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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24화 (24/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24화

24화. 강해지다.

눈을 떴을 때, 금노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 화들짝 놀랐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감탄하고 있는 중일세.”

“감탄이요?”

“그래.”

금노는 싱긋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 창가로 향했다.

나는 내공을 일주천하여 제대로 공청석유의 힘을 흡수했는지 확인했다.

내공은 무려 백이십년.

공청석유 한 방울을 복용했을 뿐인데, 무려 칠십년의 내공이 늘었다.

역시 영약의 제왕이라는 공청석유답다.

정확하게 이갑자에 이르렀으니, 천의검법을 오초식까지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무림맹주시절의 위력보다는 떨어지겠지만, 이것만으로도 화경의 고수는 상대할 수 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금노에게로 다가가 같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음에 드는가?”

“감사합니다. 이제는 확실히 생존할 자신이 있습니다.”

“허어, 자네라면 모두 물리칠 수 있다. 이렇게 자신할 줄 알았는데.”

“무림에는 숨은 기인이사가 많습니다. 자만하면 목숨을 잃겠지요.”

“하여간 희한해. 애늙이야. 껄껄껄.”

금노는 웃음을 터트리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질문을 툭 던졌다.

“함께 온 여인은 누군가?”

역시 금노는 청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소마각 집행인이라는 건 아시죠?”

“그럼 그녀가 연락책이란 건가?”

“그렇습니다. 어울리지 않죠?”

“특이하군.”

금노는 눈살을 찌푸렸다.

청의 외모가 꽤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허튼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단호하게 맹세하자, 금노는 내 두 눈을 바라보더니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좋은 점이 뭔지 아는가?”

“가르쳐주십시오.”

“눈이야. 단호하면서도 호방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신뢰가 가지. 보통 이런 눈을 가지려면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중년이나 가능한데.”

금노는 고개를 흔들었다.

“믿겠네. 이보게. 그럼 천의검법 사초식, 오초식을 펼쳐보게. 궁금하군.”

“처음 보시죠?”

“그렇네. 전임맹주께서는 워낙 내공이 출중하고 무위가 높아서 천의검법 삼초식까지만 펼치고도 적을 저세상으로 보냈으니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따라오게.”

금노를 따라 구층으로 올라갔고, 그곳에 금노의 비밀 연공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이 두꺼운 강철벽으로 둘러싸였다.

손을 댄 후, 가볍게 진기를 밀어 넣어 보고는 난 감탄했다.

“대단하군요. 이건 만년한철을 섞어 만들었군요.”

“허허, 이사람 모르는 게 없군.”

금노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난 천천히 연공실의 중앙에 섰다.

긴장되었고 기대되었다.

과연 백이십년 내공으로 펼치는 천의검법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쐐애애애애액.

일초식 섬전벽력을 펼치자,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흘러나왔는데, 50년 내공으로 펼칠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캉캉캉.

퉁퉁.

이초식 쾌폭격살과 삼초식 뇌정지탄을 펼치자 강력한 힘에 연공실이 우르르 떨릴 정도였다.

기대이상의 위력에 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난 내공을 일주천하여 최대로 끌어올린 후, 사초식 폭풍참륜을 펼쳤다.

륜모양의 강기가 검에서 두 개가 생성되어 앞을 막고 있는 강철벽을 두드렸다.

무림맹주 시절에는 다섯 개의 강기륜이 생겼었다.

카카카카카캉.

쿠쿠쿠쿠쿠쿠.

폭풍참륜의 힘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금노는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위력이 강력한 만큼 내공소모가 엄청난 초식이었기에 무림맹주시절에도 잘 사용하지 않았던 초식이었다.

“내공 소모가 아주 심해서 잘 사용하지 않은 것이로군.”

금노는 단번에 폭풍참륜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을 회복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지막 오초식은 뇌전강우입니다.”

“정말 기대되는군.”

“뒤로 물러나십시오.”

내 경고에 금노는 급히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뇌전강우 구결을 머릿속에 떠올린 후, 그것을 펼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연공실 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싸였고, 강력한 번개가 바닥을 향해 내리꽂혔다.

금노는 뇌전강우 초식을 접하고는 전율했다.

연공실은 다시 밝아졌다.

“어떻습니까?”

“굉장하군. 왜 전임맹주께서 천하제일인이 되었는지 이해되었네. 뇌전강우에 갇히면 어떤 자도 살아남지 못하겠군.”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운기조식하고 나오게. 이번에는 정말 많은 내공을 소모했군.”

금노의 배려에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단전에 백이십년 즉 이갑자의 내공을 확인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연공실을 나섰다.

금노는 내게 작은 비단주머니를 건넸다.

“위급할 때 사용하게.”

“감사합니다. 영약입니까?”

“일시적으로 잠력을 폭발시켜주는 구환단일세. 부작용이 있으니 아주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복용하지 말게.”

“이리 귀한 걸 내주시다니···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 연이를 울리지 말게. 그거면 됐네. 어서 가보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난 금노에게 포권하고는 만월루를 나섰다.

“성공하셨어요?”

청이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그녀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공이 오십년 밖에 없을 때는 그대로 개방했었지만, 이갑자에 이르자 대부분 안으로 갈무리하여 숨겼기 때문에 오히려 그녀의 눈에는 퇴보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성공했어. 이젠 정말 죽지 않을 자신이 생겼어. 설령 암흑교주를 만나더라도.”

“내공이 아니라 허풍이 늘으셨네요.”

“하하하. 가자.”

내가 경공술을 펼쳐 서북쪽으로 향하자, 청은 몸을 은신하고는 내 뒤를 따랐다.

**

태원현 남서쪽 현옹산.

칠혈은 눈살을 찌푸리며 현옹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철무의가 이곳에 은신했을 때, 산서성지부의 무인을 동원하여 샅샅이 수색했지만, 그를 찾지 못했다.

“이런 빌어먹을.”

칠혈은 발을 구르며 분통을 터트렸다.

철무의를 잡으면 무림맹에 대한 많은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허어, 이런 문제는 노부와 상의했어야지.”

문제는 눈앞의 늙은이였다.

그는 절대 평범한 늙은이가 아니었다.

바로 산서성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혈마도 섭유흔이었다.

“놀리시는 겁니까?”

“독사처럼 바짝 독이 올랐군. 이보게. 때로는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약자의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순간 섭유흔의 두 눈에서 시퍼런 광기가 흘러나왔다가 사라졌다.

“자네 선배에 대한 예의가 없군.”

“오직 실력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오만한 놈.”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실력이 없다면 오만하지도 못하니까요.”

둘은 서로 날카로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노려보다가 결국 고개를 돌렸다.

교주가 직접 양성한 암흑구혈과 섭유흔 같은 전대거마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들은 비록 정파에 눌렸던 사파의 세력을 부흥시킨다는 대의명분아래 뭉쳤지만, 이런 갈등까지 봉합하진 못했다.

다만 그들은 서로 싸우더라도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다시 대화가 시작되자, 섭유흔의 말이 부드러워졌고, 칠혈의 말투도 한결 공손해졌다.

“며칠만 기다리게. 곧 잡을 수 있을 거야.”

“길군요.”

“본단의 정예가 와서 수색한다면 모를까? 지부의 무인은 한계가 있지. 특히 철무의는 은신에 능한 자야. 하지만 언제까지 은신하고 있을 수는 없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야.”

노회한 섭유흔은 철무의의 약점을 파악했다.

칠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덧붙였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철무의의 생사가 묘연하니, 분명 무림맹에서 무인을 보낼 겁니다.”

“흥, 그래봐야 참마각과 소마각의 집행인이겠지. 무림맹의 정예가 도착했을 때는 우린 철무의를 잡아 지부로 후퇴한 다음이야. 거기까지 쳐들어온다면 한판 벌어야지.”

섭유흔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무림맹의 압제에 눌려 살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평범해 보이는 지부도 곳곳에 기관과 매복이 설치되어 있었기에 무림맹의 정예가 오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곧 대형께서 오실 겁니다.”

“일혈이?”

칠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섭유흔은 바싹 긴장했다.

칠혈이 속한 암흑구혈은 위로 올라갈수록 무위가 강해졌다.

암흑구혈의 수장인 일혈은 무위가 화경에 이르렀다고 알려진 초고수였다.

섭유흔의 표정이 굳어지자, 칠혈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일혈이 오기 전에 우린 일을 마무리하고 지부로 철수할 걸세.”

“그래야지요.”

칠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일혈이 올 때까지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

철무의는 마른 풀과 나무를 이용해 위장하고 풀숲에 몸을 숨겼다.

계속되는 수색에 철무의는 제대로 식사하지도 못하고 내공을 최소한으로 운용하며 버텼지만,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제 물도 거의 떨어졌군.’

간신히 물로만 버티다보니 힘이 쭉 빠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칠혈과 생사비무를 펼치면서 약간의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 철무의가 이렇게 죽는가? 안 돼. 그럴 순 없어. 절대로. 반드시 살아서 무림맹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드시.’

철무의는 잠시나마 가졌던 나약한 생각을 떨쳐냈다.

철무의는 눈을 감고 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미세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직도 치열하게 수색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철무의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루 정도 더 머무르다가 탈출을 시도한다. 방법이 없어.’

마실 물마저 떨어진 최악의 상황이었기에, 철무의는 탈출을 결심했다.

탈출한다면 얼마 안 가 추격이 시작될 것이다.

솔직히 탈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탈진하여 기절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테니까.

다음날.

철무의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은신중이었다.

이제는 한계였다.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철무의는 천천히 내공을 끌어올렸다.

은밀하게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물과 식량이 충분하다면 해볼 만한 시도였으나, 지금은 부상중이었고 마실 물조차 떨어진 상태였기에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전력으로 경공술을 발휘하여 뚫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슈우우우우욱.

“저기다! 철무의가 달아난다!”

삐이이이익.

삐이이이익.

사방에서 요란하게 호각음이 울렸다.

이어 산 아래에 대기하고 있던 섭유흔과 칠혈이 몸을 날려 추격에 나섰고, 부하들이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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