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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29화 (29/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29화

29화. 추혼검대주와 만나다.

“뭐 좀 찾았어?”

“아뇨.”

청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실망하지 마. 섭유흔과 암흑구혈인데 제대로 된 정보를 남겼겠어? 만약 청이 그 정보를 찾았다면 난 의심했을 거야.”

“왜요?”

“이 장원을 버렸는데 불태우지 않았어. 그런데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 그건 함정이지. 그걸 보고 찾아오면 죽이겠다는 필살의 함정일 거야.”

“그러면 왜 찾으라고 하셨어요?”

“정보를 보면 의도적으로 흘렸는지 정말 실수로 빠트렸는지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으니까.”

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오직 사마외도를 상대하며 팔십이년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그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내가 최고의 전문가라고 자부했다.

한 명 더 전문가를 꼽는다면 그는 제갈문현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명령을 기다려야죠. 다정님.”

“왜?”

“이번에 포상금이 꽤 많이 나올 거예요.”

“많으면 좋지.”

난 활짝 웃었다.

당분간 모은 돈은 전부 금노의 주머니로 들어갈 테지만, 공청석유를 복용하여 이갑자의 내공을 얻었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근처에 안가가 있는데 다녀올게요.”

“보고하려고?”

“예.”

청은 곧장 몸을 날리려다 멈칫하더니 다시 돌아와 내게 사과했다.

“지난번에 안가로 모시지 않고 폐가로 모셔서 죄송해요. 규칙상 집행인은 안가에 들어갈 수 없어요.”

“알았어. 조심히 다녀와.”

난 대청마루에 털썩 앉았다.

청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솔직히 안가에 관심도 없었다.

지금 머릿속은 ‘어떡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영약을 복용하여 내공을 늘릴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공청석유를 복용하여 내공을 늘렸기에 이제 웬만한 영약으로는 내공을 늘리기 힘들었다.

‘천년설삼이나 만년하수오, 영물의 내단이나 소림의 대환단 정도? 젠장할. 쉽지 않군. 맹주 때는 이걸 쉽게 구했는데.’

새삼 그때가 그리워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생이었고, 이제는 구양천의 삶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노력하자.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이 따라올 테니까.’

이것은 나의 신념이었다.

전생에서 오직 노력과 행운으로 맹주자리에 올랐었다.

이후에도 피나는 노력 끝에 모든 경쟁자를 누르고, 맹주직위를 지킬 수 있었다.

일찍 올 줄 알았던 청은 며칠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추혼검대와 함께.

추혼검대를 이끄는 여중명을 보자 난 반가움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대가 다정이오?”

여중명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통상 여중명의 위치라면 집행인에게 거만하게 질문해도 되었지만, 그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렇기에 여중명에게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렇소.”

“역용을 하셨구려.”

“규칙이니까.”

“내가 누군지 아시오?”

“정보루 직속 타격대 추혼검대주 여중명. 맞소?”

“그렇소. 헛참.”

여중명은 어이가 없었다.

한낱 집행인 주제에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냈다.

“저들은 어찌 되었소?”

“모두 도망쳤소. 어디로 갔는지는 오리무중이고.”

“왜 도망쳤다고 생각하시오?”

“그야···. 무림맹이 두려워서겠지.”

내가 무서워서겠지.

이렇게 말하려다가 참았다.

여중명은 아예 내 옆에 앉아 이것저것 질문했다.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듯 사적인 부분까지 은근히 파고들었지만, 난 필요한 부분만 대답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냉정하게 답변을 거부했다.

분명 제갈문현이 주문했을 것이다.

내 정체를 좀 파악해보라고.

거기에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섭유흔이 맞소? 혈마도 섭유흔 말이오?”

“그렇소.”

“어찌 확신하오? 섭유흔은 30년 전에 무림에서 발자취를 감춘 전대거마인데.”

“여 무인의 작은 편견으로 의심하지 마시오. 뭐, 정 못 믿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소.”

“이는 중요한 문제요. 그러니 부탁하겠소.”

여중명은 두 손을 모아 포권하며 부탁했다.

꽤나 간절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는 혼원마공을 펼쳤소. 혼원마공의 특징은···.”

간단하게 핵심적인 내용을 설명하자 여중명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혼원마공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대화를 통해 내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로소 내가 섭유흔을 물리쳤다는 걸 깨달았다.

설마하며 달려왔는데 확인해보니 진짜였던 것이다.

“비무를 청해도 되겠소?”

“제갈군사가 시켰소? 내 무위를 확인해보라고?”

여중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다물어진 입과 맹렬한 눈빛은 말하고 있었다.

제갈문현의 지시 이전에 무인으로서의 경쟁심이란 걸.

“청, 이럴 땐 어떡해야 하지?”

“비무는 오직 다정님의 의지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그렇군. 그럼 거부하겠소.”

예상치 못했는지 여중명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쳐지나갔다.

“청, 잠시 자리 좀 피해줘.”

“예.”

청이 사라지자, 여중명도 추혼검대를 물렸다.

둘만 남자, 내가 먼저 질문했다.

“먼저 목적을 정확히 말하시오. 그리고 부탁하는 게 순서 아니겠소?”

“원래 집행인이 이렇소?”

“난 좀 특별하오. 여 무인께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테니,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시오. 다시 묻겠소. 제갈군사가 무엇을 지시했소?”

“왜 제갈군사를 자꾸 끌어들이시오?”

“여 무인이라면 이렇게 말이 많지 않을 테니까.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니잖소?”

“이 무슨 도깨비놀음인지 모르겠군.”

여중명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상대에게서 자신을 비롯한 무림맹을 훤히 꿰뚫어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작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 답답했다.

여중명은 고민하다 입을 열어 시인했다.

“그렇소. 그가 지시했소. 그대가 펼친 검법을 알 수 있겠소?”

“구양검법.”

“말도 안 돼!”

“그럼 뭘 생각하셨소?”

여중명은 움찔하더니 결국 진짜 속내를 털어놓았다.

“혹 천의검법 아니오?”

“대답하지 않겠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여중명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어떻게 얻었소?”

“그 역시 대답하지 않겠소.”

“다정. 그대도 무림맹 소속이잖소. 그런데 어째서 제갈군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이오?”

“규칙상 대답을 거부해도 된다고 들었소. 집행인의 신원은 물론이고 권한은 맹주령으로 보장되고 있으니까.”

난 싱긋 웃으며 대답하고는 새로운 제안을 꺼내들었다.

“제갈군사를 만나게 해주시오.”

“그대가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있으니까 여 무인이 이렇게 나와 깊은 대화를 나누겠지요. 안 그렇소?”

난 말을 마치면서 단전을 완전히 개방하여 건곤여의진기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렸다.

후우우우웅.

극양의 기운이 바늘처럼 따갑게 피부를 찔러오자, 여중명은 대경실색하며 자신도 모르며 신음성을 토해냈다.

“헉.”

여중명은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깜짝 놀라며 급히 물러났다.

무시무시한 내 기도를 확인한 여중명의 얼굴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정말이었군. 정말 섭유흔을 물리쳤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섭유흔이 어떤 자인데.”

그는 내 기도를 확인하자, 감탄과 탄식이 섞인 말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불신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제갈 군사께서 만나 주실지는 모르오.”

“여 무인은 판단하지 마시고 전달만 하시오. 어차피 결정은 제갈 군사가 할 테니까.”

졸지에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여중명은 허탈해졌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정 정도는 권위와 무위로 찍어 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헛된 생각인지를 깨닫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찍어누르긴커녕 과연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

여중명이 추혼검대를 이끌고 사라지자, 청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말씀을 나누셨어요?”

“궁금해?”

“죄송해요. 알려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냐. 못 알려줄 것도 없지. 제갈군사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어.”

“그가 만나줄까요?”

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갈문현은 무림맹의 실질적인 이인자였다.

그런 자가 소마각의 집행인을 만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나줄 거야.”

“어떻게 확신하세요?”

“궁금할 테니까. 일개 집행인이 왜 그리 강할까? 무슨 검법을 사용해서 섭유흔을 물리쳤을까? 또 그가 예상한 그 검법이라면 어떻게 얻었을까? 이후에 나를 어찌 활용할까? 어때? 대충만 생각해도 나를 만나야 할 이유는 아주 많지?”

“다정님의 과거가 진짜 궁금해지네요.”

“궁금할 게 뭐 있어. 구양세가의 망나니였는데.”

“혹시 정주현에서는 망나니란 말이 ‘큰 뜻을 가슴 속에 품고 세상을 속이며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인가요?”

“하하하하.”

“왜 웃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냥 망나니는 망나니야. 무슨 거기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 그러니 웃지. 안 웃어?”

청은 웃지 않았다.

“왜?”

“다정님은 곧 소마각을 떠나실 것 같아서요.”

“왜 떠난다고 생각해?”

“솔직히 집행인으로 사는 것보다 무림맹에서 높은 지위를 보장받으면 그게 훨씬 낫잖아요. 무림인들에게 존경도 받을 테고요.”

“난 당분간 소마각 집행인으로 남을 거야.”

“왜요?”

“그냥. 소마각도 좋고. 청, 너도 편하고.”

청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일었다.

사실 무림맹에 입성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소마각에 남기로 한 것은 암흑혈천마교를 비롯하여 사황련, 흑도련 등의 후예들이 곧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금노의 조언대로 무림맹에도 그들의 세작이 깊숙이 숨어 있었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다정의 신분으로 살면서 외부의 적을 물리치고, 내부의 적을 찾을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은 믿지 않아도 제갈문현은 믿을 수 있었다.

만약 제갈문현이 세작이라면?

그럼 솔직히 사마외도를 물리칠 자신 없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영에 가까웠다.

무림맹주로 지내면서 그의 계획대로 움직여 수많은 사마외도를 격파했었고, 특히 암흑마교, 흑도련, 사황련, 혈천교, 혈궁에 멸망에 그는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그러니 그가 세작일리는 없다고 확신했다.

“어? 얼굴이 왜 그래?”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고개를 돌려보니 청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녜요. 문득 다정님이 참 대단하게 느껴져서요.”

“하하하. 다 똑같아.”

“저, 있잖아요.”

“말해봐.”

“한 10년 전에 전임맹주님을 뵌 적이 있어요?”

“나를?”

“예?”

“아냐. 미안. 실수. 계속해봐.”

“그때 사황련의 잔당을 처리할 때였는데, 그때 소마각의 집행인도 동원되었어요. 그때 전 다정님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면서 맹주님을 뵈었어요. 물론 숨어서 몰래. 그때 맹주님은 정말 대단했어요. 마치 천신 같았어요.”

“그랬군.”

“이상해요. 다정님을 보고 있으면 그때 맹주님이 자꾸 떠올라요.”

“화 맹주님과 비교되다니 영광인걸. 이제 어떡하지?”

대화주제를 바꿨다.

“이제 정주현으로 돌아가셔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시면 되요. 포상금이 나오면···.”

“그건 만월루에 맡겨줘. 그럼 알 거야.”

“계속요?”

“응. 빚진 게 있어서 당분간은 계속 갚아야 해.”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청도 따라 일어섰다.

“고생했어. 그럼.”

난 곧장 정주현으로 몸을 날렸다.

청은 정주현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시야에서 내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정주현과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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