그런 양천린의 모습에 제갈문현은 속이 탔다.

“맹주님.”

“잠시만.”

양천린은 손을 들어 제갈문현을 제지하고는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직접 확인해보고 싶군.”

“매, 맹주님.”

제갈문현은 당혹스러웠다.

그 역시 양천린에게 화운룡과 천의검법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양천린이 구양천의 무위를 확인해보겠다고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차라리 믿을 만한 부하를 보내 확인해 보시지요.”

“아냐. 궁금해서 그래. 천의검법이라면 누구보다 내가 잘 아니까.”

양천린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한 제갈문현은 안타까움에 속으로 혀를 찼다.

양천린 역시 뛰어난 무인이었지만, 화운룡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지금 같은 경우도 그가 직접 나설 일이 아니었는데, 개인적인 호기심과 맹주로서의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갈문현은 다시 진언을 올렸다.

“맹주님. 다시 한 번 재고해주십시오. 말씀드렸다시피 저들의 눈과 귀가 무림맹에도 있습니다. 만약 구양천과 다정이 동일인물이고, 천의검법을 사용한다는 게 알려지면 저들은 끊임없이 살수를 보낼 겁니다. 어쩌면 우리는 무림맹의 큰 기둥이 될 인재를 허무하게 잃을지도 모릅니다.”

“이보게. 제갈군사.”

“예.”

“구양천에게 타격대를 맡기면 그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어 있어. 그럼 천의검법은 수면 위로 드러날 텐데, 그건 어찌할 셈인가?”

“그는 구양검법을 대성했습니다. 비록 천의검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수준입니다.”

“천절검법도 아니고 겨우 구양검법?”

“구양검법은 천절검법을 익히기 위한 기본검법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라고 합니다.”

“허어.”

양천린은 제갈문현의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겨우 이십대 중반인 구양천에게 이게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결론이 내려졌다.

물론 제갈문현이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그가 한 사십대 초반이었다면 이런 의문을 품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구양천의 무위는 상식을 완전히 초월해버렸다.

“무림맹으로 구양천을 부르시오. 직접 봐야겠소. 대신 천의검법을 펼치지 말고 구양검법을 펼치라고 하시오. 나도 보는 눈이 있으니 직접 판단해야겠소. 합격이면 추혼검대급으로 하나 만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정주현으로 돌려보낼 것이오.”

“알겠습니다.”

제갈문현은 양천린의 지시를 받아들였다.

더는 그를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양천린이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구양천에게 타격대를 맡긴다면 좋은 그림이 아니었다.

또 그의 말대로 구양천이 천의검법을 펼치지 않는다면 암흑혈천마교의 암습대상에서 벗어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구양천이라면 천의검법을 펼치지 않고도 양천린의 마음을 사로잡으리라 생각했다.

천의검법이라는 난해한 검법을 이렇게 빨리 대성한 구양천의 천재성을 믿었다.

**

구양세가.

전서구를 통해 제갈문현의 지시를 받은 청은 곧바로 구양세가를 찾아왔다.

“다정님. 무림맹을 방문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흐음. 내 무위가 궁금한 모양이로군.”

“그리고 천의검법은 어떤 경우에라도 숨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또?”

“나머지는 무림맹에 오면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전서구로 연락을 주고받다보니 많은 내용을 전하긴 어렵습니다.”

“그러지.”

“언제 출발한다고 보고할까요?”

“내일 아침.”

“황보소저와 만나지 않고 가시려고요?”

청은 깜짝 놀랐다.

지금은 저녁이니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면 황보연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어제도 만났어. 서찰을 보내면 충분할 거야.”

“다정님은 별호를 잘못 받은 거 같아요. 비정이나 무정이 맞을 거 같아요.”

“동감. 나는 무정보다는 비정이 어울리지.”

“비정은 전 무림맹주님의 별호인데···. 어? 그러고 보니 천의검법? 그 검법을 익히면 원래 비정해지나요?”

청의 걱정에 난 싱긋 웃었다.

어찌 검법 따위가 성격을 바꾸겠는가?

사마외도의 극악한 일부 검법을 익히면 인성이 말살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지만, 천의검법은 그런 검법이 아니었다.

“타고난 성격이지. 청, 준비해. 내일 아침에 일찍 출발할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청의 말소리가 잦아들 즈음에 그녀의 모습도 사라졌다.

홀로 남은 나는 황보연에게 전할 서신을 작성하고는 눈을 감고 운기조식을 취했다.

이갑자의 내공을 확인한 나는 편한 자세로 앉아 무공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청을 통해 제한적인 내용을 전해 들었을 뿐이지만, 제갈문현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무림맹에서는 내가 천의검법을 익혔다는 부분이 밖으로 드러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럼 어찌한다? 구양검법을 대성했지만, 이것으로는 그들의 높은 눈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무림맹주로 재직하면서 상대했던 수많은 검법을 떠올렸다.

그리고 비급을 통해 접했던 검법도 떠올렸다.

가장 적절한 검법을 선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새로운 검법을 익히기보다는 구양검법을 변형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구양검법을 천의검법을 비롯한 뛰어난 검법과 비교했다.

이제까지는 구양검법을 보조수단으로 생각했었기에 더 발전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면 천의검법을 숨겨야 했기에 구양검법을 극한으로 발전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부모님을 만나 무림맹에 다녀오겠다고 말하니, 모용혜는 걱정을, 구양현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화 맹주가 서거한 이후 무림맹도 예전 같지 않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무림맹은 여전히 최강의 조직임에는 분명하다. 그곳에 가서 많이 배우거라. 그리고 무림맹에서 높은 위치에 오르거라. 그러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지하에서 기뻐하실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몸조심하고.”

모용혜는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놓은 심정이었다.

그전에 사고를 칠 때는 정주현을 벗어나지 않았었는데, 이제 그녀의 품을 벗어나 멀리 무한현까지 간다니 걱정이 앞섰다.

“걱정하지 마시오. 천이의 무위라면 무림맹에서도 인정받을 테니까.”

“그래도 힘들 터인데.”

결국 모용혜는 참았던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허어, 부인. 천아. 어서 가거라.”

“어머니. 항상 신중하게 행동하여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자주 서신을 보내다오.”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구양현이 빨리 나가라며 손짓을 했다.

나는 정중하게 예를 올리고는 방을 나섰다.

정들었던 구양세가와 정주현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동시에 전생의 대부분을 지냈던 무한현으로 간다고 생각하자 기대감이 솟구쳤다.

상반된 두 기분이 가슴속에서 교차했다.

“휘야. 이것을 만월루 황보연에게 전해다오. 난 무림맹에 다녀올 테니까.”

“직접 전해주시지 않고요.”

“부탁하마.”

난 옅은 미소를 짓고는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공자님.”

“왜?”

“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이제 저도 공자님을 따라 무림에 뛰어들고 싶습니다. 예전에 공자님께서 흑사루를 토벌할 때, 그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까막눈이라 몰라 뵈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때 이후 네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아무튼 데려가 주십시오. 절대 방해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 역시 큰 물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열망으로 이글거리는 성휘의 눈빛을 보자, 난 생각을 바꿔 그를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제갈문현이 무림맹에 타격대를 만들어준다고 했으니, 성휘를 데려가 대원으로 삼아 훈련시킨다면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만큼 열심히 수련하는 무인도 드물었다. 재능도 있었다.

“그럼 네 부친에게 허락을 받고 와.”

“고맙습니다.”

성휘는 신이 나서 몸을 날렸다.

얼마 후, 성휘는 성제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공자. 휘를 잘 부탁합니다.”

“그간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또 무림맹에 가서 수련하고 뛰어난 무인을 접하다보면 얻는 게 있겠지요. 다만 당분간은 정주현에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괜찮겠습니까?”

“무인이라면 무에 집중해야지요. 이공자 덕분에 휘가 무림맹에서 무공을 배운다니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성제는 내게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만약 성휘가 무림맹의 하급무인으로 입맹한다면 반대했을 것이다.

하급무인은 주로 경비를 서는 등 잡무에 시달리는 시간이 많았고, 훌륭한 무공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를 따라가면 좋은 기회가 주어지리라 확신했기에 적극 찬성했다.

“휘의 무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습니다.”

“공자님만 믿겠습니다.”

성제는 아들 성휘를 잘 부탁한다며 정중하게 예를 올렸고, 나는 구양세가를 잘 부탁한다며 정중하게 예로 받았다.

곧바로 나는 성휘와 함께 구양세가를 떠나 무림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성휘는 만월루에 들러 내 친서를 전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