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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20화 (20/151)

구양세가 역대급 천재 망나니 20화

20화. 드디어 꼬리를 잡다.

청은 천장부터 한 조각씩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 후, 바닥을 뜯어 확인했고, 벽을 일일이 더듬었다.

그녀는 특히 귀랑자가 죽었던 방과 그의 제자가 죽었던 방을 심도 있게 수색했다.

여기서 단서를 찾지 못한다면 다른 방에서 단서를 찾긴 어려울 것이다.

그날 저녁.

그녀는 허탈한 표정으로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없어?”

“예. 우리가 잘못 생각했을까요?”

“우리가 아니라 무림맹이지. 정확히 말하면 소마각주. 너나 나는 지시를 따르는 입장이잖아.”

“그렇죠. 하아, 분명히 뭔가 나오리라 생각했었는데. 좀 막막하네요.”

“전임맹주가 지독하게 사마외도를 토벌했잖아. 그러니 저놈들은 살아남기 위해 철저한 비밀점조직이 되었어. 그러니 단서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거야.”

“다정님 말씀을 듣고 나니 더 아득해지네요.”

“은근과 끈기는 어디로 가셨나?”

“놀리지 마세요. 장난할 기분 아녜요.”

청은 정말로 우울해 보였다.

아마도 엄청나게 기대했을 것이다.

저런 표정은 그런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나온다.

“내일 같이 가보자. 내가 도와줄게.”

난 싱긋 웃으며 그녀를 격려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장원으로 향했다.

난 그녀와 함께 귀랑자의 제자를 죽였던 방으로 향했다.

천장부터 벽, 바닥까지 완전히 뒤집어 놓았기에 정말 이곳이 귀랑자의 제자가 죽은 방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난 차분히 방안을 살폈다.

지난 생에서 수많은 사마외도의 무리를 상대하면서 그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다.

“저기 봤어?”

난 손가락으로 금고를 가리켰다.

귀랑자의 제자는 죽을 위기에 놓이자, 직접 금고를 열어 재물을 꺼내 내게 바쳤었다.

“네. 텅텅 비었던데요.”

“금고 안에 또 금고가 있을 수 있지.”

“금고 안에요?”

“응. 나라면 매우 중요한 정보를 보관하는 금고를 어디에 설치할까 생각했어. 결론은 귀랑자의 방이나 그의 제자의 방 말고는 없어.”

“저도요.”

“그리고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지. 금고를 열어 돈을 털어갔다면 더 이상 금고를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위급한 상황에서 돈을 빼앗겨도 정보는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와.”

그제야 청의 표정이 홱 바뀌었다.

“다정님은 뭐하던 분이셨어요?”

“망나니.”

“예?”

“그냥 말 안 듣고 뭐 그랬다고. 어서 살펴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하자,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빛을 비춰가며 금고 주변과 안쪽을 섬세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찾았어요.”

그녀의 말에 나도 쪼그리고 앉아 금고를 바라보았다. 금고 안쪽에 여러 번 손으로 만져 매끈한 부분이 있었다.

“잠겼네요.”

“잠깐만. 뒤로 물러나봐.”

난 그곳에 손을 대고 눈을 감고는 기를 흘려보내 구조를 살폈다.

“별 거 아니군.”

우두두둑.

힘을 주자 안쪽의 금고는 힘없이 뜯겨져나갔다.

“어찌된 일이죠?”

그녀는 금고가 너무 쉽게 열리니 매우 놀란 모양이었다.

중요한 정보를 보관하면 더 잠금장치가 교묘하고 강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밖의 금고가 단단하잖아. 그리고 안쪽에 돈과 금, 은을 놓아두었으니 설령 도둑이 들더라도 안쪽에 또 뭔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러니 의외로 안쪽이 이렇게 허술한 경우가 많아. 생각의 틈이지. 어서 확인해봐.”

“예? 예.”

청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금고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적어도 수색부분에서는 다정보다 앞선다고 생각했었던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깨달았다.

왜 참마각주가 그렇게 다정을 원했는지, 소마각주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지 이해가 되었다.

오랫동안 무림에서 굴러 능구렁이가 된 그들은 청의 보고서를 몇 번 본 것만으로도 다정의 잠재력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이다.

‘난 아직 멀었네.’

청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는 꼼꼼하게 안쪽을 살폈고, 꽤 두툼한 장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어요.”

“축하해.”

“이건 무림맹으로 보낼게요.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요.”

“그렇게 해.”

궁금했다.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관심을 접었다.

할 일이 많은데 굳이 인신매매나 하는 놈들의 장부를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무림맹에서 분석한다면 정확하게 분석할 것이라 믿었다.

“이제 가요. 저 장부면 충분할 거예요.”

그녀는 이곳에 더 있기 싫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나왔다.

“다정님께 정말 많이 배웠어요.”

“가르쳐준 것도 없는데.”

“아뇨. 노련하세요. 정말 놀랐어요.”

“자꾸 띄우지 마. 운이 좋았을 뿐이니까.”

그녀는 ‘운이 좋았다’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 수당이 지급될 겁니다.”

“수고했어.”

내가 완전히 사라지자, 청은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

무림맹 소마각.

청이 보낸 귀랑자의 장부가 도착하자, 각주 황성원은 가용한 인원을 모조리 끌어 모았다.

그들이 장부를 분석하느라 난리를 쳤고, 이 소식은 참마각주 조진량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런 빌어먹을.”

조진량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생각할수록 다정이 탐났는데, 그를 어쩔 수 없으니 분통이 터진 것이다.

“50만냥 주고 데려올까?”

다정을 데려오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안됩니다.”

부각주 관해가 단호하게 반대했다.

“나도 알아. 젠장할.”

그가 이유를 들려고 하자, 조진량은 소리를 버럭 질러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관해에게 안 되는 이유를 들으면 더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그 시각.

소마각에서는 장부를 분석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황성원은 참마각에 기별을 넣고는 곧바로 맹주전으로 향했다.

조진량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를 따라갔다.

맹주 양천린이 참마각과 소마각이 합심하여 일을 처리하라고 한 만큼, 필수정보는 공유해야했기에 황성원은 조진량에게 기별을 넣은 것이다.

맹주전.

양천린은 황성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정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이번에 새로 입각했습니다.”

“대단하군.”

“아마도 연락책 청이 찾았겠지요. 다정이 요즘 잘하고 있긴 하지만, 경험이 일천합니다. 청은 경험이 많고요.”

조진량은 슬쩍 다정을 깎아내렸다.

그러자 곧장 황성원이 반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청이 수색했고, 비밀금고를 찾지 못하자 다정이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청도 다정의 관련지식에 깜짝 놀랐습니다.”

“무림맹의 홍복이로군.”

양천린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걸렸다.

오랜만에 괜찮은 인재가 들어왔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암흑혈천마교의 꼬리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건 꼬리수준이 아니었다.

산서성지단을 찾았으니까.

암흑혈천마교에서 산서성지단까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조진량이 딴죽을 걸자, 기분이 좋았던 황성원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뭐가 이상하단 말이오?”

“다정의 매우 젊다고 알려졌는데 어떻게 사마외도의 습성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요? 오랫동안 그들을 상대하며 일선에서 뛰었던 청보다 잘 안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황 각주께서도 청이 뛰어난 연락책이라 하셨잖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요? 설마 사마외도의 첩자라고 의심이라도 하는 거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소. 이제 산서성지단을 확인했으니 많은 정예무인을 투입해야 하는데, 만약 다정이 이중첩자이고 이 정보가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계책이라면 큰일이니까요. 맹주님. 좀 더 신중하게 알아보시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진량의 예리한 지적에 황성원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반박하기 어려운 지적이었다.

양천린도 그제야 의구심이 드는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맹주님.”

황성원이 급히 입을 열자, 양천린은 손을 들어 조용하라고 하고는 계속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이 기회를 놓치기 어려워. 하지만 조 각주의 말대로 함정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고. 이렇게 하지. 호표대를 움직여서 산서성지단을 살펴야겠어.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황 각주, 조 각주는 계속 정보를 모아주시게. 산서성지단이 확인되면 그때 맹의 정예를 투입하기로 하지.”

호표대는 맹주직속 정보기관으로 소수정예였다.

소마각과 참마각이 사마외도를 토벌하며 정보를 수집했다면, 호표대는 적의 심장부까지 뛰어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무인들이었다.

그만큼 충성심이 높고 무예 또한 일절이었다.

어그러지면 어쩌나 걱정했었던 황성원은 양천린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참마각에서 조사 나가기를 원했던 조진량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양천린이 단호하게 결심했기에 더는 진언을 올리지 못했다.

맹주전을 나온 황성원은 굳은 표정으로 소마각으로 향하자, 조진량이 그를 잡아 세웠다.

“뭐요?”

“너무 인상 쓰지 마시오. 맹을 위해 충언했을 뿐이니까.”

“가증스럽소. 그래서 그토록 다정을 빼내려고 혈안이 되셨소? 첩자일지도 모르는 다정을?”

“아까 맹주전에서 황 각주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찌하겠소?”

조진량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황성원이 이를 악물고 그에게 선전포고했다.

“이제까지는 우리 소마각 집행인이 참마각으로 넘어가도 참았소.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서. 하지만 이제부터는 나도 참지 않겠소. 적극적으로 그들을 설득할 것이고, 우리도 제시할 수 있는 최대조건을 제시하여 붙잡겠소. 특히 다정은 꿈도 꾸지 마시오. 하긴 오늘 조 각주가 그를 첩자로 몰았으니 갈일도 없겠군요.”

황성원은 쌩하고 돌아섰다.

그동안 참마각에게 당했던 서러움이 울분으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조진량은 그제야 아차 했다.

황성원이 공을 세우는 게 꼴 보기 싫어 그리 말했던 것인데, 이렇게 되고 나니 정말 다정을 데려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마각.

황성원은 상황을 자세히 작성하여 청에게 전서구를 날렸다.

맹주전.

온몸을 흑의로 감싸고 두 눈만 밖으로 드러낸 잘 갈린 한 자루의 검 같은 사내가 양천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무림맹의 비밀병기 호표대주 섬전탈혼(閃電奪魂) 철무의(鐵武義)였다.

“할 수 있겠는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임맹주 시절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임무도 있었습니다.”

“알아.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아. 아무튼 조심하게. 직접 교전을 벌이지 말고, 감시만 해서 보고하게. 위험하면 즉시 구원을 요청하고.”

“홀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이건 맹주로서 내리는 명령일세. 장비를 챙겨서 가게.”

양천린이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자, 철무의는 복명했다.

“알겠습니다. 만족하실 만한 정보를 파악하여 보고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산서성지단이 확인되면 정예를 보내 박살을 내놓겠어.”

“그럼 본단과 나머지 지단이 다시 지하로 숨어들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 거 같아. 예감이 안 좋아.”

양천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철무의는 포권하고는 맹주전을 나섰다.

홀로 남은 양천린은 눈을 질끈 감고 전임맹주 화운룡을 생각했다.

강력한 철권통치로 일관했던 그가 있을 때는 사마외도가 몸을 바짝 낮췄었다.

철무의의 말대로 암흑혈천마교가 다시 지하로 숨어들 가능성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화운룡이 죽은 이후, 사라졌던 전대거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양천린을 우습게보지 마라. 무림을 좀 먹는 놈들은 모조리 쓸어버릴 것이다.’

양천린은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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