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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32화 (32/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32화

32화. 문제를 해결하다.

태봉문.

제갈문현의 등장에 태봉문주 나조웅은 깜짝 놀라 버선발로 뛰어나왔다.

무림맹에 있어야 할 제갈문현이 어째서 정주현까지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그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오오, 태봉문주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갈군사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나조웅은 최대한 깊게 허리를 숙였다.

제갈문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무림맹 이인자였다.

태봉문을 하남성 최대문파로 일으킨 그였기에 권력의 향배에 매우 민감했고, 그렇기에 그의 허리는 유연하게 숙여졌다.

제갈문현 역시 정중하게 인사를 받았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럼 안으로 드시지요.”

나조웅은 표정을 굳히고 제갈문현을 안쪽으로 이끌었다.

시비가 찻상을 가져다 놓은 후 물러나 둘만 남게 되자, 제갈문현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암흑혈천마교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금시초문이군요. 예전에 암흑마교, 혈천교가 세를 떨치다가 전임맹주에게 토벌되었었지요. 그걸 말하는 겁니까?”

“지금 파악 중이라 정확한 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대거마인 혈마도 섭유흔까지 포섭할 만큼 매우 그들의 세력이 매우 커서 걱정입니다. 더군다나 섭유흔이 고작 산서성의 지부장이었습니다. 걱정이 큽니다.”

나조웅의 눈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그는 섭유흔의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그라면 본단의 높은 직책이 아닐까 생각했었기에 충격이 컸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암흑마교와 혈천교는 물과 기름처럼 앙숙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열심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손을 못 잡을 건 아니지요. 모두 전임맹주에게 격파되었으니, 무림맹이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있으니까요.”

제갈문현의 명확한 대답에 나조웅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수심이 커지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큰일이군요.”

“정말 큰일입니다. 앞으로 나 문주께서 할 일이 많습니다. 하남성의 여러 문파를 다독여 힘을 기르시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셔야 합니다.”

“이를 말입니까. 당연히 그래야지요.”

나조웅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파의 세력이 부활하고 다시 전쟁을 치른다고 생각하자, 나조웅은 끔찍했다.

사파와의 전쟁이 시작되면 하남성 최대문파인 태봉문이 저들의 주요 목표가 될 게 자명했기에 나조웅의 표정은 더없이 굳어졌다.

“그래서 말인데.”

“말씀하세요. 태봉문에서도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힘껏 돕겠습니다.”

“태봉문과 구양세가의 마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허어, 그것까지 알고 계십니까?”

“중요한 문제니까요. 태봉문이 하남성 최대문파지만, 구양세가는 한때 검제를 배출했었고 아직도 많은 무인들의 존경을 받는 문파입니다. 두 문파의 사이가 좋지 않으니, 저는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휴우, 이거 곤란하게 되었군요. 저도 자식 놈의 일이라···.”

나조웅은 말끝을 흐렸는데, 그의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스쳐지나갔다.

제갈문현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제가 조사를 해보니 나형린이가 진짜 상사병은 아닌 듯합니다.”

“상사병은 아니죠. 정말 상사병에 걸렸다면 큰일이지요. 하지만 매우 괴로워하는 건 사실입니다. 아비로서 그런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요.”

“계속 이대로 두면 문제가 더욱 커질 겁니다. 그렇다고 구양천이 포기할 리도 없고요. 더군다나 만월루의 황보연은 나형린에게 어떤 감정도 없는 것 같습니다.”

“휴우.”

나조웅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막상 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구양세가를 압박하긴 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부끄러웠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물리자니 아들이 눈에 밟히기도 했고,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나형린을 무림맹 적호단 부단주로 쓰고 싶습니다.”

“으음.”

적호단은 무림맹의 여러 타격대 중 하나였다.

부단주는 필요에 따라 만드는 임시직책이었고, 주로 구파일방, 오대세가나 그에 준하는 거대문파의 자제가 가곤 했다.

일종의 특권이었다.

외부에서 볼 때, 부단주는 결코 낮은 위치가 아니었다.

하여 나조웅은 제갈문현의 제안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헛된 사랑에 빠져 저리 허우적거리며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큰물로 가서 견문을 넓히고 오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나형린의 무위를 생각하면 적호단 부단주는 정말 괜찮은 자리였다.

“그럼 제갈군사님께서 우리 형린이를 잘 돌봐주십시오.”

“아무렴요. 저만 믿으십시오.”

나조웅을 설득하자, 제갈문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갈문현이 돌아가자, 나조웅은 나형린의 방에 들어섰다.

술냄새가 코를 찔렀기에 나조웅은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까지 이리 살 것이냐?”

“죄송합니다.”

“내가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온줄 아느냐? 듣자하니 황보연은 네게 마음이 없다고 들었다.”

“분합니다. 감히 태봉문의 소문주인 내게 그리 뻣뻣하게 나오다니요. 왜 연매는 그 망나니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멍청한 놈.”

분통을 터트리는 나형린을 보자, 나조웅은 한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사병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잠시 무림맹에 다녀 오거라. 적호단에서 부단주로 몇 년을 지내면서 머리 좀 식히고 와.”

“네? 부단주요? 아니 제가 뭐가 부족해서 겨우 부단주 따위를 합니까?”

“이놈! 적호단 부단주가 만만해 보이더냐?”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잔말 말고 다녀와. 계속 하라는 것도 아니고, 잠시 머리 좀 식히며 견문을 넓히란 말이다. 그곳에서 무림맹의 뛰어난 무인을 본다면 너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겨우 하남무림과는 차원이 다를 테니까. 네가 내 자식으로 태어났으니 이것도 가능한 것이다. 어찌 하겠느냐?”

“그럼 황보소저는···.”

“그녀는 아예 널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혼자서 이러면 부끄럽지 않느냐? 태봉문의 소문주로서 품위를 지켜라.”

나형린은 눈을 내리 깔았다.

비록 황보연에게 고백했다가 대차게 거절당했지만, 아직도 그녀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어떡하든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은 게 나형린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나조웅의 얼굴을 보니 무림맹에 가지 않고는 못 배길 성 싶었다.

“다녀와. 다 이야기 끝났으니까.”

나조웅은 쐐기를 박고는 그의 방을 나섰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볼품없어져버린 구양세가에게 밀렸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제갈문현의 제안대로 사파의 세력이 부활할 징조를 보이니, 모두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며칠 후.

나조웅은 뜻밖의 인물을 맞이했다.

“자네가 이곳은 웬일인가?”

그는 갑작스럽게 방문한 나를 보고는 매우 놀란 눈치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가 바빠서 일찍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아닐세. 그건 그렇고. 자네 정말 대단하군. 역시 세간의 소문은 믿을 게 못돼.”

난 일부러 이갑자의 내공을 모조리 개방했고, 나조웅은 이런 내 모습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태봉문이 하남성 최대문파로 올라선 후, 그는 구양세가를 은근히 무시했었다.

또 내가 망나니란 소문을 들었을 테니,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자네 그동안 세상을 속이고 살았는가? 이 정도 무위를 보이려면 모든 걸 포기하고 오직 무공수련에 매달리고, 영약을 복용했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운이 좋았습니다.”

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나조웅에게는 자신감으로 읽혀졌다.

“여기 오만냥입니다. 만월루에서 발행한 전표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나조웅은 얼결에 오만냥짜리 전표를 받아들었다.

이제 구양세가가 다시 비상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머릿속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동시에 왜 황보연이 나형린은 거들떠보지도 않는지도 깨달았다.

‘그래 구양천이 이 정도니 그 콧대 높은 황보연이 착 달라붙었겠지. 정말 대단하구나. 이 정도면 나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어. 단연 후기지수 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

“그럼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난 구차하게 따지고 묻지 않았다.

이제 돈을 돌려줬고, 강력한 무위를 보여줬으니 태봉문에서 더는 문제 삼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천천히 태봉문을 나서다가 나형린과 마주쳤다.

“너. 너어, 여기 왜 왔어?”

“어휴.”

한숨이 나왔다.

질투에 눈이 먼 어린놈과 말을 섞는 건 몹시 피곤한 일이었다.

성질난다고 두드려 팰 수도 없고.

난 그와 별로 말을 섞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단전의 내공을 아낌없이 개방했다.

후우우우우웅.

“어헉.”

나형린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평소 나를 망나니라 생각하며 우습게 생각했었는데 그의 부친만큼 강력한 기운을 쏟아냈으니 소스라치게 놀랐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쪼그리고 앉았다.

“때리지 마.”

“내가 너를 왜 때리냐? 피가 끓는 네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너도 사내자식이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연매가 싫다는데 왜 자꾸 추잡스럽게 추근거려?”

나형린은 나를 노려보았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무림맹에 잘 다녀와라. 그리고 다음에 볼 때는 좀 더 성숙해졌기를 바라마.”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너 망, 망. 아무튼 무공수련과는 거리가 멀었잖아.”

“누구든 말 못 할 사연하나쯤은 가슴속에 품고 있는 법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뭘 알겠냐? 망나니인척하고 그동안 몰래 수련했다. 그리고 영약도 복용했다. 됐냐?”

“그,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잘 다녀와라.”

난 자리에서 일어나 태봉문을 나섰다.

나형린은 홀로 남게 되자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가 없군. 구양천이 나보다 윗줄에 서게 될 줄이야.”

그동안 줄기차게 무시했었다.

그래서 구양천에게 일편단심인 황보연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직접 구양천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황보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구양천이 보여준 무위는 후기지수 중에서 압도적이었다.

그가 펼치는 검법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저 겉으로 드러난 내공 수위만으로도 최고의 후기지수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나형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구양천 따위에게 질 수는 없지. 반드시 이겨주겠어. 반드시.”

나형린은 이를 악물었다.

황보연에 대한 짝사랑으로 몸부림을 치던 나형린의 모습은 사라졌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온통 구양천뿐이었다.

비록 구양세가가 몰락했다지만, 여전히 하남성의 많은 무가가 구양세가를 의식하고 있었다.

하여 태봉문은 여전히 구양세가를 필요이상으로 경계했다.

그래서 나형린은 구양천에게 질투심과 경쟁심을 갖고 있었다.

질 수 없다는 오기심이 솟구치자, 나형린은 곧바로 무림맹으로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태봉문주전.

나형린의 달라진 표정을 본 나조웅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야 잃어버렸던 내 자식을 되찾았구나. 이걸 복용하거라. 그리고 매일같이 운기조식을 하여 네 것으로 만들거라.”

“이, 이것은 천년하수오 아닙니까?”

“앞으로 한 번 더 바보짓을 한다면 널 호적에서 파버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구양천을 넘어서겠습니다.”

나형린은 매서운 질투심과 경쟁심을 드러내며 천년하수오를 받았다.

적어도 오십만냥은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영약 천년하수오.

하남성 최대문파인 태봉문과 하남성 제일표국인 태봉표국을 보유하여 엄청난 재물을 보유한 나조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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