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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23화 (23/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23화

23화. 금노를 설득하다.

만월루.

멀리서 만월루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자, 난 멈춰 서서 심호흡을 했다.

반드시 금월을 설득해야 했기에 부담이 매우 컸다.

만약 실패한다면?

내 표정이 굳어지자, 청의 표정도 굳어졌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있는 한 넌 죽지 않는다.”

“싸우는 건 다정님이고 전 지켜보기만 하는데요.”

“상황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더라도 나를 믿어. 그러면 살길이 보일 거야.”

난 단호하게 말하고는 천천히 만월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청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원래 다정님이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더하시네. 긴장하시는 건가?’

그녀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는 나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난 그녀에게 근처의 객잔에서 기다리라고 명령하고는 곧바로 금노가 머무르는 구층으로 올라갔다.

“이 사람아, 기별을 먼저 넣고 와야지. 내가 출타했으면 어쩌려고?”

금노는 힐난하면서도 웃음을 띠며 손으로 자리를 권했다.

“안 계시면 오실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습니다.”

난 곧바로 대답하고는 금노의 맞은편에 앉았다.

금노는 보던 서류를 접어 한쪽으로 치우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산서성에서 벌어진 일 때문인가?”

“휴우,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그걸 알려면 돈을 내야지.”

금노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도 사방에 그의 세작이 점조직으로 무림맹을 비롯한 각 문파에서 활약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암흑혈천마교에도 있을 것이다.

아니 있으리라 확신했다.

중원최대의 정보조직인 만월루이고, 그걸 이끄는 금노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거래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거래라?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인데, 자네는 영약을 원해. 그것도 아주 값비싼. 하지만 여기에 보관된 자네 예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그리고 영약은 사고 싶다고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금노를 보며 난 심호흡을 한 후,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공청석유(空靑石油)를 주십시오.”

쾅.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금노의 표정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강력한 기운을 뿜어냈다.

감당하기 어려운 기운에 나 역시 전력으로 내공을 운용하며 맞섰다.

하지만 금노를 상대하기에 턱도 없이 부족했다.

등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우하하하하.”

금노의 대소와 함께 압박하던 기운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건 어찌 알았는가?”

그의 눈빛은 매우 사나웠다.

그런 그를 보자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

무림맹주직을 놓고 나와 비무를 펼쳤던 검제 구양의가 죽으면서 무림은 깊은 슬픔에 빠져들었다.

특히 구양의를 추앙했던 금노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 역시 그 충격으로 꽤 오랜 시간을 방황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금노가 나를 찾아왔다.

핏발이 선 금노를 보니, 아직도 구양의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앉으시오.”

위엄 있는 표정과 목소리로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비록 금노가 짝을 찾기 어려운 절세고수였지만, 역대 최강의 무림맹주로 평가받는 내 상대는 아니었다.

“혹 살릴 수는 없었습니까?”

“금노도 보셨잖소.”

“그래도. 그래도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맹주님이라면···.”

“검제는 나와 반초지적이오. 그리고 그때 그가 전력을 다해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해서 나 역시 전력을 다했기에 어쩔 수 없었소. 나도 슬프오.”

금노는 이를 악물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절세고수인 그는 내 말이 거짓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검제를 너무나도 추앙했었기에 이렇게라도 떼를 써보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검제를 놓아주기 힘들었다.

“만약 검제께서 그때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셨다면 제가 그를 도와 다시 절세고수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금노의 능력이라면 충분할 것이오.”

“정말입니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믿소. 그대를 의심하지 않소.”

금노는 내 말을 오해한 것일까?

아니면 검제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아 정신착란이 온 것일까?

냉철하다 못해 냉혹하다고 평가받는 그답지 않게 매우 흥분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금노를 오랫동안 봤지만, 처음 보여주는 언행이었다.

“믿지 않으시는군요. 전 공청석유를 갖고 있습니다.”

공청석유란 말에 난 깜짝 놀랐다.

일순 탐욕으로 물들었던 내 눈은 곧 무욕으로 변했다.

이미 육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얻은 나였다.

다른 무인에게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영약이겠지만, 내게는 그저 평범한 영약에 불과했다.

“허허허. 역시 맹주님이시군요. 설마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대로 검제를 보내드려야 하는가?”

금노는 탄식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눈물을 떨궜다.

**

난 그와의 추억을 떨쳐냈다.

“어찌 알았냐고 물었잖은가?”

그의 목소리엔 얼핏 분노마저 느껴졌다.

“그걸 아시려면 정보료를 내셔야지요.”

“정보료? 헛, 허허허.”

금노는 완전히 당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헛정보를 들은 모양이로군.”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가 누군가?”

“그럼 공청석유를 주시겠습니까?”

“살 돈은 있고?”

“차차 갚겠습니다.”

“이거야 원, 날강도가 따로 없군.”

금노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누군가? 말해보게. 그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네.”

난 심호흡을 하고는 진실에 거짓말을 섞어 금노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전 무림맹주에게서 들었습니다.”

“헛소리!”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금노께서는 전 무림맹주를 찾아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따졌었지요. 살릴 수 있지 않았냐고. 그러면서 공청석유를 언급했지 않습니까?”

“이, 이놈이 그걸 어찌···.”

금노의 표정이 붉게 달아올랐고,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전 무림맹주는 매우 오만한 무인이었다. 그런 그가 네게 이런 정보를 주었을 리가 없다. 이 부분은 어찌 설명하겠느냐?”

“제가 그분의 제자입니다. 정식제자는 아니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만났습니다.”

“말도 안 돼.”

금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증명해볼 수 있겠느냐?”

“건곤여의신공으로 펼치는 천의검법을 기억하십니까?”

“물론. 그걸 내가 어찌 잊겠는가? 검제를 돌아가시게 만든 검법인데.”

“이 자리에서 펼쳐 보이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귀혼검을 뽑았다.

전력으로 내공을 끌어올리자, 귀혼검은 ‘우우웅’소리를 내었고 검끝에서는 예기가 흘러나왔다.

금노는 그것을 보고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이, 이럴 수가. 분명 건곤여의신공이다. 전 무림맹주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약하지만, 분명 건곤여의신공이야.’

“섬전벽력!”

쩌렁쩌렁한 고함과 함께 천의검법 일초식이 펼쳐졌다.

번개가 내리치듯 눈 깜짝할 사이에 펼쳐진 쾌초에 금노는 입을 딱 벌렸다.

이어 이초식인 쾌폭격살, 삼초식인 뇌정지탄을 펼친 후, 나는 내공을 갈무리하고는 검을 검집에 꽂고 자리에 앉았다.

“사초식 폭풍참륜과 오초식 뇌전강우는 내공이 부족하여 펼치지 못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군.”

“건곤여의신공으로 펼친 천의검법이 아니라 생각하십니까?”

“그 말이 아닐세. 전 무림맹주께서 어찌 자네에게 그 무공을 전수해주었는지 믿기지 않는다는 말일세.”

어느새 금노의 표정과 목소리는 부드러워져 있었다.

“전 무림맹주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검제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너는 내 제자이며 동시에 제자가 아니다라’고 하셨지요. 그분은 모든 걸 가르쳐주시고 저를 떠나셨습니다. 아마 그때 사람들은 저를 망나니라 치부하였을 때입니다.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었지요.”

“휴우, 어찌 이런 일이.”

금노는 눈빛에서 의심을 거둬들였다.

건곤여의신공과 천의검법은 오직 전임맹주만 알고 있었다.

그걸 내가 정확히 알고 펼쳤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제 공청석유를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암흑혈천마교가 부활했고, 곧 수많은 사마외도 세력이 부활할 겁니다. 벌써부터 숨죽이고 있던 전대거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요. 이걸 방치하면 무림은 도탄에 빠질 겁니다.”

“자네가 무림을 구하겠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글거리는 내 눈을 바라보던 금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자네는 마치 전 무림맹주를 보는 듯하군. 외모는 검제를 닮았지만, 속은 완전히 전 무림맹주야.”

“그분께 무공을 사사 받으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래서 닮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휴우.”

금노는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겼다.

난 최대한 조용히 그를 지켜보며 그가 옳은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했다.

“충고하나할까?”

“경청하겠습니다.”

“무공의 절반이상을 숨기시게. 그리고 무림을 구할 생각이 있다면 계속 소마각 집행인으로 남으시게.”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암흑혈천마교를 비롯한 사마외도의 간자들이 무림맹을 비롯한 수많은 정파에서 버젓이 활약하고 있네.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되었지. 아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을 거야.”

“그런데 어찌 가만히 계셨습니까?”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되었어. 그리고 흑도련, 사황련, 혈궁의 후예도 모습을 드러낼 거야. 자세히는 모르지만, 거의 확실해.”

눈앞이 캄캄해졌다.

저들 중 한 세력만 무림에 등장해도 난리가 날 텐데, 한꺼번에 모두 등장한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정체를 숨기라고 하셨군요.”

“우리 연이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 자네가 그들의 표적이 된다면 우리 연이가 어찌 발 뻗고 마음 편히 살겠는가?”

“뜻을 따르겠습니다.”

“고맙네. 내 뜻을 따라줘서. 팔층 연무장으로 내려가 있게.”

“감사합니다.”

난 포권하고는 그의 집무실을 나와 팔층으로 걸어 내려왔다.

황보연에게 구천현검법을 가르치던 때가 떠올라 절로 훈훈한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 후.

금노는 돌덩어리를 가져왔다.

수많은 영약을 복용했었지만, 공청석유는 처음이었기에 눈 그저 금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금노는 윤기가 도는 검은색 돌덩어리를 가져와 내 앞에 놓고 앉았다.

“이건 공청석이라는 돌일세. 공청석유는 이 안에 들어있지. 아주 적은 양이야. 돌을 깨트리면 금세 기화할 테니, 자네가 내공을 운용하여 그대로 흡입하게.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나는 바싹 긴장했다.

지금 이 순간이 이 구양천으로 살아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라는 확신이 들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쩌억.

금노는 단단하기 그지없는 공청석을 반으로 쪼갰다.

그 후 강한 내공을 주어 안쪽의 부드러운 부분을 쥐어짜자 공중으로 우윳빛갈의 맑은 액체 한 방울이 떠올랐다.

그가 내공으로 공청석유를 감싸 기화하는 걸 막고 있었다.

난 내공으로 공청석유를 흡수하고는 곧바로 건곤여의신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대주천을 시작했다.

후우우우우웅.

엄청난 기운에 금노는 내게서 멀리 떨어졌다.

‘굉장한 자질이로구나. 허어, 내가 헛살았구나. 검제를 추앙한다고 큰 소리치고 다니면서 천이의 이런 자질을 알아보지도 못했어. 나 역시 그를 망나니 취급했어. 천아. 구양천아. 부디 무림의 기둥이 되거라. 그리고 연이를 행복하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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